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뤼네의 향연

원제 Phryne

로저 스크루턴 | 옮김 김재인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12월 20일 | ISBN 89-374-2430-4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188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그리스 여인들의 에로스에 대한 생각을 펼치고 있는 이 책은, 『크산티페의 대화』가 희곡의 형식인 데 반해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원서에서도 「프뤼네의 향연」은 대단히 독립적인 내용이며 서술 방식도 다르다. 또한, 이 책은 플라톤의 『향연』에 대한 방대한 패러디다.

편집자 리뷰

“어느 날 익명의 독자가 타자본 『향연』을 보내왔다.”에서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편집자 서문」과 주석이 달려 있으며 외형상 구성은 『크산티페의 대화』와 동일하다. 『프뤼네의 향연』은 『크산티페의 대화』에 이어지는 철학소설이다. 영국에서 출판된 『크산티페의 대화』는 전체 구성이 1,2부로 나뉘는데 후반부의 『프뤼네의 향연』은 내용상 분리되어 있다.
「편집자 서문」에서는 『크산티페의 대화』를 번역하고 난 후, 이 번역본을 저명한 학자들에게 보내 진본인지 여부를 밝혀달라고 부탁하지만 아무런 회신이 오지 않았다고 술회되어 있다. 얼마간 실망하고 있던 편집자에게, 어느 날 익명의 인물이 보낸 터키어로 적힌 『프뤼네의 향연』이 소포로 도착한다. 그래서 편집자는 그 자세한 경위와 함께 이 작품마저 번역해서 소개하기에 이른다. 이 책을 탄생시킨 로저 스크루턴이 허구적으로 설정한 도입부이다.
그리스 여인들의 에로스에 대한 생각을 펼치고 있는 이 책은, 『크산티페의 대화』가 희곡의 형식인 데 반해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원서에서도 「프뤼네의 향연」은 대단히 독립적인 내용이며 서술 방식도 다르다. 또한, 이 책은 플라톤의 『향연』에 대한 방대한 패러디이다. 원래 플라톤의 『향연』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동료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랑에 관한 논란을 다루었다. 따라서 『프뤼네의 향연』은 육체적 사랑의 공허함과 정신적 사랑의 지고함을 다룬 플라톤의 『향연』에 대한 패러디라고 볼 수 있다.
 

# 프뤼네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유명한 창부였다. (화보 참조) 그리스 고전기의 최고 조각가인 프락시텔레스는 그녀를 모델로 ‘아프로디테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조각상은 너무나도 에로스적인 힘으로 가득 차 있어 어떤 청년이 그것과 성교를 하려고 시도하다가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프락시텔레스의 ‘옷을 벗은 아프로디테 상’은 신전 중심의 미술을 인간의 미술로 전환케 한 계기가 되었으나 동시에 불경하다는 비난도 받았다.
 
# 향연은 비너스(아프로디테)와 에로스에 대한 찬사의 의식이다. 그리스에서 향연은 거의 누운 채로 노예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진행되었다.
 

 

플라톤의 「향연」을 뒤집는 그리스 여인들의 性과 사랑
 
그리스에는 플라톤이라는 이름이 많았다. 그런데 그들이 플라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이들 서로 다른 플라톤 사이에 모종의 동성애적 관계가 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프뤼네의 향연』은 널리 퍼져 있는 이런 추측을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얘기를 펼쳐간다.
이 책의 지속되는 주제는 사랑이다. 이 책에서는 플라톤 식의 정신적 사랑에 대한 지지파와 육체적 사랑에 대한 지지파가 나뉘어 논쟁을 벌인다. 이 두 입장은 크산티페의 입장 속에서 비판되고 절충되지만 이런 입장들 자체가 영원히 폐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 입장은 현대에 있어 새로운 논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철학자 플라톤이 지었다고 얘기되는 장편 연애시를 통해 이성의 육체와 성(性)만을 탐닉하는 사랑이 어떤 귀결을 초래하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지점도 대단히 흥미롭다. 성애(性愛)에 관한 농도 짙은 묘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포르노로 만들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그 와중에 사랑의 지고함을 부활시키는 저자의 감각은 근래 보기 드문 경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크산티페의 마지막 연설 속에서 개진되는,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의 지고한 통일은 이 책에 독특한 묘미를 안겨준다. 플라톤의 동성애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레즈비언을 포함한 그리스 사회에서의 전반적인 동성애 문제에 대해 저자가 전해주는 지식과 통찰도 주목을 요한다.
요컨대 이 책은 페미니스트나 동성애 인권 운동가뿐 아니라 모든 남녀에게 성과 사랑에 관한 철학적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며, 한 편의 소설로서 읽기에도 충분한 문학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 소개

로저 스크루턴

보스턴 대학의 교수.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대처 전(前) 수상의 정책 자문 위원을 맡기도 했다. 저서로 <스피노자>, <성적 욕망>, <현대 철학> 등이 있다. 수십 년간 칸트 철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강의했으며 몇권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김재인 옮김

1969년 서울출생. 서울대학교 미학과 졸업. 동대학원 철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출강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천 개의 고원>, <들뢰즈 커넥션>, <현대 사상가들과의 대화>, <크산티페의 대화>, <질 들뢰즈의 베르그송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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