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겨울

장승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8년 8월 8일 | ISBN 978-89-374-0765-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12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상식적 삶의 진부함을 드러냄으로써 진실된 삶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는 현실적 상상력.- 시인 정호승
섬세한 감수성이 탁월한, 미래 우리 시단의 초상화를 그려 나갈 젊은 시인이다.- 시인, 문학평론가 서동욱
강렬한 시어 속에 스민 따스한 감동.겨울과 거울, 그 날카로운 이미지에 관통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장승리의 첫 시집이 민음사에서 나왔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시인 이시영과 김혜순은 “곳곳에서 번뜩이는 신선미”와 “일상적이고도 심리적인 경험과 접합된 지점에서 터져 나오는 것 같은” 새로운 발성에 감탄하였다. 등단작 「알리움」에서도 느낄 수 있는 “억압적 상황을 고발하고 타개하려는 지난한 몸짓”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끈질겨지고 생생해졌다. 특히 선혈이 흐르는, 매우 공격적인 시어를 구사하면서도 읽는 이의 가슴을 진정한 감동으로 물들게 하는 점이 색다르다. 날카로운 시어로도 감동을 주고 치유를 선사하는 게 가능함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장승리의 시는 유례없이 새롭다. 시인 정호승은 “앞으로 장승리 시인이 걸어가는 현실적 상상력의 길을, 많은 이들이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걸어”갈 것이라며, 시인의 미래에 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문학평론가 허윤진이 지적한 대로 서늘하고 날카로운 “거울의 이미지와 구조가 시집에 편재한다.” 특히 거울의 모서리, 거울 파편의 날카로운 이미지는 너무나 강렬하여 읽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리다. “그녀가 남긴 언어의 파편들을 줍게 되면 내 손 어딘가에도 상처가 날” 것 같다. 그러나 장승리의 시에는 자상(刺傷)과 관통상(貫通傷)의 악몽 이후에 찾아오는 “아침의 시간”이 있다. “검고 어두운 꿈”, “겨울” 후에 오는 “신생의 희망으로 빛나”는 아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족, 사랑하는 이, 소중한 것을 잃어 상처 받았다면 더욱 추천한다.

