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수 소설집 세트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 내 안의 황무지

윤영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10월 23일 | ISBN 978-89-374-8135-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198 · 540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새로운 기획으로 독자에게 한층 다가선 신개념 소설집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지적이고 우아하며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묶은 소설집 하나!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상큼한 이야기들을 묶은 소설집 둘!! 「착한 사람 문성현」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윤영수의 새 소설집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독자들이 익히 보고 접해 왔던 형식의, 한 권으로 된 단행본이 아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디자인된 두 권의 표지가 독특한 소재의 투명 케이스에 둘러싸여 있다. 전 2권짜리 장편소설도 아니고, 선집(選集) 개념도 물론 아니다. 창작집은 분명한데, 같은 작가의 다른 성향의 소설집 두 권을 한 세트에 담았다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게다가 표지 뒷면과 연결된 날개 부분이 하얗게 드러난 책의 배를 덮고 있어서, 서표 대신 책갈피에 끼울 수 있게 디자인한 형태가 아주 색다르고 감각적이다.「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이인소극」 등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두 편과 「내 안의 황무지」, 「광고맨 강과 그의 사랑하는 아들」 등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작품 네 편 등 두 권의 세트에 총 열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소설집 하나’에는 철학적이고 진중하며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그리고 ‘소설집 둘’에는 상대적으로 보다 경쾌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상큼한 이야기들이 묶여 있다. 독자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골라 성향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그러나 이 두 권의 소설집은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다 읽고 났을 때 가슴 찡한 감동과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갖고 싶고, 함께 나누고 싶은’ 디자인의 그릇에 작가 윤영수가 들려주는 진한 감동의 향연을 담아 세트로 기획한 이번 소설집은, 독자와 소통하는 신개념 소설집 시대를 예고하며 그 첫 번째 권으로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편집자 리뷰

■ “착한” 작가 윤영수의 “귀여운” 반란 ―‘가족’이라는 이름의 연옥을 지나 이른 윤영수 소설의 신기원
“윤리적이고 다분히 종말론적”인 등장인물들의 쓰디쓴 인내를 곱씹으며, 그동안 윤영수 소설의 독자들은 견디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20년 만에 만나 온갖 수모를 안기는 무례하고 몰염치한 고등학교 동창에게도 실은 속정 깊은 마음이 있었음을 독자에게 넌지시 알려 줄(「해묵은 포도주」, 「알몸과 누드」) 때, 간살스럽고 포달 부리기 잘하고, 파렴치하며, 급기야 버르장머리 없는 손자 놈을 데려와 행패까지 부리게 만드는 예산댁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죄의 말을 대할(「착한 사람 문성현」) 때, 독자들은 아주 불편했기 때문이다. 이들과 화해해야 한다는 작가의 요청은 이해할 수 있지만 선뜻 이를 수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윤영수 소설에 담긴 고도의 윤리성은 가장 민감한 지점에서 독자의 윤리 의식을 자극하고 그 한계를 시험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문학평론가 정영훈은 “이 지점에서 윤영수 소설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고를 졸업하고부터 근 20년 동안 그야말로 몸을 바쳐 동생들 학비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 온 노처녀 양미(「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가 이제 귀여운 반란을 시작한다. 월급의 반을 들여 머리와 피부를 손질하고, 백화점에 가서 옷과 비싼 화장품을 사들이며, 다이어트를 한다. 그러자 그때까지 그녀의 “등에 모두 올라타 무너져라 온 힘을 다해 발을 구르”던 식구들은 “슬그머니 등에서 내려와 눈을 내리”깐다. 양미의 연애는 가족이라는 무거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훌륭한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사고로 아이가 죽은 참혹한 상황에서 ‘나’(「내 안의 황무지」)의 남편은 퇴직 사실을 숨긴 채 계속 출퇴근을 하고, 최근 들어서는 바람까지 피우는 눈치다. 연애에 폭 빠져 감성에 몰입하는 양미와는 상대적으로 ‘나’는 소설책 100권을 읽어 내기에 여념이 없는 이성적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다섯 달 반 만에 소설책 100권을 읽고 나니 사람들의 등판에 난데없는 이미지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상대방이 마음에 떠올린 생각들을 내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지들은 내가 읽은 소설의 내용과 겹쳐 있다. 어쩌면 그동안 읽은 소설이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참조점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이라는 게 원래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에 있는 이야기거나 적어도 있을 법한 이야기를 쓴 것”이라면, 100권 정도의 소설을 읽으면 능히 사람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소설을 읽고, 상대방의 심상을 읽는 것 역시 가혹한 현실을 이겨 내기 위한 하나의 계기이자 수단이 된 셈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연옥을 지나 이른 윤영수 소설의 신기원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명민한 철학가요, 치열한 심리 분석가인 소설가 윤영수의 탁월한 묘사는 이제 등장인물들을 살아 숨 쉬게 하며 지나치게 무거웠던 가족이란 사슬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때로는 무겁게, 또 때로는 가볍게 재치와 유머, 그리고 감동을 더한다. 기존 단편집의 형식에서 신개념의 새 옷을 갈아입은 이번 소설집 세트는 읽고 싶고, 갖고 싶고,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기획으로 독자에게 한층 다가서게 될 것이다.
