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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인선52]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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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세사르 바예호 | 옮김 김현균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9월 30일

ISBN: 978-89-374-7552-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260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0주년 기념) 52

분야 세계시인선 52


책소개

“바예호는 예술가로서 쓰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쓴다.” ―찰스 부코스키


목차

검은 전령 Los heraldos negros

 

날렵한 천장 PLAFONES ÁGILES

성스럽게 낙엽이 지다 Deshojación sagrada

영성체 Comunión

고뇌의 발작 Nervazón de angustia

차가운 뱃전 Bordas de hielo

성탄 전야 Nochebuena

불씨 Ascuas

희미한 빛 Medialuz

버드나무 Sauce

부재하는 사람 Ausente

타조 Avestruz

미루나무 아래서 Bajo los álamos

잠수부들 BUZOS

거미 La araña

바벨 Babel

순례 Romería

좁은 관람석 El palco estrecho

대지에서 DE LA TIERRA

…………?

시인이 연인에게 El poeta a su amada

여름 Verano

9월 Setiembre

앙금 Heces

불경한 여인 Impía

검은 잔 La copa negra

어긋난 시간 Deshora

프레스코화 Fresco

석고 Yeso

제국의 향수 NOSTALGIAS IMPERIALES

제국의 향수 Nostalgias imperiales

흑단 잎사귀 Hojas de ébano

세 편의 선주민 연작시 Terceto autóctono

길의 기도 Oración del camino

우아코 Huaco

5월 Mayo

마을 풍경 Aldeana

가 버린 시절 Idilio muerto

우렛소리 TRUENOS

그리스 막사에서 En las tiendas griegas

아가페 Ágape

거울의 목소리 La voz del espejo

백장미 Rosa blanca

대박 복권 La de a mil

일용할 양식 El pan nuestro

절대적인 존재 Absoluta

진흙 알몸 Desnudo en barro

투항 Capitulación

줄 Líneas

금지된 사랑 Amor prohibido

비참한 저녁 식사 La cena miserable

내 연인의 불가능한 영혼을 위하여 Para el alma imposible de mi amada

영원한 첫날밤 El tálamo eterno

돌들 Las piedras

레타블로 Retablo

이교도 여인 Pagana

영원한 주사위 Los dados eternos

지친 반지 Los anillos fatigados

성인 열전(단락) Santoral(Parágrafos)

비 Lluvia

사랑 Amor

하느님 Dios

하나됨 Unidad

노새꾼 Los arrieros

집의 노래 CANCIONES DE HOGAR

열병의 레이스 Encaje de fiebre

아득한 발소리 Los pasos lejanos

미겔 형에게 A mi hermano Miguel

1월의 노래 Enereida

첨언 Espergesia

 

주(註)

작가 연보

작품에 대하여: 세사르 바예호(호세 카를로스 마리아테기)

옮긴이의 글: 그의 시는 언제나 인간을 향한다


편집자 리뷰

●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언어를 새롭게 창조해 낸 서정시인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세사르 바예호의 대표 시집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가 ‘세계시인선’ 52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였던 바예호는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와 더불어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단을 대표한다. 바예호는 토착적 언어 사용으로 ‘선주민 정서(sentimiento indígena)’를 구현한 인종과 혈통의 시인이라고 평가받는다. 바예호의 시 근저에는 인디오의 어조가 있으며, 인디오 특유의 목가적이고 애니미즘적인 상징성들도 함께 비친다.

 

농부의 주먹은 비단결처럼 부드러워지고,

입술마다 십자 모양으로 윤곽이 그려진다.

축제일이다! 쟁기의 율동 날아오르고

워낭은 하나하나 청동의 합창 지휘자.

투박한 것은 날이 서고, 허리춤의 전대(纏帶)는 말을

한다……

인디오의 핏줄에서 반짝인다,

눈동자를 통해 태양의 향수(鄕愁)로

걸러지는 핏빛 야라비.

―「세 편의 선주민 연작시」,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

 

하지만 바예호의 시들은 결코 지역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바예호의 선주민 정서는 의도된 언어의 배치가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토착적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진정성 있는 라틴아메리카 어법을 구사한다. 바예호의 시에는 상징이나 전원적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디오 특유의 상징주의적 요소 외에도 표현주의,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이 풍부하게 구현된다. 바예호 시의 고유성은 시인이 자신의 서정을 그려냄에 있어 라틴아메리카 시 세계의 언어를 새로이 창조했다는 점에 있다.

 

● 개인의 고통에서 타인의 고통으로 확장되는 시적 보편성

 

바예호의 시들은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닮았다. 바예호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여러 차례 중단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했으며, 20대 후반에는 정치적 소요에 휘말려 투옥되었고, 석방된 후에는 평생을 파리에서 궁핍하게 살았다.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는 바예호의 첫 시집으로 삶의 고통과 좌절, 실존의 그늘을 토로한다. 이렇듯 굴곡진 삶은 그의 시에도 반영되어 작품 전반에 우울하고 어두운 정서가 깔려 있다.

