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이후. 삶

데리다와 현대 이론을 말하다

원제 Life. After. theory

자크 데리다 , 프랭크 커모드, 토릴 모이, 크리스토퍼 노리스 | 옮김 강우성, 정소영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8월 25일 | ISBN 978-89-374-2593-6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40x210 · 245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현대 철학, 문학, 페미니즘 학계에서 탈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을 이끌고 실천했던 대표 사상가 네 명이 모였다 자크 데리다 프랭크 커모드 토릴 모이 크리스토퍼 노리스 이 책은 1960년대 파리에서 시작하여 20세기 지식인 사회를 휩쓸었던 프랑스 탈구조주의 “이론” 이후를 살펴보면서 ‘삶’과 ‘이론’의 관계에 의미심장한 지점을 짚어 낸다. 이론의 쇠락은 단지 한 지적 경향이 때가 되어 밀려나거나 새로운 비평적 실천 속으로 용해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론 이후”의 지식인 사회는 이론이 차지했던 자리를 ‘삶’에 돌려주느라 바쁘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그 사치스럽고 현란했던 이론의 자장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순수한 삶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일까? 이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이론 이후의 삶으로 복귀하는 길을 모색한 이 대담들의 교훈은 이론이든 문학이든 그 존재 이유는 삶의 창조성을 규명하고 발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난다고 주장한다.

