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5월 25일 | ISBN 89-374-0321-8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52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헛된 이미지에 묻혀 사는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물음
 
제2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헛된 이미지에 묻혀 사는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물음
 
넘치는 영상과 정보 속에서 헷갈리고 부대끼느라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우리 모두의 상실감과 허망감을 그려내는 이 작가의 솜씨가 결코 일회적인 작가로 끝날 것 같지 않은 믿음이 간다. ― 박완서/소설가
 
『아름다운 여름』은 권태와 무기력에 빠진 어느 소도시의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와 그녀에게서 자신의 옛 애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집착하는 스토커의 이야기다. 삶에서 자기의 길을 잘못 든 자들이 어떤 저주나 낙인처럼 감내해야 할 절망을 운명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삶과 예술의 본질이라는 주제를 그리고 있다. ― 이순원/소설가

편집자 리뷰

누군가 은밀하게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면
수상작가 고은주(高銀珠)는 1990년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5년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떠오르는 섬」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80여 편의 응모작을 젖히고 우광훈의 『플리머스에서의 즐거운 건맨 생활』과 함께 <오늘의 작가상>을 공동 수상한 『아름다운 여름』은 한 지방 방송국의 여자 아나운서와 그녀에 집착하는 스토커의 이야기다.
주인공 이경은은 지방 소도시의 방송국에서 9년째 아나운서로 일하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도시의 일상은 따분하고, 틀에 박힌 방송  에도 별다른 열의를 느낄 수 없고, 스무 살에 만난 첫사랑과의 연애는 지리멸렬해지고 있다. 삶에 대한 냉소만 늘어가는 경은의 라디오 가요 프로그램 앞으로 어느 날부터인가 발신인의 이름도 없이 ‘들국화’의 노래만 신청하는 편지가 배달되어 오기 시작한다. 일곱 번쯤 편지를 받은 후 경은은 그 미지의 발신인에게 보내는 짤막한 멘트와 신청곡을 내보낸다. 그러고 나서 곧 방송국으로 경은을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당신을 향한 글들을 계속 써 보내겠다.”라는 말을 남긴다. 그 뒤로 경은의 삶 곳곳에 ‘’>가 침투해 들어온다. 소름 돋을 만큼 독한 향기를 내뿜는 말린 꽃다발이 배달되어 오는가 하면 경은이 생방송을 진행하는 중에 흉한 욕설을 거침없이 뱉어대는 전화가 걸려와 방송 사고가 나기도 한다. 경은에게서 ‘평범한 시민으로 사회에 편입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찍혀 있는 낙인’을 보았다고 말하는 그의 감시 속에 경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는 보이지 않지만 그의 시선과 목소리는 곳곳에서 경은을 붙잡는다.

 
 
 

헛된 이미지에 묻혀 사는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물음
- ‘나 아닌 나’가 일깨우는 ‘나는 누구인가’
소설은 두 인물, 경은과 그녀의 스토커를 번갈아 화자로 등장시키며 의미 없는 허상과 이미지 속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의 자아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경은의 독백 속에는 답답하고 옹졸한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사함, 아나운서로서 보여지는 나와 실재하는 나와의 얼토당토않은 관계, 마이크 앞에서 쏟아내야 하는 방송 멘트들의 허망함 등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그저 표피적으로만 매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들추어낸다.
그녀에게 집착하는 스토커는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자이다. 한편으로는 건강하고 밝은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동경을 멈출 수 없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둡고 음울한 예술가이고자 하는 그는 토니오 크뢰거와 같은 고뇌를 안고 사는 자이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파트 11층 베란다에 서서 바깥세상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기만 하는 ‘그 남자’는 경은의 내면의 목소리 또는 분신 같은 인물로도 볼 수 있다. 끊임없이 보내오는 편지 속에서 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너무 정직해서 낯설고 나약하게 들리지만 그것이야말로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는 경은의 삶이 실은 가식과 체념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드는 내면의 거울 같은 것이다.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절망한 그 남자의 자살을 겪은 후, 경은이 현재의 지지부진한 생활을 청산하고 서른셋이라는 나이에 인생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은 내면적 성찰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한 개인이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감이 삶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아름다운 여름』은 흡인력 있는 주제를 탄탄한 문장으로 풀어냄으로써 잘 읽히고 방송국을 무대로 벌어지는 사건들도 하나하나 주제와 잘 연결되어 있으며 꼼꼼한 구성으로 여자 아나운서와 스토커를 통해 오직 ‘보여지는’ 모습으로만 전달되는 현대인의 인간관계의 허상과 단절감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중편소설 「유리」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과 함께 실린 중편소설 「유리」는 대학입시 재수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남자와 섹스에 탐닉하며 자기를 파괴해 가고, 결국 스너프 필름을 찍다가 살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이름이자 작품의 제목인 ‘유리’가 갖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이미지는 희망 없는 십대의 초상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적, 정서적으로 파산한 집과 학교에서 뛰쳐나와 거침없이 자기에 몰두하는 유리의 몸짓은 가정과 사회의 억압적인 고정관념과 규제에 반항하는 개인의 언어이기도 하다. 주변의 남자들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섹스를 하고 포르노 필름을 찍기도 하는 유리의 모습은 퇴폐적으로 보이기보다는 고독해 보인다.
「유리」는 파격적인 줄거리만큼이나 대담한 문장들로 빠르게 전개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강렬한 작품이다.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문장을 다루는 작가의 역량을 한껏 보여 주는 작품이며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목차

아름다운 여름 푸른 노트 그의 기록1 그 여름이 오기까지 그의 기록2 욕조 속의 마네킹 그의 기록3 샐비어 꽃 그의 기록4 마음의 감기 그의 기록5 인디언 서머 에필로그 중편소설 유리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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