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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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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물질과 감각에 주목하라!

부제: 상상을 현실화하는 인문적 감각을 키우기 위하여

김동훈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3월 20일

ISBN: 978-89-374-4431-9

패키지: 변형판 143x215 · 388쪽

가격: 18,000원


책소개

21세기 AI 시대 인문학의 최신 경향은 물질과 감각에 주목한다. 좁게는 환경인문학, 사물인문학 등으로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폭넓게 ‘물질인문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이 물질과 감각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목차

●차례
불안은 상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온다
1부 르네상스, 상상과 현실의 세계
1 상상력으로 경계를 넘어라: 헤르메스
2 소용돌이치는 운명에서 인간애를 기억하라: 르네상스의 머릿결
3 인간은 소우주다: 다빈치의 인체도
4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라: 세계지도
5 자발적으로 변신하라: 성형수술
6 회복을 향한 열망의 에너지: 마스크팩
7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르네상스 정원
8 예술은 삶으로 완성된다: 렘브란트의 유리잔
9 거칠고 험한 파도의 주름을 즐겨라: 해마를 찾아서
2부 고대, 상상의 세계
10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게임의 법칙
11 판타지 없는 백성은 망한다: 플라잉카
12 “의식이란 무엇일까?”: 인공지능
13 불안을 극복하기 위하여: 좀비 서사
14 기계화의 미래는 ‘배분’ 문제다: 로봇
15 나는 사이보그다: 사이보그
16 생명은 생명체에서만 나온다: 안드로이드
17 주체성은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실재에서: 증강현실
18 육체성을 확인하자!: 아바타와 캐릭터
19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감각의 발견
3부 현실에서 실재의 세계로
20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박물관공포증
21 추억과 소망을 현재로 가져와라: ‘파사주’의 과자가게
22 찢어지고 조각난 파편들을 잇자: 프랑켄슈타인
23 “나는 세상에 빚과 책임이 있다!”: 고흐의 ‘빈 의자’
24 나만의 향기를 뿜어라: 프루스트의 향기
25 육체의 상품화에 저항하라: 초현실주의와 마네킹
26 ‘놀이’의 주체성을 되찾자: 데이터베이스와 그 함정
27 현재에 집중하라: 아포칼립스와 포스트아포칼립스
28 지속 가능한 ‘지구공동체’: 바이러스와 공생
29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하여: 환경인문학과 인류세
30 공진화를 꿈꾸며: 신유물론과 흙의 상상력
에필로그


편집자 리뷰

● 인문학의 최신 트렌드: 무너져 가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21세기 AI 시대 인문학의 최신 경향은 물질과 감각에 주목한다. 좁게는 환경인문학, 사물인문학 등으로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폭넓게 ‘물질인문학’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이 물질과 감각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은 상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생긴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를 쓰면서도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현실감각을 잊어버리게 되는 금융자본주의 구조가 대표적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이 물질과 감각에 주목하는 이유는, 점점 벌어지는 이 틈을 메우려는 무의식적 몸부림과도 같다. 더 이상 인문학은 현실을 배제한 가상의 공간에만 갇혀 있을 수 없다.

현대는 지나칠 정도로 물질에 집착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은 물질에 집착하면 할수록, 그만큼 다른 한편에 정신의 영역을 떼어다 놓고 그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돈에 집착하면서도 안 그런 척하며 교양과 정신의 각종 잡다한 보상재로 위선을 떠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괴상한 분열의 모습을 보인 환자로, 인문학이 지목되곤 했다.
―김동훈, 『인공지능과 흙』에서

그래서 대안적 인문학을 추구하는 『인공지능과 흙』은 상상과 현실화의 문제를 시대별로 되짚어본다. 르네상스인들은 흑사병과 전쟁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현실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그들은 그리스·로마로부터 상상력의 보화를 캐내어 현실에 적합한 대안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그 밑바탕에는 ‘몸’에 대한 강조가 돋보인다. 몸에 대한 관심은 이후 인간을 ‘물질’과 관련시키는 길을 열었다. 물질까지 끌어안는 인문학은, 특히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불안하고 지친 우리 삶에 상상을 현실화시키는 힘을 공급해 줄 것이다.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었다는 신화적 상상이 인공지능과 같은 현실의 물질로 어떻게 변신해 가는지를 추적해 보자.

