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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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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정우성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7월 16일

ISBN: 978-89-374-1938-6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296쪽

가격: 15,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요가는 삶도 수련도 그렇게 무턱대고 하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권하는 목소리였다.”

 

아프지 않으면 쉬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극약 처방

요가와 더불어 시작된 아주 개인적인 평화와 행복

 

“무리해 왔고, 무리하고 있다.” 대책 없는 과로로 혹사당하던 몸이 어느 날부터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신호는 신호일 뿐. 피로에마저 중독된 몸이 신호를 무시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신호가 증상이 되고 증상이 병증이 되면 그제서야 무모하고 맹목적인 레이스를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몸은 폐허가 된 지 오래.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모두가 짐작하듯 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기 몸을 해하면서까지 열심히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요가는 물론 운동이지만 어째서인지 운동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조용하고 단호한 차단”이고 “선한 에너지”이며 “좋은 흐름”이자 “좋은 리듬”. 아프지 않으면 쉬지도 못하던 한 워커홀릭이 스스로에게 내린 극약 처방으로 시작된 요가이지만 요가는 알면 알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하나의 세계였다. “영원한 세계에만 기대할 수 있는 막연한 평화가” 그 안에 있었다. “극심한 긴장과 달콤한 이완 사이”를 즐기며 천천히 요가인이 되어 간 한 사람. 처음엔 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젠 “좋은 리듬으로 살고 싶어” 오늘도 요가하는 한 사람. 그 리듬을 나누고 싶어 수련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글이 모여 『단정한 실패』가 되었다.

오랜 시간 잡지사 기자로 일한 정우성은 급변하는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읽고 쓰고 말해 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무엇보다 일을 즐겼다. 그리고 이젠 잡지를 만들던 근육으로 리뷰 콘텐츠 플랫폼에서 ‘취향 공동체’를 제안하며 이끌고 있다.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갈 때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회오리를 잡아 준 것도 요가였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날은 도망치듯 요가원으로 달렸”던 그에게 요가는 이제 탈출구를 넘어 삶의 태도가 되었다. 요즘 그는 “제대로 살고 싶어서, 한 시간 전보다 행복하고 싶어서” 매트 위에 오른다. 매트 위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아주 개인적인 평화와 행복이다.


목차

1부: “요가원에 남자가 가도 괜찮아?” 9

권투 말고, 혹시 요가는 어때요? 11

매일매일 무섭고 아파 20

이효리가 하는 그거, 너도 할 줄 알아? 29

요가를 안 하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38

도망치는 분노, 원래의 내 마음 47

ASANA 1 아도무카스바나사나, 견상자세 56

 

2부: 내 몸이 자아를 갖기 시작했다. 67

매일 요가할 수는 없었지만 69

혼자 수련할 수 있다는 말의 진짜 의미 76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에 대하여 85

요가를 일상에 적용하는 법 93

ASANA 2 우르드바다누라사나, 역활자세 104

 

3부: 우리끼리의 단정한 성취 117

요가를 못 하게 된 몸 119

연말의 108배 129

발리에서 생긴 일 140

비카사에서의 겨울방학 150

서울, 나의 요가원 160

ASANA 3 수리야나마스카라 A, 태양경배자세 169

 

4부: 아주 개인적인 평화의 시작 179

나 지금 울어? 왜 울어? 181

나 이제 고기 못 먹어? 192

요가원에는 몸이 있다. 201

선생님, 저도 요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요? 211

ASANA 4 발라아사나, 아기자세 220

 

5부: 비로소 하루가, 어쩌면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231

다시 찾은 아침 233

우성씨, 이제 ‘후진 몸’이라는 말 다시는 하지 마세요 242

‘아힘사’라는 이상한 말 253

뱃살이 나를 눌러 죽일 것 같은 느낌 모르지? 261

요가와 퇴사의 상관관계 270

ASANA 5 사바아사나, 송장자세 278

 

에필로그 혹시 오늘부터 새로운 챕터일까 289


편집자 리뷰

■눈으로 하는 요가

요가는 결코 정적인 운동이 아니지만 요가를 떠올리면 뜨겁고 고요한 이미지부터 생각난다. 그 분위기의 절반은 요가의 언어에서 비롯된다. 요가는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선생님의 ‘말’과 수련생들의 ‘호흡’이 함께하며 만들어 내는 “깨끗한 에너지”는 요가 수련의 백미다. 작가의 단정한 문장이 요가의 언어들과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눈으로 요가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요가 스튜디오에서나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책의 곳곳에 가득하다. 특히 각 장 마지막에는 요가의 주요 자세와 동작에 대한 설명이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요가원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머리로 하는 요가

요가 책이라면 그야말로 수많은 책이 있다. 누군가가 하늘 아래 새로운 요가 책은 없다고 말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책은 있다. 『단정한 실패』는 초보 요기가 지도자 과정을 수련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한 책인 만큼 요가의 면모들을 다채롭게 보여 준다. 그중에서도 지도자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요가적 생각’은 이 책을 다른 모든 요가 책들과 구분되는 단 한권의 요가책으로 만들어 준다. 요가가 운동이라면 거기엔 정신의 운동이 포함될 것이다. 어쩌면 정신의 운동이야말로 요가의 본질일 수도 있겠다. 요가는 무엇보다 “조용하고 단호한 차단”이기 때문이다.

