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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림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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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한지혜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0년 10월 16일

ISBN: 978-89-374-1322-3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24x205 · 168쪽

가격: 13,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엄마를 마음 편히 사랑하지 못했던,

엄마가 내내 아픔이었던 이들에게.”

 

악착같은 삶의 현장을 향한 정직한 응시

비극 속에서 새로 쓰는 가장 가까운 이름

 


목차

■ 차례

환생 7

함께 춤을 추어요 35

토마토를 끓이는 밤 65

으라차차 할머니 101

누가 정혜를 죽였나 135

무영에 가다 175

물 그림 엄마 205

작가의 말 241

작품 해설

엄마 되는 상상력, 여성의 자기서사 이해하기_ 선우은실(문학평론가) 244

추천의 글 262


편집자 리뷰

199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소설집 『안녕, 레나』,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를 써 낸 한지혜의 세 번째 소설집 『물 그림 엄마』가 출간되었다. 다정한 글 안에 한곳을 오래 응시해 온 이 특유의 묵직하고 예리한 시선을 감춰 둔 작가 한지혜는 지난해 20년 간 써 온 글을 묶어 산문집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물 그림 엄마』 역시 진득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엄마와 딸’이라는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본다.

 

■  죽음을 통해 다시 보는 ‘엄마’라는 이름

『물 그림 엄마』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는 ‘죽음’과 ‘엄마’다. 소설 속 화자들은 수없이 죽음과 맞닥뜨린다. 그 자신이 죽음에 가까이 있거나 타인의 죽음을 목도하거나 죽은 이와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죽음이 새로이 그 삶을 돌아보게 하는 대표적인 이름이 바로 ‘엄마’다. 죽음을 앞둔 엄마의 삶이 딸의 시선에서 그려지면서 엄마는 재인식되고, 그로써 재탄생한다. 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엄마와의 복잡한 관계를 거짓 없이 들여다보는 소설들은 작가의 말대로 “엄마를 마음 편히 사랑하지 못했던, 엄마가 내내 아픔이었던 이들”을 위한 소설이다.

「환생」, 「토마토를 끓이는 밤」, 「으라차차 할머니」, 「물 그림 엄마」는 모두 엄마 혹은 할머니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딸은 엄마가 죽음을 맞는 순간의 목격자이자 그의 인생의 서술자다. 이때 딸이 보는 엄마는 모성애가 가득한 엄마가 아니라, 어쩌다 엄마가 되어 버린, 출산과 육아가 힘에 겨웠던 엄마이고, 자식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더 충실했던 엄마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순간조차도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애틋하지만은 않다. 늘 함께했지만 가끔은 있느니보다 못했던 존재,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 ‘안녕’ 인사를 건네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한지혜는 따뜻하기보다는 덥고 끈적거리며 가끔은 가슴 시리게 서늘한 관계의 온도를 기록한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비참하고 지긋지긋한 삶의 한복판이다. 여러 번 되살아나서 이제는 그의 죽음을 보는 자식들의 시선에 권태가 끼어 버린 노모의 병실, 가난을 못 이겨 투항하듯 쫓겨 들어간 엄마의 임대 아파트,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온 노인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단칸방. 한지혜는 이 초라하고 너덜너덜한 현실에 한 겹의 환상을 덧씌운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가난하고 외로운 현실은 한 편의 소동극이 되고(「토마토를 끓이는 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온 노인의 삶은 소설 속 소설을 통해 아름답고 강한 여성의 이야기로 재탄생한다.(「으라차차 할머니」) 머뭇거리지 않고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는 날것의 현실을 드러내고, 천연덕스러운 서술은 비극적이지만 유쾌한 새로운 여성 서사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지혜는 예민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매력적인 이야기를 통해 ‘엄마’로 호명되던 여성을 복잡한 욕망을 가진 고유한 존재로 재탄생시킨다. 그의 모녀 서사는 여성혐오와 여성들 간의 연대를 다뤄 왔던 지난 수년 간의 여성 서사와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실은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출발한, 가장 가까운 여성의 이야기다.


 

■ 추천의 말에서

이 소설집은 때늦게 당도한 게 아니라 조금 다른 방향에서 온 여성의 이야기다. 그 방향은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어딘가가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가까이 존재했기에 간과했던 바로 여기― 몇 번을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은, 도돌이표가 그려진 후렴구와도 같은 삶이다.

―구병모(소설가)

 

한지혜의 소설은 인생이라는 황량한 사막에 낙타 한 마리가 되어 서로의 외봉을 마주 기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말한다. 어른의 세계란 무연한 슬픔을 더없이 깊고 아름답게 바라볼 줄도 아는 마음이라고 알려 준다.

