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호 품목의 경매

원제 The Crying of Lot 49

토머스 핀천 | 옮김 김성곤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7년 6월 25일 | ISBN 978-89-374-6147-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268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살아 있는 신화 토머스 핀천의 대표작인류 문명의 절멸 위기를 예감하는 사람들의 밀약, 트리스테로역사와 허구, 과거와 현재가 얽힌 무한한 세계가 펼쳐진다 ▶ 토머스 핀천은 과거의 악몽보다는 현재의 악몽을 다루기에, 그 필치가 경쾌하고 재미있다. 그래서 더욱 치명적이다. – 살만 루슈디 ▶ 글쓰기의 대가 토머스 핀천이 만들어 낸 복잡한 상징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비견할 만하다. -《시카고트리뷴》▶ 토머스 핀천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중후한 주제와 놀라운 상상력, 그리고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 주며 문단과 평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는 작가이다. -김성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현존하는 영어권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작가”(에드워드 멘델슨, 영문학자)로 불리는 토머스 핀천의 장편 소설 『제49호 품목의 경매』가 김성곤 교수의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난해하기로 유명한 핀천의 작품 세계를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총체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주부 에디파는 옛 애인 피어스의 유산 관리인 역할을 맡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지하 우편제도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우편제도를 추적하면서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현실 너머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직감하는데, 그 새로운 세계는 ‘트리스테로’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은 출간되었을 당시인 1966년, 진보주의 시대를 살아가던 미국 대학생들을 매료시키며, ‘트리스테로’라는 단어와 지하 우편제도의 상징인 ‘약음기가 달린 나팔’ 그림을 유행시켰다. 핀천은 시대를 앞서 1960년대에 이미 ‘매트릭스적 상상력’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 절망의 샐러드 속에서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은밀한 세계, 『제49호 품목의 경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주부인 에디파는 옛 애인 피어스의 유산 집행인이 되어 캘리포니아 주 남쪽에 있는 샌나르시소로 간다. 그동안 에디파는 탑 속에 갇힌 라푼첼처럼, 자신이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피어스가 남겨 놓은 유산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이 세계 너머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에디파는 술집 스코프(‘영역’을 뜻하는 scope는 에디파의 인식 범위가 확대됨을 상징하는 단어이다.)에서 약음기가 달린 나팔이 그려진 낙서를 발견하는데, 피어스가 유산으로 남긴 우표들 가운데에도 이 기호가 그려진 위조 우표가 있다. 이 기호는 지하로 잠적한 비정규 우편제도 트리스테로를 나타내는 기호이며, 현재는 W.A.S.T.E.라는 명칭으로 소외 계층이 이용하는 지하 우편제도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W.A.S.T.E.는 우리는 조용한 트리스테로 제국을 기다린다, We Awaite Silent Triestero\’s Empire의 약자이다.) 이렇게 지하 세계를 추적해 가는 사이 남편 무초를 비롯하여 에디파를 둘러싼 남자들은 마약에 중독되거나, 죽거나, 미쳐 버리거나 하는 식으로 그녀를 떠나 버린다. 그러나 에디파는 스스로 세상에 뛰어들어 삶의 주체가 된 자신을 발견한다.트리스테로를 추적하면서 에디파가 발견한 것은 상속권을 박탈당한 주변부 사람들의 삶이다. 에디파가 트리스테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얼굴이 흉하게 뒤틀린 용접공, 밤거리를 배회하는 소년, 유산을 거듭해 온 흑인 여자, 위장병에 걸린 야경꾼, 집이 없어 화물열차나 간이 천막이나 버려진 자동차 속에서 사는 빈민, 병든 선원, 술 취한 사람, 부랑자, 동성애자, 창녀, 정신병자 등이었고, 그들 옆에는 언제나 트리스테로의 나팔이 그려져 있었다. 예전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그들에게 에디파는 이제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오랜 방랑과 탐색 끝에 그녀의 열린 주파수는 비로소 주변부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교신할 준비가 된 것이다. (「작품 해설」에서)자신의 인생이 단층적이고 이분법적인 가치관을 통해 경직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에디파는, 그동안 자신이 무질서와 혼란이라고 두려워했던 것들 역시 나름대로의 내적 질서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어떤 깨달음도 그녀가 진실의 실체에 다가가지는 못하게 한다. 