편집자 리뷰

외침과 속삭임.   “거미가 거미줄에서 죽지 않듯이 나는 결코 당신 품에서 죽지 않아.”
장승리의 지독하게 강렬한 이미지들은 “몸속에서 프로펠러처럼 돌아가”(「신경성 하혈」) “피와 살과 신경들”이 “공중분해되는”(「불멸의 마지막 순간」) 괴로움을 읽는 이에게까지 느끼게 한다. “그녀”는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바늘을 씹고(「기록하는 여자 2」) “아이들”은 “면도날로 동시에 제 목을 가”른다.(「꽃동산」) 날아오는 도끼날에 맞을 때도 있지만,(「우뇌가 없어도 울 수 있는」) 대개는 “도루코 칼로 자기 손등에 흠집을 내는” 걸로 보아 이 괴로움, 온갖 날카로운 흉기들을 애써 피하려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온갖 날카로운 것 중에도 가장 많은 파편들을 흩뿌려, 피 흘리게 하는 것은 거울이다. (「모서리가 자란다」, 「두 손이 모자라다」, 「기록하는 여자 2」, 「빗방울 잎」, 「웃으면서 자는 죽음」) “네 앞에서 나는 왜 거울인가”(「습관성 겨울」) 묻는 화자에게 읽는 이들은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외침과 속삭임」이라는 시의 제목처럼, 강렬한 이미지의 외침 사이에는 속삭임이 있다.
아빠의 팔짱을 낀 채 밤을 지새웠습니다 동이 트고 팔짱을 푸는데 아빠의 팔은 팔짱을 꼈던 상태로 굳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한 주치의가 손목시계를 보면서 ○월 ○일 ○시 ○분에 사망하셨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사망 선고였습니다 언제 떠났는지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돌다리가 가라앉습니다 나는 바다 속으로 내 몸을 던질 수가 없습니다 딱딱해진 눈물이 몸속에 박혀 징검다리가 됩니다 내 몸 밖으로 삐져 나온 시커메진 아빠의 손톱 끝을 계속 만지작거립니다 아직은 내 눈물을 밟고 나를 건너갈 수가 없습니다                                                                     -「돌다리」에서     파경(破鏡)은 가장 사랑했던 이, 가장 닮은 이를 잃은 결렬의 상태다.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것은 슬픔이어서, 그 괴로움에 화자는 “울퉁불퉁한 돌 하나를 죽이고 싶다 죽이고 싶다”(「헌 엄마」) 외치며 파괴적인 이미지들로 몸을 감싸지만, 엑스레이에는 “타들어 간 내장이 텅 빈 눈동자처럼” 찍힌다.(「바스락거리는 그림자」) 그래서 이 슬픔의 근원이 곧 사랑임을, 이 외침도 속삭임도 언젠가는 가라앉을 것임을 믿고 기다릴 수 있다.  누구나 함께 아파하며 읽을 수 있는 시집이지만 특히 소중한 이를 잃었다면 “빛이 전멸하는 순간에도 반짝임은 지속될 수 있다고” 위로받을 수 있다. 이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온 것이니 “거미가 거미줄에서 죽지 않듯이 나는 결코 당신 품에서 죽지 않아”라고(「머리카락에 걸린 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희미해진 손금이 절정의 목련 꽃처럼 하얗게 빛나는 날 나는 또 태어나니까.”(「나머지 빛」)
■ 작품 해설 중에서
장승리의 첫 시집은 인간이 빠져나올 수 없는 유서 깊은 착시 현상과 더불어 시작된다.  시인을 거울 수집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울의 이미지와 구조는 시집에 편재한다. 동일성을 향한 희구가 거대한 착각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녀는 너의 몸이 나의 몸이기를, 너의 욕망이 나의 욕망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거울이 주는 황홀한 착시감과 허망한 좌절감은 동시에 오고, 그 미세한 틈새에서 갈등하는 사이 거울은 경련을 일으키다 깨져 버리고 만다. 그녀―거울이 ‘깨지는’ 경성(硬性)의 경험은 그녀의 몸과 방이 ‘찢어지는’ 연성(軟性)의 재난으로 반복된다. 그녀에게 밤은 검은 무뢰한이 되고 고양이는 눈동자의 찬탈자가 된다. 절망스러운 것은, 깨진 거울을 꿰맬 수 없듯 깨지고 찢어진 그녀의 몸을 꿰맬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파경(破鏡)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결렬 상태, 인력(引力)이 없는 척력(斥力)만의 세계에서 시인은 자신이 사랑했고 사랑하는 이들의 조각을 모은다.                -허윤진(문학평론가)
■ 추천의 말
장승리의 시를 읽으면서 마그리트의 그림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마그리트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현실의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강한 상상력의 의지를 읽었는데 장승리의 시가 그렇다. 그의 시는 초현실적 추상성을 바탕으로 하되 결코 초현실적 세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초현실을 통해 현실의 고통스러운 바닥과 본질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상식적 삶의 진부함을 드러냄으로써 진실된 삶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앞으로 장승리 시인이 걸어가는 현실적 상상력의 길을, 많은 이들이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걸어가리라. -정호승 (시인)

목차

모서리가 자란다얼음이 날다꼭짓점 식탁신경성 하혈불멸의 마지막 순간제목 없음투명 나비틈새난생처음 목련이 아름답게 보이던 날의자두 손이 모자라다기록하는 여자 1기록하는 여자 2병신(病神)거울 속의 거울우뇌가 없어도 울 수 있는꽃동산외침과 속삭임돌다리또, 봄입니다도돌이표빗방울 잎0호선 –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1물결의 안팎 –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23월은 신이 죽은 달이다 –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3곤충 소녀 –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 4구름이 되다, 코끼리 발자국웃으면서 자는 죽음히스테리컬 히스토리컬머리카락에 걸린 밤자연의 아이들꿀단지날개뿐인sleepwalk초대받지 않은 손님키스바스락거리는 그림자헌 엄마우리 – we or cage?샐러드 바에서 먹다 남은 여자list눈동자에 빠진 우물blue day빗방울검정 단추알리움미로의 증인얼굴의 기슭습관성 겨울나머지 빛
작품해설/ 허윤진파경의 악몽

작가 소개

장승리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2년《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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