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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거울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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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여자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집 그 살아가는 자리가 만들어 내는 흔들거림

안미선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6월 10일

ISBN: 978-89-374-7209-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0 · 288쪽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정치/사회/경제, 한국 문학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21년 6월 23일 | 최종 업데이트 2021년 6월 23일 | ISBN 978-89-374-7210-7 | 가격 10,500원


책소개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장영은, 『여성 정치를 하다』 저자


목차

들어가며

1. 다시 만난 빛들
오래된 집의 그림자 | 골목에서 마주친 새 | 물에 띄운 사진 | 나무가 끊긴 자리

2. 거울이 된 방들
집 안에 날아든 새 | 벽에서 나온 얼굴 | 내가 보고 싶은 날 | 지난 빨래의 끝에서

3. 남아 있는 그림자들
빗방울의 여행 | 거미와 잎사귀 | 장독대에 비친 둥근 | 내 머릿속의 시계

4. 빛이 머무는 집
우연한 손자국 | 튀어나온 주먹 | 자전거를 처음 본 날 | 담쟁이가 해낸 일

5. 돌아온 아이
해 질 녘, 운동장에 들어선 | 금이 간 오월 | 저녁의 맨발 | 마지막 방과 푸른 계단

6. 그림자가 부른 세상
둥근 하늘 아래 풀 하나 | 어떤 갠 날 | 억새를 만나다 | 하늘이 덮다

7. 부서진 집을 떠나는 그림자
눈짓으로 하는 인사 | 다락에 걸린 얼굴 | 그림자에 닿다 | 행진의 시작


편집자 리뷰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기록해 온 작가 안미선의 에세이 『집이 거울이 될 때』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공간과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시간이 주어졌다. 집은 가장 내밀한 공간이다. 집을 생각하는 것은 곧 그 안에 담긴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일이기도 하다. 벽에 기대어 집을 생각할 때, 집이 도리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 순간이 책의 제목인 ‘집이 거울이 될 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 말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집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들은 그 집들과 지붕을 맞대고 있는 한 집에서 먼저 새어 나온 작은 이야기다. ―「들어가며」 중에서

 

“안전한 집에 머물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 안에 틀어박히자
벽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목소리,
날 서고 아프고 뜨거운 기억들

집은 ‘안전한 공간’이다. 사람들은 안전한 집에 머물기를 요청받았고, 혹은 강제받았다. 저자 역시 팬데믹을 계기로 집에 머물면서 사진과 글로 집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르포와 인터뷰집 등의 저작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스스로의 내밀한 목소리가 점차 들려왔다.
집에는 지난 시간을 함께 지내 온 가족들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저자가 가족을 바라보는 감정은 복잡 미묘하다. 저자에게 어머니는 지금의 나를 인정하지 않고 듣기에 괴로운 소리를 전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설움을 물려주지 않으려 분투한 사람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억압하고, 집에서 군림하던 가부장으로서 집을 지탱하기 위해 홀로 외로이 싸운 사람이었다.
이렇게 집 안에서 벽에 기대어 생각하는 시간은 그동안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가족들의 그늘을 조명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끌어안는 시간이 된다.

두꺼운 뚜껑을 스르륵 열고 닫을 때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기대를 했고, 어떤 근심에 잠겼고, 무슨 한숨을 쉬었을까. 딸들이 자신은 거들떠보지 않고 세상의 말, 남자들의 말을 부지런히 익히느라 바쁜 사이, 그 몸이 상할까 애달파하며 먹을 것을 꺼내려 장독대로 달려왔다. ―「장독대에 비친 둥근」 중에서
아버지가 심고 싶었던 건 나무가 아니라 자신이었는지 모른다. 발을 디뎌도 되는 자신의 땅에 발목을 넣어 꾹꾹 묻고 물을 주면서 새로운 뿌리를 내리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이 위험하고도 허허로운 세상에 새로 잘 안착할 수 있기를 꿈꾸었는지 모른다. ―「거미와 잎사귀」 중에서

저자는 철거가 예정된 고향 집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유년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정리하고, 가족의 역사를 재정립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두운 기억 속에 있던 나 자신과의 화해에 이른다. 학창 시절 깊은 우울에 시달리며 외톨이처럼 세상과의 단절을 겪고 있던 스스로를 해방시킨 것이다. 많은 관계의 단절을 가져온 팬데믹 상황이 역설적으로 가장 소중한 관계들을 회복하는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태어난 지 오래 되지 않은 아이. 세상과 앞날이 아름다울 거라고 순진하게 막연히 믿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는데 가슴이 메어 오며 눈물이 갑자기 흘러내렸다. 잊고 있던 얼굴이다. 그 얼굴을 잊고 혼자 세상에 실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으며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자 그 얼굴에 사과하고 싶었다. 때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그 믿음을 저버릴 뻔한 순간들에 대해, 세상은 살 만한 거라고 믿고 있는 얼굴 앞에서. ―「물에 띄운 사진」 중에서

 

“집은 사람들의 진심과 비밀들로 젖은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집들이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하나하나 되돌려 준 그림자들

집은 여성에게 가장 무거운 짐을 지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팬데믹은 사람들을 ‘안전한 집’으로 밀어 넣었고, ‘집을 지키는 엄마’의 역할이 여성에게 더해졌다. 저자의 시선은 집을 ‘안전한 집’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로 향한다.

돈도 벌고, 꿈도 이루어야 하고, 엄마도 되어야 하는 나의 생활은 이런 식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을 쓸지 밥을 할지 고민한다. …… 요즘처럼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집에 내내 있는 때에는 세 끼 식사를 척척 차려 내며, 설거지에 빨래까지 하면서, 아이에게 집안일을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장을 보면서, 책상에 앉아 있을 자투리 몇 시간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집 안에 날아든 새」 중에서

‘엄마’에게 집은 일터이자 싸움터이다. 집안일에 휩쓸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틈조차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바깥과 달리 집 안의 ‘엄마에게는 도통 거리를 둘 생각을 않고 더욱 밀착해 오는 가족의 틈바구니’에서 시달린다. 그러면서 장독대 앞에서 한숨을 쉬었을 어머니, 학창 시절에 옥상으로 내몰린 나를 붙잡고 내려와 준 친구의 두툼한 손, 끈질기게 응원하며 자전거 타기의 행복을 알려 주고도 ‘혼자 다 해냈다’고 응원해 준 아이 친구의 엄마를 떠올린다.
지난날을 정리하는 일은 앞으로 나아갈 힘을 마련해 준다. 유년 시절의 그림자를 해방시키면서, 답답한 현실에 주먹을 내지르면서, 그럼에도 집을 지탱해 온 사람들과 악수하면서, 결국 ‘행진’을 시작한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 안미선의 행진은 함께 오늘을 걸어가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응원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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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선

내가 살던 집들을 떠올리고 찾아 나서며 오래된 한옥과 마당 깊은 양옥, 숨 가빴던 아파트와 담담한 빌라들을 만났다. 집에 비친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이야기로 쓰면서 이번에는 나를 똑바로 마주해 보았다. 숨어 있던 이 세상 집들의 두런거림과 그 목격담이 더 많아지면 우리가 더 빛날 것 같다.
작가로서 여성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기록해 왔다. 저서로 『당신의 말을 내가 들었다』, 『여성, 목소리들』, 『언니 같이 가자!』, 『똑똑똑, 아기와 엄마는 잘 있나요?』, 『모퉁이 책 읽기』, 『내 날개 옷은 어디 갔지?』, 공저로 『엄마의 탄생』,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기록되지 않은 노동』, 『마지막 공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