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

원제 Possessions

쥘리아 크리스테바 | 옮김 김인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1월 1일 | ISBN 89-374-0323-4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16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이 소설에서 저자는 감추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마치 활화산처럼 분출하기를 기다리는 인간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다. 또한 상처받은 인간에서 출발하는 크리스테바의 글쓰기는 일종의 ‘부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마치 정신분석의가 환자의 감춰진 기억들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묻혀 있던 우리의 기억들을 치밀하게 끌어내고 있다. 구조주의 기수였던 바르트를 해체주의로 이끌 만큼이나 지적인 크리스테바의 박식함, 다방면에 걸쳐 있는 관심과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치밀한 심리 묘사들은 크리스테바에 매료돼 있는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하면서도 심도 있는 읽을 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편집자 리뷰

마치 면도날과도 같은 심연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소설.
                                                             ―《마가진 리테레르》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정열적이고, 자유로우면서도 일관성을 잃지 않는 소설
                                                              ―《뉴욕 타임즈》

마치 면도날과도 같은 심연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소설.
 
                                                             ―《마가진 리테레르》
 
감상적이지 않으면서도 정열적이고, 자유로우면서도 일관성을 잃지 않는 소설
 
                                                              ―《뉴욕 타임즈》
 
 
 
 
정신분석학자이자 기호학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크리스테바의 소설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Possessions)』가 민음사에서 번역돼 나왔다. 원제 ‘포세시옹(Possessions)’은 ‘소유’를 뜻하기도 하고 ‘초자연적인 힘의 지배를 받는 상태’란 의미에서 ‘마귀들림’, ‘마음속의 악마’라는 뜻을 지니기도 한다. 역자 김인환 교수는 이러한 의미들을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소유라는 악마’로 번역하였다.
 
 
크리스테바의 최신작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는 추리 소설이자 성찰 소설이며, 뛰어난 심리 소설이다. 구조주의의 기수였던 바르트를 해체주의로 이끌 만큼이나 지적인 크리스테의 박식함, 다방면에 걸쳐 있는 관심과 자유로운 상상력, 심리 묘사 들은, 이미 『사랑의 역사』 같은 저서를 통해 크리스테바에 매료돼 있는 많은 독자들에게 좋은 읽을 거리가 될 것이다.
 
 
 
1. 크리스테바의 첫 번째 추리 소설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는 1996년에 발표된 크리스테바의 세번째 소설로, 이전에 발표됐던 두 작품(『무사들(Samourais)』(1990), 『노인과 늑대들(Le vieil homme et les loups)』(1991)})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저자의 자전적 요소들을 벗어난 첫 소설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자신의 이이기를 벗어나, 크리스테바가 택한 방식은 추리 소설이다. 움베르토 에코와의 만남을 통해, 작가는 추리 소설이 다가올 세기의 형식이며, 앞으로도 이 형식의 소설을 계속 쓰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로 씌어진 추리 소설이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다.
이 소설은 전형적인 추리 소설 기법을 택하고 있다. 살인 사건, 그것을 해결하려는 형사와 탐정의 등장, 범행에 숨겨진 수수께끼 등 이 소설 속엔 추리 소설의 모든 것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소설이 단순한 추리 소설과 구별되는 것은, 작품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 날카로운 예술적 성찰과 심리 분석 때문이다. 특히 정신분석의로서 쌓아온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이 작품을 ‘상처받은 여성들’에 대한 심리 소설로 만들어 내고 있다.
 
 
 
2. 여성의 상처와 母性
이 소설의 주제는 ‘상처’다. 여성들의 상처, 특히 어머니가 되는 것의 어려움 같은 것들이 이 소설의 커다란 주제가 되고 있다. 크리스테바는 이 책을 펴낸 후《Magazine Littere》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토로한 바 있다.
 
“‘포세시옹(Posession)’이란 상처 입은 자의 감정을 말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고통의 상태>라는 것이 제 관심의 초점이 되었습니다…….특히 여성들의 고통, 어머니로서의 고통에 집중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되는 것의 어려움.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는 것들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머니가 됨으로써 한 여성이 바쳐야 하는 헌신은 과연 희생일까 아니면 구원일까? 크리스테바는 같은 인터뷰에서, ‘모성이란 남녀 간의 에로틱한 감정을 뛰어넘는 것이며, 그것을 순화하고 정련하는 어떤 숭고한 감정’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소설에서 살인 사건의 피해자, 즉 목이 잘린 채 살해된 ‘글로리아’는 이러한 ‘모성’을 대변하고 있다.
글로리아는 재능 있고 아름다운 여자지만, 결혼 생활의 실패로 불행에 빠진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 ‘제리’를 통해 구원을 얻으며, 아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신이 빠진 불행을 상쇄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성이 우울증이나 광기에 빠져들 때, 그것은 ‘악령화(Posessed)’되고 만다. 이 소설에서 그처럼 우울증과 광기에 빠져 악령화되어 버린 모성을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폴린 가도’이다.
폴린 가도는 원래 평범한 의학도였지만, 사랑하는 동생을 사고로 잃은 후 정신적인 상처를 받게 된다.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된 이 상처는 그녀를 광기에 빠져들게 하고, 폴린 가도는 자신의 상처를 글로리아의 아들 제리를 소유함으로써 치유하려 한다. 이 소유욕은 결국 폴린 가도가 글로리아의 목을 자르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4. 사회 전체로 확산된 살육
로리아와 폴린 가도가 모성과 악령화된 모성을 상징하고 있다면, 이 살인 사건을 취재하는 스테파니 들라쿠르는 여성이 지닐 수 있는 또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스테파니는 독자들을 ‘산타 바바라’라는 세계로 인도하는 열쇠를 준 인물이다. 마피아, 범죄적 음모, 예술작품의 매매, 폭력적 세계 등 산타 바바라에 감춰진 이면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스테파니의 여성적 감각이다. 그녀의 감각을 통해, 글로리아의 살해가 단순한 치정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가 아니라 수많은 ‘잠재적인 법’>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결국 들라쿠르는 ‘현대 사회’의 본질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이미지화되어 있고, 더 이상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힘들어진 사회를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4. 잔인성과 익명성
이 소설의 특징은 잔인성과 익명성이다. 특히 목 잘린 여자를 묘사하는 첫 부분은 충격적일 정도로 잔인한데, 크리스테바는 이 잔인성을 예술적인 것을 통해 중화시키고 있다. 작품 중간에 끼어드는 작중 화자 ‘들라쿠르’의 예술적인 상념들, 즉 성 마르코 성당의 모자이크, 티에폴로와 카라바지오의 그림, 로댕의 조각 같은 것들은, 이야기가 센세이tus한 천박성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화자가 잔인한 죽음 앞에서 잃게 될지 모르는 ‘침착성과 상실’을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작품에서 잔인성은 예술을 통해 인간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소급되고 있다.
또한 용의자로 지목되는 연쇄살인범들은 모두 익명성을 띄고 있다. 그들은 제이슨 X, 혹은 타이슨 Y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는 범죄의 진정한 범인을 익명이게끔 하는 현대 사회에서 폭력에 익숙해지는 개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익명의 연쇄살인범의 이미지는 바로 주체자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줄거리 요약>
 
