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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명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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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기이하고 아름다운 중국판 ‘천일야화’!

원제 喩世明言

풍몽룡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0년 12월 15일

ISBN: 978-89-374-2033-7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532쪽

가격: 18,000원

분야 외국 문학,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명나라 시대, 고전소설의 가치를 최초로 드높인 중국 소설의 아버지, 풍몽룡

국내 최초 완역된 일생일대의 작품


목차

용과 호랑이가 함께하듯 사홍조가 임금과 신하의 만남을 이루다 7

닭 잡고 기장밥 지어 범거경을 대접하고 목숨도 버린 장원백 69

 

선부랑이 전주에서 가연을 맺다 91

양팔로가 남쪽 지방에서 기묘한 만남을 가지다 117

 

양겸지가 배를 타고 협객승을 만나다 153

진종선이 매화고개에서 아내를 잃어버리다 191

 

전파류가 임안에서 크게 출세하다 219

정호신이 목면암에서 원수를 갚다 287

 

장순미가 대보름날 미녀를 만나다 355

양사온이 연산에서 형과 형수를 만나다 381

 

안평중이 복숭아 두 개로 장사 셋을 죽이다 421

심 도령의 새 한 마리가 일곱 목숨을 앗아 가다 443

 

김옥노가 매정한 남편에게 몽둥이 찜질을 하다 473

이수경이 숫처녀 황 씨와 결혼하다 503


편집자 리뷰

‘남송 때 고종 황제는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태상황의 지위를 누리며 남은 생애를 보냈는데, 한가할 때마다 이야기책을 즐겨 읽었다. 환관에게 명하여 하루에 한 권씩 책을 바치게 하고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면 값을 후히 쳐서 보답해주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환관들은 기이한 행적을 담은 옛날이야기나 시중에 떠도는 신기한 이야기를 널리 찾아다녔다.’

_‘푸른 하늘 서재 주인의 서문’에서

 

 

고대의 문장을 기록한 고문(古文)만 존재하던 시절, 중국의 문학은 오로지 왕후장상과 배운 자, 가진 자를 위한 것이었다. 당나라에 이르러 입말로만 존재하던 백화(白話)가 글로 기록되기 시작하고, 이것이 정착하면서 중국에는 대중 소설과 희곡 문학이 꽃피우기 시작한다. 우리가 잘 아는 장편소설 사대기서 중 『수호전』 , 『서유기』 『금병매』 가 모두 백화로 창작되었고, 명나라에 이르면 백화로 출간된 소설이 가장 인기 있는 장르로 자리 잡게 된다.

천하게 여겨지던 ‘시정잡배’의 이야기, 단편소설의 위치를 제왕의 자리로 승격시킨 소설의 아버지 풍몽룡. 민음사에서 국내 최초로 완역된 풍몽룡의 대표작 『유세명언』은 그가 듣고, 적고, 편찬한 찬란한 중국 옛이야기이자 단편소설의 본질적 매력을 전한다.

 

 

■ 이야기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갈망을 충족하고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사랑을 선사하다

 

“그래서 그 뒤는 어떻게 됐어?” 어린 시절, 할머니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으며 그 끝을 궁금해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또 들려달라고 조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특히 이야기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각별했는데, 고대로부터 중국에는 찻집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문 이야기꾼들이 있었고, 이를 무대에서 상연했으며, 그 이야기를 수집하여 듣거나 읽는 세력가 독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남긴 자취 덕분에 중국의 옛이야기들은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다가 어느 시기에 문자로 정착되어 책으로 엮여 세상에 나왔다.

 

이렇게 고대인과 우리가 똑같이 가슴 두근거리며 들었던 이야기의 대부분은 장편이 아닌 ‘단편’이었다. 그 내용은 대개 사랑이나 우정, 신비한 경험, 괴담 등 장르도 다양하다. 출판 시장이 흥하면서 『삼국지 연의』 『서유기』 등의 고전 장편소설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런 단편 이야기들이 먼저 존재했지만, 그것이 본격 출판을 통해 ‘단편소설집’이라는 어엿한 장르로 자리 잡은 것은 명나라 무렵이다. 그전까지 이런 이야기들은 한가할 때의 소일거리, 시정잡배들의 천한 이야기 취급을 당했는데, 풍몽룡은 이 같은 옛이야기, 혹은 단편소설이 지닌 근원적 매력과 힘을 처음으로 중국 문학사에 인지시킨 작가이자 선구자이다.

