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

우광훈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5월 25일 | ISBN 89-374-0322-6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92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제23회 오늘의 수상작.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실험적인 소설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은 통속적인 사이버 소설의 난점들에서 벗어나 있다. 상상력이라는 총알을 쓰는 건맨과 그가 시대를 거슬러 찾아간 19세기의 서부는 상투적인 발상이 아니다. 군데군데 힘주어 얽은 듯 느껴지는 현대성에 대한 진술들은 거리의 사이버 문학이 받고 있는 싸구려 혐의를 벗기에 넉넉해 보인다. ―이문열(소설가/오늘의 작가상 심사평에서)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은 일종의 사이버 스페이스 소설이다. 23세기의 가상 공간 플리머스를 설정하고 그곳에서 문학과 예술의 위엄을 확인하는 데 이르는 상상력의 전이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에피그램식의 작가 서술들도 이야기와 어울려 그 나름의 필연성을 얻고 있다. ―강상희(문학평론가/오늘의 작가상 심사평에서)

편집자 리뷰

젊고 패기 있는 작가 탄생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작품집,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이 출간되었다. 수상 작가 우광훈 씨는 1969년 대구 출생으로, 19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로 등단했으며, 지금은 고향 대구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은 과거 체험을 가능케 하는 가상 공간 프로그램을 통해 23세기에서 19세기로 떠난 한 젊은이가 ‘상상력의 건맨’을 꿈꾸며 겪게 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
 
 
상상력의 건맨, 플리머스로 떠나다
서기 2237년, 크로켓은 스리세븐건맨이라는 회사가 제공하는 과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19세기 서부의 가상 공간 ‘플리머스’로 떠나게 된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크로켓은 ‘플리머스\’의 보안관 역할을 맡게 되는데, 그는 그곳에서 총만 쏘아대는 건맨이 아닌, \’상상력의 건맨\’이 되려고 한다. \’절제된 감정\’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소유한 건맨, 총알이 아닌 \’의식의 정확함\’으로 상대방을 관통하는 건맨이 바로 크로켓이 꿈꾸는 상상력의 건맨이다.
그러나 가상 공간에서 크로켓이 경험하게 되는 서부는 그의 꿈처럼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그의 동료 찰리는 가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백인에 대한 환멸을 품은 인디언 시팅 불스에 의해 살해당한다. 비생산적인 예술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케리’스 바’의 케리. 그녀는 자신이 비밀 정보 기관의 음모에 의해 예술적 감성과 과거의 기억이 지워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편 레드 리버는 혼돈과 무질서를 갖춘 진정한 서부를 꿈꾼다. 그래서 그는 19세기적 악당을 자처하며 잇따라 보안관들을 살해한다. 어느 날 \’플리머스\’로 들어온 레드 리버는 크로켓과 결투를 벌인다. 그 결투에서 진 레드 리버는 이 가상 현실이 낭만적이기는커녕 현실보다 더 살벌할 뿐이라는 말을 남기고 플리머스를 떠나고 만다.
결국 크로켓은 악당과의 결투에서 우연히 당한 총상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모두 잃게 되고, 한 친구를 통해 자신의 상상력이 단지 관념의 유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봤다는 소중한 기억을 뒤로 한 채, 크로켓은 다시 23세기의 현실로 귀환한다.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과의 만남
이 소설의 미덕은 다루기 힘든 소재를 처리해 내는 작가의 능력이다. 비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리얼리티를 잃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작품 곳곳에 설치해 놓은 기발한 장치들 때문이며, 이 장치들은 미래 사회와 프로그램화된 과거 사회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가령 과거 체험을 가능케 해주는 신경망 제어 프로그램, 스리세븐건맨이 제공하는 다양한 가상 현실 효과들, 그리고 작가에 의해 창조된 과거와 미래의 영화, 팝음악 들은 이야기 중간중간에서 작품의 리얼리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상 현실 속에서의 자아 찾기  
이 작품은 가상 현실 속에서 자아를 찾아 여행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가상 공간 \’플리머스\’로 모여드는 인물들은 모두 19세기 서부에 대한 저마다의 \’희망\’을 가지고 있다. \’상상력의 건맨\’이라는 관념적 총잡이를 꿈꾸는 크로켓, 예술의 완전한 철폐를 주장하는 케리, 백인들의 만행에 복수하려는 인디언 시팅 불스, 진정한 19세기적 악당이 되고자 하는 레드 리버 등 이들에게 \’플리머스\’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제어되는 이 가상 현실에서조차 이들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도로 발전된 과학기술은 이들의 꿈을 실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권태와 절망에 빠트린다.
악의 화신을 꿈꾸며 크로켓과 결투를 벌이는 레드 리버는, 자신이 \’플리머스\’에서 느낀 좌절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상 현실? 하지만 나에게 오히려 이곳(플리머스―인용자)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걸. 꿈, 희망, 이상, 이런 것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독히도 살벌한 그런 현실 같은 것 말이야.”
 
