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희선, 박서련, 이유리, 임선우, 성해나, 남궁지혜, 문지혁, 이혁진 , 나푸름, 장진영, 김엄지, 이장욱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0년 6월 26일
ISBN: 978-89-374-4426-5
패키지: 84쪽
가격: 13,000원
시리즈: 쏜살문고
분야 한국 문학
2020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집 안 어디든 걸어 놓고 읽을 수 있는
‘워터프루프북’ 시즌3
젖지 않는 종이로 만들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민음사 ‘워터프루프북’ 세 번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2018년『82년생 김지영』 『한국이 싫어서』 등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첫 선을 보인 워터프루프북은 지난해 메리 셸리, 조지 엘리엇 등 여성 작가들의 고딕 소설로 독자들을 찾아갔다. 두 차례에 걸쳐 출시된 워터프루프북은 ‘휴양지에 들고 가기 가장 좋은 책’으로 인기를 끌었고, SNS에 계곡, 바다 등 휴양지에서 찍은 인증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독자들 사이의 인기를 반영하듯, 워터프루프북은 올해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으로 활용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으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디자인 어워드 ‘2020 커뮤니케이션 부분’ 본상을 수상했다.
워터프루프북 세 번째 시리즈는 ‘The 짧은 소설’ 3종이다. ‘시스터후드’, ‘모바일 리얼리티’, ‘괴담’의 세 키워드 아래 김세희, 김초엽, 이장욱, 정세랑 등 34명의 작가들이 개성 있는 ‘더 짧은 소설’을 선보인다. 지난 4년간 《릿터》에 발표된 플래시픽션 가운데 ‘여성’ 키워드의 작품을 선별해 『The 짧은 소설1: 시스터후드』를 구성했고, ‘모바일 환경’, ‘기술 변화’ 키워드의 작품을 꼽아『The 짧은 소설2: 모바일 리얼리티』를 엮었다. 『The 짧은 소설3: 괴담』에는 여름에 읽기 좋은 신작 공포 소설 12편이 실렸다. 집 안에서의 짧은 휴식 시간에, 집안일을 하는 틈새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더 짧은 소설’ 36편은 올여름 휴양지에서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독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 목차
이것은 괴담이 아니다 7
민영이 13
따개비 17
벽 23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 28
푸른 연못 37
얼음과 달 42
다른 음주 운전자만 조심하면 되는 도로 47
재회 52
여름 나라의 카디건 59
변신 63
당신의 등 뒤에서 67
짧은 여름밤이 더 짧게 느껴질 무서운 이야기
‘괴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스쳐 지나가듯 봤지만 잊을 수 없는 한 장면, 곱씹을수록 무서운 정체불명의 사건. 기이하고 으스스한 것들은 불길한 동시에 빠져들 듯 매혹적이기도 하다. 『The 짧은 소설3: 괴담』에서는 열두 명의 소설가들이 저마다 개성 있는 괴담을 풀어놓는다. 갓 등단한 신인 소설가 이유리, 임선우부터 김희선, 이장욱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소설가들이 참여했다.
12편의 소설은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기묘하고 무서운 일들을 그려 낸다. 임선우의 「벽」에서 방역업체 직원은 방역차 방문한 어느 집 마당에서 견딜 수 없는 악취를 맡는다. 이혁진의 「다른 음주 운전자만 조심하면 되는 도로」에서는 한 남자가 어두운 도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운전자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문지혁의 「얼음과 달」, 박서련의 「민영이」는 예사로운 이야기 끝에 으스스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12편의 괴담은 징그럽고 섬뜩하고 오싹한 저마다의 공포로 올여름 독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할 것이다.
■ 본문에서
잘 들어. 이건 괴담이 아니야. 그냥 내가 겪었던 어떤 사건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야. 혹은 거미줄 모양으로 금이 간 유리창에 대한 얘기일 수도 있고. 또는 머리칼과 피, 뇌수로 범벅이 된 버스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겠지.
―「이것은 괴담이 아니다」에서
나는 그들의 대화를 무시한 채 창을 열었다. 부부는 우리를 더는 붙잡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마당에 들어서자 나는 매뉴얼을 지키고자 한 것이 후회되었다. 악취 때문이었다. 벽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냄새는 더욱 고약해졌고, 방역 마스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 냄새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흐르는 뇌수 냄새. 썩고 무르고 찢어지는 냄새. 구더기를 깨무는 생쥐의 냄새. 그 어떤 것도 이 악취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벽」에서
그때 우리는 날이 밝아 올 무렵이 되어서야 게임을 멈췄다. 희미한 빛이 방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모퉁이에 선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을 몇 바퀴나 돈 것일까. 우리는 완전히 지쳐 있었다. 진이 빠져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무언가에.
―「당신의 등 뒤에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