작품 해설 중에서 윤영수 소설에서 가장 근본적인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이 가족이다. 등장인물들은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그들의 견딤은 윤리적이며 다분히 종말론적이다. 그러나 연옥의 의미는 달라졌다. 세계는 더 이상 윤리의 시험대가 아니고, 연단 이후에 주어질 세계가 천국인 것도 아니다. 주인공이 무엇을 욕망해야 할지 알려 주고, 상호주관성의 그물망을 헤어 나오기 위해 가족 삼각형 안에서 떠맡은 역할을 그만두도록 부추기는 매개자이며, 최종적으로 이를 승인해 주는 대타자의 등장, 그것은 윤영수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세계는 연옥인가? 그럴 것이다. 그곳을 연옥으로 수락한 자에게는. 아니, 연옥으로 수락한 자에게만. 세계는 연옥이 아닌 다른 곳일 수도 있을까? 그 역시 그럴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지식을 수락한 자에게는. 아니, 수락한 자에게만. ―정영훈(문학평론가)
주요 단편 줄거리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할인 매장의 물품 창고 포장팀에서 일하는 ‘나’의 낙은 매일 아침 지하 식품부 반찬 코너의 이천댁과 치킨 코너의 양미와 아침 식사를 하는 것. 매일 아침밥을 같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양미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그 흐름이 깨지고 만다. 뚱뚱하고 못생겼던 양미가 몰라보게 예뻐지면서 매장에서는 양미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근사한 연하 남친에게 흠뻑 빠져 행복하기만 한 양미.어느 날 치킨 코너의 기름 솥이 엎어지면서 매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이천댁이 나서서 소란은 간신히 수습되는데, 돌아서는 내게 이천댁은 뜬금없는 소리를 전한다. 요즘 들어 양미가 혼잣말을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는 것. 나는 사라진 양미를 찾아 탤런트 박원준의 야외 촬영장으로 정신없이 뛰어간다. 도대체 양미의 애인은 누구란 말인가?광고맨 강과 그의 사랑하는 아들 잘나가는 광고맨 강희명과 유능한 큐레이터 신혜수의 아들인 ‘나’는 입양아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부모가 돼 주겠다는 그들의 제안으로 입양된 나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아주 유쾌하다. 어린애 같은 부모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도, 서슴없이 애정 표현을 퍼붓는 부모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내게는 매우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할머니와 할머니의 두 아들의 등장으로 행복했던 삶에 일대 위기가 찾아온다. 엄마는 집을 나가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하고, 아빠는 학비가 든 통장을 내밀며 더 이상 나를 돌봐 줄 수 없다고 말하는데……. 내 안의 황무지 사고로 아이가 죽은 후, ‘나’는 소설책 100권을 읽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부터 뜻하지 않은 능력이 생겼다. 다름 아닌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된 것. 내 눈에는 누군가의 생각이 그 사람의 등에 한 점 그림이 되어 고스란히 비친다.내게 퇴직 사실을 숨긴 채, 매일 어디론가 출근을 하던 남편이 대전으로 출장을 가게 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남편의 등 뒤에 비친 그림은 이국의 해변 아닌가.적도 부근 모든 게 녹아 버릴 듯 뜨거운 여름날. ‘나’는 아파트 15층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옆집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 뛰쳐나가지만, 모든 것은 환청일 뿐이다. 나에 대한 의처증도 아이에 대한 폭력도 모두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남편의 귀가. 나는 함께 씻자는 남편의 요구로 욕실에 따라 들어간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누르는 벨소리가 들리지만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 잠시 후 옆집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15층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다급한 외침인데……. ■ 본문 중에서 “나, 돈 많이 썼어. 예뻐져야 했거든. 원준 씨의 숨겨 놓은 애인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니까. (……) 그때마다 그이는 내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말했어.