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하

이문열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84년 10월 1일 | ISBN 89-374-0036-7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52쪽 | 가격 7,000원

책소개

일제치하, 815해방, 625를 전후한 민족의 격동기에, 이념으로 인해 고통 받는 지식인과 그의 가족들이 겪어 가는 시련을 통해 한국현대사의 실상을 흥미롭게 보여 주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

편집자 리뷰

이 소설은 6.25를 중심으로 불행한 한 가족사와 한 민족이 두 이념으로 부딪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자신이 신봉하는 사회주의 이념을 좇아 북한으로 넘어간 이 동영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굴곡 많은 행적과 남한에 남겨져 ‘빨갱이 가족’으로 고통스런 삶을 헤쳐가야 하는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교차시킨 작품이다.
줄거리이 동영은 식민지 시대에 동경에서 대학을 다니며 아나키즘에 심취하다가 사회주의로 전향한 젊은 지식인이다. 영남 북부 전통적인 유교적 분위기인 돌내골이란 마을에서 대지주이자 유서 깊은 양반가문의 외아들이기도 하다.그의 어머니는 이 동영의 아버지가 일찍 죽자 천 석의 살림을 떠맡아 <돌내골 암펌>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여걸의 면모를 보이며 홀로 시들어 가는 가문을 지켰다. 이 동영이 대학시절 결혼한 아내 조 정인은 처음 시집 오던 날부터 암펌으로 소문난 시어머니를 두려워하지만 딸처럼 대해 주는 시어머니에게서 차츰 친부모와 다름 없는 감정을 느낀다. 이 소설은 이 동영이 서울 근교의 S시에서 농대 학장으로 잠시 재임 중 UN군이 밀려오자 그의 가족인 어머니와 만삭인 아내, 어린 자식 삼 남매를 두고 퇴각하는 인민군을 따라 북으로 간 후부터 시작된다. 이동영은 정치군관 훈련을 두 달여 동안 받고 어느 인민군 보병연대의 정치부 대대장으로 배속 받아 찾아가는 중이에 산길에서 미군 전투기에 폭격을 받고 모터찌클을 잃은 안나타샤라는 당 간부를 만나게 된다.자신이 타고 있던 집차에 그녀를 편승시킨 이 동영이 도착한 보병연대의 전투연대장은 뜻밖에도 자신이 동경 유학 시절 함께 아나키즘 운동에 참여했던 친구 김 시철이었다. 둘은 밤새 술을 나누며 재회를 기뻐한다. 이 술자리에서 이동영은 아나키스트에서 볼셰비키로 전향한 김시철이 민족 해방 전사로서 최전선에서 전쟁을 겪는 동안 사회주의 이념에 환멸을 느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김시철은 아름답던 사회주의 이념이 절대 권력자에 대한 우상 숭배와 염치 없는 권력추구로 변질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그는 출신 성분이 동영과 마찬가지로 천석꾼 김창봉(參奉)네 손자인 양반이자 지주 신분이라는 것과 계보상으로 연안파(延安派), 특히 무정(武亭)일파라는 이유 때문에 은근히 몰리고 있었다. 그런 김 시철이 대규모의 매복섬멸전 전투 중에 자살에 가까운 무모한 행동으로 전사하자 함께 전투를 벌이다가 부상을 당한 이 동영은 최초로 이념적인 혼란의 징후를 느끼게 된다. 한편 남쪽에 남은 이 동영의 가족은 이 동영이 북으로 떠난 직후 피난민에 섞여 서울로 들어온다. 의식주의 해결이 어려워 전쟁 전에 자신들에게 신세를 지던 친척들의 집을 찾지만 빨갱이로 소문난 이 동영의 가족을 선뜻 받아 주는 친척은 없었다. 결국 인민군이 서울을 함락하던 기간동안 이 동영이 임시 거처로 쓰던 집으로 찾아간 그의 가족은 감시하고 있던 경찰과 동네 청년들에게 붙잡히게 된다. 거기서 부역자 수용소에 갇히게 된 동영의 어머니와 아내는 과거 부역경력과 동영의 행방을 묻는 혹독한 심문을 받는다. 동영의 어린 삼 남매는 서울 거리를 쏘다니며 하루를 어렵게 나면서도 며칠에 한 번은 꼭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면회를 간다. 부역자와 좌익가족들이 수용된 이곳에서 동영의 어머니와 아내는 마구잡이 집단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견디기 어려운 심문의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그러다가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날 궁리를 하던 그녀들은 좀 나이가 든 남매만을 낙동강 근처의 외가로 내려가게 하고 어린 막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만삭인 동영의 아내가 해산이 가까움을 핑계로 수용소 앞 빈집으로 옮겨 탈출의 기회를 노린다. 그 무렵 이 동영은 전투중의 부상으로 민가로 위장된 야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 병실을 다시 안 나타샤가 찾아와 원인을 알 수 없는 호감과 관심을 보인다. 동영은 북한 물정에 밝은 군의관을 통해 그녀가 중앙당 핵심지도부의 30인 중의 한 사람과 끈이 닿고 있는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김 시철의 무모한 죽음을 생각하고 그녀를 관찰하며 자신도 곧 전락의 길을 걷게 될 것 같은 예감에 불안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동경에서의 옛 스승 박영창이 동영을 찾아온다. 