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이문열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79년 1월 1일 | ISBN 89-374-0005-7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24쪽 | 가격 7,500원

책소개

제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 작품은 인간존재의 근원과 그 초월에 관계되는 심각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주제 추구의 단단함과 그 처리에 보여 준 진지함의 무게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플롯상의 난점을 보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곳곳에서 고전적인 품위를 성취해 놓고 있다. 이 작품을 수상작품으로 결정하면서 우리는 진지함이 그리 흔치 않은 문학적 품성임을 상기하게 되었다. ─<오늘의 작가상> 시상 이유에서오랫동안 사람들이 신(神)의 얘기를 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혹 하더라도 그들은 쑥스러운 듯 수군거려 말했고, 더러는 자기들의 은어로만 얘기했다. 그래서 감히 내가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얼굴은 달아오른다. 그러나 신은 우리의 영원한 주제 중의 하나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두려움뿐, 긴 밤 물어뜯을 부끄러움뿐. 찬사가 아니라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약속뿐이다. 벌써 수업이 끝났다고 착각하지 않겠다는 약속. 다시는 써놓고도 얼굴을 붉히지 않겠다는 약속. 그리고 무엇보다 이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약속. ─수상소감에서<인간은 현재 반역의 본질적인 기획에 착수하고 있다. 그것은 은혜의 지배를 정의의 지배로 대치시키는 일이다.> 이는 세계질서에 대한 기독교적 정당화의 체계가 더 이상 유효할 수 없는 오늘날의 상황을 지적한, 알베르 카뮈의 말이다.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은 바로 이러한 반역의 본질적인 기획을 실현시키고자 하다가 실패한 젊은 영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남호/문학평론가

