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익살스럽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나는 너무나 사랑한다. 아마도 올해 출간된 책 가운데 최고일 것이다. A. S. 바이어트(소설가)

도덕적 혼란

원제 Moral Disorder

마거릿 애트우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11월 27일 | ISBN 978-89-374-1328-5

패키지 양장 · 46판 128x188mm · 396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눈먼 암살자』 『증언들』로 부커 상을 2회 휩쓴

현대 영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걸작 단편선!

편집자 리뷰

이 책에 실린 익살스럽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나는 너무나 사랑한다. 아마도 올해 출간된 책 가운데 최고일 것이다. A. S. 바이어트(소설가)

 

『도덕적 혼란』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끝내주는 통렬함, 날카로운 해학, 그리고 실존성과 용서가 결합돼 있다. 앨리 스미스(소설가)

 

 

『눈먼 암살자』 『증언들』 로 영문학 최고의 상인 부커 상을 2회 수상하고,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등 스트리밍 드라마로 만들어져 전 세계 독자들에게 새롭게 찬사를 얻은 걸작들을 탄생시킨 캐나다 출신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단편 소설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각각의 단편이 독립성을 띠고 있으나, 같은 한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연결되는 연작 단편 소설집이다.

 

 

■ 한 여성의 삶 전체를 스냅 사진처럼 순간순간 포착한 걸작!

 

소설은 노부부인 듯 보이는 한 쌍의 커플이 아침에 눈을 뜨고 식탁에 앉으면서 시작된다. 화자인 ‘나’는 노년의 여성이고 그녀의 반려자인 남성은 티그이다. 그들은 별 불만 없이 평온한 노후를 보내는 듯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쁜 소식, 불길한 예감은 평온한 아침 식탁을 예고 없이 덮친다.(「나쁜 소식」)

 

곧이어 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단편 소설이 이어진다. 우리는 화자인 소녀가 앞서 등장한 노년의 화자와 동일한 ‘넬’임을 알게 된다. 열한 살의 어린 소녀 넬은 중년의 나이에 노산을 앞두고 있는 어머니와 외딴 시골집에 단둘이 남겨져 있다. 소녀는 어머니가 아무 사고 없이 동생을 낳을 수 있을지,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해하며 어머니의 수발을 들고, 태어날 동생에게 입힐 옷을 뜨개질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갑자기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된 소녀는 이를 통해 일찌감치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요리와 접대의 기술」)

 

넬의 여동생은 무사히 태어나지만, 남다른 점이 있다.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넬은 핼러윈을 맞아 열한 살 차이가 나는 어린 여동생과 함께 가장 놀이를 하기 위해 ‘머리 없는 기수’ 코스튬을 만드는데, 동생은 이 옷 때문에 공포에 질린다. 나이에 비해 눈치가 빠르고 조숙한 언니와 한없이 예민하고 연약한 여동생. 이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적 갈등과 애정은 평생에 걸쳐 이어지게 된다.(「머리 없는 기수」)

 

여성이 결혼을 피하려면 대학에 가야 했던 시절, 이제 수험생이 된 넬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에 몰두한다. 학교의 벳시 선생님은 이런 넬을 남다른 태도와 관점을 통해 영문학의 길로 이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문학이란 유용하지도, 이해되지도 않을 것일 뿐이다. 넬은 이제 진로라는 기나긴 터널을 통해 다른 세계로 가게 된다.(「나의 전 공작 부인」)

 

영문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단기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젊은 전문직 여성이 된 넬. 하지만 1960년대는 스스로 생계를 꾸리며 홀로 살아가는 여성에게 그리 편치 않은 시절이다. 넬은 안정적인 중산층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생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며 절대적 고독에 시달린다.(「다른 날」)

 