 

사노라면 겪는 고통, 너무나 지독한…… 모르겠어!

신의 증오 같은 고통. 그 앞에선 가슴 아린

지난날이 밀물이 되어 온통

영혼에 고이는 듯…… 모르겠어!

―「검은 전령」,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

 

평생 가난과 고통 속에 살았던 시인은 “사노라면 겪는 고통, 너무나 지독한…… 모르겠어!”라며 삶에 대한 좌절감과 염세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시인은 나르시시즘적인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에 비추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타인의 고단한 삶에 대한 책임감을 고백하기도 한다.

 

내 몸의 뼈는 죄다 타인의 것.

아마도 내가 훔쳤겠지!

어쩌면 다른 사람 몫을

가로챘는지도 몰라.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다른 가난한 이가 이 커피를 마시련만!

난 몹쓸 도둑…… 어찌할 거나!

―「일용할 양식」,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

 

시인의 사랑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넘어 신성(神性)에까지 미친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바라보는 신 역시 창조주로서 탄식하며 마음 아파할 것을 짐작하여 시에 녹여냈다. 바예호는 사회의 부조리와 고통을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의 차원까지 확장한 시인이었다.

 

당신은, 얼마나 탄식하실지…… 빙빙 도는

그 거대한 가슴과 사랑에 빠지신 당신은……

하느님, 저를 당신께 봉헌합니다, 그토록 큰 사랑 주시니,

결코 미소 짓는 법 없으시니, 언제나

찢어질 듯 가슴 아프시리니.

―「하느님」,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

 

● 체 게바라의 배낭에서 나온 시집

 

체 게바라가 청춘기에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고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한 과정을 그린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에는 체 게바라가 사랑했던 시집이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세사르 바예호의 작품이다. 실제로도 1967년 볼리비아의 밀림에서 체포되었을 당시 그가 평소 메고 다니던 배낭 속에는 네루다, 바예호,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페 시 69편이 필사된 녹색 노트가 있었다고 한다.

바예호는 1936년 스페인내전 발발 당시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스페인 수호를 위해 힘쓰기도 했다. 그의 시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가능성을 잃지 않았다. 바예호의 시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위로와 용기를 준다. 그래서 바예호의 시는 혁명가가 힘의 논리에만 휘둘리지 않고 휴머니스트로서 남아 있도록 잡아 준다.

 

한 병사, 견장에 상처 입은

위대한 병사,

비장한 오후에 활기를 띠고,

웃음소리 사이로,

발아래에 흉측한 헝겊 같은

삶의 뇌를 내보인다.

 

우리는 함께 걸어간다, 꼭 붙어서,

불굴의 빛, 병자의 걸음걸이로,

우리는 함께 묘지의 겨자색

라일락 옆을 지난다.

―「순례」,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에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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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바예호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였다. 1892년 페루 북부에서 열한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10년 대학에 입학했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농장에서 일하며 불의에 대한 감수성을 갖게 되었다. 졸업 이후 교사로 일하며 시를 썼고, 1919년에 첫 시집 『검은 전령』을 출간했다. 정치적 소요 속에 방화범, 불순분자로 오인받아 1920년에 투옥되었다. 옥중에서 두 번째 시집 『트릴세』를 완성하여 1922년에 출간했다.

주변 문인들의 탄원으로 석방된 이후 프랑스 파리로 떠나 평생을 궁핍하게 살았다. 반파시스트 운동에 적극 가담하였으며, 1930년에는 소련 방문과 공산주의 신문에 글을 기고했다는 이유로 추방되어 스페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페인에서 사회 참여 행보를 이어 나간 바예호는 1932년에 프랑스 영주권을 취득하여 파리로 돌아갔다. 1936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스페인 수호를 위해 힘썼다. 건강이 악화되어 1938년 파리에서 사망했다. 전쟁의 비극을 담은 시집 『스페인이여,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다오』는 바예호 사망 이듬해인 1939년 1월 스페인 공화파 군인들에 의해 출간되었으며, 아내 조젯의 노력으로 유고 시집 『인간의 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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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균 옮김

서울대학교 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마드리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서문학과 교수이며,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세계를 바꾼 현대 작가들』 등을 썼다. 루벤 다리오 시선집 『봄에 부르는 가을 노래』, 파블로 네루다의 『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네루다 시선』, 네루다 평전 『빠블로 네루다』(공역), 로베르토 볼라뇨의 『낭만적인 개들』, 『부적』, 『안트베르펜』,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마리오 베네데티의 『휴전』,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시간의 목소리』 등 여러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시와 소설을 번역하였으며, 김수영 시선집을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Arranca esa foto y usala para limpiarte el culo』를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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