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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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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홍일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1년 1월 22일

ISBN: 978-89-374-0900-4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56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280

분야 민음의 시 280, 한국 문학


책소개

나를 잃은 채 세계를 읽는 시의 희열

다시 나로부터 시작되는 세계의 빗소리

 


목차

1부

낙타 13

정물화 15

계동과 가회동 사이 16

중세를 적다 18

낮꿈 20

숯 너머 동백 22

코끼리傳 2 4

가릉빈가 26

본색 28

묵음 30

질문 32

너 34

송전탑 35

낚시꾼 36

꽃의 본적 38

나무의 영역 40

 

2부

의문 45

Y 47

병 48

북극 50

사라진 문자 52

다리의 처음 54

오리배를 읽는 시간 56

그날 58

푸른 코끼리 60

금요일 62

불멸의 사전 63

열쇠 64

화석 66

서쪽의 우산 68

암각화 70

숨은 천사 72

만신 73

 

3부

다른 형식의 새 77

당신의 컵 79

폭설 80

죽은 인형 82

시 84

방언 86

보라의 방향 88

모과 90

저녁이라는 물질 92

202호 남자 94

독무 96

어느 날의 오후 98

벌새 100

텍스트 92

 

4부

빵의 양식 105

없는 말 107

픽션들 108

소리의 행방 110

얼음장을 읽다 112

징후들 114

어떤 날 116

돌사자 118

붉은 날 120

클릭 122

빗소리 경전 124

입구 126

설원 128

이상한 오후 130

 

작품해설

불립문자를 향유하는 시간 133


편집자 리뷰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자신만의 시적 영역을 구축해 온 홍일표 시인의 신작 시집 『중세를 적다』가 민음의 시 280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세계에 대한 독해가 불가능하다는 직관을 ‘불립문자’로 쓴다. 세계를 알 수 없음을 고백하여 삶에 대한 이해로 다가든다. 이해 불능의 세계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과 고독은 그 알 수 없음을 알아 버린 세계에 진입해서야 삶으로의 의지로 몸피를 바꿀 수 있다. “무궁한 세계의 아침과 저녁”을 불러오고 “수백 년 전 깨진 얼굴, 불타 버린 심장”을 다시 오게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살게 된다. 독해할 수 없는 세상을 시의 언어로 비추면서. 그리하여 깊고 조용한 희열을 느끼면서.

 

■ 세상의 절망과 시 쓰기의 희열

 

돌도 나뭇잎도 아닌

하느님도 나비도 아닌

너였다가 너의 미래였다가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인

다만 지금은 황홀한 한때

-「화석」에서

 

홍일표의 시에서 시적 주체인 ‘나’는 자주 사라지거나 최소한 희미해진다. 아무것도 아닌 나는 또한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성을 지닌다. 코끼리가 되고 돌사자가 된다. 사라진 문자가 되고 야생의 어둠이 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나’는 그러나 마냥 평안하고 자유로운 상태에 놓인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무엇이든 볼 수 있고, 무엇이든 볼 수 있기에 그 모든 것을 받아 적어야 하는 책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아우성과 분노가 있다. 회한과 탄식이 있다. 보기 싫어도 보이지만 그것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기에 그것을 적기 위해서 그것을 더 자세히 보아야 하는 운명. 시인은 그 운명을 황홀한 한때로, 희열의 순간으로 받아들인다.

 

■ 세계의 (비)독해와 다시 삶을 향한 언어

 

여러 생을 건너와

오직 천지 가득 명랑하게 뛰노는 빗소리

빗소리

-「빗소리 경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시에 등장하는 숱한 ‘나’는 세계를 독해할 수 없다. 독해할 수 없음을 시인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불립문자’를 쓴다. 불립문자는 안개처럼 끝없이 모호하고 계속해서 지워져 쉽사리 읽을 수 없다. 그것은 경직되고 가시적인 인간의 언어와 대비된다. 시작과 끝이 확연한 인간의 세계와는 달리 불립문자의 세계는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변하고, 끝과 시작이 부드러운 원형으로 맞닿아 있는 듯하다. 마치 윤회하는 삶처럼. 이토록 해석 불가능한 세계의 삼라만상을 독해하려는 시인의 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살고자 하는 의지로 연결된다. 삶의 순간과 편린 들은 돌고 도는 것이기에 그 자리에 멈추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영원할 처음이기에 새로운 의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중세를 적다』를 읽는 일은 여러 생을 건너와 처지 가득 명랑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것과 같게 된다. 중세에서부터 이어진 삶의 경전이라고 하여도 감히 충분할 것이다.

 

 

■ 추천의 말

 

삼라만상의 “모호한 문장”을 읽을 수 없는 곤경에서 출발한 홍일표는 이제 “분명했던 것들이 분명하지 않아서 즐거운 전란”에 도착한다. 지금 그는 ‘분명하지 않은 것’을 해석 불가능성의 궁지가 아닌, 변성과 창조의 가능성으로 하는 자리. 그리하여 모든 것이 변화하는 무상한 세계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상한 ‘나’는 멈추지 않고, 멈출 수도 없이 소멸과 새로운 재탄생을 향해 나아간다. 삶을 새로 출발하는 일은, 내 안에서 새로 돋은 날개를 펼치는 일은 그러므로 언제든지 가능하다. 말할 것도 없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없는 말들이 자욱해지”(「없는 말」)는 불립문자의 시간에 홍일표는 “이곳에 없는 이름을 지어 부”르는 일부터 시작한다.

-김수이(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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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중세를 적다』, 청소년 시집 『우리는 어딨지?』, 평설집 『홀림의 풍경들』, 산문집 『사물어 사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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