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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 철학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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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부제: 반야와 해탈의 현상학

신오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3년 9월 30일

ISBN: 978-89-374-5432-5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16쪽

가격: 20,000원

분야 논픽션, 인문/역사/문화


책소개

30여 년 간의 동서양 철학 연구로 태어난 명저
▶근대 이후, 철학에서 불교가 주제로 논의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아가 불교를 진정한 의미에서 ‘철학적으로’ 해석한 불교학이나 철학의 사례는 더욱 드물다. 이 책은 이러한 척박한 학계의 풍토에서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 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면서 불교학을 연구해 온 노력의 결실이다.


목차

머리말자전적 방법서설원효의 심리 철학 – 일심의 자기 동일성원효 철학의 현대적 조명현대 철학의 한계와 원효의 화쟁 논리 – 선험적 의미론의 관점에서스피노자 철학의 원효 철학적 해석원효 불학(철학)의 현상학적 해석보론1. 깨달음이란 무엇인가?2. 모던 철학에 나타난 불학 이념


편집자 리뷰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전문 과학이 아니기에, 과학 문제처럼 그것대로 해결되는 수다한 문제들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전제도 없고, 전제로부터 추론되는 완결된 결론도 없다. 그리고 관찰이나 지각을 통해 실증되거나 반증될 수 있는 어떠한 사실도 철학과는 원리적으로 무관하다. 여기서 제시한 하나하나의 논문은 엄밀한 의미에서 그 정체성이 증득된 철학 논문이지만, 그것들이 모두 각각 독자적인 문제의 완결된 해명인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이들은 모두 하나의 문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해명한 하나의 철학 논문일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이는 단순히 원효에 관한 논문이 아니라, 오히려 원효의 어법을 통해 드러난 불교에 관한 논문이며, 역사적 불교에 관한 논문이라기보다는 일체 학문의 원초적인 문제인 앎 그 자체, 앎으로서의 삶 그 자체, 깨달음 그 자체에 관한 논문이라 해야겠다. 철학의 문제에 접근하는 통로는 매우 다기(多技)하다. 그러나 그 모든 길들은 결국 필연적으로 단 하나의 영원한 문제에 마주칠 수밖에 없다. 앎과 삶과 깨침은 사람의 문제, 모든 사람의 영원 보편적인 근본 문제에 다름 아닌 불학의 문제요 철학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 이 사람 저 사람의 이러저러한 문제가 아니라, ‘사람 자체의 이데아’ 문제이자 ‘이데아적인 사람’의 문제다. 바로 그 때문에 철학적 문제와 진리, 인식, 깨침에서는 현실의 사람, 사람의 현실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러한 철학 논문에는 논리 타령이나 지식 타박 같은 것은 도대체 문제조차 될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각(自覺)과 각타(覺他)일 뿐이다.“ ― 신오현, 「자전적 방법서설」 중에서
문외한에서 입문으로, 다시 입문에서 입실(入室)로-철학적 구도행의 비망록
근대 이후, 철학에서 불교가 주제로 논의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아가 불교를 진정한 의미에서 ‘철학적으로’ 해석한 불교학이나 철학의 사례는 더욱 드물다. 이 책은 이러한 척박한 학계의 풍토에서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 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면서 불교학을 연구해 온 노력의 결실이다. 