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무얼 부르지

박솔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20년 5월 19일 | ISBN 978-89-374-2055-9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33x196 · 256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머뭇거리고, 응시하고, 하염없이 걸으며

실패한 세계를 비추는 새로운 눈

 

보존되어야 할 문학의 자리, 박솔뫼 첫 소설집

편집자 리뷰

소설가 박솔뫼의 첫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가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시리즈로 재출간되었다. 박솔뫼는 2014년 『그럼 무얼 부르지』 초판본 출간 당시 해당 작품집으로 제2회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문학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작가에게 수여되는 김현문학패를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실패한 세계 속 인물들의 고유한 친밀과 사랑을 보여 주며(정홍수 문학평론가,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심사평) 독자는 그를 매개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다는(김형중 문학평론가, 제5회 김현문학패 선정의 말) 평은 박솔뫼가 그만의 독특한 문학의 자리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시사한다.

2009년 장편소설 『을』을 통해 데뷔한 이래 박솔뫼는 지금까지 여섯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다.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발표된 단편 일곱 편을 엮은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는 10여 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다져 온 그의 문학 세계의 귀중한 출발점이다. 이 책을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을 제시하는 ‘오늘의 작가 총서’로 출간하여 그 고유한 문학의 자리를 보존하려 한다.

 


 

■오래 쌓인 것들의 모양

『그럼 무얼 부르지』를 읽는 일은 박솔뫼가 오래 지속해 온 작업의 기원을 더듬어 보는 것과 같다. 그의 작품을 착실히 따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끊길 듯 계속되는 문장 리듬, 머뭇거리고 관찰하며 삶을 여행하듯 거니는 인물들, 명확히 규정할 수는 없지만 서로를 오래 생각하고 응원하는 관계들, 광주와 부산 또는 오키나와 등 개성이 뚜렷하지만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도시들. 박솔뫼의 작품들은 “연작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서로 “연결되면서도 어긋나 있는 관계”(손정수 문학평론가, 작품 해설)를 맺고 있다는 해석이 보여 주듯, 위 요소들은 그의 여러 작품 안에서 꾸준히 존재하며 변주되고 확장되어 왔다. 이 책의 수록작 「해만」과 「해만의 지도」에 등장하는 도시 ‘해만’은 이후 출간된 소설집 『겨울의 눈빛』에서 다시 등장한다. 노래방에 함께 감금되며 만난 인물들이 만들어 가는 관계(「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나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한 모임에서 시작된 관계(「그럼 무얼 부르지」)처럼 우연히 시작되어 오래 지속되는 관계는 이후 무의식을 통해 만나는 사이(『머리부터 천천히』)나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관계(『인터내셔널의 밤』)로 변화하며 유지되고 있다. 작가가 오래 쌓아 온 것들이 작품마다 어떻게 모습을 달리하는지 지켜보고, 그 기원을 짐작해 보는 일이 이 책으로부터 가능할 것이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기

박솔뫼의 소설은 언뜻 잔잔하지만 늘 새롭고 돌발적인 곳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여행하듯 세계를 거니는 인물들 덕분이다. 무위의 상태로 보이는 인물들에게도 욕망이 있다. 다만 그 욕망은 뚜렷한 목표, 즉 ‘점’을 겨누지 않는다. 그들의 욕망은 목표를 성취하며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주위를 둘러보는 ‘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과 관련 없는 것들까지 두루 둘러보며 끝없이 걷는다. 그로부터 소설의 전개가 거듭 새로워진다. 수록작 「해만」에서 ‘나’는 신문에서 존속살해범이 ‘해만’이라는 마을에 숨어들었다는 기사를 보고 그곳을 찾지만 ‘해만’에 도착한 뒤 살해범의 흔적을 좇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여러 여행객들을 관찰하고 숙소 주변을 거닐 뿐이다. 「그럼 무얼 부르지」에서 ‘나’는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우연히 참여한 한 읽기 모임에서 영어 텍스트로 자신의 고향 광주와 5․18에 대해 읽게 된다. 그로부터 3년 후, 그리고 다시 1년 후, ‘나’는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 ‘해나’와 다시 만나 희미하지만 지속되는 관계를 나누며 광주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는 대화를 나눈다. 점이 아닌 선의 모양을 한 욕망에는 끝이 없다. 계속 이어져 박솔뫼의 소설이 된다. 여행하듯 삶을 거니는 인물들로부터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피어난다.

 

 

■추천의 말

세계의 실패 뒤, 너무 늦게 도착한 어떤 세대의 고독과 우울을, 그리고 그들만의 친밀과 사랑을 박솔뫼의 소설은 우리에게 조용히 들려준다.

—정홍수(문학평론가)│제2회 김승옥문학상 심사평에서

 

그 속에서 독자는 전혀 새로운 눈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바, 그 시선이 구체적인 사회적 모순과의 긴장을 잃지 않게 만드는 것도 이 작가의 독특한 능력으로 평가된다.

—김형중(문학평론가)│제5회 김현문학패 선정의 말에서

 

자기 나름의 존재 방식을 유지하되 그렇다고 현실과의 긴장을 무시하지 않는 어떤 상태, 박솔뫼 소설은 그런 희소하고 희박한, 그렇기 때문에 보존되어야 할 어떤 삶과 가치를 일깨운다.

—손정수(문학평론가)│작품 해설에서

목차

차가운 혀 7

안 해 35

해만 65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95

그럼 무얼 부르지 125

해만의 지도 153

안나의 테이블 183

 

작품 해설│손정수(문학평론가) 208

발이 달린 소설을 생각하며 좋다고 느끼는 사람의 이야기

개정판 작가의 말 249

초판 작가의 말 251

작가 소개

박솔뫼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등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독자 리뷰(1)

독자 평점

4.2

북클럽회원 5명의 평가

한줄평

난해한 내용을 이루는 멋진 문장들

밑줄 친 문장

하나의 세계가 흔들리면 그 세계와 상관없이 자신을 지켜 줄 또 다른 세계가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본 것이 없으니 그리는 것도 없다. 아는 것이 없으니 무서운 것이 없다. 누나는 무서워하고 있었다. 런던 같은 데가 있을 까봐. 런던 같은 데서 누가 살고 있을까 봐. 가 본 적도 없고 앞으로 갈 수도 없을 것만 같은데 누군가 살았다고 하니까.
누나의 술이 는 것이나 내 몸무게가 는 것이나 둘 다 누구의 자의는 아니다. 그것은 사건도 사고도 아니고 습관이었다. 한번 시작되면 멈출 수가 없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사건이나 사고의 결과처럼 나빠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나빴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으음 앞으로 뭐든 열심히 안 해야지. 아 잠만 열심히 자야지 열심히 안 해 아무것도 지금까지 열심히 한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안 한다. 안 해 절대 안 해.
떠난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그런가. 해만도 숙소도 그리고 그 자리에서 책을 읽던 그 사람도 모두 그곳에 있는 것인가. 정말 그럴까. 나도 이렇게 와 버렸는데 모두 제자리에 있는 걸까.
검지를 들어 문장의 밑부분을 밀기 시작했다. 손톱이 시의 발을 긁고 있었다.
시간은 많다, 그렇지? 없으면 다른 밤에서 빌려 와도 돼.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될 거야. 시간은 많아. 우리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모든 이야기를 해도 될 만큼 시간은 많다.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
지니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