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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33호 (2021.12.~2022.1.)


첨부파일


서지 정보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12월 7일

ISBN: 97-7250-833-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78x258 · 332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33

분야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한국 문학


책소개

* 커버스토리: 문학에 있어 정치적 올바름이란

* 김수영 문학상,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발표

* 소설가 김희선, 배우 김신록 인터뷰

* 시인 허연 특집

* 박상영, 박지영 단편소설

* 정지음 시트콤 소설


목차

2 — 3 Editor’s Note

 

9 Cover Story: 문학에 있어 정치적 올바름이란

11 — 13 정헌목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올바름은 양립할 수 없는가

14 — 16 안상원 굴종의 자리에는 무엇이 남았는가

17 — 19 자목련 읽고 싶은 소설을 선택할 자유

21 — 24 성현아 검열일까, 점검일까

25 — 28 김미정 복잡한 것은 복잡하게 말해야 할 때가 있다

29 — 36 한영인 자유주의, ‘캔슬 컬처’, 윤리

38 — 41 이연숙 일몰과 캔슬의 저편

42 — 45 김예령 미온

46 — 49 김병규 그렇다면 영화감독들은 어디로 갔을까?

 

53 Special Feature 허연, 아무것도 아닌 시를 위해

54 — 57 최진영 당신은 천국에 있는가

58 — 61 김미지 파국 없는 몰락, 상스러움의 성스러움

62 — 69 박혜진 허연이라는 예술

70 — 73 서윤후 죽어갔던 날들의 기록

 

77 Essay

78 — 81 정용준 소설 만세 6회

82 — 88 장영은 여성, 우정을 발명하다 10회

89 — 93 김유진 구체적인 어린이 4회

94 — 99 김서라 광주 2순환도로 3회

100 — 105 박솔뫼 안은별 이상우 0시 0시+ 7시 3회

 

113 Interview

114 — 126 김희선X소유정 소설이라는 숲의 지도를 그리는 일

128 — 137 김신록X허윤선 책이 궤도를 흔든다

138 — 150 박은지X서이제X이수희 나의 전부를 바치지 않는 용기

 

155 Fiction

156 — 182 박상영 우리가 되는 순간

184 — 210 박지영 쿠쿠, 나의 반려밥솥에게

 

213 Sitcom Fiction

214 — 228 정지음 언러키 스타트업

 

231 Poem

232 — 233 강은교 뒷곁 외 1편

234 — 240 배진우 포장 풀린 상자는 상자와 같아서 외 1편

241 — 249 이소호 구성원 외 1편

250 — 255 장혜령 Souvenir 외 1편

256 — 259 황유원 하얀 사슴 연못 외 1편

 

261 Review

262 — 264 김세영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265 — 274 김유림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275 — 287 김지현 『마이너 필링스』

279 — 286 전승민 『브로콜리 펀치』

287 — 290 정기현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292 Awards

292 — 316 제40회 김수영 문학상 최재원

318 — 328 제45회 오늘의 작가상 서이제

330 — 331 Epilogue


편집자 리뷰

어릴 때 나는 책을 읽으며 맞춤법을 공부했다. 책은 내가 아는 규칙이 세상의 법칙에도 부합하는지 채점해 볼 수 있는 시험지였고, 나는 종종 독서를 통해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했다. 누군가에게 책은 읽고 마는 상품에 불과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책은 세상의 법칙과 자신의 감각을 겨루며 순간순간 승패를 결정짓는 전쟁터일 수도 있다. 그 결과 어떤 ‘나’는 사라지고 어떤 ‘나’는 남는다. 책을 만든다는 건 더 이상 시험에 들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젠 시험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답도 모르고 누가 채점하는지도 알 수 없지만 세상에 이로운 시험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편집자로서 내가 품고 있는 아주 사적이고 또 공적인 책임감이다. 책을, 나아가 콘텐츠를 만드는 많은 이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주제로 커버스토리 지면을 꾸린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 『일몰의 저편』에 대한 서평을 경유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질문들을 직면해 보는 것은 2020년대 한국에서 책을 만드는 우리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맞춤법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무엇보다 시험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유의 지도를 그려보자는 계획이 있었다. 창작의 자유, 혐오 표현, 자기검열, 캔슬 컬처 등 정치적 올바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아홉 편의 글 속에 담았다. 질문의 갱신이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질문의 갱신은 문제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 더욱이 ‘시원한’ 해결보다 더 중요한 건 정확한 해결일 테고, 더 나은 세상이란 결국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회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오랜만에 새로운 코너들을 선보인다. 『젊은 ADHD의 슬픔』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 정지음이 시트콤 소설 ‘언러키 스타트업’을 연재한다. ‘스타트업’이라는 기표를 때로는 날것 그대로, 때로는 풍자와 재치로 비틀어 보인다. 유머와 자조는 이 시대 청춘이 공감하고 비판하는 새로운 문법인 것 같다. 탄생100주년 특집으로 선보였던 코너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오랜 시간 우리가 사랑한 문학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이번 호는 시인 허연이다. 부서져 반짝이는 허연의 시는 성과 속이 공존하는 침묵이자 균열과 분열로 흔들리는 리듬이다. 침묵의 리듬이 만들어 낸 불온한 세계의 미학을 네 편의 글에 나누어 담았다. 흔들리기 위해 허연을 읽고 허연을 읽었기에 흔들려 버린 저마다의 고백 속에서 ‘체념뿐이어도 좋을 칠월의 사랑’과 ‘못되게 아름다운 십일월의 절망’을 만날 수 있다.

장영은의 ‘여성, 우정을 발견하다’가 10회를 끝으로 종료된다. 앞선 세대의 여성들에게 우정이란 자신이 선택한 최초의 세계이자 몰락해도 아름다운 진정으로 독립된 세계였다. 장영은 작가와 나누었던 열 번의 이야기가 우리 삶에도 소중한 우정으로 남을 것이다. 소설 쓰기에 대한 비밀 노트이자 인생에 대한 비밀 수업이었던 정용준의 ‘소설 만세’도 이번 호를 끝으로 단행본 출간 준비에 착수한다. 두 작가 모두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를 출간한 김희선 작가를 강원도 원주에서 만났다. 원주는 김희선 소설에서 배경이 되곤 하는 W시와 꼭 닮은 곳이자 기억 속 모두의 도시이기도 하다. 잊힌 것들과 다가올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처럼 인터뷰도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며 자기 길을 만든다. 그곳이 어디든 정해진 형태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김희선 소설의 매력에 행간마저 시끄럽다. 드라마 「지옥」에서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던 배우인 동시에 끝나지 않을 엔딩을 장식한 배우 김신록을 만났다. 그의 가방에서 발견한 책들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감지하는 어느 지식인의 도서 목록이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그는 무기력한 인간이었지만 현장에서 만난 그는 꿈꾸는 혁명가였다. 서이제 소설가와 박은지 시인이 함께한 ‘첫 책을 내는 기분’에서는 전에 없이 솔직한 용기들을 만날 수 있다. 첫 책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경쾌하고 진지하다. 김수영 문학상과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과의 만남도 이번 호의 즐길 거리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한 해의 끝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은 제목과도 같이 ‘일몰’의 이미지와 의미로 가득 찬 마지막을 그린다. 그러나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처럼 저무는 해에도 희망은 있다. 일몰의 저편은 막다른 길에서 끝나지만 아홉 편의 글 속에는 새로운 길로 향하는 다리가 질문의 형태로 놓여 있다. 질문이,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한 때다.


작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