어느 날 넬은 티그와 오나 부부를 알게 되고, 둘 사이에서 원치 않았던 형태로 관계를 맺게 된다. 자유를 원했던 오나는 남편인 티그와 넬을 짝지어주고, 티그와 넬은 오나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시골 농장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중년의 문턱에 접어든 넬은 이후 티그와 남은 나날들을 보내게 되는데, 시골에서의 일상은 넬에게 낯선 결단과 깨달음의 순간을 준다.(「도덕적 혼란」, 「흰 말」) 그리고 서서히 노년이 찾아온다. 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넬은 가족 안에 뿌리 내린 과거와 마주하며 생의 황혼을 맞이한다.(「래브라도의 대실패」, 「실험실의 소년들」)

 

 

■ 여성으로서 당신과 나, 우리의 이야기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가장 자전적 소설

 

『도덕적 혼란』에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실제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게 하는 자전적 요소가 여러 모로 반영돼 있다. 곤충학자로 가족들을 이끌고 캐나다 외딴 험지에 정착한 아버지와 강인한 성격의 어머니, 오빠와 어린 여동생으로 이뤄진 애트우드의 가족은 실제로 책 속의 배경과 꽤 흡사한 삶을 살았다. 애트우드는 도시와 오지를 오가는 가족의 생활 패턴으로 인해 열두 살까지 학교에 정규적으로 다니지 못했으나 책을 벗 삼아 고독을 이겨냈고, 열여섯 살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다. 그러니까 만약 애트우드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소설 속의 넬과 어느 정도 흡사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애트우드는 자신의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면서, 모든 여성이 생의 일정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어떤 불안, 나쁜 선택, 그로 인한 겪는 잔잔한 불행과 ‘도덕적 혼란’에 대해 말한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목도하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한다. 환경운동가로서 그녀의 사려 깊은 면모는 주인공 넬이 티그와 함께 시골 농장에 정착하여 닭, 고양이, 개, 소, 양, 말 같은 동물들을 우연히 거둬들이며 일어나는 해프닝 속에 냉정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드러나며, 넬의 부모에 관한 기억 속에는 20세기 초중반, 여전히 광대한 황야였던 캐나다의 자연 속에서 삶을 위해 투쟁한 프런티어들의 감동적인 역사도 깃들어 있다.

 

이 자전적 소설을 통해 애트우드는 그녀가 평생 천착해 온 주제인 여성의 삶과 그 앞에 놓인 역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은 결코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고, 여성이라는 주제를 담은 『시녀 이야기』 같은 다른 작품에 비하면 매우 온건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울림과 여운은 길다. 이는 한 여성의 삶을 유년부터 노년에 걸쳐 스냅 사진처럼 순간 포착하여 파편화하면서도 이를 온전하게 하나의 실로 관통하여 엮은 작가적 역량과, 제각각 다르지만 같기도 한 여성들의 삶을 객관화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 통찰력 덕분일 것이다. 대가라는 명칭이 걸맞은 작가의 실로 무르익은 역량을 드러내는 걸작이다.

 

■ 본문에서

 

신문 좀 봐요. 티그가 말한다.

거기에는 사진들이 실려 있다. 나쁜 소식에 사진이 곁들여져 있으면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진이 있으면 원하든 원치 않든 보게 된다. 뒤틀린 속 골격만 남고 소각된 차의 모습. 요즘 들어 연달아 보게 되는 광경이다. 까맣게 탄 윤곽이 안쪽에 웅크리고 있다. 이런 사진에는 으레 주인 없는 신발이 나온다. 이런 신발을 보면 마음이 아려 온다. 어디론가 가는 거라고 굳게 믿으며 신발을 신는 무고한 일상적 과업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17쪽)

 

앞으로 다가올 위험은 너무나 막연했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컸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대비한단 말인가?

나의 뜨개질은 마음 한구석에서 일종의 부적과 같은 작용을 했다. 벙어리 공주들이 백조가 된 오빠들을 사람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짜야 했던 동화 속의 쐐기풀 옷처럼. 내가 아기 옷 일습을 완성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입을 아기는 세상으로 불려 나올 것이고, 따라서 어머니에게서 나올 것이다. 일단 내가 볼 수 있도록 밖으로 나오면, 얼굴을 갖춘 존재가 되면,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의 그것은 위협적인 존재였다. (33쪽)

 

내가 왜 해야 해요? 내가 말했다. 내 아기가 아니잖아요. 내가 낳은 게 아니에요. 어머니가 낳으셨잖아요. 나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무례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말이 입에서 나오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내가 너무 지나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내가 한 말이, 어느 정도는, 사실이었지만.

