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로운 자들,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이다

이치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8년 5월 1일 | ISBN 89-374-0304-8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02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제22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매력적인 문체, ‘자본주의의 한 징후로서의 권태’라는 진지한 주제를 흥미롭게 이끌어 가는 독창적인 구성, 문학과 현실에 대한 치열한 사유 등으로 <오늘의 작가상>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끈 이 작품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대형 신인의 탄생을 예고해 주고 있다.
권태로운 자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만을 꿈꾸고 소망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팝콘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성은 기사를 통해 이러한 세상의 권태로운 자들을 차례로 죽여나갑니다. 그들은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데 위험한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살해 위협을 피해 새로운 인물들이 소파 씨의 아파트로 하나 둘씩 모여듭니다. 그 인물이 가사에 의해 죽었을 때는 퇴장, 죽지 않고 살아남았을 경우 에는 등장으로 표현했습니다. 이것이 이 소설의 기본 얼개입니다. ――작가

편집자 리뷰

이치은 씨의 소설은 고안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투적 교훈을 배격하는 문장의 탐구력이다. 이 점에서 그의 실험소설은, 현학적이고 현란한 관념과 감정을 과시하며 소비자의 눈을 끌고자 하는 광고 언어의 작품과는 다르다. 이치은은 작품의 영감을 황지우의 시에서 얻고 있다. 황지우처럼 그도 불경스러운 실험으로 현실을 탐색한다. ――김우창/문학평론가

이 작품은 비록 지리멸렬해 가는 인상을 주는 신세대 문학에 온전한 대안은 되지 못할지라도 우리 문학이 끝내 외면할 수 없는 한 흐름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문학청년들에게 여러 가지로 유익한 참고가 될 작품이다. ――이문열/소설가

이 소설은 \\\’특별한 종류의 즐거움\\\’을 담고 있다. 그 즐거움이란 무엇보다 소설 문체의 매력에서 비롯된다. 서사 구조의 프리미엄을 애초부터 포기하고 문체의 힘만으로 소설을, 그것도 장편소설을 이끌고 나가는 저력은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문학 현상이다. 문학이란 다만 \\\’언어의 어떤 자질을 적용하고 확장한 것\\\’이라는 발레리의 신념을 다시금 상기하게 하는 작품이라 아니할 수 없다.――조성기/소설가

치밀하게 관리되는 사회체제를 갉아먹는 존재,
권태로운 자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는 황지우의 시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에 나오는 소파를 비롯, 「구토」(사르트르)의 로캉탱, 「경마장의 오리나무」(하일지)에 나오는 오리나무, 「날개」(이상)에 나오는 연심의 남편(즉 ) 등 소설 속에 나오는 권태로운 인물들과, 그들을 죽이려 하는 기사가 나온다. 기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잘 짜여지고 치밀하게 관리되는 삶을 갉아먹는 존재들인 권태로운 인물들을 제거하려고 성(城)이 보낸 암살자다. 권태로운 인물들이 한둘 살해당하기 시작하자 위협을 느낀 인물들이 소파 씨의 아파트에 모여든다.

\\\’권태\\\’에 포위당한 현실을 탐색하는 불경스러운 실험!
이처럼 작가는 「권태로운 자들…」에 기존 소설들의 주인공들이나 작가를 대변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체제에 대한 반항이나 거부마저도 포용해 내는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대항하는 하나의 대응 전술로서의 권태\\\’를 재구성해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추리소설적, 연극적 요소를 도입하여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소설을 흥미진진하고 독특한 것으로 창조하는 역량을 보이고 있다.

