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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종료] 우먼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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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카피: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으로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가 고민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_양으뜸(그래픽 디자이너, FDSC)

원제 Women design

리비 셀러스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0년 11월 10일

ISBN: 978-89-374-7993-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200x240 · 228쪽

가격: 26,000원


책소개

여성이 디자인한 세상의 아름다움!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건축, 산업, 그래픽 디자인을 이끌어 온

선구적 여성 디자이너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목차

머리말 7

 

세지마 가즈요 – 건축가 20

헬라 용에리위스 – 디자이너 28

앨시어 맥니시 – 직물 디자이너 36

레이 임스 – 디자이너 44

 

-바우하우스에서

안니 알베르스 / 마리안네 브란트 / 릴리 라이히 54

 

데니즈 스콧 브라운 – 설계사, 건축가 68

뮤리얼 쿠퍼 – 그래픽‧디지털 디자이너 78

아이노 마르시오알토 – 건축가, 디자이너 86

마이야 이솔라 – 직물 디자이너 96

 

-길위에서

도러시 풀린저 / ‘디자이너 아가씨들’ 104

 

네리 옥스만 – 디자이너, 건축가 112

노마 메릭 스클레억 – 건축가 120

렐라 비녤리 – 건축가, 디자이너 128

아일린 그레이 – 건축가, 디자이너 138

 

무대 위에서

-샐리 제이컵스 / 알렉산드라 엑스테르 / 에스 데블린 146

 

로라 람 – 그래픽 디자이너 158

자하 하디드 – 건축가 168

나탈리 뒤 파스키에 – 미술가, 디자이너 176

에바 차이젤 – 도예가, 디자이너 184

리나 보 바르디 – 건축가, 디자이너 192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 건축가, 디자이너 202

 

찾아보기 214

도판 저작권 222

감사의 말225


편집자 리뷰

여성이 디자인한 세상의 아름다움!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건축, 산업, 그래픽 디자인을 이끌어 온

선구적 여성 디자이너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으로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가 고민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_양으뜸(그래픽 디자이너, FDSC/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19세기 디자인 학교에서 21세기 IT 업계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디자인 분야의 역사 도처에 존재해 왔다. 그러나 편견을 뚫고 역사에 성취를 기록한 극소수의 인물을 제외하면 우리 대부분은 이 여성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디자인 역사 연구자이자 작가, 큐레이터인 리비 셀러스는 이들의 업적과 삶을 조명함으로써 온전한 디자인사(史)의 회복을 시도하며, 젠더의 소외를 초래한 맥락을 고찰해 현재까지 존속하는 디자인 산업 안팎의 불합리를 드러내고자 한다. 『우먼 디자인』은 한 분야의 온당한 진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발견의 과업을 수행할 뿐 아니라, 집필 및 번역에서 인포그래픽에 이르기까지 여성 작업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책이다.

 

 

디자인 산업의 말단에서 최상부까지

도처에 존재해 온 여성 실무자들의 역사를 회복하다

 

우리는 현대의 얼굴을 건설한 이들의 이름을 쉽게 댈 수 있다. 르코르뷔지에, 미스 판 데어 로에, 렘 콜하스나 안도 다다오 같은 남성들의 이름 말이다. 디자인이나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여기에 소수의 여성들을 추가할 수도 있겠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건축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전 자하 하디드나 부부 디자이너 중 아내인 레이 임스, 브래드 피트와의 스캔들로 구설수에 오른 네리 옥스만 등등.

그러나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디자인, 건축계에도 늘 여성들이 있었다. 이중에는 ‘남성적’인 것으로 여겨진 분야에 도전장을 던지고 실력을 입증해 인정받거나 독보적 업적으로 편견을 부수고 스타가 된 사람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능한 실무자로 활동하거나 시대의 곡절로 인해 기억에서 지워진 이들도 있다. 어느 쪽이건 이들의 기여를 지우고서는 디자인 산업의 역사를 온전히 그릴 수 없다.

디자인 사가(史家)이자 작가, 큐레이터인 리비 셀러스는 『우먼 디자인』에서 실제보다 축소되거나 무시된 여성 디자이너들의 업적을 조명해 디자인 역사의 풍요를 회복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리고 왜 이들이 역사적, 제도적으로 소외되었는지 그 맥락을 고찰해 설명을 제공하고자 한다. 위상의 재조명 대상이 된 이들이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 장벽 대부분은 디자인 비평가 앨리스 로스던의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된다.

“간단히 대답하자면 다른 모든 업계에서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과 똑같은 문제 때문이겠죠. 자신감과 권리의 결여, 그리고 대다수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자들의 반감 말이에요. 의뢰인 대부분은 남성이랍니다.”