크로켓은 우연한 결투에서 당한 총상으로 자신이 키워온 상상력을 모두 잃게 되고, 자신의 \’상상력\’이 단지 \’관념의 극단\’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디트로이트의 폭격기라는 한 친구는, 상상력을 잃고 찾아온 크로켓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그래, 넌 네가 소유하고 있는 의식의 영역과 능력을 무시하고 상상력을 네 자신의 존재 증명의 수단으로써만 사용하려 했어.” 
 
이로써 크로켓은 자신의 상상력이 \’존재 자체를 넘어선 분열의 상태\’, 다시 말해 \’선과 악의 카오스적 상태\’를 견디지 못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한편 비생산적인 예술은 철폐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던 케리도, 자신이 원래 소설가였으며,  비밀 공작원들에 의해 기억을 빼앗긴 채 산업주의적인 \’세계 자본\’ 논리에 이용되고 있을 뿐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식으로 \’플리머스\’라는 멋들어진 기념비는 해체되고, 인물들은 좌절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소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물들이 균형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예술의 철폐를 주장하던 케리는 문학(상상력)의 소중함을 되찾게 되며, 관념의 유희를 쫓던 크로켓은 현실감을 회복하고, 사랑(커뮤니케이션의 회복과 타자성의 획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독특한 형식미를 지닌 실험적인 소설
이 소설은 독특한 형식으로 씌어졌다. 전체는 모두 6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장은 전체 줄거리와 연관이 있는 것도 있고, 줄거리와 상관 없이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장도 있다. 전통적인 소설이 치밀한 이야기 구성을 미덕으로 삼고 있는 것에 비해, 이 소설은 줄거리보다는 작가의 성찰과 지적 상상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가령 작품 중간중간에 신문 기사의 형식으로 끼여드는 \’우리의 위대한 정신 뒤샹과의 인터뷰\’ 같은 장들(8, 28, 33, 48장)은, 독서의 흐름을 차단하고, 독자에게 뒤샹이 키우는 염소의 상징성에 대한 의문을 던지도록 한다. 또한 고딕체로 표현된 짧은 잠언들, 그리고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노래 가사들은 작품의 주제를 뒷받침하면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있다.
 

 
* 주요 등장 인물 및 배경 설명
 
-플리머스: 19세기 서부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cyber space)
(cf. 원래 플리머스는 메이 플라워에 승선한 미주 개척민들이 맨 처음 닻을 내렸던 곳. 이 작품에서는 작가에 의해 창조된 공간.)  
 
-스리세븐건맨: 가상 공간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23세기의 회사.
 
-신경망 제어 프로그램: 인간의 뇌 내부에서 흐르는 전류에 영향을 미쳐 리얼리티 발현 및 통제를 가능케 하는 프로그램.
 
-메이 플라워: 플리머스 내부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살롱. 20세기식 생활에 필요한 기구들을 제공받는 장소.
 
-크로켓: 플리머스에서 \’상상력의 건맨\’을 꿈꾸는 보안관. 이 작품의 주인공.
 
-케리: 플리머스의 술집 \’케리’스 바\’의 여주인. 예술 철폐를 위한 법적 기계적 장치 개발을 도모함.
 
-찰리: 크로켓의 동료 보안관. 가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무능한 생활을 하다가 시팅 불스에게 살해됨.
 
-시팅 불스: 인디언. 백인들을 증오하여 찰리를 살해.
 
-레드 리버: 19세기의 진정한 악당을 꿈꾸는 인물. 크로켓과 결투를 벌인다.
 
-워렌 후디니: 일명 디트로이트 폭격기. 건맨 고고학자. 크로켓에게 상상력을 둘러싼 모험에 대해 설명해 줌.
 
-뒤샹: 플리머스의 위대한 정신. 성과 속의 초월을 상징하는 염소를 키움.

목차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우광훈

1969년 대구 출생. 대구 교대 졸업.

19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가 당선되면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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