단지 진실을 추적하면 할수록 그 시작은 피어스의 유산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에디파는 피어스가 수집한 우표, 즉 약음기가 달린 나팔이 그려진 위조 우표가 제49호 품목으로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는다. 지하조직 트리스테로가 실재한다면 자신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우표를 입찰하러 올 것이라 생각한 에디파는 경매장을 찾아간다. 에디파는 뒤쪽에 혼자 앉아서 사람들의 목덜미를 바라보며 그중에 누가 그녀의 목표물, 그녀의 적, 또는 그녀의 증거가 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곳 직원 한 명이 로비의 육중한 창문을 닫아 햇빛을 차단했다. 그녀는 찰깍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그 소리가 메아리쳤다. 패서린은 어떤 머나먼 이국 문명의 제사장 같은 제스처로, 마치 하강하는 천사처럼 두 팔을 뻗었다. 경매인은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에디파는 의자 뒤로 기대앉았다. 제49호 품목의 경매를 기다리며.(본문 중에서) ◆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총체 -‘열림’의 모티프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발전을 앞당긴 작품『제49호 품목의 경매』는 에디파의 기다림으로 끝난다. 결론을 유보하는 ‘열린 결말’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한 특징인 ‘열림’의 모티프와 연관되며 중요한 의미를 띤다. 이는 작가가 독점적으로 결론을 내리거나 독자를 계도하는 시대가 끝났으며, 해석은 독자의 몫임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트리스테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트리스테로가 존재한다는 증거에 가까이 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미궁에 빠진다. 트리스테로의 존재를 발견한 순간, 에디파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마음을 열지만, 동시에 그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하게 된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에디파의 인식이 두 배로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트리스테로의 존재를 확신하는 것은 또 하나의 경직된 진리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리스테로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곧 에디파를 열린 체계 속으로 이끄는 바람직하고 건강한 태도이다. 토머스 핀천은 에디파의 기다림에 독자가 동참하기를 권고하면서, 우리에게 닫힌 체계를 열린 체계로, 인류 문명 절멸의 위기를 영원한 구원으로 바꿀 희망이 있음을 암시한다.핀천은 우리가 지금, 인류의 문명이 파멸할 것인가, 지속될 것인가의 기로, 즉 49의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에디파는 기다린다. 우리 역시 에디파처럼 마음을 열어 놓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제49호 품목의 경매를.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운명의 결과를. (「작품 해설」에서) 또한, 토머스 핀천은 엔트로피 이론을 도입해 정보 소통과 연관 지으며 ‘열림’의 모티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핀천은 현대사회를 엔트로피가 극에 달한 상태로 파악한다. 이 상태에서는 세계를 구성하는 에너지가 서로 교류하지 못해 파멸한다. 결국 열린 체계로 바뀌어야만 이 세계는 살아남을 수 있다. 『제49호 품목의 경매』에서는 ‘맥스웰의 수호정령’이라는, 닫힌 체계를 열린 체계로 전환하는 가설 속의 존재가 등장한다. 이 수호정령은 분자를 분류해 동질화를 막고 서로 교류하게 하여 엔트로피를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여성적인 영민함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에디파만이 맥스웰의 수호정령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한 현대적 방식, ‘편집증’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20세기를 특징짓는 단어 중 ‘편집증’을 가장 첫 순위로 꼽았다. 일반적 의미에서 편집증은 인간이 불합리와 부조리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그 의미와 질서를 발견하려 할 때 갖는 집착을 의미한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커져만 가는 인간의 소외의식이 편집증이란 정신병적인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제49호 품목의 경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느 정도 편집증적인 상태에 있다. 에디파의 남편 무초 마스는 자신의 직업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인물이다. 