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학파의 기호학

박인철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3년 11월 20일 | ISBN 89-374-5433-5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516쪽 | 가격 22,000원

책소개

오랜만에 국내 저자의 손으로 씌어진 깊이 있는 기호학 책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박인철 교수(현 한국기호학회 이사)가 수 년의 퇴고 끝에 펴낸 『파리 학파의 기호학』은 오늘날 전 세계의 기호학계를 선도하고 있는 파리 학파의 초기 기호학 이론을 적확하면서도 알기 쉽게 풀어낸다.

편집자 리뷰

오늘날 기호학은 문학, 조형 예술, 영화, 광고, 만화, 몸짓 언어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분석에 효과적으로 활용됨으로써 적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는 분야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기호학 관련 번역서나 저서가 여러 권 출간되었지만, 기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의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욕을 충족시키기엔 양과 질 모두에서 부족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은 여러 다양한 기호학 이론들이 마치 똑같은 하나의 기호학 이론인 것처럼 체계적인 계통 없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호학의 고유한 용어들이 적절하고 통일성 있게 옮겨지지 않음으로써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음사에서 새로이 출간된 『파리 학파의 기호학』(박인철 著)은 여러 마리 토끼를 쫓기보다는 단 하나의 기호학 이론, 오늘날 전 세계의 기호학계를 선도하고 있는 파리 학파(Ecole de Paris)의 초기 이론에 초점을 맞춘다. 현‘한국기호학회’편집이사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이른바 기호학의 “표준 이론(théorie standard)”이라고 불리는 초창기 파리 학파의 기호학 이론의 생생한 면모를 토대에서부터 꼼꼼히 살펴나가며, 아울러 기존의 잘못된 전문 용어 번역을 바로잡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함께 수록된 풍부한 도표와 그림 자료, 수백여 개의 세세한 각주는 기호학에 면식이 있는 사람에게도, 혹은 이제 막 기호학의 심오한 세계에 첫발을 디디려는 이에게도 기호학이라는 학문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파리 학파\’의 기호학
1966년 그레마스가 처음 파리 고등연구원에서 기호학 세미나를 열었을 때, 바르트를 비롯해 주네트와 토도로프, 크리스테바, 뒤크로, 메츠, 코케, 코엥 등 언어학계와 문학계의 걸출한 소장 학자들이 이 세미나에 모여 기호학의 기초를 다졌다. 오래지 않아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이 그룹을 떠나 기호학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업적을 쌓았지만 이후 그레마스가 연 세미나에는 세계 각국의 기호학도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그레마스의 이론을 재해석하고 이를 여러 분야에 적용함으로써 탄탄한 이론 체계를 갖춘 ‘파리 학파’라는 거대한 학파를 탄생시켰다. 요약하자면 파리 학파의 기호학은 ‘기호’가 아닌 ‘의미 일반’에 관한 이론이다. 또한 파리 학파의 기호학이 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호가 아니라 ‘담화(discours)’이다. 제1세대와 2세대를 거쳐 3세대 기호학자들의 출현을 눈앞에 둔 오늘날까지도, 텍스트의 서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파리 학파의 기본 골격은 변함없이 이어져왔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1, 2, 3장은 기호학 이론의 전사(前史)를 다룬 부분으로, 기호학 이론의 정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소쉬르, 옐름슬레우, 프로프, 레비스트로스의 이론을 차근차근 살펴나간다. 그레마스가 정립한 기호학 이론의 진면목을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것은 후반부의 4, 5장이다. 여기서는 기호학에서 말하는 의미 생성 행정의 각 부문을 이루는 심층 구조, 설화 구조, 담화 구조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체계적으로 기술되고 있다. 이 책에서 특기할 것은 각 장의 끝 부분에서 그 장에서 소개한 이론에 바탕한 텍스트 분석 사례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는 대상의 범위는 민담, 단편소설, 성경 등의 언어적 텍스트를 비롯하여 장례 행렬, 영화, 만화, 광고와 같은 비언어적 텍스트들까지도 아우른다. 독자는 이를 통해 기호학에서 두루 언급되고 있는 개념들이 실제 텍스트의 분석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적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공통 의미 세계>를 규명하기 위하여