편집자 리뷰

“… 삶의 비평. 주의 깊게 따져 보면, 모든 문학의 목적과 목표는 다름 아닌 바로 그것이다.” —매슈 아널드, 「주버트」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인 20세기 말에 지식인 사회를 휩쓸었던 프랑스 탈구조주의(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 ‘이후’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철학이나 문학으로 부를 수도 있을 당시의 지적 활동들을 ‘이론’이라는 볼썽사나운 용어로 일단 명명한다. 그들에 의하면 이론은 1960년대 파리에서 시작되어 1970-1980년대 미국에서 전성기였고 1990년대에는 쇠퇴기(한국에서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책에 대담을 실은 자크 데리다, 프랭크 커모드, 크리스토퍼 노리스, 토릴 모이는 이론의 시대를 이끌어간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이론을 좇는 삶을 헤쳐 갔으며 이제 이론의 시대를 마무리해 가는 대표적 사상가들이다. ■데리다가 말하는 “이론에 대한 충성과 배반” 이 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데리다와의 대담문은 ‘이론 이후의 삶’이 어디까지나 ‘이론을 좇아서의 삶’, ‘이론을 따르는 삶’이며 이는 동시에 ‘이론을 배반하는 삶’임을 들려준다. 실제로 이론의 시대 프랑스 사상가들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살아남았던 축인 데리다는 매번 동료 사상가들 영전에 추도사를 담당(열네 번 이상)해야 했던 곤혹스러움을 토로하면서 이론 뒤의 생존자로서 이론 이후 삶을 살아야 했던 자신의 입장에 대한 철학적 해명을 시도한다. 데리다가 이를 위해 먼저 들고 나오는 것은 동료 철학자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폴 드망의 이야기다. 해체주의 비평의 스타 학자이자 후에 드러난 나치 부역의 추문, 이중 결혼에 관한 고백적 소설 출판에 이르기까지 폴 드망의 생애가 68혁명 사상에서부터 알랭 소칼의 『지적 사기』에 이르기까지 이론의 극적인 생애와 한데 겹쳐 읽힌다.“이후가 된다는 말은… 이론 및 자신이 이론에 관해 언급한 바에 충실하게 이론 이후를 살아가려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이 이론 이후에도 살아남아 뭔가 다른 것을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죠. … 내 삶을 단순히 내가 말한 것의 적용이나 결과로 만들지 않으며… 이 모든 것들 이후의 내 삶을 살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후기 데리다에서 많이 볼 수 있듯이 이론 이후의 삶에 대한 데리다의 논의에는 묘하게 윤리적인 고민들이 배어 있다. 이론 이후라는 주제와 결부된 충절과 배반의 문제뿐 아니라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에 관해 얘기할 때나 유령, 분노 같은 주제를 언급할 때도 그렇다. 이것은 본래 좌파 진영에서 개화해 융성했던 것인 이론과 이론가들에게 쏠렸던 우향우 혹은 종교적 전환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와도 관련이 된다. ■ 프랭크 커모드가 말하는 “이론 이후의 가치” 본래 이론의 시작은 반체제적이었다. 커모드가 우스갯소리로 “연구소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좋았던 시절이라 칭하는 1960-1970년대 런던의 세미나에서도 스티븐 히스(영화), 재클린 로즈(정신 분석), 조너선 컬러 등이 모였던 토론에 열기를 제공한 것은 소수자 의식과 대세를 거슬러 새롭고 반제도적인 것을 추구하는 즐거움이었다.그렇게 이론은 많은 예상치 못한 손님을 불러 들여 문학뿐 아니라 철학, 정치학을 비롯한 모든 것과 결부되었고 점차 그 자체로 독립적인 어떤 것이 되어 제도화 되었다. 이는 이론에 대한 혐오를 낳았을 뿐 아니라, 요즘에는 이론의 죽음까지도 지식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익숙한 흥망성쇠의 과정으로 이론의 역사를 보게 한다. 물론 한때 시대를 풍미했다가 ‘죽기도 전에’ 잊힌 많은 다른 사상가들에 비하면 이론 이후의 삶을 모색하는 자리도 열리는 현재의 이론가(!)들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크리스토퍼 노리스가 말하는 “이론 이후의 진리” 또한 회의론과 냉소주의의 차이에 대한 무시 때문에 이론과 진리를 함께 말하는 것이 매우 어색한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노리스와의 대담에서는 이를 비롯한 “이론에 대한 오해”를 풀고 가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어 이론의 유행 시대에 사상가(비평가)에게 가장 모욕적인 단어가 되었던 ‘총체화\’나 앨런 소칼의 사기극(114쪽) 같은 것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이론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고서는 음악, 회화, 문학에 관해 계속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아가 문학 교수가 철학자가 되고 철학자가 문학 텍스트에 대한 책을 줄곧 발표하는 학제간 넘나듦 현상도 이론의 시대를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즉 다양한 세상에 대한 고른 관심과 어떻게 사유할지에 대해 사유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중요하다는 인식이 당연시된 것이다.■ 토릴 모이가 말하는 “이론과 페미니즘” 국내에도 번역되어 페미니즘 사상 필독서로 애독된 『성과 텍스트의 정치학』의 저자 모이는 우선 이론은 남성들이 하는 것이고 페미니즘 이론은 여성들이 하는 것이라는, 오히려 더 공고화된 통념에 대한 불만으로 대담을 시작한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을 대담자의 네 명 가운데 하나로 초대한 것이 구색 맞추기라며 주최자에 대한 질책도 서슴지 않는다.그러나 모이는 “이론 이후 삶”이라는 이 대담집의 주제에 가장 잘 들어맞는 행보를 보여 온 사상가다. 탈구조주의 이론서이자 페미니즘 연구서인 초기 저작들에서 큰 자리를 차지했던 크리스테바에 대한 관심 이후 1990년대 들어서 모이는 이론의 시대 이전 파리의 지식인이었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과 텍스트로 방향을 돌리게 된다. 이에 대해 모이는 애초에 자신을 학문과 지식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 보부아르였고 이론의 시대에도 보부아르에 대한 관심을 놓은 적은 없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한다. “어차피 인생의 전반기는 구세대를 이해하느라, 인생의 후반기는 신세대를 이해하느라 골몰하는 게 우리네 삶이라면, 똑같은 사건을 놓고도 보는 시각이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이 소설은 몽롱하면서도 유쾌한 비극이라는 낯설고도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이화연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론이 차지했던 자리를 ‘삶’에 돌려주는 작업 이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이론 이후의 삶으로 복귀하는 길을 모색한 이 대담들의 교훈은 이론이든 문학이든 그 존재 이유는 삶의 창조성을 규명하고 발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해체의 본령은 모든 이분법의 파괴를 통해 탈정치성의 무풍지대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론의 창조성 및 이론의 이론됨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시작되는 매우 근본적인 실험이라는 데리다의 주장, 이론의 범람 속에서 이론의 단순 폐기가 아니라 문학 작품의 읽기에서 가장 탁월하게 체험되고 훈련되는 비판적 사유 및 가치 평가의 가능성 증진에 기여할 이론의 적극적 역할을 주창하는 커모드, 문학과 이론은 각기 독자적인 영역으로서 독자적인 진리를 이룩하려는 시도이며 진리에 대한 관심이 배제되는 순간 어떠한 이론이라도 정당성을 상실하게 마련이라는 노리스의 주장, 페미니즘이 다양한 이론의 스펙트럼 중 선택 가능한 하나가 아니라 보편에의 지향을 사유하는 이론 본연의 책무를 탁월하고도 여실히 보여 주는 일종의 패러다임이기도 하다는 모이의 입장은, 이론의 홍수와 범람을 거쳐 이론의 소멸이 논의되기 시작한 현대의 시점에서 문학과 이론이 공통적으로 근거해야 할 삶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시의 적절한 프로젝트이다.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1930년 알제리 엘비아르에서 태어났으며,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파리고등사범학교)를 졸업했다. 1965년부터 이 학교에서 철학사를 가르쳤으며, 2004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저서로 『그라마톨로지』, 『에코그라피』, 『시네퐁주』, 『에크리튀르와 시차성』 등이 있다. 존 프랭크 커모드 John Frank Kermode 영국 문학평론가이며 특히 셰익스피어 연구로 유명하다. 1919년 아일오브맨에서 태어났으며, 리버풀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4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거쳐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셰익스피어 시대』, 『셰익스피어의 언어』, 『베오울프에서 필립 로스까지』,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이야기의 기술』, 『D. H. 로렌스』, 『스펜서와 알레고리 작가들』 등이 있다. 토릴 모이 Toril Moi영국 듀크 대학교 영문과 교수이자 페미니즘 문학평론가. 구겐하임 기금을 받았으며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섹슈얼/텍스추얼 정치』, 『여자란 무엇인가?』, 『시몬 드 보부아르』 등이 있다. 크리스토퍼 노리스 Christopher Norris웨일스 국립대학교인 카디프 대학교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는 철학과 교수다. 저서로 『데리다』, 『해체주의란 무엇인가?』, 『월리엄 엠프슨과 문학비평의 철학』, 『해체론과 이론의 관심사』, 『해체론적 전환』, 『스피노자와 근대 비판이론의 기원』,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엇이 잘못되었나?』, 『반비판적 이론: 포스트모더니즘, 지식인, 걸프 전쟁』, 『포스트모더니즘의 진실』, 『진리와 비평의 윤리』 등이 있다.