박 영창은 이 동영과 김 시철 등의 여러 학생들에게 아나키즘을 전파하다가 일찍부터 볼셰비키로 전향한 인물이었다. 점차 회의에 빠져들고 있는 동영과는 달리 그는 아직도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믿음에 차 있었다. 김시철의 죽음을 알리면서 동영은 박 영창에게 지금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공화국에서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절대주의적 권력이 형성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그러나 박영창은 동영의 경고를 일축하고 희망적인 환상만을 피력하며 오히려 동영의 분발을 촉구한다.이 동영의 가족은 중공군이 서울 근교까지 밀려오자 집단처형 당할 위기에 빠지게 된다. 그때 경찰간부가 되어 나타난 동영의 옛친구 덕분에 수용소에서 풀려나 서울로 들어온다. 먹을 것과 갈 곳이 없는 가족은 대지주 적에 자신들의 도움을 자주 받던 친지를 찾지만 빨갱이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에 전과 같이 매몰찬 대접을 받게 된다. 중공군이 곧 서울로 입성한다는 소문은 무성하지만 이 동영이 함께 내려오리라는 소식은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나이든 남매는 이미 대구로 내려보낸 뒤라 의논 끝에 그녀들도 남행을 결정한다. 다행히 동영의 외삼촌댁의 도움으로 마지막 피난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동영의 어머니가 기차에서 떨어져 큰 부상을 입는 일까지 당하며 대구에 도착한다. 그런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동영의 아내 정인도 아직 겨우 초칠(初七)이 난 산부(産婦)로 탈진 상태였다. 하루밤 대구역에서 떨다가 어렵게 소달구지를 한 대를 얻어 친정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나 동영의 어머니와 아내가 십 여일 만에 겨우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건강을 회복하자 친정아버지는 약간의 여비를 주며 이 동영의 가족을 집에서 내몰았다. 세 아들 중 두 아들이 매형인 동영의 영향으로 좌익 활동을 하게 되자 막내아들은 도피하듯 국군으로 나가 소식이 없고, 자신은 빨갱이 아들을 둔 죄로 갖가지 곤욕을 치러 온 친정아버지로서는 당연한 결정이기도 했다. 결국 동영의 어머니와 아내는 갓난아이와 삼 남매를 끌고 고향으로 향한다. 이제는 당할 만큼 당한데다, 고향 쪽이 그나마 의지할 집과 땅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편 중공군의 도움으로 인민군이 서울을 재탈환하자 완쾌한 이 동영에게 서울지역에서의 선동선전 업무가 맡겨진다. 서울로 입성한 이동영은 갑작스런 지위 상승에 놀라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직속상관으로 내려온 안나탸샤와 함께 활동한다. 하지만 이미 허물어져 가고 있는 그라, 취중에 부르주아적 감상주의와 반동적 언행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고 대담하게 그녀와 육체적 관계를 갖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가족이 남한의 군경에게 갖은 고통을 당하다가, 중공군이 서울을 재탈환하기 하루 전 두 남매가 있는 대구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서 더욱 심해진다. 여기에 동경에서 박영창의 노선을 함께 따르던 박영규를 서울에서 만나면서 이념에 대한 회의는 더욱 깊어진다. 박영규는 자신과 같은 지주의 아들이 받는 불이익을 덜고 사회주의 투쟁 경력을 쌓기 위해 전쟁 전 남노당 핵심간부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남한의 형무소에서 복역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감옥에서 나왔을 때에 그의 자식은 병으로 죽고 아내는 이미 양공주가 된 후였다. 자신이 감옥에서 얻은 병의 치료조차 당으로부터 거부당하게 되자 그는 사회주의에 큰 환멸을 느끼며 타락의 길을 걷고 있다가 서울에서 이동영을 만난 것이었다. 박영규는 \”모든 이념이나 사상은 그것을 주장하는 자의 이익만을 위해 봉사한다는 거였네. 그 주장이 극렬할수록 나는 더 거대한 이기만을 보았을 뿐이야.\”라며 동영을 착잡하게 만든다. 여기에 중공군이 UN군에 밀리게 되면서 이동영이 북으로 후퇴하던 날 만난 윤 상건도 동영의 회의를 가중시킨다.윤상건은 일찍이 아나키즘을 버리고 이동영과 함께 박영창을 따라 볼셰비키로 전향한 친구였다. 그러나 지하활동에서 손을 떼고 고향으로 돌아가 은신했다. 전쟁 전 그는 복귀를 설득하러간 동영에게 \”그들의 음모에는 견디기 어려운 냄새가 나. 염치없는 권력 추구의 냄새, 익기도 전에 부패하는 야심의 냄새. 우리가 아름답다고 표현한 그 이념의 향내와는 사뭇 달라. 나는 차라리 자주인(自主人=아나키즘의 이상)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사적인 이상으로 간직하겠네. 일생을 가슴 속에서 헛되이 타오르다 꺼져 갈 불꽃이라 할지라도 이 지독한 악취 속을 헤매는 것보다는 낫겠어.