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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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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김수영 40주기 기념 시집

엮음 서동욱, 김행숙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8년 6월 10일

ISBN: 978-89-374-2644-5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10 · 156쪽

가격: 8,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그의 시는 영원히 현재다“오늘의 김수영들이, 김수영에게 바친다.”
우리는 이 시집에서, 김수영의 구절들에서 빠져나오는 묵은 잉크가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새로운 정신과 뒤섞여 만들어 내는 놀라운 색깔과 소리와 현란한 무늬를 보고 듣게 될 것이다.     -서동욱(시인, 문학평론가)
김수영은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8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기까지 새로운 감수성의 시인, 밀도 높은 사유와 날카로운 현실감각을 지닌 산문가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과감하고 전위적인 시작법으로 오늘날 모더니즘 시의 뿌리가 되었으며, 문학의 정치 참여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 또한 보여 주었다. “내일의 시는 미지(未知)”라는 그의 실험 정신은 언제까지나 신선한 충격으로 남을 것이다. 40주기를 기념하여 출간되는 이번 시집에서는, 김수영의 시 세계를 다채롭게 계승한 우리 시대의 젊은 김수영들이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펼쳐 낸다. 이원, 이장욱에서 박연준, 오은에 이르는 40인의 시인들에게서 김수영은 틀림없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집은 “거대한 뿌리”에 대한 기념일 뿐 아니라 무섭게 생장하는 ‘실뿌리들’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기도 하다.


목차

■ 참여 작가와 작품
강성은  켈라드리안 숲 강  정  무덤이 떠올라 별이 되니 세상은 한참이나 적막하더라 – 김영태 풍으로김경인  도마뱀의 편지김경주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2김  근 거리김민정 나미가 나비를 부를 때김  언  소설을 쓰자김이듬 오빠가 왔다김중일 날개들의 추격전 – 폴, (마리아), 피터, 사막쥐, 양귀비김지녀  여름이 모든 잎을 흔들며 떠나간다김행숙 가로수의 길문혜진  호미니드의 발자국 – 물의 프랙탈박연준 소혹성 B612호에 혼자 남은 꽃서동욱 산부인과 초음파손택수 망치라는 물고기신용목 인디언의 땅신해욱 나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심보선 극악한 그리움안현미  암실에서 뜯어 온 시간오  은  식충이들유형진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 – 올드밤비의 마지막 새끼 곰윤의섭 화계(花界)이근화 꿀이라고 생각되는 맛이승원  Plan B이영주  나의 인사이  원  트랙 – 출산이장욱 강철로 만든 저녁이재훈  트릭스터(trickster)이준규  문69이철성  늑대의 옷장석원  청년과 슬픔정재학  유실물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 부쳐 조동범  사고의 날들조연호  조화공예(弔花工藝)진은영  감기 선언최금진  머리카락 종교최하연  파라다이스 텔 3805호 하재연  서커스황병승  밀실의 바보황성희  원숭이의 간편 처세술


