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

아도니스, 김능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7월 25일 | ISBN 978-89-374-7542-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40x210 · 132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아도니스에게 시는 사유의 방법이자 신비로운 계시에 가깝다.” ― 《뉴욕 타임스》

20세기 아랍 문학의 모더니즘 혁명을 이끈 살아 있는 전설
현재 가장 유력한 아랍어권 노벨문학상 후보 시인 아도니스 대표 시선집

편집자 리뷰

● 20세기 아랍 문화 전반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시인

“시는 한 줄기 생각이기보다는 생각들의 네트워크여야 한다.”
―아도니스

민음사 세계시인선 42번으로 아도니스의 대표 시 선집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이 출간되었다.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곤 하는 시인 아도니스에 대한 호기심과 현대 아랍 문학에 대한 전문적인 관심 모두를 충족할 한 권의 시집이 도착했다. 이번 책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인 아도니스, 그의 문학 인생 전반에 걸친 대표시를 뽑아 구성하였다. 문학으로 아랍의 현대화를 위해 평생 애썼던 아도니스의 변혁과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랑자인
나는 나의 먼지를 위해 기도하고
이방인 신세인 내 영혼에게 노래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적을 향해,
내 노래가 불사르는 세상을 지나가고
문턱을 놓는다.
― 「방랑자」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이룬 뒤에도 여전히 혼란했던 시리아에서, 진보 사회를 지향하던 젊은 아도니스의 정치적 이상은 일찍이 좌절되었다. 이후 시리아를 떠나 레바논,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 머물며 작가로 활동한 아도니스는 문학을 변화와 혁신의 본체이자 방법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아랍과 서구의 문학 양쪽에 깊은 식견을 갖춘 세련된 스타일을 발전시키면서도, 여전히 자신의 뿌리 문화와 민족에 대해 고뇌를 멈추지 않았다.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
나의 타나토스를 사랑하는 너의 낯섦
타자(他者) 때문에 근심하며 죽는 너의 낯섦
타자를 연모하며 죽는 너의 낯섦
(…)
내 노래에 관해,
내 노래가 낯설다고 말한다
그것에는 돌더미로 된 현(絃)도, 메아리도 없다고,
나의 이마도 그것처럼 낯설다고 말한다.
너의 낯섦은 나의 낯섦
나는 나의 존재에서 돌더미와 공허, 어둠을 제거했다
그 외의 것을 향한 나의 갈망으로, 나의 위대한 사랑으로.
내 뒤에는 커다란 대문과
쇠사슬 ― 공허와 돌더미와 어둠 ― 이 여전히
나를 지켜보고, 그 시선을 내 발걸음에 고정시킨다.
방황하고 있는 나는 내 이마에 쇠사슬을 채운 자들과
살해하려고 산길에 매복한 자들조차 사랑한다.
― 「부활과 재: 낯섦에 대한 찬가」에서

아도니스는 평생 아랍 문학, 특히 시의 현대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일으켰던 자유시 창작 흐름인 ‘신시(新詩, New Poetry)’ 운동은, 이슬람 이전 시대(약 4~5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랍 문학의 큰 줄기였던 전통적 정형시 ‘까시다’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었다. 약 1500년 동안 감히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없었던 가운데, 엄격한 문학적 관습과 이를 옹위해 온 보수적인 아랍의 문화에 파격적인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서 ‘원근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려던 화가들이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은, 전통에 대한 아랍 문화의 강고한 보수성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아도니스의 새로운 시는 말 그대로 ‘죽음을 무릅쓴 파격’을 아랍 문학에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한정된 고풍스러운 주제와 고전적 어법에서 탈피하여 보다 인간적이고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주제와 현대 아랍의 일상어를 시어로 사용하였다.

그가 당황하고 있기에
우리에게 가르쳤다
우리가 흙먼지를 읽고 있음을.

그가 당황하고 있기에
우리 바다들의 위로 지나갔다
그의 불길로, 세대들의 갈망으로 생긴 구름이.

그가 당황하고 있기에
상상력이 우리에게 주었다
자신의 연필들을.
우리에게 주었다
자신의 책을.
― 「당황( ― 합창곡)」에서

● 아랍 문학계의 T. S. 엘리엇

“20세기 후반 그가 이끈 모더니즘 혁명은 아랍 시 세계에 일대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이는 영미문학에서 T. S. 엘리엇과 비견될 만하다.” ─《가디언》

20세기의 대표적 모더니스트 시인 T. S. 엘리엇은 자신의 새로운 시로 영미 문학의 흐름을 바꾸었고 그 영향이 미친 범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광대하다. 아랍 문학에서 아도니스는 종종 T. S. 엘리엇에 비견되곤 한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를 가리켜 “오늘날 가장 대담하고 도발적인 아랍 시인”이라 일컬은 것은 단지 상찬의 의미 이상이다. 그의 시가 보여 주는 인습의 전복과 형식의 파괴는 일종의 지적(知的) 운동으로까지 나아간다. 시를 넘어서, 인간 삶의 제 분야, 곧 정신, 문학, 학문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현대’를 만들고자 하는 변화와 혁신의 호소다.

무언가 역사의 터널에 펼쳐져 있었다.
장식되고 지뢰가 부설된 무언가
석유에 중독된 자신의 아이를 들어 나르고
악독한 상인이 그 아이를 노래한다.
동은 보채는 아이처럼
달라고 소리쳤고
서는 아이의 흠결 없는 할아버지였다.

