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 사전 1

원제 馬橋詞典

한소공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12월 24일 | ISBN 978-89-374-8171-0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336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혁명의 광기도 끝내 인간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중국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한소공이 전하는 인간 본연의 정신세계

위화와 함께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소공의 장편 소설 『마교 사전』이 (주)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한소공이 1968년 문화대혁명 시기 호남성 멱라현이라는 산골 마을에 하방되어 강제 노동에 종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로, 마교라는 가공의 마을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를 통해 언어와 권력의 관계, 그리고 언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인간 본연의 정신세계를 파고든다.
《아주주간》이 선정한 ‘중국 20세기 소설 100선’에 올랐으며, 1996년 미국에 번역 소개되어 《뉴욕 타임스》 등 유수 언론에 의해 극찬을 받았다.

편집자 리뷰

지식 청년 한소공은 마교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를 통해 그곳의 생활상을 이해해 나가면서, 그들이 삶과 죽음, 길흉화복에 대해 독특한 이해 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마교란 지역이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러 있으면서 독자적인 언어 환경에 지배를 받았기 때문인데, 그런 까닭에 마교의 언어는 표준어로서의 중국어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언어와도 다르게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언어 규칙이나 가치 체계를 따른다. 작가는 ‘사전’이라는 형식을 빌려 마교에서 쓰는 115개 단어에 해설을 붙이고 그 속에 이야기들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소설을 구성해 나간다.

그 대표적인 방식이 반의어 뒤집기이다. 
마교 사람들에게 ‘깨다(醒)’라는 말은 바보 같은 행동을 표현할 때 쓰인다. 그들에게 ‘깨다(醒)’는 어리석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깬 사람(醒子)’은 얼간이를 가리킨다.
「깨다(醒)」 편에서 작가는 혼탁한 세상에 스스로 깨어 있다고 자부했던 굴원(屈原)의 이야기를 통해 ‘깨다’가 ‘어리석다’란 뜻으로 뒤바뀌게 된 내력을 추리해 나간다. 여기서 ‘사전’이라는 형식이 빛을 발한다.
굴원은 「어부(漁夫)」에서 “세상 모든 것이 탁한데 나만 홀로 맑고, 사람들 모두가 취했거늘 나만 홀로 깨어 있네.(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라고 말했다. 이는 ‘깨다(醒)’라는 글자에 더욱 빛나는 광채를 더해 주는 명구이다. 그러나 귀양살이를 하던 굴원은 초나라에 의해 쫓겨난 나 땅 유민들의 구조를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하다 결국 마교 부근 멱라강 하류에 몸을 던지고 만다. 기록에 따르면 굴원이 나 땅에 있었을 당시 머리는 산발하고 맨발에 풀과 꽃잎을 어깨에 걸치고 이슬과 국화꽃을 먹으며, 비와 바람을 부르고 해와 달과 이야기를 나누며, 벌레나 새들과 함께 잠들었다고 하니 분명 실성한 상태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그는 분명 홀로 ‘깨어(醒)’ 있었다. 그렇지만 또한 마교 사람들 눈에 굴원은 분명 ‘어리석은’ 상태가 아닐 수 없었다.

표의문자라는 중국어의 특성상 중국어에서 표준어와 사투리의 차이는, 같은 글자의 의미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형성된 문화 심리는 그들의 삶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조정하거나 예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내멀미(暈街)’라는 말은 마교 사람들이 시내에만 나가면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식욕이 떨어지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이 ‘시내멀미’라는 말 때문에 마교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물론 버스나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에도 까닭 없이 경계심을 품는다.
또한 말은 삶을 예언하기도 한다. 마교 말 가운데 ‘불화기(不和氣)’는 남달리 빼어나고 아름다운 것을 의미한다. 그 속에는 좋은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좋은 물건은 언제나 분열과 불화를 불러온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마교 사람들은 ‘불화기’란 말로 마을 서기 본의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철향(鐵香)을 표현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결국 마을에서 제일 형편없는 백수건달인 ‘귀셋이’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하고 만다. 
『마교 사전』은 이처럼 삶과 죽음, 지혜와 어리석음, 문명과 자연의 의미 체계를 뒤집음으로써 한자라는 언어 체계 내부에 교란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한자는 의미가 더욱 풍부해지는 한편으로 ‘문화대혁명’으로 대표되는 정치 변동이나 ‘버스’와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도시 문명의 침입에도 흔들림 없이 도도히 흘러 내려온 인간 본연의 의식 세계를 탐구하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언어와 관련된 두 번째 주제는 담론의 권력에 관한 것이다.
이른바 담론의 권력이란 담론에 담론의 주체가 지니고 있는 신분, 지위, 권력, 명성이 투사되어 어의(語義) 이외에 강력한 힘을 부가한다는 말이다. 마교 사람들은 이를 ‘말발(話뷘)’이라고 한다. 사실 언어 권력은 마교만의 독특한 풍습은 결코 아니다. 푸코가 언어는 곧 권력이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입증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언어가 곧 권력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어떤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을 서기인 본의는 아무 회의에나 끼어들어 쓸데없는 참견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끌기 일쑤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말발’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경험담을 떠들며 삼팔선에서 본 미제 탱크를 트랙터라고 불러도 아무도 수정하려 들지 않는다.
담론의 권력은 이에서 멈추지 않는다. 마교가 점차 세상을 향해 개방되면서, 새롭게 수입되는 언어가 점차 많아지게 된다. 특히 정치 권력에 의해 남용되는 여러 가지 언사들은 그들의 삶에 그대로 이식되지만, 그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규정 짓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입에서 발출될 따름이다.
밤마다 모여 지도자의 사진을 향해 차려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간부의 명령에 따라 큰 소리로 모 주석의 어록 대여섯 줄을 암송하지만, 그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는 관심도 없다. 모 주석의 어록이라는 것이 출처도 불분명하고 때로는 간부의 편리를 위해 문구가 조작되기도 하지만 그저 기계적으로 암송할 뿐이다. (“모 주석이 말씀하시길 올해 동백나무가 잘 자랐대요.”, “모 주석이 말씀하시길 지주는 성실하지 않으니 목을 매달아야 한대요.”, “모 주석이 말씀하시길 조청은 가족계획을 하지 않아 아이를 낳을 때 숫자만 강조할 뿐 질에 신경을 쓰지 않는대요.”)
이렇듯 작가는 『마교 사전』을 통해 언어가 일정한 시공간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문화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지, 그리하여 어떻게 그들의 삶을 정의하고, 규정 지으며 예언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 심리 속에서 언어의 권력이 어떤 형태로 횡행하며, 결국에 자신들조차 소외시키고 있는지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어쩌면 이는 마교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에 그치지 않고 현대 중국의 모습이자 또한 방송과 미디어가 만들어 낸 허상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할 것이다.