건강에 관심이 있다 해도 헬스 기구나 정해진 운동 코스에만 신경을 쓰거나 다른 사람의 멋진 몸매에 눈요기만 할 뿐이다. 자신의 육체를 깊은 곳까지 샅샅이 알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방식과 기준을 따라 하느라 욕구불만은 커져만 간다. 마치 알지도 못한 사이 최첨단 수술 도구를 배 속에 봉합한 후 그 녹슨 쇠붙이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처방과 보철물들이라도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살갗 속에서 썩어 들어갈 뿐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도」의 그 남자는 타인이 아니었다. 다빈치가 마흔 살이 되어 원과 정사각형의 정중앙에 자신을 놓았듯이, 우리는 이제 조용히 알몸으로 거울 앞에 서야 한다. 자기인식 없이는 아무리 좋은 것들도 부작용을 초래한다. 거기서 인간과 물질의 경계를 아우르는 그 신비한 비율을 탐구하자.
―김동훈, 『인공지능과 흙』에서

● 상상과 현실을 결합하라!

과학자는 가설을 위해 지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화가는 작업하기 전에 머릿속에 이미지를 상상해야 한다. “상상이 이성에 앞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위대성은 “마음에 무엇인가 간직하면, 환상이나 몽상으로만 멈춘 게 아니라 상상한 것을 작품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 있다. 15세기 ‘대항해’ 시대는 르네상스인들의 ‘상상의 지도’가 구체화된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상상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헤르메스처럼 경계를 넘나들어야 한다. 미셸 세르가 『헤르메스』에서 과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헤르메스의 상징성을 소환했는데, 『인공지능과 흙』은 그런 헤르메스적 상상으로 갑갑한 일상을 새롭게 재창조해낸 작가들, 과학자들, 모험가들을 소개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화자의 첫 사랑 질베르트의 머리카락을 상세하게 묘사하면서 “다빈치가 스케치한 작은 꽃들 사진”에 비교한다. 프루스트가 여인의 머리카락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관련시킨 이유는 어떤 상상 때문일까? 신화적 동물 ‘히포캄푸스’가 르네상스 말기에 인기를 얻어 뇌과학에서 ‘해마’라는 해부학적 이름으로까지 자리를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고대의 상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황금비서’는 “살아 있는 소녀들과 똑같아 보였는데” “감정을 지닌 지능, 음성, 힘이 장착되어” 있다. 그야말로 고대인이 상상한 인공지능 로봇이다. 호메로스는 심지어 황금비서가 “불멸의 신들에게 작품도 배워 알고” 있다면서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한 상상의 단초까지 언급한다. 에코 신화와 인공지능 스피커, 네로의 황금궁전과 증강현실, 이카로스 신화와 사이보그의 공진화 문제, 헤파이토스의 날아다니는 삼발이와 자율주행 및 플라잉카, 신화와 전설은 지금도 상상력의 보고다.

상상만 한다고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현실과 몽상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7200쪽의 기록과 낙서를” 했다. 그러나 인문학의 역할이 상상을 어떻게 현실화하는가를 보여 주는 것만은 아니다. 로봇의 상상이 현실화되는 역사에서 ‘러다이즘’(기계 파괴 운동)의 근원적인 이유는 잘못된 ‘분배’ 문제에 있었다.

●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상상력 백과사전

퓌그말리온 신화에는 “생명은 생명체에서만 나온다는 고대인의 통찰”이 들어 있다. 고대 신화와 전설은 지금 우리가 꿈꾸고 고민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도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 인사이트를 준다. 과학뿐만이 아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현대의 좀비 서사, 나르키소스 신화와 사이버공간의 자아분열 문제, 고대 제욱시스 일화와 인터페이스 문제 등 『인공지능과 흙』은 문학, 심리, 사회,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상상력 백과사전이다.

프로이트의 언캐니 이론과 초현실주의자들의 작품을 통해 육체의 상품화에 대한 저항을 강조하고, 19세기 ‘기계적 합리론’이 초래한 불안의 역사에서 생체로봇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대의 불안은 어디서 기인하는지 파악해 본다. 이 밖에도 마스킹효과와 ‘보람착취’의 작동 원리, 희망 고문과 무민 세대의 역학관계, 박물관공포증과 권력의 도구화 등 다양한 이론들과 그 사회적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미래도 그려보게 된다.

