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도서목록 | 보도자료 게시판 프린트 | 읽기도구 닫기

불만의 집


첨부파일


서지 정보

카피: 출간 2개월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화 결정!

원제 Le Case del Malcontendo

사샤 나스피니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2월 28일

ISBN: 978-89-374-1352-0

패키지: 소프트커버 · 변형판 140x210 · 528쪽

가격: 17,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단테의 언어라 불리는 토스카나 방언이 혼합된 강렬한 문체로 써내려간

신비와 공포, 고딕적 상상력의 걸작!


편집자 리뷰

“실로 막강한 힘을 지닌 소설. 2000년대 이탈리아 소설 역사상 최고의 업적 중 하나다.”

_《아베니레》

 

이탈리아 현대 문학의 기대주로 떠오른 작가 사샤 나스피니의 장편소설 『불만의 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레 카세’라는 상상 속 마을과 그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외딴 공간에서 수십수백 년을 함께 지내며 애정과 증오, 망상과 탐욕을 키워 온 인간들로 인해 빚어진 혼돈과 균열을 미스터리, 누아르, 고딕 소설 등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소우주 같은 마을 레 카세를 배경으로 1차 대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배신, 도피, 실종, 갈등의 이야기가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처럼 순환하며 펼쳐진다. 마을 구성원들이 각 장의 화자로 등장하여 불길하고 음산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그들의 다층적 목소리가 아우성치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솟는 이 작품은 일명 ‘합창 소설(romanzo corale)’로 불린다.

 

 

이 마을이 괴물이라는 생각이 마음에 드네.

그런데 마을이 주민들을 잡아먹는다고?

사실은 마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게 사람들이라면?

 

“사소한 서사 기제를 통해 위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레 카세’는 회색지대를 무대로 인간 존재의 빛과 그림자를 연출하는 일종의 보편적 본능입니다.”

- 사샤 나스피니

 

토스카나 지방 어딘가에 위치한 상상 속 마을 ‘레 카세(Le case)’. 고요하면서도 뭔지 모를 불안이 느껴지는 이 몰락해가는 시골 마을은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는 미궁 같은 곳이다. 2차 대전 시기엔 독일군과 파르티잔들의 대치가 이뤄지며 아수라장이 되었고, 현재는 가난한 탄광 마을이라는 삶의 험난한 조건으로 인해 강퍅한 심성을 지니고 살아온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을 배척하고 이웃을 불신한다.

마을은 마치 저주와도 같이 사람들을 차례로 죽음과 살인으로 몰아간다.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급커브 길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처참한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탄광에서는 매몰 사고가 터지고, 수시로 지진이 일어나 낡은 건물이 폭삭 무너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누군가가 마을을 떠나 성공을 거두면 증오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 카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오래 전에 도망치듯 마을을 떠났던 젊은 남자 사무엘레 라디가 갑자기 마을로 돌아온다. 그의 등장으로 인해 마을은 온통 술렁인다. 수면 아래 감춰졌던 기괴한 사건과 감정, 상처, 원한과 분노, 삶과 죽음, 그리고 남몰래 간직해온 감동적인 사랑의 비밀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로부터 그로테스크한 살인의 고백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거짓과 공포가 맹수의 발톱처럼 모습을 드러내며 비밀의 문을 하나씩 열어젖힌다.

 

 

출간 2개월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결정!

 