목차

<1권>
강 9
나강 11
만자와 나가만 16
삼짇날 21
마교궁 23
사촌 29
달다 35
요오드화칼륨 41
촌티 43
한솥밥을 먹다 53
신랑 집에 새 솥을 얹다 55
작은 형 58
신선부와 놈팡이 61
과학 74
깨다 80
깨닫다 86
노래를 발하다 88
숫처녀와 잠자다 94
노래 잘하는 사내, 각각로 96
이각낭 108
용 112
(계속해서) 용 118
단풍 귀신 120
긍 129
귀생 132
천하다 140
몽파 143
희학질할 요 150
하 그리고 천산경 154
남자 밭과 여자 논 158
월구  161
9포대 163
흩어져 버리다 176
유서 179
마파자 그리고 1948년 181
제단을 만들어 놓고 독경하다) 191
타기발 195
(계속해서) 마파자 199
형계 참외 207
(계속해서) 1948년 210
군인 머리 모기 218
공가 220
대만 배미 224
장 234
반동분자 236
원두 247
홍낭자 254
가까이 있는 그 사람, 거 257
도학 265
누렁이 266
시내멀미 269
안차 278
이변 280
말발 283
만천홍 294
격 298
살 305
시맹자 313
보기 315
(계속해서) 보기 321
쌍사곤수구 326
홍 영감 331
 
 
<2권>
삼모 345
괘란 354
청명절의 비 356
불화기 358
신 361
(계속해서) 불화기 370
배정 385
근 388
수레를 만들다 391
하와취파 399
마동의 402
전생의 인연을 알아보다 407
화염 414
홍화 영감 419
어르신) 426
밥을 먹다) : 봄날의 용법 432
모범 : 맑은 날의 용법 437
심오한 이야기를 하다) 439
현 451
취살과 번각판 454
결초고 461
문서 468
흑상공 471
(계속해서) 흑상공 473
마주 486
3초 488
와위 490
단장초를 보내다  498
진파료 502
머리가 깨진다 517
연상 519
주아토) 522
파원 525
표혼 527
게으름 피우다 535
황모 장기) 537
압자 539
나태하다 : 남자들의 용법 544
포피 552
민주 감방 : 죄수들의 용법 556
천안문 563
한 569
괴기 572
방전생 583
치자화, 말리화 586
휴원 590
개안 603
기시 607
은 609
격과형제 617
귀원과 귀완 624
백화 627
관로 635

옮긴이의 말 637

작가 소개

한소공

  1953년 호남 장사(長沙) 출신으로 1968년 초급 중학교를 졸업한 후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농촌으로 ‘삽대(揷隊, 문화 대혁명 기간 중에 인민 공사(人民公社)의 생산대(生産隊)에 들어가 노동에 종사하거나 혹은 그곳에 정착해서 사는 것)’하였고, 문혁 후기에 호남성 멱라현(汨羅縣) 문화관에서 일했으며, 1982년 호남 사범대학 중문과에 들어가 본격적인 문학 수업을 받았다. 첫 번째 소설집인 『월란(月蘭)』을 시작으로 전국 우수 단편 소설상을 수상한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다(飛過藍天)」 등을 발표하였으며, 1985년 「문학의 뿌리(文學的根)」(《作家》 1985년 4기)를 통해 이른바 심근문학(尋根文學)을 주장하는 한편 자신의 주장에 근거한 실천 작업으로  「아부지, 아부지, 아부지」, 「여자, 여자, 여자(女女女)」, 「귀거래(歸去來)」 등 중단편을 발표하였다. 1988년 해남도로 내려가 《해남기실(海南紀實)》, 《천애(天涯)》 등 문학지를 주관한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전후로 『유혹(誘惑)』(1986년), 『빈 성(空城)』(1988년), 『모살(謀殺)』(1989년) 등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7년)을 번역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와 「성전과 유희(聖戰與遊戱)」, 「성이상적미실(性而上的迷失)」 등의 산문을 통해 소비 시대의 여러 문화 현상에 대한 비판을 주도하는 문화 비평가로 활동하였다. 1996년 ‘심근문학’과 제3세계 문학의 영향하에서 자신의 창작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의 결과물로 장편 소설 『마교 사전(馬橋詞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2008년 현재 호남성 문협 주석 등으로 적극적인 문단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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