작품 줄거리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다른 작가가 쓴 소설이나 시에서 이미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기사(騎士)의 경우만 제외하고.
이 글은 와 같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과, 와 같이 인물들이 퇴장하는 장으로 나눌 수 있다. 예외는 10장이다.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소파 씨의 아파트로 하나 둘씩 모여들고, 인물들이 퇴장하는 장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기사(騎士)에 의해 차례로 죽어간다.
1장 로캉탱, 퇴장하다
성(城)의 명령에 의해 기사(騎士)는 사르트르의 『구토』에 등장했던 권태로운 인물인, 로캉탱을 죽인다. 성은 권태로운 인물들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보고 차례차례 죽이는 것이다.
2장 소파 씨, 오리나무, 등장하다
소파 씨의 아파트. 아내는 외출하고 없다. 세련된 무위도식배인 소파 씨는 그의 아파트에 파묻혀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삶을 돌아다보고 지금의 자신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한심해한다. 그는 예전에 했던 말, 그의 시를 떠올려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불평도 하고,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에 놀라워도 한다. 그런 그의 집에 하일지의 『경마장의 오리나무』에 나오는 권태로운 인물인, 오리나무가 찾아온다.
3장 디노, 퇴장하다
기사는 모라비아의 『권태』에 나오는 권태로운 인물인, 디노를 죽이러 간다. 기사는 디노를 유인하기 위해 애인 채칠리아의 집으로 간다. 기사는 그녀를 총으로 위협하며 디노에게 전화를 하라고 시킨다. 채칠리아의 전화를 받고 디노가 온다. 기사는 디노를 죽이고 다시 채칠리아를 죽이려 한다.
4장 K, 등장하다
다시 소파 씨의 아파트. 소파 씨와 오리나무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소파 씨의 아내는 여전히 외출하고 없다. 소파 씨는 오리나무에게서 권태로운 자들을 죽이기 위해 명령을 내리는 성(城)과 그들이 보낸 기사의 존재에 대해 얘기를 듣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사이 그의 아파트로 카프카의 『심판』에 나오는 권태로운 인물인 K가 찾아온다.
5장 아담 폴로, 등장하다
소파 씨는 오리나무와 K에 의해 자신의 일상이 침해받은 것을 불쾌하게 여기며, 한편 자신과 그들의 삶, 그리고 성(城) 등이 온통 혼란스럽고 미궁 속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소파 씨는 그들의 심부름으로 \\\’프리쥐닉\\\’ 백화점을 찾아가는 동안 익히 보았던 길, 거리, 사물들에 대해 낯설음과 부적응의 반응을 보인다. 그런 그에게 또다시 르 클레지오의 『조서』에 나오는 권태로운 인물인 아담 폴로가 찾아온다.
6장 연심의 남편, 퇴장하다
기사는 성의 명령에 의해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권태로운 인물인, 연심의 남편 즉, 이상(여기서는 \\\’나\\\’)을 죽인다. 이 장에서 기사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그는 권태로운 자들을 죽여 왔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그는 오직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성의 명령을 수행하는 \\\’살인자\\\’다. 그렇지만, 과거에 이상을 죽였을 때에는 약간의 실수와 연민, 그리고 자신의 첫 섹스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의 냉혹한 살인자라는 정체성이 여기서 흔들리게 된다.
7장 무슈Monsieur, 등장하다
소파 씨는 차츰 아내의 부재와 불청객들의 구질구질한 삶의 모습에 익숙해진다. 그런 그에게 장 필립 투생의 『씨(氏, Monsieur)』에 나오는 권태로운 인물인, 무슈가 찾아온다. 소파 씨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며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의문을 갖는다.
8장 자크, 퇴장하다
기사는 뒤라스의 소설 『온종일 숲속에서』에 나오는 자크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자크는 카바레에서 일하는 댄서가 직업이다. 그의 파트너로 위장한 기사에 의해 그는 죽임을 당한다. 한편, 기사는 이 장부터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인물로 되어 등장한다.
9장 채칠리아, 등장하다
폴로와 무슈, K, 오리나무 등은 소파 씨의 아파트에서 시와 음악, 문화, 문학, TV에 대한 토론을 벌인다. 그들의 토론 도중에 채칠리아가 등장한다. 채칠리아는 디노가 기사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한편, 성이 일부러 채칠리아를 소파 씨의 아파트에 가도록 놓아 주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놓고, 피신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머물 것인가에 대해 그들은 토론을 벌인다. 결국 다수결에 따라 그들은 다른 곳으로 피신하지 않고 소파 씨의 아파트에 머물기로 한다.
10장 아무도 등장하지 않다, 아무도 퇴장하지 않다
6명의 무위도식배들은 점차 할 일 없이 무료한 나날을 보낸다. 채칠리아가 전해 준 말에 의해 오리나무가 미쳐간다는 소문이 돈다. 그리고 무슈와 K는 차츰 불화의 골이 깊어간다. 한편, 무슈는 무위도식배 모두를 모아 놓고 자신이 예전에 했던 화살촉놀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모두가 마지 못해 참가한 가운데 무슈와 K는 결승전을 벌인다. 이때, 평소 무슈와 사이가 안 좋았던 K가 무슈의 감정을 자극하여 무슈로 하여금 K를 향해 화살촉을 던지게끔 화를 자초한다.
11장 K, 퇴장하다
소파와 그의 식객들은, 채칠리아가 수면제를 타 나눠준 주스를 마시고 잠에 떨어진다. 채칠리아의 독백을 통해 그녀가 진짜 채칠리아가 아닌 성에서 파견된 기사임이 밝혀진다. 성의 명령에 의한 그녀의 계획은, 오리나무가 미쳐 간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과 K와 무슈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이었다. 이미 무슈와는 정사를 벌였다. 그 다음 성에서 내려진 명령은 K와 정사를 하여 무슈의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K를 제외한 모두를 수면제에 취해 잠이 들도록 한다. 소파는 자신의 주스를 폴로가 대신 마셔 버리는 바람에 저녁에 잠이 깨고, 채칠리아와 K가 하는 행동을 우연히 목격한다. 한편, K는 예전부터 채칠리아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채칠리아와의 둘만의 만남에서 이를 추궁한다. 결국 채칠리아는 성의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시키지 못하고 정체를 들켜 버린 것이다. 그래서, K를 살해하고 둘의 만남을 목격한 소파 씨를 기절시킨 후 달아난다.
12장 모두 퇴장하고 소파 씨만 남다
소파 씨가 깨어난 후, 소파 씨의 아파트에는 죽은 K와, 수면제를 너무 많이 먹은 폴로, 그리고 소파 씨만 있다. 오리나무가 떠나기 전 남긴 편지를 통해 소파 씨는 채칠리아가 \\\’기사\\\’임을 알아챈다. 한편, K와 폴로를 아내의 방에 집어넣고 다시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온 소파 씨에게 한국영화진흥공사에서 주최하는 주제토론회에 초대된다. 과거에 저항적 실험적인 시를 썼던 기억을 떠올리고 뭔가 창조적인 일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소파 씨는 그 주제토론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이것저것 준비할 것을 챙기고, 새롭고 창조적인 일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지만, 이미 주제토론회의 개최 일자가 지났음을 암시하며 반전적으로 결말을 맺는다.

목차

1장 로캉탱, 퇴장하다. 2장 소파 씨, 오리나무, 등장하다3장 디노, 퇴장하다4장 K, 등장하다5장 아담 폴로, 등장하다6장 연심(蓮心)의 남편, 퇴장하다7장 무슈 Monsieur, 등장하다. 8장 자크, 퇴장하다9장 채칠리아, 등장하다10장 아무도 등장하지 않다, 아무도 퇴장하지 않다. 11장 K, 퇴장하다12장 모두 퇴장하고, 소파 씨만 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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