독창적인 스트라빈스키는 “혁신은 전통과 함께 갈 때에만 생산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T. S. 엘리엇, 피카소 같은 20세기 거장들은 모두 과거에서 영감을 찾았다. 기존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먼저 상상이 있어야 현실화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판타지 없는 백성은 망한다.”고 비유한다. 그러나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 때 과거를 점검하지 않으면 한계에 직면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관점, 새로운 변화를 열망할수록 근원과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치유 인문학: 상처로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인문학의 진정한 회복 능력은 권력 독점이 초래한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과거 귀족들의 향수 독점 같은 권력의 감각 독점에 주목한다. 발자크와 조지 오웰의 ‘냄새 지리학’을 통해 차별이라는 이슈를 고민하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소통 불능의 문제를 통해 금기를 만들어내는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저자는 상처를 승화시키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인문적 감각의 회복과 진정한 치유를 연결시켜 준다. 진정한 치유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주제 사라마구는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눈을 떴어도 보지 못하는 문제를 말한다. 요즘처럼 감각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감각이 무뎌진다는 얘기를 하는 건 의아해 보인다. 한병철 철학자가 『피로사회』에서 과잉이 초래한 ‘긍정성의 폭력의 세기’를 지적했듯이, 현대는 가상화로 인해 시각과 청각이 과잉되면서 후각 같은 나머지 다른 감각은 오히려 둔감해졌다. 우리의 정체성이 점점 더 가상현실 공간 안에서 이뤄지고 비대면 시대에 들어가고 있는 지금 더욱 ‘감각하는 몸’(현상학자 에드문트 후설)이 절실한 이유다.

‘물질인문학’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현실의 세계와 어떻게 접할 것인가를 다룬다. 그래서 ‘물질인문학’은 인간의 신체를 물질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신체와 감각의 복권에 대해 주목한다. 그러니까 인문학은 감각을 깨워 몸을 살리고, 몸이 살아 감각을 연마하는 발견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 눈뜬 자들이여,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고 사라마구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던진 질문은 ‘포스트인문학’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김동훈, 『인공지능과 흙』에서

르네상스 대표 작가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비밀의 정원’을 배경으로 택한 이유는 당시 이탈리아 재력가들이 경쟁적으로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처 때문에 겁부터 먹고 닫아뒀던 감각의 문이 비로소 열리기” 때문이다. 정원에 대한 집착이 회복을 향한 열망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마치 코로나19를 겪고 나자 식물 키우기가 유행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인문주의자들의 ‘문예부흥’이나 ‘고전의 재발견’ 이전에 회복의 열망이 먼저 돋아나고 있었다.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전쟁과 전염병의 지울 수 없는 생채기에 새살이 돋듯 감각이 살아나는 것이었다. 감기에라도 걸렸다가 회복될라치면 그동안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던 입맛부터 되살아난다. 관심 없었던 하늘이 갑자기 푸르고 드높은 것으로 보인다면 기력이 회복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던 세상의 색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마냥 아름다워진다.
―김동훈, 『인공지능과 흙』에서

저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범유행이 우리가 사는 행성에 주는 커다란 경고임을” 상기하면서 이 책에서 물질인문학의 관점을 통해 ‘포스트인문학’을 전파하고자 한다.

1부를 르네상스로 시작한 것은 이런 의지의 표현이다. 흑사병을 겪고 인간 회복에 역점을 둔 르네상스인들을 다루면서 각종 화장품과 향수, 염색법, 성형수술, 인체도 등을 사례로 들어 ‘몸을 발견한 사람들’로 소개했다. 정신이나 관념에 치우친 인간성이 아닌 자기 몸을 일상에서 재발견하는 것은 비단 르네상스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김동훈, 『인공지능과 흙』에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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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서양고전학자, 철학자, 인문학자로서, 어렵게만 보이는 철학과 고전이야말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는 믿음, 깊이 있는 독서만이 창의력을 꽃피운다는 신념을 글로 실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흙: 상상을 현실화하는 인문적 감각을 키우기 위하여』는 신화, 철학, 문학, 예술이 과학, 의학, 환경 등과 어떤 상상력과 영향력을 끼치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최신 인문학 트렌드를 들려준다.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협동과정에서 희랍과 로마 문학 및 수사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공부했다. 총신대학교 등에서 희랍어와 라틴어를 가르쳤고,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서양고전 원강을 진행했으며, EBS ‘클래스e’에서 「고전어휘사전」을 강의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인문 분야 화제의 방송이었던 ‘별별명언’을 진행했으며, 『별별명언: 서양 고전을 관통하는 21개 핵심 사유』를 출간했다. 『브랜드 인문학: 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을 질 들뢰즈의 이론으로 해석하여 감각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돕는 인문교양서다. 그 밖에 『몸젠의 로마사』, 장 보댕의 『국가에 관한 6권의 책』에서 희랍어, 라틴어, 히브리어 텍스트, 그리고 ‘세계시인선’의 『욥의 노래』를 히브리어, 희랍어 및 라틴어 원문에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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