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나무늘보

김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10월 26일 | ISBN 978-89-374-0760-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10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2001년 「세계의 문학」에 <자벌레>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한 김민 시집. 짧고도 간결한 시어로 마음속에 품은 한을 강렬하게 토해 내며 진한 감동과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자벌레> 외에도 <늦잠>, <모래벌판 돌아 나오니 붉은 깃발을 든 역무원이 반가이 묻다 어디서부터 타고 왔냐고> 등 등단작 3편을 포함하여 86편의 시가 실렸으며 모두 1행시로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짧은 행으로 이루어진 시들은 시인이 생각하는 바, 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속으로 속으로 삭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형용사와 부사 같은 수식어는 가능한 절제되고 오직 단 하나의 주어, 단 하나의 술어, 단 한 줄의 글로 시인의 내면 세계를 표현할 뿐이다. 따라서 압축된 시어는 그만큼 무게감 있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쉽게 읽히지만 끝없는 깊이를 지녔고, 간결하지만 풍부한 색을 표현하는 시인의 시는 자아와 세계가 소통하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 리뷰

■ 들끓는 다변(多辯)의 유혹을 물리치고 오직 한 줄로 토해 낸 시인의 한(恨) 문학평론가 김종회는 김민의 1행시가 “시인 스스로 사변(辭辯)을 버린 지점, 그 내부에 들끓는 다변(多辯)의 유혹을 물리친 지점에 섰을 때에야 발화 가능한 시적 형식, 일종의 극약 처방”으로 쓰였다고 하였다. 김민은 시를 통해 “에둘러 말하기 없이 자신의 정체성”과 그 삶의 “본질”에 “직접적으로 육박”하고자 했다. 짧은 행으로 이루어진 시들은 시인이 생각하는 바, 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속으로 속으로 삭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짧은 만큼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과 조합, 의도적인 생략이나 반복 등이 더욱 중요해진다. 형용사와 부사 같은 수식어는 가능한 절제되고 오직 단 하나의 주어, 단 하나의 술어, 단 한 줄의 글로 시인의 내면 세계를 표현할 뿐이다. 압축된 시어는 그만큼 무게감 있고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로써 『길에서 만난 나무늘보』는 쉽게 읽히지만 끝없는 깊이를 지녔고, 간결하지만 풍부한 색을 표현하며, 짧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감동을 준다. ■ “굽은 손”으로 한 점 한 점 그려 낸 한 시인의 자화상 신체적 장애를 가져오는 ‘뇌성마비’라는 병을 앓았다는 사실, 그러므로 생각하고 느끼는 바를 말로, 몸으로 표현하기가 힘들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 시인이 시를 통해 자신의 존재 자아에 천착하게 되었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의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 자아와 마주친다. 길에서도(「길에서 만난 나무늘보」), 사진 속에서도(「흑백사진」), 거울을 통해서도(「거울」) 만난다. 김민은 스스로를 “죽음을 주우러 다니는 넝마주이”(「자화상 4」)나 “히키코모리”(「나는 히키코모리」)나 못난이 “거위”(「밤길」), 혹은 “미풍에도 휘청거리”는 “허수아비”(「전생」)나 “날갯짓만 요란”한 “하루살이”(「하루살이」)에 비유한다. 또한 여기저기 “손 좀 많이 봐야”(「자화상 5」)할 것 같다고 여기거나, 죽은 후 자신의 “이름에도 돌이끼 낄까” (「묘비명」) 혹은 “탯줄에서 나팔꽃들이 피어날까”(「다시 태어난다면」) 고뇌한다. 손은 삐쩍 마르고 굽었으며(“내 굽은 손으로는 뭘 뿌려야 하나”(「자화상」1), “삐쩍 마른 오른손 탄불에 구워 들고”(「자화상」2)), 나약한 몸은 겨울비에 그대로 녹아 버릴 것만 같은 “눈사람”(「겨울비」)과 같다. 이 시집은 상처와 고통, 아픔과 방황으로 그린 자화상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시인은 단지 그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민의 시작(詩作)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한 시점, 그래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우주의 본질을 파악하고 소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 자아와 세계가 소통하는 길 – 우주 자연의 광활한 공간을 자유롭게 운용하다 “이보시게, 자네는 정말이지 멋지게 뒤틀렸군 그래”「하회 삼신당 느티나무」전문이다. “굽은 손으로는 뭘 뿌려야 하나” 라며 자신의 “뒤틀린” 신체의 한계에 절망했던 화자는 여기서 그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회 삼신당 느티나무의 뒤틀린 가지는 흡사 “굽은 손”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나무는 무려 600년이 넘게 푸른빛을 간직한 채 무한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김민은 자신의 자아를 삼신당 느티나무나 해탈적 존재인 동자상에 비견함으로써(“언제쯤에나 동자상 희미한 눈매나마 닮을까”(「향일암」전문)) 자신이 닿아야 할 곳에 한 걸음씩 가까워진다. 그곳은 병도 장애도, 그로 인한 세상의 편견도 없는 시인의 세계다. 김민은 “하늘 한끝 잡아 마음에 획을 긋다”(「제배갈매기」전문)라며 하늘을 자유롭게 부리고 “이곳은 우주 귀퉁이 그리고 또 한복판”(「냉이 꽃」전문)이라며 넓디넓은 우주의 “중심과 변방을 통합해 보는 오연한 기개”를 펼친다. 저자가 장애를 넘어 자신의 존재 자아를 우주적 존재로 융합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자신의 시를 우주 자연의 광활한 공간에 마음껏 펼쳐 두고 그것을 규정하는 잣대 또한 자유롭게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해진다.

목차

- 自序 자화상 1 자화상 2 자화상 3 자화상 4 자화상 5 자벌레 나는 히키코모리 쇼핑 겨울 비 만취 밤길 묘비명 마을 입구 상여 떠날 줄 모르고 전생 다시 태어난다면 하회 삼신당 느티나무 향일암 하루살이 흑백사진 과자 봉다리 옥수수 삶는 냄새 발자국 거울 만화경 별똥별 떨어지는 밤에 개 짖다 에필로그 서울역에서 노숙하다 창문 바지랑대 끝 잠자리 앉았다 떠나네 제비갈매기 늦잠 착각 길에서 만난 나무늘보 담장 밖 이명 모래벌판 돌아 나오니 붉은 깃발을 든 역무원이 반가이 묻다 어디서부터 타고 왔냐고 굼벵이 봄바람 불어도 냉이 꽃 까치 꽃밭 발자국 등꽃향기 만장 쓰러지듯 스러지듯 미루나무 아버지 어머니 저녁연기 유성우 집으로 가는 길 신기루 양팔저울 운주사 천년와불 황룡사지 쌍계사 벚꽃길 직지사 우체국 초를 켜다 밤마을 마음의 감옥 재두루미 떼 네트워크 고향 꿈 만원버스 지게꾼 발자국 영정중월(詠井中月) 경칩 사막 프롤로그 노란 꽃 피거든 앞산으로 옮겨 주세요 이 취기마저 없었다면 백동백 소묘 두물머리 어느 곳 이삭줍기 건망증 사팔뜨기 한 편에는 꼬리 잘린 가오리연 가을 인디언식 이름 지어보기 서울 발자국 시월 적막 불면증 – 작품 해설

작가 소개

김민

시인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1년 《세계의 문학》에 「자벌레」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독자 리뷰(1)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나만 외로운게 아니로구나...
황원 201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