 

 

진보의 기치 위에서 발전해 왔으나

가부장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디자인 산업과

각자의 방식으로 그에 맞선 여성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꼽히는 샤를로트 페리앙이 르코르뷔지에의 작업실에서 일하고자 했을 때, 그가 르코르뷔지에로부터 돌려받은 거만한 대꾸는 잘 알려져 있다. “여기는 쿠션에 자수나 놓는 곳이 아닌데요.” 1956년 TV 방송인 알린 프랜시스는 「홈 쇼」의 시청자들에게 레이 임스를 “디자이너 찰스 임스의 배우자”로서만 소개한다.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을 때, 공동 작업자인 벤투리의 아내 스콧 브라운은 수상 이유에 아예 언급되지도 않았다.

이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직면해야 했던 장벽의 예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모더니즘의 태동과 궤를 같이하며 20세기 초에 본격적으로 전문화된 산업 디자인 업계는 바우하우스에 여학생을 대거 받아들이는 등 젠더 측면에서 일견 진보적 제스처를 취하는 듯했다. 그러나 성 평등을 공개 표방한 바우하우스조차도 알고 보면 비공식적 여성 입학 할당제를 도입하고 직물 디자인처럼 덜 ‘도발적인’ 분야를 여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가부장적 선입견을 공고화했다.

이런 환경에서 재능 있는 여성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자하 하디드나 노마 메릭 스클레억처럼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태도로 업계의 보수성을 돌파하거나, 아이노 마르시오알토나 렐라 비녤리처럼 남편의 공동 작업자로서 이름을 남기거나, 직물 ‧ 생활용품 디자인 혹은 장식 미술 등 ‘여성적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식이었다. 편견과 유리 천장 외에도 이들에게는 멘토나 역할 모델이 되어 줄 사람이 거의 없다는 한계가 있었으며, 여성인 데다 유색 인종이기까지 하다면 그 일거수일투족이 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많은 여성이 이러한 한계를 짊어진 채 확고한 의지와 재능을 발휘해 좌시할 수 없는 업적을 쌓았다. 그리고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실무자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뒤에 올 여성들에게 유산을 남겼다. 성공한 이들은 ‘여성’이라는 틀로 규정되는 것을 거부하면서도 바로 그 상징성 때문에 자신이 다음 세대에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가장 성공한 건축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자하 하디드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내가 다른 여성들에게 그들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란 걸 잘 알아요.”

 

 

여성 작업자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책

‘우먼 디자인’은 현재 진행형이다

 

많은 선구자들의 업적에도, 디자인 업계가 넘어야 할 편견의 벽은 여전히 공고하다. 2015년 영국 디자인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 내 디자인 노동력의 78퍼센트가 남성, 22퍼센트가 여성이다. 2012년 ‘여성 건축가들’ 단체가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대중 건축 강좌 일흔세 개 중 62퍼센트는 여성 강연자가 한 명 이하였다. 많은 연구가 디자인 업계에 여전히 양성 간의 급여 불균형,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 직장 내의 간접 차별이 존재함을 지적하고 있다.

『우먼 디자인』은 이에 대해 스스로의 물성 자체를 이용해 목소리를 내는 책이다. 『우먼 디자인』의 원서 본문에는 아멜리에 보네와 프란체스카 볼로니니가 포함된 팀이 만든 악티브 그로테스크 서체가 사용되었다. 면지에는 디자이너 세라 올베리가 영국 디자인 업계의 불평등에 관한 통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인포그래픽이 수록되어 있다. 민음사에서 출간되는 한국어판의 경우 여성 번역자와 편집자, 디자이너가 작업했으며, 표지와 각 챕터의 제목에는 여성 타이포그래퍼 함민주의 서체 둥켈산스를 사용했다.

“성 중립이 화두가 된 이 시대에 디자인에서 여성의 역할을 논하는 것이 유의미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단호히 “물론”이라고 답한다. 여성의 업적은 그 어떤 분야에서도 충분히 이야기된 적이 없으며, 젠더에 가해진 억압을 짚지 않고서 재능의 순수한 성취를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먼 디자인』은 여전히 요원한 이 도정에 이정표를 세우며 지속적 탐구를 독려하는 책이다.

 

 

 

본문에서

 

여성-남성의 젠더 이분법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디자인의 역사를 논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디자인 산업이 역사적으로(그리고 지금까지도 대체로) 명확히 가부장적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은 디자인 산업에서 여성이 공헌한 상당 부분을 소외시키고 격하하고 무시하며 억압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 상황에서 곧바로 성 중립 수용으로 넘어간다면 업계 내부에 존속하는 일련의 성차별을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젠더는 중요하지 않으며 성공은 재능과 열정에 달려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믿음을 지닌 사람들은, 업계에 잠복한 선입견들이 바로 그 재능 있는 집단의 압도적 다수를 제거하거나 억압해 왔다는 점 또한 인지해야 한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은 채로 나아간다면 디자인은 한층 더 빈곤해질 뿐이다. (8쪽)

 