 

 

■ 중국 고전 이야기문학을 대표하는 ‘삼언(三言)’

그 중 첫 권인 『유세명언』을 최초로 만나다

 

중국 고전 문학에서 단편소설의 금자탑으로 일컬어지는 ‘삼언’은 단편적으로 전해 내려오던 송나라와 원나라, 명나라 시대의 이야기를 풍몽룡이 완결된 형식의 소설집으로 엮은 『유세명언』(1621), 『경세통언(警世通言)』(1624), 『성세항언(醒世恒言)』(1627) 세 권을 가리킨다. 명나라 백화 단편소설의 두 기둥이 있으니, 하나는 풍몽룡의 ‘삼언’이고, 나머지 하나는 능몽초(凌濛草)의 소설집인 ‘이박(二拍)’이며, 이 둘을 가리켜 중국인들은 예부터 ‘삼언이박(三言二拍)’ 또는 ‘삼언양박’이라고 불러왔다.

엄밀히 말해 삼언이박의 저자들은 오리지널 창작자라기보다는 편찬자, 편집자에 가깝다. 하지만 서양 고전 음악가들이 예로부터 전해오던 음악적 모티프를 각자 해석하여 재탄생시켰듯이, 세간을 떠돌며 잊힐 운명이었던 옛이야기에 적절한 완결성과 구조, 더불어 문학적 가치가 높은 문장을 더한 풍몽룡과 능몽초의 역할은 편찬자 그 이상이다.

 

세 작품집의 제목이 모두 ‘언’자로 끝나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인 ‘삼언’의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은 각각 40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하고 있으며, 따라서 전체 이야기는 총 120편이다. 그중 첫 권인 『유세명언』은 1621년에 중국 출판사인 천허재(天許齋)에서 최초로 출간되었고, 이 때의 원 제목이 『고금소설유세명언』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금소설’이라는 제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언은 중국에서만 인기를 끌었던 게 아니라 바다 건너 일본까지 전해졌는데, 실제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1621년 초판본은 일본 내각문고(內閣文庫)에 소장된 것으로, 이것이 지금 현대에 이르러 유통되고 있는 판본의 시초이다. 또한 삼언 중 한 단편은 1735년에 최초로 선교사에 의해 서양에 번역되었고, 이후 꾸준히 확장되어 프랑스어와 영어로 일부 번역되어 오다가 현재는 영미권에 120편 전권이 완역된 상태다.

중국 고전 단편소설집의 제왕으로 꼽히는 삼언 중 처음으로 국내에 완역 출간되는  『유세명언』은 이처럼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동서양의 고전 문학 연구자들과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었고, 이제야 한국 현대 독자들에게 소개됨은 다소 늦은 바 없지 않다.

 

 

■ 기나긴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까지 전해진

우정과 사랑, 인연과 인과응보의 신비로운 이야기

 

『유세명언』 1~3권에 수록된 40편의 이야기는 각각 테마별로 한 쌍씩 묶인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연인과 부부의 운명을 다룬 흡사한 이야기가 두 편, 지기와의 생사를 넘어선 우정을 그린 작품이 두 편. 이렇게 흡사한 테마의 이야기가 쌍으로 배치되어 하나의 테마를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이는 작가 풍몽룡이 직접 취한 구성으로, 그는 옛이야기를 단순히 옮겨 적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묘를 살리는 편집자 역할까지 수행한 셈이다. 민음사가 펴내는 『유세명언』은 이 구성을 그대로 살려 원전 그대로 배치했고, 1권에 총 14편, 2권에 14편, 3권에 12편이 수록돼 있다.