 

■ 나만의 호흡법을 찾아

그렇다고 해서 요가가 삶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일 리는 없다. 생활인으로서의 저자가 매일같이 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매일같이 수련한다 해도 어떤 날의 요가는 다른 날의 요가보다 어렵고 힘들다. 아주 잠깐 쉬었을 뿐인데 제자리로 돌아가 있는 몸을 보면 대상 모를 원망이 솟구치기도 하고.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호흡하는 법을 알려주는 요가는 실패를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적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준다. 요가를 통해 우리는 “실낱같은 명료함”을 체험할 수 있고 “몸과 마음이 한 시간 전보다 조금은 맑아졌다는, 아주 사소하고 귀한 사실”도 마주할 수 있다.

누구나 숨 쉴 수 있지만 모두가 자기만의 호흡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요가는 무턱대고 무리하지 않도록, 생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권하는 목소리다. 우리는 매일매일 실패하지만 요가는 실패 앞에서도 숨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손길이다. 그것이 단정한 실패의 의미일 것이고, 우리에게 자기만의 호흡법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 본문에서

 

“그저 일상이, 인생이 내 상투를 쥐고 흔드는 것 같았다. 끌려가면서도 그런 줄 몰랐다. 그게 행복이라고 믿으면서 기꺼이 갔으니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일도 아니었다. 자잘하고 불길한 징후 같은 건 무시하고 걸었다. 끄떡없을 것 같아서였다. 불안이 나를 잘근잘근 씹어 삼키려는 즈음, 나는 심지어 오만했다.” (22쪽)

 

“혼자가 된 감정은 다시 자유를 찾는다. 자유를 찾은 감정은 마침내 내 것이 된다. 좋은 흐름이었다.” (54쪽)

 

“과로는, 어쩌면 이런 시대를 혼자서 생존해야 하는 사람의 아주 기본적인 생활 패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로에도 리듬은 필요하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일주일에 세 시간 정도의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는 만큼. 몸의 피로가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는 기준이 나한테는 있었다. 수년간의 대책 없는 과로를 통해 그걸 깨달았다.” (95쪽)

 

“하고 싶은 일 중에도 나를 해하는 일이 있었다. 해야 하는 일들이 나를 위한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채 닥치는 대로 바쁘게만 살았다. 멈추는 방법도 몰랐고 나를 아끼는 방법도 몰랐다. 요가는 삶도 수련도 그렇게 무턱대고 하면 안 된다고 지속적으로 권하는 목소리였다.” (98~99쪽)

 

“일과 건강 사이, 요즘은 무조건 건강을 선택한다. 일과 가족, 일과 사랑, 일과 관계 사이에서도 후자를 선택한다. 일은 아무리 많아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만 다른 모든 것들은 그때가 아니면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도리 없이 잃기 때문이다. 한번 잃은 것들은 웬만해선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3쪽)

 

“열심히 하는 것만이 나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잡지사 마감은 아주 가벼웠다. 야근은 즐기면서 했다. 그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남들이 보면 어떻게 그렇게 사느냐 싶은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이 그랬다. 전날 새벽에 퇴근했다가 오전에 출근해 종일 일했다. 무리해 왔고, 무리하고 있다.” (187쪽)

 

“조바심의 진짜 얼굴은 사실 두려움이었다. 나는 이제 쉬어야 할 때 쉴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그것도 수련의 일부일까?” (190쪽)

 

“나는 매트 위에서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뼈와 근육, 신경과 살이었다. 최대한 섬세해지고자, 할 수 있는 한 강해지고자, 내 몸을 수련의 대상으로 삼는 요가 수련생일 뿐이었다.”(207쪽)

 

“요가 스튜디오에서의 쾌락은 자유에 닿아 있었다. 폭력이 폭력인 줄도 모르고 익숙하게 굳어 있던 대상화의 세계로부터의 자유. 타인이 내 몸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그 무례하고 지긋지긋한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내가 내 몸을 그들의 기준에 맞춰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 익숙했던 그 모든 에고로부터의 자유. 내가 아닌 모든 것들과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그 무한하고 짜릿한 자유.”(208쪽)

 

“요가 수련 좀 한다고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나에 대한 사랑이 샘솟는 것도, 그 복잡한 자의식들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도, 나를 남과 비교하는 그 오래된 습관이 불현듯 증발해 버리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순간은 만나게 된다. 실낱 같은 명료함 정도는 체험할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이 한 시간 전보다 조금은 맑아졌다는, 아주 사소하고 귀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229쪽)

 

“일상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로 채우면서 그걸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관계와 스트레스가 엄연했는데 그게 나를 망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 맑고 깨끗한 상태를 지향하는 쾌락이 있다는 건 까맣게 잊은 채, 매캐하고 피곤한 상태의 즐거움에 익숙했던 밤들.”(257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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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2006년 《경향신문》 기자로 입사해 《레이디경향》에서 근무했다. 이후 《GQ》로 이직해 8년 동안 96권의 잡지를 만들었고 《에스콰이어》에서 19권의 잡지를 더 만들었다. 현재는 취향 공동체를 표방하는 리뷰 콘텐츠 플랫폼 ‘더파크’ 대표로 지내며 바쁘고도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