어머니는 단숨에 일어나 뒤돌아섰다. 그리고 내 얼굴을 세게 때렸다. (49쪽)

 

어떤 남자애 때문에 말이다. 어머니는 살짝 경멸 섞인 어조로 말했다. 젊은 시절 어머니는 자신이 어떤 남자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고백을 하느니 차라리 기름에 튀겨지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많은 구애자들을 두고 그들을 모두 미소 어린 멸시로 대하는 것이 당시 관습이었다. (83쪽)

 

내가 그렇게 끔찍한 아이였어?

전혀. 나는 말한다. 넌 아주 귀여웠어. 커다란 푸른 눈에 작고 땋은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지.

듣자하니 엄청나게 보챘다던데.

세상이 현 상태보다 더 나아지길 바란 거지. 내가 말한다.

아니, 그건 언니였어. 언니가 그런 걸 원했지. 나는 세상이 나한테 좀 더 나은 곳이 되기를 바랐던 거야. (92쪽)

 

이제 그녀는 내게 온화한 반어적 미소를 지으며 커튼을 옆으로 젖혔다. 커튼 뒤에는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 터널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터널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었고, 그다음 터널의 저편에는 길이 더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베시 양은 그 입구에서 멈춰야 했다. 터널 안에는 내가 배워야 할 것이 놓여 있었다.

이제 곧 나는 작년의 학생이 될 것이다. 나는 베시 양의세계에서 떠나게 될 테고, 그녀는 나의 세계에서 떠날 것이다. 우리 둘은 모두 과거에 속하게 될 것이고, 우리 둘 모두, 나는 그녀의 관점에서, 그녀는 나의 관점에서, 완전히 지나가 버린 존재가 될 것이다. (139쪽)

목차

나쁜 소식 _9

요리와 접대의 기술 _27

머리 없는 기수 _51

나의 전 공작 부인 _95

다른 곳 _141

모노폴리 _165

흰 말 _248

혼령들 _289

래브라도의 대실패 _327

실험실의 소년들 _351

 

작가의 말 391

작가 소개

마거릿 애트우드

1939년 11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태어나 온타리오와 퀘벡에서 자랐다. 애트우드의 가족은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북쪽 황야로 갔다가 가을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오곤 했다. 이런 생활 속에서 어울릴 친구가 별로 없었던 애트우드에게는 독서가 유일한 놀이였다. 고등학교 진학 후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토론토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스물한 살에 첫 시집 『서클 게임』을 출간했으며, 이 시집으로 캐나다 총리 상을 수상했다. 이후 여성의 사회활동과 결혼 등에 대한 소재로 1969년 첫장편소설 『Edible Woman』(국내 미출간)을 발표하였고, 장편 소설 『떠오름』으로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시녀 이야기』(1985), 『고양이 눈』(1988), 『도둑 신부』(1993), 『그레이스』(1996), 『오릭스와 크레이크』(2003), 『홍수의 해』(2009), 『미친 아담』(2013) 등이 있으며, 2000년 발표한 『눈먼 암살자』로 부커 상을 수상했다.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들을 통해 페미니즘 작가로도 평가받는 동시에, 외교 관계, 환경 문제, 인권 문제, 현대 예술, 과학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폭 넓게 다루고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토론토 요크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에서 영문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제 국제사면위원회, 캐나다 작가협회, 민권운동연합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토론토 예술상, 아서 클라크 상, 미국 PEN 협회 평생 공로상, 독일도서전 평화상, 프란츠 카프카 상 등을 수상했다. 2019년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 『증언들』로 부커 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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