 

이야기의 테마도 다양하다. 불륜와 화해, 욕망과 그것이 빚은 결말, 속이는 자와 속는 자, 귀인을 만난 풍운아, 풍류와 지조의 갈림길 등 예로부터 동아시아인의 의식을 형성해 온 원형적 이야기들이 유교 불교 도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빚어져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눈으로 옛이야기의 매력을 접하게 한다.

 

과거 길을 떠났다가 만난 의형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버린 이야기(「닭 잡고 기장밥 지어 범거경을 대접하고 목숨도 버린 장원백」, 난리통에 어릴 적 혼인을 약속한 정혼자를 잃었다가 기이한 우연으로 재회하여 인연을 맺은 이야기(「선부랑이 전주에서 가연을 맺다」), 귀인이 될 팔자를 타고났으나 그 운명을 그르쳐 역사에 간신으로 기록된 남자(「정호신이 목면암에서 원수를 갚다」),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버린 아내와의 약속을 어긴 남자의 최후(「양사온이 연산에서 형과 형수를 만나자」) 등 기나긴 세월을 뛰어넘고 현재까지도 전해지는 우정과 사랑, 인연과 인과응보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대안적 삶의 버팀목, ‘이야기’

 

우리는 풍몽룡의 이중적 자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고 솔직한 방랑자 풍몽룡과 학자이자 지식인으로 과거를 준비하고 명왕조의 끝자락을 끝내 놓지 않았던 정통 문인으로서의 풍몽룡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다. 그는 한때 과거에 급제하여 관리로 나가 세상을 이끌어가는 자가 되고 싶은 열망을 지녔던 자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열망을 이 세상에서 실현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대안적 삶을 하나쯤 마련하지 않고서는 이 힘든 세상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였던 사람이다. 이런 인생관 덕분에 그의 자아는 분열되지 않을 수 있었다. _김진곤(옮긴이)

 

저자인 풍몽룡은 유복한 지주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문재를 날렸으나, 가세가 기울면서 과거에 전력을 다할 경제적 기반을 잃었다. 그는 다른 과거 지망생을 가르치고, 수험서를 집필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과거시험도 준비하는 1인 다역의 고단한 삶을 살면서 이야기를 썼다. 위의 인용문처럼 그는 학자이자 지식인, 관료의 세계에 속하고자 했지만, 현대의 입시제도보다 훨씬 좁은 과거 제도의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뜻을 실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알았으리라. 쉰 살이 한참 넘어서 지방 관현에 자리를 얻기까지 삶의 강퍅함을 견디기 위해 그가 눈 돌린 곳이 바로 문학이었고, 그것은 그의 대안적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현대인인 우리에게도 이 같은 삶의 고단함은 다르지 않다. 아직도 옛이야기가 우리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본문에서

 

 

곽대랑이 먼저 웃통을 벗어 던지니 구경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곽대랑은 어렸을 적에 기이한 도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도사는 곽대랑의 오른쪽 목 주위에 참새 몇 마리를 문신으로 새겨 주었고, 왼쪽 목 주위에는 벼 몇 포기를 새겨 주었다.

그러면서 그 도사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새겨 준 참새가 벼에 달린 알곡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면 너는 세상에서 제일 부귀한 자가 될 것이다.” (「용과 호랑이가 함께하듯 사홍조가 임금과 신하의 만남을 이루다」, 50쪽)

 

어머니와 아우가 재삼재사 권해도 장원백은 꿈쩍하지 않았다. 장원백은 늦은 시각까지 밖에 서서 범거경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어머니와 아우는 그러는 장원백을 보면서 또 가슴을 졸였다. 장

원백은 대문 밖에서 멍한 듯, 취한 듯 범거경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바람이 풀과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에도 그가 오는가 하여 깜짝깜짝 놀랐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가 초롱초롱 빛나는

캄캄한 밤, 삼경 달빛조차 잠자러 떠난 시각,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자세히 바라보니 바로 범거경이었다. (「닭 잡고 기장밥 지어 범거경을 대접하고 목숨도 버린 장원백」, 78쪽)