뉴욕 현대 미술관의 산업 디자인 디렉터인 엘리엇 노이예스는 1946년 에세이에 이렇게 서술했다. “찰스 임스는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개발된 가장 중요한 가구들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그의 업적은 미적 탁월함과 기술적 성취를 겸비하고 있다. 추상 조각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여기에 레이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노이예스가 레이의 공헌을 알았더라면, 찰스의 기술적 성취를 칭찬한 자신의 에세이를 수정하여 이 중요한 작품들의 조각적, 추상적 탁월함과 창의성을 레이의공으로 돌렸을지도 모른다. (51쪽)

 

바우하우스에서의 생활은 그로피우스가 종종 말했듯이 ‘완벽한 평등’을 지향했다. 개교 당시 그로피우스가 선언한 강령은 “여성과 남성 사이에 그 어떤 구별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여성을 받아들인 최초의 국립 미술 학교 중 하나였던 바우하우스는 첫해부터 여든네 명 대 일흔아홉 명으로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슈퇴츨처럼 남성 동료들이 누린 것과 동등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직업적 명성을 얻은 채 바우하우스를 떠난 여성은 극소수였다. (55~56쪽)

 

단순한 꽃무늬 패턴이 회사 전체를 소생시켰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1870년대에 이미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 미술 공예 운동 회사가 생산한 직물의 전례가 있었으니까. 20세기 런던 리버티 백화점에서 내놓은 꽃무늬 옷감도 비슷한 경우였다. 하지만 1964년 핀란드 디자이너 마이야 이솔라가 마리메코사의 의뢰를 받아 거대한 양귀비꽃 무늬를 선보인 순간이야말로 획기적이었다. 더구나 이솔라는 일찍이 마리메코를 설립한 아르미 라티아의 “절대로 꽃무늬만은 쓰지 말라”는 방침을 대놓고 거역했다. 사생활에 민감하고 독립적이며 자유를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던 이솔라의 바람은 작업뿐 아니라 규칙과 관습에 대한 접근 방식도 좌우했다. (97쪽)

 

여성들은 자동차 산업이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차량 디자인의 발전에 공헌해 왔다. 베르타 벤츠는 1888년 최초로 자동차 도로 주행 테스트를 했고, 비행사이자 자동차 여행가였던 애나 비들은 1933년 리처드 벅민스터 풀러와 함께 다이맥시언Dymaxion이라는 놀라운 자동차를 만들었다. 영화배우 플로런스 로런스는 20세기 전반에 소위 ‘자동차 신호기 팔’이라는 것을 발명했는데 이는 현대적 방향 지시등의 효시가 되었다. 사업가였던 플로런스의 어머니 로타는 1917년에 전동 와이퍼의 특허를 신청했다. (105쪽)

 

스클레억은 끈기 있는 교육자이기도 했다. 그는 열성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고 퇴직 후에도 최종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건축가 지망생들을 코치해 주었다. 스클레억 스스로는 마땅한 역할 모델을 갖지 못했지만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확실히 그런 존재가 되어 준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건축가 수는 네 배로 늘어났지만, 이 수 역시도 건축가 자격증을 지닌 91,000여 명 중 0.2퍼센트에 불과하다. 스클레억이라면 물론 이보다 더 높은 통계 수치를 보고 싶었겠지만, 이만큼이라도 변화한 것은 그가 남긴 위업 덕분이다. (126쪽)

 

노마 메릭 스클레억이 1980년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건축가 협회 회원으로 선출된 것이 하나의 승리였다면, 2016년 하디드가 영국 왕립 건축가 협회 금메달과 프리츠커 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 된 것은 더욱 크나큰 승리였다. 과거에도 많은 여성 건축가들이 선구적인 작업들로 꾸준히 건축계의 남성 지배 장벽을 부수어 나갔음을 고려하면, 그만한 명망을 누릴 수 있었던 여성 건축가가 하디드 한 사람뿐이라는 것은 경악스러운 일이다.

하디드는 ‘여성 건축가’로 불리는 것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런 명칭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인정했다. “내가 다른 여성들에게 그들도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하는 입장이란 건 잘 알아요. 그러니 괜찮습니다.” (174쪽)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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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 셀러스

디자인 역사가이자 컨설턴트로, 런던 디자인 박물관의 선임 큐레이터로 일했다.

런던에서 10년간 자신의 이름을 건 갤러리를 운영하며 디자인 업계의 가장 혁신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 현재는 서펀타인 갤러리, 닐루파 갤러리, 프리드먼 벤다 갤러리 등 각종 기관들의 프리랜서 큐레이터이자 컨설턴트로 일하며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의 가장 최근 전시는 2020년에 열린 뉴욕 프리츠 페어의 최초 디자인 특집이다. 디자인에 관한 여러 저서들을 집필했으며, 2018년에 출간된 『우먼 디자인』은 가장 최근 저서다.

리비는 2008년 폴 햄린 브레이크스루 기금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에는 올해의 여성(Women of the Year) 예술 분야 공로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