\”라고 말하며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미제의 간첩혐의로 잡혀와 동영에게 넘겨진 것이었다. 은밀히 윤 상건을 구해 주고 후퇴하다 개성에 도착한 이동영은 곧 자신이 숙청당할지도 모른다는 안나타샤의 귀뜸을 듣는다. 곧 군사위원회에 출두지시를 받은 그는 안나타샤가 시킨 대로 그 동안의 과오를 모두 시인하고 처분을 기다린다. 한편, 고향으로 돌아온 이동영의 가족은 그런 대로 어렵지 않게 하루를 살아가며 신분을 보장 받기 위해 기독교인으로 탈바꿈하려 애쓴다. 아래채에는 순경 가족까지 들여 생활하던 중 이 동영의 옛 친구인 빨치산 강현석이 만삭의 여자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온다. 이동영의 어머니는 지난 날의 악몽을 되새기며 격렬히 반대하지만 임신부가 산고를 호소하자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이때부터 잠시 평온하던 이 동영의 가족은 이념의 진흙탕 싸움에 끌려든다. 동영의 아내는 여자 빨치산을 은닉 보호해준 혐의로 일년의 징역형을 살게 되고 시어머니는 고향 땅과 집을 팔아 읍내에서 장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곧 친척에게 속아 사기를 당한 후 출소한 며느리와 더불어 장터거리에 국밥집을 차려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신세가 된다. 이듬해 동영의 어머니는 외아들을 잃은 한과 그 동안의 고생으로 심신을 소모한 끝에 암에 걸리고 가난으로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체 죽게 만다. 동영의 아내는 시어머니의 유언과 나름의 형세판단에 따라 남편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의 결정을 한다. 그리고 남한 체제 안에서 홀로 사 남매를 키우며 살아남기 위해 진심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남편 이 동영을 가슴에서 지워 낸다.그 무렵 갈수록 굳어지는 김일성 체제 아래서 불안과 회의 속에 나날을 보내던 동영은 다시 나타난 안나타샤의 도움으로 최악의 숙청을 면한다. 그녀가 시킨 대로 군사위원회에 스스로 철직(撤職)을 요청하고 교직원을 희망하여 가까스로 원산 농대(김일성 대학 농학부) 부교수로 임명된다. 그리고 뒤따라 원산지역에 부임한 안나타샤와는 결혼을 위한 동거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동영을 사모해 왔을 뿐만 아니라 전쟁터에서 다시 만난 뒤로는 줄곧 뒤에서 그를 보살펴 온 사람이었다. 대학교수로 살아남긴 해도 김일성 체제와 사회주의 이념에 회의를 길러가던 동영에게 옛 스승 박영창이 다시 찾아온다. 무엇에 쫓기듯 숨어든 그는 곧 남로당 계열이 숙청될 것 같다는 추측을 남기고 떠나고, 오래잖아 동영은 박영창을 포함한 남로당 계열이 모두 숙청된 사실을 알게 된다. 위기를 느낀 이 동영은 동거 중인 원산 반탐(反探=대간첩)부서 책임자인 안나타샤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 도피하려다 마지막 순간 스스로 포기하고 해변에서 숨을 거둔다. 이 소설의 끝은 \’이동영의 노트\’라는 부제의 긴 글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 이동영은 이데올로기의 생성에서부터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논리로 분석하며 비판한다. \’마르크스가 살아난다 해도 그가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자본주의 국가의 빈민굴일 뿐이다. 진정으로 그의 가르침에 감동하는 것도 사회주의 국가의 권력 엘리트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의 소외된 지식층이거나 야심적인 몽상가들 쪽일 것이다. 만약 그가 사회주의 국가에 다시 태어난다면 틀림없이 자기 주장의 많은 부분을 철회하거나 수정해야할 것이며, 끝내 그것을 거부한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어이없게도 처형대뿐일 것이다. 죄목은 반혁명 또는 반(反)마르크시즘.\’이라고 말한다.이 동영은 그 뒷부분에 이어 \’아들에게\’란 이름으로 긴 편지를 쓴다. 거기서 그는 아비의 시대를 사회주의 이념에 바탕하였으되 윤리성과 자주성과 완결성이 결여된 \’영웅 시대\’라고 규정하고, 아들들에게는 보편의 휴머니즘과 성숙한 민족주의 위에서 새로운 이념을 추구해 보라는 암시를 남기며 끝을 맺는다.

작가 소개

이문열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북 영양 등지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람의 아들』, 『젊은날의 초상』, 『황제를 위하여』, 『영웅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시인』, 『변경』, 『선택』, 『호모 엑세쿠탄스』, 『불멸』, 평역소설 『삼국지』, 『수호지』와 대하소설 『대륙의 한』, 『초한지』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출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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