‘누구보다도 당신이 소중해. 누구나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거야.’(……)”나는 양미를 업고 큰길을 따라 걸었다. 빈 택시는 많았지만 잡지 않았다. 힘이 달려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오래오래 업어 주고 싶었다. 11월의 누런 플라타너스 잎들이 하나씩 둘씩 떨어져 내렸다.분명히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사랑뿐이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 진실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렇지만 눈에 뵈지 않는 것이라 하여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미움, 시샘,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라도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기적인 마음. 또 있다. 슬픔, 절망, 외로움, 벗으려 애를 써도 끝내 벗을 수 없는 삶의 무거운 짐들. 좋은 것들이 눈에 뵈지 않아 아쉽기는 하지만 나쁜 것들 또한 눈에 뵈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좋은 것들이 바다 깊은 곳에서 자라는 진주처럼 작고 귀하다면, 나쁜 것들은 하나같이 너무 크고 흔하고 살풍경하다. 그것들을 한눈에 다 보아야 한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도 얼마나 역겹고 끔찍할 것인가.―「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44~49쪽“야, 아들!” 찻길을 보니 아빠의 차가 내 곁을 따라오고 있었다.“혹시 내가 네 친아빠 아닐까? 우리 유전자 검사 해 볼래? 사실 내가 10여 년 전에 꽤 바람을 피웠거든. 그 여자들 중에 최씨도 있었거든. 사랑하는 아들, 너, 엄마 성을 땄을 수도 있잖아. 안 그래?”(……)“농담하지 마세요. 아빠같이 대책 없는 부모를 평생 책임지다니 제가 돌았어요? 확실히 해 둬요, 고3 때까지만이에요.”“솔직히 너, 나만 한 아빠 흔치 않다. 아빠라고 다 똑같은…….”아빠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는 없었다. 교문이 닫히는 중이었다. 다 듣지 않아도 나는 환히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 세상에서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 이래 봬도 아빠가 내로라하는 광고맨이야 인마. 기분 좋게 술을 걸친 날이면 내 뺨에 철수세미 같은 턱을 문지르며 아빠가 읊어 대는 말이었다. ―「광고맨 강과 그의 사랑하는 아들」, 112쪽“이리 와.”남편은 이미 샤워기 밑에 서 있다. 알몸이 된 나는 좁은 욕조 안에서 남편과 마주 선다. (……) 남편은 거품 수건에 비누 액을 따른다. 내 목에 가슴에 비누 거품이 일기 시작한다. 욕실 벽을 잘 잡아야 한다. 자칫하면 미끄러져 다치기 십상이다. 당신 몸을 씻길 때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 옳지, 뒤로 돌고. 빠짐없이 깨끗하게, 깔끔하게. 아빠가 엄마한테 물을 부었어. 누가 불을 붙였니? 아빠가. 뭘로? 라이터. 남편은 내게 거품 수건을 넘긴다. 이번에는 내가 그의 몸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미끈거리는 내 몸이 휘청거려 중심을 잃어도 나를 껴안은 그의 육중한 두 발은 넘어지는 법이 없다. 욕조 안에 쇠기둥처럼 들어박혀 지진이 일어나도 끄떡없다. 석유를 끼얹고 분신자살을 기도한 엄마. 그러나 네 살 아이는 증언한다. 아빠에 의해 불기둥이 된 엄마.―「적도 부근」, 82~83쪽
● 윤영수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소설》에 단편 「생태관찰」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사랑하라, 희망없이』, 『착한 사람 문성현』, 『소설 쓰는 밤』 등이 있다. 1997년 「착한 사람 문성현」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윤영수 소설 하나 작가의 말 내 안의 황무지 적도 부근 만장 이우천하지선사 개나리가 활짝 핀 봄날 버스를 타다 작품 해설 | 연옥을 지나 이른 자리_ 하나·정영훈 윤영수 소설 둘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광고맨 강과 그의 사랑하는 아들 이인소극 새 떼 윗마을 혼인 잔치 작품 해설 | 연옥을 지나 이른 자리_ 둘·정영훈

작가 소개

윤영수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0년 《현대소설》에 단편 「생태 관찰」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사랑하라, 희망 없이』, 『착한 사람 문성현』, 『소설 쓰는 밤』과 세트 소설집 『내 안의 황무지』,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남촌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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