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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과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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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Ornament und Verbrechen

아돌프 로스 | 옮김 이미선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9월 13일

ISBN: 978-89-374-2979-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216쪽

가격: 11,800원

시리즈: 쏜살문고

분야 쏜살문고


책소개

19세기 장식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 시대를 알리는 건축을 정의한 현대 디자인의 고전


목차

남성 패션
신사모
풋웨어
여성 패션

짧은 머리
인테리어: 서곡
로툰데의 인테리어
앉는 가구
가구의 추방
자기 집
미하엘러플라츠에 세운 집에 대한 논평 두 편과 편지 한 통
거주 배우기
장식과 범죄
울크에게
장식과 교육
문화의 변질
포툠킨의 도시
건축
산에 집 짓는 사람을 위한 규칙
건축의 재료
피복의 원리
내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
가난한 부자에 관하여
손 떼!
요제프 호프만에 관하여
베토벤의 병든 귀
아르놀트 쇤베르크와 동시대인들
카를 크라우스
오스카 코코슈카
페터 알텐베르크와의 이별
작가 연보
작업 연보
옮긴이의 말


편집자 리뷰

1910년 오스트리아 빈에 양복점 건물이 하나 세워졌다. 이 건물에는 아무 장식이 없었다. 창문을 장식하는 돌림띠조차 없어, 사람들은 “눈썹 없는 집”이라고 불렀다. 눈에 거슬리는 이 건물을 보지 않으려고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양복점 쪽으로 난 궁전 창문을 죄다 막으라고 지시했다. 이렇듯 시끄러운 건축을 선보인 설계자는 아돌프 로스였다. “장식과 범죄”(1908)라는 유명한 문구도 그에게서 나왔다.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두 단어의 단순한 연결로, 이 오스트리아 건축가는 시대를 뒤흔들었다. 이 말 뒤에 숨은 뜻은 ‘(장식과 범죄)는 동일하다’는 거였고, 장식을 권력의 증명으로 삼아 온 황족과 귀족, 나아가 예술을 유미의 극단으로 끌어올린 유겐트슈틸과 아르누보 경향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19세기 유럽의 과잉된 장식의 시대를 지나 탈장식을 필두로 한 20세기 서구의 모더니즘 디자인을 통과하여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맥시멀리즘인지 미니멀리즘인지 혼미해진다. 다만 노동력과 비용, 자연을 남용하는 범죄를 스스로 범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일반이다. 가볍거나 무거운 우리의 각오 앞에 『장식과 범죄』는 마땅하나 고리타분할 틈 없는 과격한 길잡이로서 다시 한번 찾아왔다.

오토 바그너의 방은 아름답다.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졌음에도 아름답다. 이 건축가는 자기 자신을 위한 장식가였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이 방은 제대로 된 방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방은 다른 사람의 개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방은 불완전하고, 따라서 아름다움을 논할 수도 없다. 이것은 모순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이란 최고의 완벽함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비실용적인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는 아예 생각도 못 한다. 어떤 사물에 대해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려면, 우선 이 사물이 합목적성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그 전제다. 그저 실용적이기만 한 사물은 아직 아름답지 않다. 아름다움에는 더 많은 것이 속해 있다. 옛날 칭퀘첸토 사람들이 가장 적확하게 표현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어떤 사물이 너무나 완벽해서, 그것에 손해를 끼치지 않고는 어떤 것을 빼지도 더할 수도 없을 때 그 사물은 아름답다. 이는 최고로 완벽하며 완결된 조화다.

그러나 로스의 “장식과 범죄”는 일체의 디자인과 심미적 욕망을 거두라는 말이 아니다. 모두가 좋아할 법한 장식은 과하다. 실용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름다움은 우리 가족이 머물 만한 가족의 공간을, 내가 집중할 만한 나의 업무 공간을 스스로 꾸밀 때 스며 나온다. 공예가와 예술가, 생활자가 동일선상에 놓일 때 우리는 우리 환경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의도한 적 없고, 요구한 적 없는 장식에게서 쫓겨나는 대신, 우리의 절실한 필요로 꾸민 방에서 우리는 자리를 잡고 꿈꿀 수 있게 된다. 건축을, 거주를 내 생활에서 끌어내 보는 구체적인 사고만으로, 죄주지도 벌받지도 않는 심미적 삶이 가능해진다고 『장식과 범죄』는 말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것에 질렸다. 우리는 다시 우리 소유의 네 벽 안에서 주인이 되려 한다. 우리가 미적 감각이 없다고, 좋다, 그럼 우리는 그렇게 미적 감각 없이 집 안을 꾸 밀 것이다. 우리가 미적 감각이 있다면 더 좋다. 우리는 이제 더는 우리 방이 우리에게 폭군처럼 굴지 못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구입할 것이다, 모든 것을, 하나씩 하나씩 필요한 대로, 마음에 드는 대로.
우리 마음에 드는 대로! 그렇다, 그때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구석구석 뒤지며 찾았던 그 양식, 우리가 언제나 집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던 그 양식을 얻을 것이다. 똑같은 사자 머리에 좌우되지 않으며, 미적 감각에 따라, 내 입장에서 본다면 한 인간, 한 가족의 몰취미에 좌우되며, 그에 따라 형상화된 양식을 말이다. 똑같은 공통의 끈, 공간 속의 모든 가구를 서로 엮는 그 끈은 가구 소유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 소유자가 특히 색상 선택에 있어 뭔가 급격하게 앞서 간다고 해도, 여전히 나쁠 것은 없다. 가족과 함께 성장한 집은 뭔가를 견뎌 낼 수 있다. ‘우아한’ 방에는 그것에 속하지 않는 단 하나의 장식품만을 넣어도 방 전체가 망가진다. 그러나 가족의 공간에서 그 장식품은 곧바로 완벽하게 조화될 것이다. 그런 방은 바이 올린과 같지 않은가. 바이올린은 연주가 가능하고, 그런 방은 거주가 가능하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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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로스

1870년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브륀에서 조각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1880년부터 여러 김나지움을 전전하고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하지는 못했다. 1893년 그는 배표와 50달러만 든 채 미국으로 가서 접시닦이, 음악 평론, 가구 디자인과 건축 등 다양한 직업 경험을 쌓았다. 1896년, 빈으로 돌아와서는 저널리스트와 건축가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1899년의 카페무제움과 1908년의 아메리칸 바 실내 건축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카페무제움의 장식 없는 단순미는 ‘카페 니힐리즘’이라는 이름을 가져다주었다. 신문과 잡지에 빈 분리파와 유겐트스틸의 장식적인 경향에 반대하는 입장을 줄곧 밝힌 그의 가장 유명한 글이 「장식과 범죄」다. 230건 이상의 건축 프로젝트를 선보인 실천가였던 그는, 말년에는 질병으로 휠체어에 의지했다. 1933년 빈의 첸트랄프리트호프에 묻혔다. 묘비석 역시 그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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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옮김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독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막스플랑크 평전』, 『불순종의 아이들』, 『천사가 너무해』, 『누구나 아는 루터, 아무도 모르는 루터』, 『멜란히톤과 그의 시대』, 『수레바퀴 아래서』, 『소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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