혹자의 말마따나 ‘온몸으로 철학한다’는 표현이 적합한 신오현가 밟아온 길의 지난 궤적은 지금까지 펴낸 일련의 저서 『자유와 비극』, 『자아의 철학』, 『철학의 철학』, 『절대의 철학』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하이데거에서 출발해 분석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불교의 유식 철학에 매료되었다가 원효의 철학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세우기 위해 고민해 온 사상적 편력이 하나의 매듭을 짓는 결산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동서양의 철학을 두루 다루면서도 그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철학이 깨달음의 문제, 그 근본 문제에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서양 철학사 전반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그 핵을 자기화했으며,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서양 철학의 한계, 즉 자기 정체성의 아포리아를 불교=철학으로 극복해 내고자 한다. 저자는 여기서 불학 이념의 핵심이 철두철미하게 철학적임을 본격적으로 변증하는 동시에 서양의 정통 철학 이념이 또한 철저히 불교․불학적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시도는 2,500년의 역사를 가진 서양 철학이 자기 정체성의 아포리아에 직면해 좌초를 거듭해 온 시점에서, 정체성 해명이라는 철학의 최대 과제가 불학을 통해 해소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말했듯, “그때그때 산발적으로 작성해 여기저기에 발효한 단편적 업적을 추후에 편의에 따라 묶은 것이라기보다는, 원효를 통해 불교를 증득하고, 나아가 불교를 철학적으로, 그리고 결국 철학 자체를 철학적으로 증득하려는 한결같은 구도행……의 비망록”으로서 서양 철학 역사와 한국 철학의 역사에서 일대 획을 긋는 작업이 될 것이다.
서양 철학의 수입상이었던 한국 철학사
해방 50년을 거쳐온 한국 철학의 과제는 더 이상 서양 철학의 틀 안에 얽매이지 않고 자생적인 철학, 서양 철학을 한 단계 뛰어넘는 창조적인 철학을 창도하는 것이다. 서양 철학을 그대로 반복할 뿐인 ‘앵무새 철학’을 넘어 자기 철학을 하고자 하는 주장은 많지만 실상 진정으로 주체적인 철학을 하고 있는 학자는 찾기 어려운 우리 철학계에서 신오현 교수는 자신의 철학 체계를 세우기 위한 긴 여정을 빈틈없이, 그리고 차질 없이 밟아왔던 보기 드문 학자다.
현대 철학의 아포리아-철학은 과학이 아니다
철학사의 관점에서 볼 때, 현대 철학의 한계․곤경․위기는 곧 철학 자체의 한계․곤경․위기에 다름 아니다. 현대 철학이라는 철학의 특수 영역에서 한계․곤경․위기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철학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철학 자체의 한계가 극명하게 표출된 것이 현대 철학이기 때문이다. 학문의 전형이 과학으로 오인되자마자, 결단코 과학일 수 없는 철학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 철학의 일대 주제는 ‘철학의 정체성’ 문제이며, 철학이 모종의 인식으로 이해되는 한, 그것은 곧 ‘과학적 인식과의 관계 설정 문제’로 귀착되게 마련이다. 이른바 ‘지식의 철학’ 또는 ‘앎의 철학적 정초(이해)’마저도 또 하나의 지식을 창출하는 과학으로, 이를테면 ‘철학적 과학’으로 인식되기에 이르자 철학의 정체성은 과학 내부로 잠적해 버리고, 마침내 형이상학의 폐기에 이어 철학의 소멸이 선언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철학의 과학화를 통해 철학의 정체성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칭 ‘과학적 철학’은 비과학적이지 않으면서도 순전히 과학적인 것만도 아닌, 과학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과학 내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아포리아에 놓이게 된다. 과학의 시대에 부합하게 철학의 정체성을 과학의 한계 내에서 확립하는 문제는, 철학이 과학에 병존하는 또 하나의 과학으로도, 그렇다고 철학이 과학을 정초하거나 심판하는 특전적 학문의 자격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한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철학의 근본적이고 현대적인 위기가 존립한다. 결국 ‘철학’이라는 단어를 단적으로 폐기하거나 아니며 어떤 방식으로라도 철학을 과학과 차별화하지 않는 한, 철학의 정체를 과학의 논리로 해명할 수는 없다. 언어를 분석, 비판하건, 사회를 분석, 비판하건, 또는 언어 사회의 이론을, 심지어 철학 사상과 이론을 분석, 비판하건, 분석과 비판의 대상이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인식 대상인 한에는, 모두가 넓은 의미의 과학이나 과학 이론에 해당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현대 철학의 모든 문제와 분규는 철학을 ‘지혜사랑’ 행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지식이나 지식 추구 활동으로 정체 오인하는 데서 유래한다. 만약 과학이 아닌 철학이 존재해야 한다면, 너무나 자명하게도 형이상학의 형태로만 존립할 수 있을 뿐이며, 그 본성상 어떠한 과학이나 과학 논리로도, 즉 여하한 형태의 지식으로도 간주될 수 없는 것이다. 철학의 미래는 바로 철학의 원형, 즉 ‘지혜사랑(般若修行)이라는 고전적 철학 이념의 복원을 지향한다.