병든 아내를 두고 젊고 아름다운 점원을 흠모하는 상점주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푹 빠져 운명의 사랑이 나타나길 꿈꾸는 소녀, 음산한 비밀을 감춘 사디스트 의사, 타인을 죽이고 그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살아가는 남자, 아름다운 딸이 마을의 대부호인 늙은 대령의 마음을 사로잡아 팔자를 고치기를 바라는 탐욕스러운 어머니, 바람난 아내와 바람난 남편들…… 이들이 이 지옥 같은 ‘레 카세’ 마을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이 소설 속에서 각 장의 화자로 번갈아 등장하여 자신의 처지와 사연을 들려주면서 이야기는 점차 밀도를 높여간다. 한 인물의 시선으로 설명된 사건은 곧 다음 화자의 이야기를 통해 재해석되거나 뒤집힌다. 이야기의 큰 줄기와 작은 줄기가 복잡 미묘하게 얽혀 진행되면서, 이를 통해 과거의 원한과 정리되지 않은 묵은 감정들이 드러나고, 과거의 사건들이 아직도 여전히 모든 사람들의 삶을 옭아매고 오염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은 마을에 숨겨진 비밀은 끝도 없고 바닥도 없다. 마치 단테가 그려낸 지옥처럼.

속고 속이고, 죽이고, 훔치고 사기 치며, 원한을 품고, 복수하며, 신에게 구원을 빌고, 남의 아내를 탐하며, 남의 불행에 행복을 느끼는 마을 사람들 각자의 소소한 일상이 서로 겹치고 얽히며 작은 마을의 모습을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하나도 불필요하거나 무관한 존재는 없음을 이 어두운 동화 같은 소설은 암묵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런 개개인의 이야기와 사건들이 집결하면서 이탈리아 역사, 사회, 한계, 모순이라는 큰 그림을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개인적인 동시에 보편적이다.

독자에게 강렬한 호흡과 인상을 남긴 이 화제작은 이탈리아 주요 언론에 의해 폭넓게 다뤄지며 널리 호평 받았다. 대중성과 문학성을 모두 갖췄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과도 같다고 평가받은 이 작품은 출간된 지 2개월 만에 넷플릭스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어 전 세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추천의 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소설. 2000년대 이탈리아 소설 역사상 최고의 업적 중 하나다.” _《아베니레》

 

 

“오늘날 토스카나 문학의 수준을 드높이는 중요한 작품이다.” _마르티노 발디, 《피렌체 문학 리뷰》

 

“역사 스릴러에서 심리 스릴러, 고딕 소설에서 일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_주세페 프레비티(기자 겸 작가)

 

“방언의 색채가 강하면서도 고전적이고 문학적인 언어를 통해 사샤 나스피니는 농경시대에는 물론 동시대에도 유효한 일관되고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 _일간지 《라 시칠리아》

 

“작가는 공감력을 발휘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되찾고, 명예를 누리며 사는 사람도 특별할 게 없음을 보여준다. _《일 파토 쿠오티디아노》

 

 

■ 본문에서

 

나는 감자 포대를 뒤집어써도 아름다웠다. 엄마는 항상 내 옆에서 곱슬머리를 다듬어 주고 옷매무새에 신경을 써 주며 걸음걸이를 교정해 주었다. 나를 흘긋 쳐다보는 엄마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었다. 보통 엄마가 딸을 대하는 눈빛과 달라서 등이 오싹했다. 그 까만 눈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오, 이 아이는 돈벌이가 될 거야.” 그러고는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군침을 흘리며 재봉틀 페달을 밟았다.(28쪽)

 

생전 처음 듣는 게임이었다. 아빠는 전쟁이 끝나 갈 무렵 그와 같은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막사 안에서 체스를 배웠다. 아빠는 체스를 이렇게 소개했다. “체스에는 인생이 다 들어 있단다.” 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숨죽여 듣고 있었다. 어느 날 아빠는 그로세토에 가서 체스 한 상자를 사 오셨다.(59쪽)

 

엄마는 잠깐 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러면 네 인생을 망치고 있는 그 망할 여편네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겨야겠구나. 우리 뜻대로 되려면 한두 달 정도 침대 신세를 지게 하는 게 좋겠어.”

10월 말경, 에세드라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꼭대기에서 떨어진 건 아니고 마지막 층계참에서 예닐곱 계단을 굴렀다. 오후 휴식을 취하고 난 뒤, 다시 집안일을 시작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72쪽)

 

엄마는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귓속말을 한 듯이 폴렌타 국자를 손에 들고 멈칫했다. 그리고 반짝거리는 보물을 훔쳐보듯 말했다. “우리 상속녀께서는 라비졸로 치즈를 좋아하시니? 그러면 고사리로 풍미를 더한 치즈를 선물해야겠구나.”