본래 그레마스가 기획했던 기호학은 담화를 통해 나타나는 인간의 일체의 의미 활동을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서의 이론이었다. 따라서 그레마스의 기호학은 흔히 생각하고 있듯이‘기호’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의미 일반에 관한 이론,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의미를 생성시키고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조건들을 일관된 상위 언어로 기술하고 분석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전체를 통해 필자는 기호학적인 분석은 결코 텍스트로부터 심오하거나 사변적인 의미를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기호학적인 분석이 텍스트에서 추출하는 의미는 1차적 의미이다. 기호학은 우리의 의미 활동, 즉 의미가 있는 대상을 만들고 이를 의미가 있는 대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통 의미 세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공통 의미 세계는 칸트가 ꡔ판단력 비판ꡕ에서 모든 사람에게 미감적 판단의 동의를 요구하는 것으로 지칭한 ‘공통감(共通感, sensus communis)’과 유사한 맥락에 속한다. 한 편의 동화를 보든, 만화를 보든, 영화를 보든 어린이나 어른이나 모두 동의하는 1차적 의미가 있다. 이 1차적 의미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미의 발생에서부터 파악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유하는 의미 세계가 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기호학적인 분석은 곧 이 공통 의미 세계를 규명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는 기호학적인 분석을 통해 무엇인가 기발하고 예기치 않았던 의미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저버려야 할 것이다. 텍스트의 2차적 의미는 예컨대 문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과 같은 인문과학이 제공하는 그러한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런데 2차적 의미는 1차적 의미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차적 의미를 전제하고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텍스트의 1차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2차적 의미를 논하는 것은 한낱 뜬구름 잡기식의 허황된 독해가 되고 말 것이다. 기호학에서 규명하고자 하는 공통 의미 세계는 곧 소쉬르가 언어학의 연구 대상이자 목표로 제시했던 랑그와 같은 지위에 있다. 소쉬르에게 랑그는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가장 근본적인 개념이었다. 마찬가지로 공통 의미 세계는 우리의 의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다. 여기서 필자는 소쉬르가 현대 기호학의 시조로 간주되고 있는 까닭이 단지 그가 기호론이라는 용어를 제시하고 그 이론이 존재해야 할 당위성을 주장한 데에 있지 않고, 소쉬르가 언어학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궁극적 목표를 기호학이 받아들였다는 점에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달라진 것은 단지 연구 대상일 뿐이다. ■ 다시, 표준 이론으로 돌아오다
그레마스의 사후 파리 학파는 그동안 기호학에서 다루는 것을 금기시해 온 대상들을 다룸으로써 기호학의 문제 틀을 확대했다. 초창기 이론에서 배제되었던 실질의 문제라든가, 지각과 의미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정념에 관련된 문제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이리하여 ‘정념의 기호학’이라는 새로운 기호학이 현 기호학계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그만큼 기호학이 분석하고 다룰 수 있는 대상도 더욱 확대될 것이고 그 깊이도 한층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이론들의 밑바탕과 방향은 이미 그레마스가 제시한 것이며, 전제의 대상으로든 비판의 대상으로든 새로운 기호학이 그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여전히 ‘표준 이론’이다. 기호학의 표준 이론을 다룬 ꡔ파리 학파의 기호학ꡕ은 기호학 이론에 막 입문하려는 사람들이나 기호학을 보다 심도 있게 공부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 박인철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쥘리앙 그락크의 『시르트의 해변』에 나타난 발화 기원」으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호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 『현대 프랑스 언어학의 방법과 실제』(공저), 『현대 기호학의 발전』(공저)이 있으며, 역서로는 『조형 기호학』(장 마리 플로슈), 『기호학사』(안느 에노), 『수사학』(올리비에 르불), 『변화』(바츨라빅크), 『위험한 관계』(쇼데르로스 드 라클로), 『폴란드의 풍차』(장 지오노),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다수가 있다.

목차

1장 기호학 이론의 형성―소쉬르와 옐름슬레우 2장 기호학 이론의 목표와 대상 3장 설화 이론 《분석1》‘신데렐라’의 설화구조 분석 《분석2》 설화적 아이러니와 설화적 유머 《분석3》『마테오 팔코네』에 나타난 계약과 대결 구조 4장 심층 구조 5장 담화 구조 《분석4》‘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분석 《분석5》 소설의 기호학적 분석―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을 중심으로

작가 소개

박인철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쥘리앙 그락크의 『시르트의 해변』에 나타난 발화 기원」으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기호학회’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 『현대 프랑스 언어학의 방법과 실제』(공저), 『현대 기호학의 발전』(공저)이 있으며, 역서로는 『조형 기호학』(장 마리 플로슈), 『기호학사』(안느 에노), 『수사학』(올리비에 르불), 『변화』(바츨라빅크), 『위험한 관계』(쇼데르로스 드 라클로), 『폴란드의 풍차』(장 지오노),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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