철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장정-원효의 불교 철학 연구
신오현이 말한 바, 절대 실재나 절대 진리는 바로 절대적이기 때문에 “어떠한 명제로도 진술될 수 없으나, 바로 그 때문에 또한 여하한 문언(文言)으로도 지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바로 원효의 화쟁 논리가 절대 진리를 궁구한 수도행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다. 언어도단이면서 불립문자인 초월에 관한 언어와 문자의 담론으로서 원효의 화쟁 논리는 비로소 언어의 한계에 맞닿아 있는 실재 자체를 직시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 모아놓은 다섯 편의 논문은 우선 원효를 통해 불교에 접근한 후 거기서 불교학이 서양 철학의 역사를 통해 증시된 철학 이념에 완벽하게 부합된다는 것을 보인다. 첫째 논문은 현대 영미의 심리 철학을 기신론적 일심(一心) 이론에 투영해 그 문제성과 한계성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후자를 현대적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철학의 영원한 화두인 ‘마음의 문제’를 상호 보완적으로 비교하고 음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시한다. 그리고 둘째 논문은 원효 철학을 현대 철학적으로 조명한 것이며, 셋째 논문은 바대로 현대 철학을 원효 철학적으로 조명한 것으로 역시 상호 보완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네 번째 스피노자 논문은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이라 할 지신(至神)의 문제를 형이상학적으로 해명함에 있어서 원효의 일심(一心) 개념을 실마리로 삼으려는 아주 색다른 시도다. 마지막으로 실은 논문은 불교와 현상학의 대비 연구로서 후자가 ‘서양적 불학’이요 전자가 ‘동양적 현상학’이라는 주장을 증시한 것이다. 덧붙여 보론에 실린 두 개의 글은 철학(φιλοσοΦία=philosophia)이 ‘지혜사랑’이라는 기본으로부터 출발하여 그 지혜, 즉 깨달음이 무엇인가를 논하고(보론 1), 근대 이후의 서양 철학에서 불학 이념이 어떻게 실현되고 현시되었는가를 변증하고 있다(보론 2).
구도자적 철학함을 온몸으로 보인 철학자 신오현
현재 경북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신오현 교수는 최고의 명 강의로 이름이 높은 학자로 교도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추종자들이 상당했던 대학자다. 같은 강의라 할지라도 매년 엄청난 준비를 통해 해마다 새로운 내용을 가르치며, 후학들의 평에 따르면 그의 강의는 채록하면 그 자체로 곧 상당한 수준의 책이 될 정도라고 한다. 특히 그의 학문적 깊이는 언제나 철학 속에서, 그 자체로 살아왔다는 점으로 여실히 드러나며 이는 철학자의 전형이 되고 있다. 저자의 철학적 학문적 생은 철학의 본질, 정체, 이념을 세계적, 보편적으로 정립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작업으로 점철되어 왔다.
신오현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시간 대학교에서 「사르트르의 자아 개념」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주립대학(버팔로)에서 동양 철학과 한국 철학을 강의한 바 있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자유와 비극-사르트르의 인간존재론』,『자아의 철학』, 『철학의 철학』, 『절대의 철학』, 『원효의 사상과 그 현대적 의미』, 『현대 사조론』(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인간의 본질』, 『칼 마르크스의 사상』, 『사르트르의 철학』, 『현상학적 심리학 강의』, 『심리현상학에서 선험현상학으로』 등이 있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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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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