 

마차에 타고 있던 여인은 장생이 읊조리는 시를 듣고서 작년에 손수건을 떨어뜨렸던 일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여인이 마차의 주렴을 살짝 젖히고 장생을 보니 용모가 깔끔하고 태도 역시 점잖은지라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쿵쾅거렸다. 여인이 몸종 금화를 시켜 마음을 전하게 하니 장생 역시 그 마음을 바로 받아들였다. 잠시 후 여인이 탄 마차가 점점 멀어지더니 마침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장순미가 대보름달 미녀를 만나다」, 359쪽)

 

“형수님, 제 말을 들으시지요. 형님은 예전의 형님이 아닙니다. 형수님이 정절을 지키고자 목숨을 버린 것을 아는데 어찌 재혼하겠습니까? 이렇게 형님이 형수님을 모시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따라가지 않는 건 인정에도 맞지 않습니다. 제발 제 말을 들으십시오.”

“삼촌이 그렇게 얘기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낭군께서 하늘을 두고 맹세할 수 있으시다면 낭군의 말을 따르겠어요.”

한사후는 이 말을 듣더니 주위에 술을 뿌리며 맹세했다.

“내가 약속을 어기면 길에서 강도를 만나 죽임을 당하게 하거나, 강에서 배가 뒤집혀 죽게 하여도 할 말이 없을 것이오.” (「양사온이 연산에서 형과 형수를 만나다」, 409쪽)

 

“맞다! 내가 장사를 혼자 다니니 딸아이를 남장시켜 데리고 다니면 되겠구나. 그러다가 딸아이가 자라면 그때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되겠지. 한데 강북의 거래처가 나한테 아들이 없는 걸 아는데, 내가 아들이라며 데려가면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 아예 장 가네에 시집간 큰딸의 아들이라고 해야겠다.”

황 공은 작정을 하고 나서 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황공은 딸의 몸에 맞는 도포와 버선을 맞춰 입혀 주고 머리에는 두건을 씌워 주니 영락없는 총각이었다.(「이수경이 숫처녀 황 씨와 결혼하다」, 515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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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몽룡

풍몽룡

1574년에 태어나 1646년에 세상을 떠난 명나라 때 문인이자 관리. 자는 유룡(猶龍), 호는 용자유(龍子猶), 고곡산인(顧曲散人) 등이다. 강소성 소주(蘇州)의 지주 가문 출신으로, 형 몽계(夢桂), 아우 몽웅(夢熊)과 더불어 삼형제가 문학적 재주를 뽐내 근동에 이름을 날렸다. 청년기에 가세가 기울어 궁핍해졌고 스물한 살에 생원이 되었으나 과거를 볼 경제적 여력이 없어 호구지책으로 다른 과거 지망생을 가르치거나 수험서를 쓰면서 중년까지 생활을 이어갔다.
1618년부터 향시를 치르러 강소성 남경(南京)을 찾아 시험 교사, 출판인, 문학가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각각 40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이른바 대표작 ‘삼언(三言)’인 <유세명언>, <경세통언(警世通言)>(1624), <성세항언(醒世恒言)>(1627)을 출간했다.
나이 쉰여덟 살에 말단 관직을 얻은 후, 1646년 숨을 거둘 때까지 팔 년 동안 명왕조의 몰락을 지켜보았다. 마지막 남은 인생을 명 왕조의 재건을 위하여 몸부림치면서 그것을 기록하는 데 바쳤고, 명나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1644년에 명나라의 몰락을 담은 <중흥실록中興實錄>을 편찬한 뒤 자살하여 생을 마감했다.
명나라 때까지 중국 문단은 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중히 여기지 않았다. 풍몽룡이 설화, 민요 등에서 모으고 편찬한 소설 ‘삼언’과 <평요전(平妖傳)>, <열국지(列國志)> 등이 읽히며 비로소 오늘날에 이르는 중국 고전소설과 희곡의 문학적 가치가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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