편집자 리뷰

■ 영원한 청년, 김수영에게 바치는 오마주
이 시집에 시를 실은 시인들은 모두 40명이며 김수영의 몰년인 1968년 이후 출생한 이들로서, 김수영의 계보를 잇는 시 세계를 보여 주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인들이다. 시인들 각자는 개성 넘치는 신작 시 한 편과 짧은 산문 한 편을 실었다. 특히 산문은 김수영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김수영과 오늘날의 젊은 시인들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이 매우 독특한 형태로 드러난다. 모두 김수영의 구절들을 인용하거나 변형한 것인 산문의 제목은, 그리움과 경의를 함께 담고 있다.
*서동욱창문―담배·연기―바람. 그렇다, 바람                                                                              ―「반시론」에서
생의 막바지에 김수영은 한 미인에게 집착한다. 문학사적 스무고개 놀이의 골인 지점인 Y 여사.그 오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같이 식사하고 담배를 피웠으며, 살며시 창문을 열어 연기를 내보냈다. 이 마지막 동작에 시인은 스스로 감동했다. “창을 연 것은 담배 연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천사 같은 훈기를 내보내려고 연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 창문 ―담배, 연기― 바람. 그렇다, 바람.” 두 개의 몸이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두 몸 사이에서 무엇인가 놀라운 작용을 하는 ‘바람’을 시인은 발견했던 것이다. 에이, 바람둥이…….바람을 라틴어에서는 스피리투스 또는 아니마라 부르는데, 영혼뿐 아니라 ‘숨결’을 뜻한다. 히브리인들은 바람을 뤼아라고 부른다. 바람이 몸속에 들어와 숨결이 되기에 그것은 생명의 바람이고, 그 신성한 의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이 히브리어는 각국의 언어 속에서 ‘성령’이라 번역된다. 같은 정도의 존경심에서 시인은 바람에게 “신적인”이라는 꾸밈말을 붙인다. 자신과 그녀의 몸을 오가는 훈기 또는 “신적인 미풍.” 그가 릴케로부터 인용하듯 “신의 안을 불고 가는 입김. 바람.”우리에게 알려진, 김수영의 최초의 시와 마지막 시가 공통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이름말은 “바람”이다. 통념과 달리, 마지막 시에서 그는 익명의 풀들을 일으켜 세우는 무서운 힘이 바람이라는 것을 발견한다.풀들의 성령인 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와 허파를 움직이고 뼈와 살을 못살게 굴면 유골은 일어나 세상의 첫 아기가 된다. 어느 날 바람이 몸 안에서 떠나면 유골은 실이 끊어진 나무 인형처럼 놀이를 중단하고 주저앉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몸 안에 바람이 들어와 있는 동안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알고 있다. 바람은 기침으로 진화하며, 가래를 쏘는 총이 된다. 바람(숨결)의 예외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 운동인 기침 앞에서 언어는 뭉개지고 언어의 예절을 닮은 세상의 법도 가래를 뒤집어쓴다. 그것은 카프카에게선 동물들의 숨결이 실어 나르는, 법(분절) 없는 무서운 소리로 둔갑하기도 하며, 베르크에게선 음표의 시니피앙으로 묶어 둘 수 없는 룰루의 비명 소리가 되기도 한다.
*김행숙움직이는 비애여                                                                                  ― 「비」에서
움직이는 다리여. 허공에 담긴 오른발이여. 인파 속에서 꼬꾸라지는 다음번의 파도여. 흐린 날씨여. 움직이는, 계속 움직이는, 먼저 움직이는 다리여.나는 가장 늦게 도착할 것이다. 나는 오지 않은 사람으로, 나는 거리에서, 나는 도중에서, 나는 붐비는 사람으로, 한적해진 거리에서 나는 거의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나는 거의 저녁에 이를 때, 나는 너를 스쳐 먼 곳에서 너에게 도착할 때.  움직이는, 움직이는 시간이여. 길이여. 시간과 길을 묻는 사람들이여. 시간도 길도 없다고 대답하는 바쁜 사람들이여. 후퇴하지 않는 행인들이여. 행진, 행진이여. 물결이여. 물속에 잠긴 우리들의 도시여.  
*김이듬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공자(孔子)의 생활난」에서
내일은 내 생일이다. 대충 그럴 거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가지고도 서너 명 진술이 엇갈렸고 언니뻘 되는 아이의 사망신고 대신 내 출생신고를 했다고 큰 이모는 말했고, 돌아가셨다. 아무래도 괜찮다. 난 생일과 공휴일 혹은 기념일 같은 날들을 좋아하지 않으며 예술가의 생가로 여행하지 않는다. 김수영의 시 한 줄을 써 놓고 시작해야 하는 글은 나를 부담스럽게 했고 지금도 괴롭다. 헤엄치며 생각한 기술을 땡볕으로 나오자마자 까먹곤 했던 얼치기 수영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김수영을 수영한다. 그가 밀어내기 때문에 나는 떠오른다. 그 위에 눈을 가늘게 뜬 채 누워 있다. 흰 구름이 흘러가고 나도 흐른다. 나는 그에게 깊이 빠지지 않는다. 서로가 약간 거만하고 이게 맘에 든다. 단지 난 나를 위로하는 시를 썼고 여기에 시는 빠져 있고 인용 부호도 빠져 있다. (……) 어중간하게 나는 죽을 것이고 아무도 그날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맘에 든다. 
*강정나날이 새로워지는 괴기한 청년들이여                                                                                ―「절망」에서
밥을 먹다가도 똥을 싸다가도 술에 취해 즐겁게 떠들고 술이 깨서 괴로워하다가도 시인 족속은 늘 이상한 거울을 눈 밑 코 밑마다 달고 산다. 그건 축복이고 저주고 고통을 빙자한 자족적 환희겠지만 그래도 그 거울에서 가장 먼 자는 늘 시인 자신이다. 시 쓰기는 자기 자신에게 밀착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방기하고 질책하는 짓거리다. 그래서 시인은 항상 엄살이다. 자기가 잘못 놓은 주사에 화를 부르고 병을 조장하니 이만큼 한심한 인간들이 또 어디 있으랴. 병든 고양이처럼 스스로를 감싸 안고 샅을 핥으며 세상 한편에서 꾸물거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모든 게 무참하다고 헛울음 흘릴 때가 있다. 그건 세수 안 한 맨얼굴에 와 닿은 세상 전부가 극명해지는 순간이자 매번 괴로운 어제이고 파탄 난 내일이자 돌아오지 않는 정념의 화살이 발등에 와 박히는 순간이다. 그러니 더 울자. 더 괴기하게 더 새로운 세상을 망가뜨리기 위해.
 