편집자 리뷰

이 작품은 신의 은총과 인간의 정의를 주제로 1970년대의 한국과 2천년 전 유대를 넘나드는 액자소설이다.
1976년 초봄. D경찰서 수사과 남경호 경사에게 살인사건이 맡겨졌다. 어떤 야산에서 근처의 기도원에 있던 민요섭이란 사람이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남경사는 먼저 그 기도원을 찾아가 민요섭의 신원을 조사하였으나 원장은 그가 신학대학 후배라는 것 외에 이렇다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민요섭이 다녔다는 신학대학을 찾아간 남경사는 옛 은사를 통해 그의 특이한 성장환경과 학교생활에 대해 들었다. 민요섭은 전쟁고아로 외국선교사의 양자로 자랐고, 그 신학대학에 진학해서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상급반이 되면서 불량스럽고 반항적이 되더니 나중에는 무언가 신학적 논쟁 끝에 교수와 대판 싸우고 자퇴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남경사는 다시 신학대학 학적부에서 찾아 낸 민요섭의 옛 주소를 찾아가 보았다. 다행히 그곳에는 외국 선교사의 가정부로서 민요섭을 기르다시피한 노파가 살고 있어 다시 민요섭의 성품과 어렸을 적 행적을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작은 성자(聖者)와도 같은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당장의 수사에는 도움이 될 것이 없어 다른 자료를 구하다가 민요섭이 썼다는 노트 한 권을 입수했다. 구체적인 정보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그의 내면을 추적하기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노트였다.
이어 남경사는 그 동네에서 민요섭을 아는 사람을 찾아 그의 과거를 뒤져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민요섭의 모습이 나왔다. 주로 동네 개척교회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목사의 뺨을 치고 명망있는 장로의 젊은 아내를 유혹한 파렴치한이었다. 이혼한 장로 부부를 찾아 확인해 본 결과 그 또한 사실이었다.
혼란된 남경사는 본서로 돌아가는 길에 민요섭이 남긴 노트를 펼쳐 보았다. 얼른 기억되지 않는 외국 인명과 지명들로 시작하는 소설 같은 것이었는데 첫 토막은 대강 이랬다.
< 아하스 페르츠는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다. 그러나 그의 출생을 알리는 별은 검고 불길한 것이어서 경배를 하고 돌아가는 세 사람의 동방박사를 떨게 한다. 바리사이파의 세력 있는 율법사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자라나면서 그 총명함과 영리함으로 부모와 이웃의 기대를 모은다. 어린 나이에 벌써 토라를 모두 암송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자들과 선지자들의 행적을 훤히 꿴다.
하지만 열세 살 때 테도스라는 자칭 예언자를 만나게 되면서 아하스 페르츠의 삶은 뒤틀린다. 테도스를 통해 삶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이 겪어야 하는 비참을 두루 살펴보게 된 그는 열심히 율법과 예언서를 읽고 사색하는 것만큼이나 조상들의 신앙에 대한 의문과 회의도 키워 갔다. 육체적으로 성숙하면서 그 욕망에도 눈떠 아삽이라는 동네 부호의 젊은 아내를 유혹하고 스스로 성년의 여러 죄악들에 앞질러 빠져들기도 했다. 원죄와 자유의지를 부정하며 학자들과 다투기도 하고 불경의 죄로 회당에서 내쫓기기도 하다가 열 아홉 살 되던 해 집을 나선다. 새로운, 참된 신을 찾아서였다>
어딘가 민요섭을 상기시키는 데가 있는 인물이었지만 수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노트라 읽기를 그만둔 남경사는 민요섭의 주민등록이 처음 옮겨간 B시로 찾아갔다. 그가 찾아간 곳은 신학대학을 떠난 민요섭이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지낼 때 묵었던 하숙집이었다.
남경사는 하숙집 주인인 조노인을 만나서 민요섭과 그의 아들 조동팔과의 특이한 관계를 듣게된다. 고등학생이던 조동팔이 민요섭의 꾀임에 빠져 함께 집을 나간 일인데, 남경사는 왠지 그런 그들의 결합에서 사교적 교리와 광신의 냄세를 맡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며칠 뒤 자신의 집에 든 강도가 바로 자신의 아들 같았다는 의심뿐 조노인은 그들의 행적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남경사는 다시 주민등록지를 추적해 민요섭이 다음으로 옮겨 앉은 T시를 찾아갔다. 그곳에는 그들의 구체적인 행적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그 도시를 떠도는 사회적 부적응자들과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을 모아 생계를 보살피고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 단순한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종단(宗團)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집단생활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살인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 증거나 자료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주변을 탐문해 얻어 낸 것은 기껏 그들의 재원(財源)조달 방식에 범죄의 의심이 가고, 둘 사이의 관계가 교주와 열성적인 신도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둘의 관계가 미묘한 갈등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 감지될 정도였다. 거기다가 더욱 답답한 것은 민요섭의 주민등록이 거기서 더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 점이었다.
더는 조사하고 찾아볼 곳이 없자 남경사는 사건 현장주변에 제보를 요청하는 전단을 뿌리고 다시 민요섭의 노트에 매달렸다. 어렸을 적 주일학교에 잠깐 다녀본 경험밖에 없는 그에게는 어려운 기독교 교리문제가 있었으나, 힘들여 읽어 가다 보니 아하스 페르츠의 삶이 무언가 민요섭과 밀접하게 연관된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 아하스 페르츠는 먼저 ‘신들의 고향’ 이라는 이집트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당시 번성하던 이시스교의 사원을 찾아가 그 사제들에게서 배움을 구한다. 이시스교는 부성신(父性神)인 유대교와는 달리 모성신(母性神)이었다. 그게 그에게는 큰 매력이었으나 조잡한 다신(多神)의 교의나 낭비적인 제례는 끝내 그를 붙들어 놓지 못했다. 어느날 믿고 우러러 온 늙은 사제로부터 결국은 그 모든 것이 \’믿기 위한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백을 들은 그는 절망하여 그곳을 떠난다.
아하스 페르츠가 다음으로 참된 신을 찾아 헤맨 것은 중근동(中近東)이었다. 먼저 농경신(農耕神)인 바알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유대교 시절에 몸에 의심과 부정을 씻어 내지 못하고 다시 사라진 헤태인(히타이트인)의 신을 찾아 떠난다. 그때 그가 만난 게 무와탈리슈였다.