―김이설(소설가)


 

■ 본문에서

“그러나 반복되어 익숙해지는 기적은 기적일 수 없었다. 엄마가 세 번쯤 살아나자 고비를 넘기셨습니다 하는 의사들의 목소리에 차츰 권태가 꼈다. 이건 기적입니다라고 더 이상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10쪽)

그건 일종의 생존 확인이었다. 밤새 안녕을 확인하는 일. 혼자 죽는 것보다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는 게 더 두려운 마음은 이해가 됐다. 그렇지만 저승 문을 업고 다닐 나이에 그렇게 뻔질나게 고하는 안녕이라니. 좀 징글징글한 느낌도 들었다.” (78쪽)

“할머니와 나는 오랫동안 서로를 미워하거나 구박하거나 증오했다. 그런데도 결국 이렇게 둘만 남았다. 우리는 서로 미워했지만, 다른 사람은 우리에게 아예 무관심했다.” (110쪽)

“처음 그 이야기를 듣던 날 나는 마음부터 몸까지 모두 덜덜덜 떨었다. 지어 낸 이야기여도 무서웠고, 사실이라면 더더욱 무서웠다. 혹시라도 내 심장에서 두 개의 심장이 쿵쿵거리는 걸 듣게 될까 봐 잘 때라도 가슴에 손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그 이야기가 사실 같았다. 사실이었으면 싶기도 했다. 여전히 무서웠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상상하면 한편으로는 놀랍고, 신비하고, 경이롭고, 황홀했다. 그러면 그게 진실이 아닌가 싶었다.” (129쪽)

“아이를 사랑했다. 그러나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어느 쪽이 진심일까. 잠들고 싶지만 잠들기 두려운 날 같은, 그런 사랑이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62쪽)

“눈물은 나지 않았다. 슬프지도 않았다. 그저 좀 이상했다. 죽어서 다시 만난 사람과 또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죽은 사람과 만나서 극장을 가고 여행을 다니는 일보다 헤어지는 일이 더 이상했다.”(234쪽)


 

■ 수록 작품 소개

「환생」

시한부를 선고받은 엄마와 함께 자식들은 여수 여행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동시에 그 지난한 과정에 낀 권태와 짜증이 뒤섞인 여행에서 엄마는 대뜸 환생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식들은 엄마의 말에도, 몇 번이나 반복되는 죽음의 고비에도 지쳐 간다.

「함께 춤을 추어요」

‘나’는 심리학 박사이자 TV 상담 프로그램 출연자인 신주영 박사의 열혈 안티다. 남편의 외도와 육아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나는 인생에 단 한번도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은 웬 박사가 TV에 나와 몇 마디 말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방송국은 유명 안티인 나에게 신주영 박사와 TV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을 제안하고, 박사의 딸 진이를 만난 나는 박사에게 진이를 한번만 더 만나게 해 달라고 전화를 건다.

「토마토를 끓이는 밤」

남편의 실직 후 ‘나’는 남편과 함께 임대 아파트에 사는 엄마의 집에 쫓기듯 들어간다. 이상하게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은 엄마의 집에 제 집처럼 드나들고, 엄마는 이를 방관한다. 알고 보니 엄마는 노인들의 생사를 확인해 그 자식에게 알려 주며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남편은 엄마를 도우며 노인의 자식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려 하는데…….

「으라차차 할머니」

‘나’는 꼽추다. 가난한 집에서 생계에 밀려 방치된 나를 거둬준 것은 역시 꼽추인 할머니다. 할머니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진짜 외할머니인지, 나를 받아 준 산파인지, 지나가다 엄마의 눈에 띈 거지 노인인지. 나이가 들어 임종을 앞둔 할머니의 곁을 지키던 나는 할머니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장애를 안고 살아온 할머니의 삶은 비루했지만, 일기장 속 그는 인생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아름답고 강한 여성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디까지 상상이고 환상인지는 알 수 없다.

「누가 정혜를 죽였나」

등단은 했으나 소설 한 권 내지 못한 소설가 정혜는 육아 스트레스와 슬럼프로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SNS에서 만난 동명의 영화감독 정혜로부터 ‘누가 정혜를 죽였나’라는 제목으로 각자 소설과 영화를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는다.

「무영에 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먹고 사는 ‘나’에게 와이가 말을 걸어온다. 자신의 자살을 도와주면 돈을 주겠다는 것. ‘무영에 가자’는 와이의 말은 나를 불러내는 신호다.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하고 그때마다 나의 도움으로 살아나던 와이는 어느 날 실제로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나는 와이를 안다는 누군가의 연락을 받는다.

「물 그림 엄마」

극장 청소부로 살다가 극장에서 죽은 엄마가 귀신이 되어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아이를 가진 채로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버림받고 홀로 자식을 키웠던 엄마. 그는 나의 신혼여행에까지 따라와 라스베이거스의 영화관에 가자고 조른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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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안녕, 레나』 『미필적 고의에 대한 보고서』, 산문집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