목차

우리는 무엇을 좇고 있나? : 존 샤드 1 이론을 좇아서: 자크 데리다 2 이론 이후의 가치: 프랭크 커모드 3 이론 이후의 진리: 크리스토퍼 노리스 4 이론 이후의 음악, 종교, 예술: 프랭크 커모드, 크리스토퍼 노리스 5 이론 이후의 페미니즘 이론 \’삶\’ 으로의 복귀: \’리비스가 피아노에 마법을 걸다.\’: 존 샤드 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이론의 창조성과 삶

작가 소개

자크 데리다

자크 데리다 (Jacques Derrida) – 1930~2004.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한 후 철학 교수 자격을 획득했다. 소르본 대학에서 일반 철학 강사로 활동했으며, 예일, 존스 홉킨스 대학 등에서 교환 교수를 지냈다. 1987년부터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연구 주임으로 재직했다. 2004년 10월 9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지은 책으로 <목소리와 현상>, <기록학에 관하여>, <기록과 차이>, <철학의 여백>, <입장들>, <조종>, <회화의 진리>, <우편엽서>, <체류지들>, <철학에의 권리/ 법에서 철학으로>, <마르크스의 유령들>, <법의 힘>, <타자의 단일언어> 등이 있다.

프랭크 커모드

토릴 모이

크리스토퍼 노리스

강우성 옮김

정소영 옮김

번역가. 영문학자. 용인대학교 영어과에 재직했으며, 옮긴 책으로 윌리엄 모리스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에릭 H. 클라인의 『돌 세 개와 꽃삽』, 너새니얼 호손의 『일곱 박공의 집』, 베시 해드의 『권력의 문제』, 유도라 웰티의 『유도라 웰티』, 진 리스의 『진 리스』, 권헌익의 『전쟁과 가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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