이 지도가 뒤바뀌었다
세계는 불타고
동과 서는
그 재가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무덤이다.
― 「서(西)와 동(東)」에서

후기 시로 갈수록 그는 더 넓은 세계를 조망하는 독특한 시선을 갖추게 되었다. 그의 시는 아랍 세계가 단지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혁해야 하고, 또한 행동하기를 촉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직접적인 명령어를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변적이고 복잡하며 초월적이기까지 한 그의 문장은 읽는 이로 하여금 부정(不定)의 세계를 열게 하며, 이로부터 타성에 젖은 현실에 균열이 시작된다. 괴테상, 펜/나보코프상 등 다수의 국제적인 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문학이 이룬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리고 나는 아침에 소리치며 일어났다
귀가 시간 조금 전에: 뉴욕!

너는 어린애들을 눈[雪]과 뒤섞고 시대의 케이크를 만든다. 너의 목소리는 산화물이고, 화학을 넘어서는 독이다. 그리고 너의 이름은 불면이고 질식이다. 센트럴 파크는 자신의 희생자들을 위해 향연을 열고, 나무들 아래에 시체들의 유령들과 단검들이 있다. 바람에게는 벌거벗은 나뭇가지들만 있고, 여행자에게는 막힌 길만 있다.

나는 아침에 소리치며 일어났다: 닉슨, 당신은 오늘 어린애를 몇 명이나 죽였소?
― “이 사안은 중요하지 않다.”(캘리)
― “이것이 문제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이 적의 수를 감소시킨다는 것 또한 맞지 않은가?”(미국인 장성(將星))

내가 어떻게 뉴욕의 심장에 또 다른 용적을 줄 수 있을까? 또한 심장도 자신의 경계를 확장시킬 수 있을까?
― 「뉴욕을 위한 무덤」에서

지난 십 년간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아도니스. 그는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그리고 니체를 자신의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세 가지 사상으로 꼽는다. 자아와 타자 간 경계를 허무는 수피즘, 고정된 진리를 거부하고 지속적 변화를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 유럽 문명을 전면 재검토한 니체는 모두 당대 가장 혁명적인 질문을 던졌다. 전통의 황폐함과 정체(停滯)를 비판하길 주저하지 않는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빈번한 테러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변화와 발전을 위해 고통과 희생을 두려워 말기를 강조하는 아도니스의 정신은 보수주의와 극단주의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전 지구, 현대의 인류 모두에게 꼭 필요한 번뜩임이다.

목차

사랑

산고(産苦)
부활과 재
나날
벼락
그는 별이 아니다
미흐야르 왕
그의 음성
상처
시시포스에게
죽음으로의 초대( ― 합창곡)
여행자
방랑자
타인들
행선지 불명의 땅
제가 당신께 말씀드렸지요……
죄의 언어
당황( ― 합창곡)
어느 신이 죽었다
예견
아부 누와스를 위한 애도사
대화
심연
눈물의 가교
아담
마법의 대지
한 번이자 마지막으로
죽음
두 개의 주검
현존
까마귀의 깃털로 쓴다
불의 나무
연금술의 꽃
동녘의 나무
주야(晝夜)의 나무
나무
아침의 나무
새싹들의 영역
칼리다를 위한 거울
사랑에 빠진 육체를 위한 거울
한 여자와 한 남자
순교자
베이루트를 위한 거울
서(西)와 동(東)
탐색
시인들
시도
아이들
의혹의 출발
시(詩)의 출발
최초의 작명
아부 누와스
길의 시작
길의 시작 2
사랑의 시작
뉴욕을 위한 무덤

주(註)
작품에 대하여: 변화와 혁신의 시인

작가 소개

아도니스

아도니스(Adonis, 1930-)
본명은 알리 아흐마드 사이드(ʿAlī Aḥmad Saʿīd Isbir). 1950년대부터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였으며 아랍 시 현대화의 선두에 섰다. 아랍 전통 정형시 ‘까시다’의 관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과 주제, 일상 언어를 시에 도입한 그의 과감한 시도는 현대 아랍 시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아랍의 문학과 문화를 바꾸려는 그의 이러한 노력은 예술이라는 방법을 통해 아랍의 현실과 아랍인들의 사고방식을 개혁하려는 지적(知的) 운동으로도 볼 수 있다. 괴테상, 펜/나보코프상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몇 년째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시리아 서부 가난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이슬람 사원에서 코란과 고전 아랍 시를 배운 것 외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우연한 기회로 정부 장학생이 되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레바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리아에서 진보 정당 활동을 하였으나 정치적 이상이 좌절된 뒤 레바논으로 이주하였고(1956~1975), 이후 레바논 내전을 피해 프랑스 파리로 망명하여 1985년부터 현재까지 파리에서 살고 있다.

김능우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아랍어문과를 졸업하였다. 수단의 국제 카르툼 아랍어연구소에서 아랍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요르단대학교에서 중세 동부지역 아랍인의 전쟁시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랍시의 세계』, 『한국어-아랍어 사전』(공저), 『무알라까트』(주해), 옮긴 책으로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야쿠비얀 빌딩』, 『시카고』, 『중세 아랍시로 본 이슬람 진영의 대(對)십자군 전쟁』(역주), 『성찰의 서』(역주) 등이 있으며, 「아랍 가잘(연애시)의 발전과정 연구」, 「십자군 전쟁 당시 아랍 시인들의 이슬람 진영에 대한 비판」, 「중세 아랍시에 나타난 ‘몽골과 이슬람 세계와의 충돌’에 관한 연구」 등을 비롯한 여러 편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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