키아라 마리아 이사스티아는 오후 3시, 집으로 돌아가던 수레꾼이 보는 앞에서 치비텔라 굽잇길 아래로 떨어졌다.(80쪽)

 

이상한 일이다. 정말 이상하게도 보호 난간을 들이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온갖 표지판을 세워 놓아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저녁에 와인을 진탕 마신 젊은 사람들이 특히 그렇다. 그들은 도로를 달리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키스해 대기 바쁜 연인들이거나 좁은 급커브 구간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일 수 있다. 결국 비명만 지르다 인생이 끝나고 만다.(93쪽)

 

레 카세는 우리가 숨을 쉴 때마다 거대해지는 괴물이야. 그래서 내가 그 숨을 하나씩 꺼뜨리고 있는 거지. 마지막은 내가 될거야. 레 카세는 배가 고플 때 땅을 흔들어서 우리의 심장을 마구 뛰게 하고 우리가 식은땀을 흘리게 하지. 그런 레 카세에도 고통이 시작되었어. 매달 죽음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들려.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의 수는 계속 줄고 있어. 누군가는 이미 땅속에 묻혔고 또 누군가는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까. 구시가지에는 밤이 되면 겉창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하나씩 줄어들지. 괴물의 숨이 잦아들고 있어……. 언젠가 내 입에 총을 쏴서 그 괴물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거야.(121쭉)

 

이런 말을 했을 때 잔카를로는 악령이 씐 것 같았다.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들은 모두 죽었어요……. 이 음반은 세 개, 기껏해야 다섯 개 정도가 남아 있을 거예요. 전 세계에 말이죠. 섬뜩한 것에 집착하는 수집광들은 알고 있어요. 그들은 이 물건을 구할 수 있다면 부모도 팔 인간들이에요. 솔깃해할 만한 금액을 제안하죠.” 그때부터 그는 나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다. 마지막에 그의 눈빛이 이상해졌다. 백 년 전에 누에에게 잡아먹힌 그 부유한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얻기 위해서라면 바지라도 벗을 기세였다.(167쪽)

 

옮긴이 최정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이탈리아 피사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 통번역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 혼자 간다! 여행 이탈리아어』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여덟 개의 산』, 『노베첸토』, 『물이 깊은 바다』가 있다.


작가 소개

--

사샤 나스피니

이탈리아 문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극작가이자 소설가. 1976년 이탈리아 그로세토에서 태어났다. 2006년 첫 소설 『은혜를 모르는 자L’ingrato』를 발표했고 같은 해 11월 『결과Il risultato』를 포켓북으로 출간했다. 이후 집필한 『돌들I sassi』 (2007), 『코리올라누스I Coriolanti』 (2009), 『우리의 부재Le nostre assenze』 (2012)로 소설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내 딸 키아라Mia figlia Chiara」, 「말과 별Le parole, le stelle」 등의 단편소설 역시 다수의 선집에 수록되어 출간되었다.

이후 나스피니는 다양한 문학상을 휩쓸었는데, 2005년에 발표한 『인생은 40부터La vita comincia a quarant’anni』로 카노사 치타 디 바차노 상을 수상했고, 『거미I ragni』로 리쿠르고 카펠레티 상을, 단편소설 「세레니티 가든」으로 다니엘레 보카르디 상을 수상한 바 있었다. 2004년에 발표한 『내 남편!Marito mio!』 역시 마시모 트로이시 상 최종심에 올랐다.

소설을 집필하면서도 컨셉트 및 아트 디렉터로 여러 출판사와 공동 작업을 했으며, 2013년에는 영화감독 프란체스코 팔라스키(Francesco Falaschi)와 함께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공동 제작을 시작했다. 2017년부터 루치아노 비안차르디(Luciano Bianciardi) 과학 위원회 회원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