1부―잘려진 목
가상의 도시 산타 바바라. 어느 날 한 여자가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된다. 피살자는 글로리아 해리슨이라는 미모의 여인으로, 많은 유산을 상속받은 총망받는 번역가였다. 그녀에겐 제리라고 불리는, 비록 언어 장애를 앓고 있지만 그녀가 헌신을 다해 보살피던 아들까지 있었다. 산타 바바라의 경찰 서장 노드롭 릴스키가 수사에 착수하고, 마침 파리에서 취재차 이곳에 와 있던 기자이자 사설 탐정이며, 살해된 글로리아의 친구이기도 한 스테파니 들라쿠르도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
 
 
2부―잠재적인 범죄
사건 전날 밤 글로리아의 파티에 모였던 용의자들에 대한 릴스키의 신문이 시작된다. 이 신문 과정을 통해, 글로리아의 주변 인물들이 모두 \’잠재적인 범죄\’에 연루되었음이 밝혀진다. 마약정제 회사와 연계하고 있던 사업가 알라르, 글로리아의 재산을 탐내 그녀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애인 마이클 피쉬, 마약 밀매 조직의 심부름꾼 브라이언 와트 등. 결국 용의자들이 마약과 밀수를 중심으로 산타 바바라의 거대한 부패고리와 맺고 있는 관계들이 밝혀지고, 수사는 종결되어 약물에 취해 있던 글로리아의 목을 졸라 살해한 범인은 마이클 피쉬, 그녀의 목을 자른 범인은 정신 병원을 탈출한 연쇄살인범이라는 결과가 발표된다.
 
 
3부―의도하지 않은 살인
들라쿠르는 사건이 종결된 후 파리로 돌아온다. 그녀는 산타 바바라의 거대한 부패고리와 살인 사건과의 관계에 대한 특종 기사로 성공을 거둔다. 그러던 중 들라쿠르는 우연히 오딜―글로리아의 친구―을 만나 폴린 가도―용의자중 한 사람, 글로리아의 아들 제리의 언어교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폴린 가도가 원래 의학도였으며, 자신이 사랑하던 남동생이 죽은 이후 잠적했다가 언어교정사가 되어 제리를 치료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들라쿠르는 다시 산타 바바라로 취재를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제리를 만나 사건이 있었던 날 폴린 가도가 글로리아의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들라쿠르는 \’상처받은 모성\’의 광기를 지닌 폴린 가도가 진정한 범인임을 짐작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마음에 묻은 채 다시 파리로 돌아온다.

작가 소개

쥘리아 크리스테바

1941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태어났다. 소피아 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헤겔과 마르크스의 철학, 사회학에 대한 기초를 다졌다. 1965년 프랑스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파리 대학교에서 유학하여 프랑스 현대 문학을 전공했다. 언어학자 벤베니스트,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 정신분석학자 라캉 밑에서 공부하였고 문학사회학자 골드만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1968년에 파리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 및 정신 분석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프랑스에 정착하여 언어학, 기호학,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인류학, 사회학, 철학 그리고 페미니즘 등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 비평 활동을 벌이고 있다. 《랭피니》지 편집위원, 《세미오티케》지의 부주간, 국제기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파리 제7대학 텍스트 자료학과 교수이자 종합병원의 정신분석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기호론』, 『시적 언어의 혁명』, 『공포의 힘』 등이 있으며, 소설로는 『사무라이』, 『늑대와 노인들』 등이 있다.

김인환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한국 불어불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문학 탐색』, 『프랑스 문학과 여성』(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온종일 숲 속에서』, 『복도에 앉은 남자』, 『연인』 등 뒤라스의 작품 외에 『언어, 그 미지의 것』(공역), 『사랑의 정신분석』,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 『시적 언어의 혁명』, 『검은 태양』을 비롯해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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