무와탈리슈는 오래전에 멸망한 헤테 왕조의 후예로, 그는 잃어버린 조상들의 신을 찾는 것을 왕국회복의 시작으로 삼으려 했다. 아하스 페르츠는 그와 함께 옛도시의 폐허를 돌며 점토판과 벽돌조각의 기록들에 의지해 헤테인의 신들을 찾는다. 그리하여 여러 해 만에 그 신들의 계보를 찾고 그 교의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가 찾던 참된 신은 아니었다.
실망한 아하스 페르츠가 다음으로 찾아간 것은 바벨론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2천년 이상 번성해온 전능신(全能神)) 마두루크를 알아보려 했다. 마루두크의 교의를 배우기 위해 옛 신전을 배회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바벨론의 옛 영광을 되살리려는 야심가 히메루스와 만나게 된다. 히메루스는 추종자들의 미신을 이용해 그를 왕으로 세우고 자신의 양녀를 왕비로 내 준다. 그러나 그 왕은 대리왕으로 희생될 운명이었고, 히메루스는 그 희생의 대가로 달아오른 광신(狂信)을 자신의 왕국건설을 위한 봉기(蜂起)에 이용하려 했다. 히메루스의 양녀이자 그의 아내가 그런 음모를 알려 주어 진작부터 마루두크의 교의에 실망하고 있던 그는 탈출하게 되지만, 그를 위해 히메루스의 종단에 남은 그의 아내는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동으로 페르샤 고원에 들어선 아하스 페르츠는 다시 이원론(二元論)인 조로아스터교에 몰두한다. 이는 선신과 악신이 공존하는 종교로 그 종말론(終末論)과 더불어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만 역시 그를 마음으로 귀의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다시 인도로 들어간 그는 그곳의 잡다한 신들을 거쳐 불교를 만나지만 여전히 찾고 있는 신을 만나지는 못했다.
마침내 지쳐 서족으로 되돌아온 아하스 페르츠는 로마로 들어가서 희랍철학과도 만나게 된다. 그는 학원가를 떠돌고 석학들을 찾아가며 애지(愛知)의 세계를 더듬는다. 그러다가 평생해를 연구하느라 너무 많이 해를 쳐다본 탓에 눈동자가 타버린 노인을 만나 그에게서 낭패한 자신을 보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 뒤 아하스 페르츠는 고향의 광야, 쿠아란타리아에서 단식과 명상 끝에 그들의 새로운 신인 <위대한 영>과 만난다. 그러나 새로운 신의 교리에 해당하는 <쿠아란타리아서(書)>는 제목만 있고 뜯겨져 나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뒤 예수와 대면하는 아하스 페르츠이 언행을 통해 매우 반기독교적이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예수와 아하스페르츠가 만난 것은 다섯 번이나 되는데 그 첫 번째는 광야에서였다. 아하스 페르츠는 스스로 하느님의 아들임을 내세우는 예수에게 세 가지 시험을 한다. 허약한 육체와 영혼으로 고통 받고 방황하는 인간을 위해 빵과 기적과 권세의 요청하였으나 예수는 그 요청을 거부하고 아하스 페르츠를 사탄으로 규정하며 물리친다. 이에 아하스 페르츠는 그가 약속한 구원의 허구성을 보고 그를 거부하기로 결심한다.
그 뒤 만남을 거듭하면서 아하스 페르츠는 한편으로는 예수를 설득하고 한편으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예수를 제거할 음모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예수가 인간적인 구원을 기어히 거부하자 로마의 힘을 빌려 그를 처형하고 만다. 하지만 예수의 재림이 걱정 되어 죽지 못하고 끊임없이 세상을 배회하며 감시하는 역을 맡게 된다.>
미제(未濟)로 처리될 뻔한 사건은 윤향순이란 창녀를 만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다. 윤향순은 조동팔이 김동욱이라는 가명으로 김순자란 여자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추적 끝에 김동욱을 찾아간 남경사는 그 집에서 <쿠아란타리아서(書)>라는 그들만의 경전을 찾아낸다. 거기에는 그들이 그토록 찾으려 했던 신의 모습이 나타나있다.
그 신은 일종의 이성신(理性神)으로 위장된 무신론에 가까웠다. 곧 선악도 없고 책임도 포상도 징벌도 없이 오직 인간의 이름으로, 인간을 위해, 인간에게 모든 것을 위임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교리에 따르면, 야훼는 반쪽의 신이며 독선과 아집으로 인간을 구속한 월권적(越權的)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교리와 민요섭의 죽음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 조동팔이 거기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조동팔이 부재중이어서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 뒤 돌아온 조동팔을 잡고 나서야 그 살인의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형사들의 급습을 짐작하고 발작이 늦은 독을 마신 조동팔은 허심하게 털어놓았다.
새로운 신을 찾아내고 그 교의를 구성한 것은 민요섭이었다. 처음 그는 열성적으로 그 신을 믿고 그 교의를 펼치려고 노력했다. 조동팔은 그런 민요섭의 열렬한 사도(使徒)였다. 하지만 경제력이 없던 그들은 범죄를 통한 조달로 자신들의 종단을 유지했다. 조동팔은 김동욱이란 행려사망자의 신분을 위장하여, 작은 범죄로 끔찍한 범죄를 숨기는 방식으로 감옥을 드나들며 충실한 사도를 자처했다.
하지만 먼저 배교(背敎)한 것은 교주인 민요섭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이 만든 신의 허구성을 깨닫게 되었고, 기독교적인 용서와 구원의 개념에 향수를 키워 갔다. 그러다가 조동팔이 다시 감옥을 피신처로 삼고 있는 사이에 자신들의 종단을 해체하고 기독교로 되돌아가 버렸다.
한편 감옥에서 나온 조동팔은 민요섭이 미래의 사도로 키우려 했던 아이들을 흩어버리고 기도원으로 들어간 것을 알자 절망적인 분노에 빠졌다. 그의 일탈은 그 새로운 신에 대한 믿음에서 감행된 것이었다. 말하자면 민요섭이 부정해 버린 그 신은 그에게는 정의와 자부심의 근거였을 뿐만 아니라 삶의 기반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거듭된 범죄로 일탈된 그의 삶은 정상적인 궤도로의 복귀가 불가능했으며, 정신적으로 돌아가 용서와 구원을 빌 고향(기독교)도 없었다. 그가 자신의 삶과 세계를 지키는 길은 부정의 부정, 곧 민요섭을 제거하는 길뿐이었다. 조동팔은 죽어 가면서도 외친다.
“ ……..이 시각 이전에나 이후에나 영원히 살아있을 것은 우리의 신뿐이며, 설령 아무도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고독한 신성(神聖)은 언제나 당신들의 머리 위에서 빛날 것이오”

작가 소개

이문열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북 영양 등지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시인』, 『변경』, 『선택』, 『호모 엑세쿠탄스』, 『불멸』, 평역소설 『삼국지』, 『수호지』와 대하소설 『대륙의 한』, 『초한지』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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