■ 엮은이의 말 중에서 사라진 식물들은 어디로 가는가? 한 식물이 하늘 아래서 꽃과 나무와 파란 잎사귀로 살기를 그만두고서 오랜 시간이, 가령 40년이 흐르면 어떻게 되는가? 땅이 품은 불길 속에서 말라 사라지기도 하지만, 뿌리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40년 동안 땅속에 거대한 숲을 이루기도 한다. 이렇게 김수영은 그의 시구 하나를 자신의 운명 속에 인용해 넣었다. “거대한 뿌리.”뿌리는 중심도 가장자리도 없이 마구 자란다. 계보가 없으니, 그의 실뿌리들 각자는 자신이 온 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새로 태어나 정체를 포착할 수 없는 이들 역시 김수영의 시구 하나를 자신들의 운명 속에 인용해 넣었다. “괴기한 청년.”이 시집은 ‘괴기한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자기 뒤의 시, 곧 “내일의 시”란 단지 미지의 시여야 한다고 했던 ‘거대한 뿌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40년 동안 놀랍고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을 뻗어 나가 거목을 이룬 한 식물의,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이야기 말이다. 우리는 이 시집에서, 김수영의 구절들에서 빠져나오는 묵은 잉크가 현재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젊은 시인들의 새로운 정신과 뒤섞여 만들어 내는 놀라운 색깔과 소리와 현란한 무늬를 보고 듣게 될 것이다.                                                             -서동욱(시인․문학평론가)
■ 김수영 40주기 기념 문학제
김수영의 기일인 오는 6월 16일 저녁 7시, 민음사에서 주최하고 대산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김수영 40주기 기념 문학제’가 열린다. 기념 시집의 필자들뿐 아니라 민음사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초대했다. 홍대 앞 복합 문화 공간 이리 카페에서 열리는 이번 문학제에서는,「사랑의 변주곡」, 「달나라의 장난」, 「구름의 파수병」 등 김수영의 대표작과 함께 기념 시집에 실린 참여 시인들의 신작 시까지, 김근, 이원, 문혜진, 신용목 등 여러 시인의 생생한 낭송으로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현대무용가 이용인이 「풀」을 무용으로 재해석하는 무대와, 시인 조연호의 시타르 연주도 준비되어 있다. 시인 김지녀가 사회를 맡는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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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엮음

서강대 철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벨기에 루뱅 대학 철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세계의 문학>과 <상상>의 봄호에 각각 시와 평론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저서로 「들뢰즈의 철학-사상과 그 원천」, 「차이와 타자-현대 철학과 비표상적 사유의 모험」, 시집으로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이 있으며, 「들뢰즈에 대한 오해들」, 「인터넷 시대의 소통과 책임성」등의 논문과 비평을 발표했다. 옮긴 책으로는 들뢰즈의 「칸트의 비판철학」등이 있다. 현재 서강대, 서울예대에 출강하고 있다.

"서동욱"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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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 엮음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사춘기』와 『이별의 능력』을 펴냈다. ‘노작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강남대 국문과 교수이다.

"김행숙"의 다른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