에디파의 고문 변호사 로즈만은 텔레비전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에 경쟁심을 느끼며, 그 허구적 인물이 파멸하기를 바란다. 정신과 의사 힐라리어스는 의사임에도 에디파에게 LSD를 복용할 것을 권한다. 그는 과거 나치에 협력했던 전력이 있어 양심의 가책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결국은 정신이 나가 버린다. 에디파와 함께 피어스의 유산 관리인으로 임명된 변호사 메츠거는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활동한 인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함을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에디파가 진실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이들은 모두 그녀를 떠나 버린다. 토머스 핀천은 편집증의 부정적인 상태를 대변하는 인물들을 에디파의 주변에서 모두 제거하고, 에디파를 독립된 존재로 부각시킨다. 하지만 에디파 역시 편집증적인 상태에 있는 인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에디파가 가진 “여성적인 영민함과 두려움”이라는 편집증은 파멸을 삶으로 이끄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토머스 핀천은 정신과 의사 힐라리어스의 말을 빌려 에디파가 가진 편집증의 긍정성을 역설한다.“그 환상을 소중히 간직해요. 달리 당신이 가진 게 없지 않소? 환상의 작은 촉수를 움켜잡아요. 프로이트의 추종자들이 당신을 꾀어 그것을 없애 버리거나 약사들이 독약으로 그것을 제거하게 하지 말아요. 그것이 무엇이든지 소중히 간직해요. 왜냐하면 그것을 잃어버릴 때 당신은 그만큼 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기 쉬우니까 말이오. 당신은 그 순간부터 아마 존재하지 않게 될 거요.”(본문 중에서)-매트릭스적 상상력으로 세상에 충격을 준 작품무엇보다 핀천의 재기는 역사와 허구를 뒤섞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데서 빛을 발한다. 희곡 「전령의 비극」과 지하조직 ‘트리스테로’는 핀천이 만들어 낸 허구이지만 실제 역사와 결합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역사를 밝혀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기록이 남아 있는 ‘툰과 탁시스’와 트리스테로라는 허구 세계가 긴밀하게 짜여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이렇게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핀천의 음모는 독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트리스테로라는 지하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품게 만들었다. 실제로 핀천의 이야기를 증명하는 위조 우표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트리스테로의 실재 여부가 아니라, 우리가 보는 현실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인식’하는 일이다. 원본과 사본,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는 일은 이 세계가 진리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에디파가 트리스테로의 흔적을 추적하며 역사와 허구의 경계가 모호함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독자는 에디파의 추적을 따라가며 이 세계가 ‘매트릭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트리스테로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것의 미명과 고독과 기다림에 동참하는 한, 그녀 자신도 박해 받는 몸이 될는지? 사실 얼마나 많은 다양한 기회들이 이 땅에서 말살되어 왔는가? 지금은 마치 거대한 디지털 컴퓨터의 매트릭스 사이를 걷고 있는 셈이 되어 버렸다. 머리 위로는 0과 1이 균형이 좌우로 잘 잡힌 모빌처럼 끝없이 매달려 있을 그런 매트릭스 사이를 말이다. 상형문자 0과도 같은 그곳 너머에는 초월적인 의미가 숨어 있거나 아니면, 그저 이 세상이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본문 중에서) ◆ 읽을 때마다 새롭게 읽힌다 『제49호 품목의 경매』는 핀천의 작품 중 드물게 분량이 짧고 쉽게 읽힌다. 하지만 독자는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상징을 발견하게 되고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게 된다. 1966년에 발표된 작품이 세기가 바뀐 지금까지 놀라움을 주는 것은, 이 작품이 ‘열림의 미학’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적 미덕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로운 말이 아니다. 하지만 핀천의 작품은 여전히 새롭다. 이론이 이론만으로 끝나지 않고 문학으로, 예술 작품으로 실현되었을 때 살아남을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인류 절멸의 위기를 구할 맥스웰의 수호정령은 다름 아닌 『제49호 품목의 경매』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작품 해설 토머스 핀천의 작품 세계와 중요성 작가 연보

작가 소개

김성곤 옮김

뉴욕 주립대(버펄로)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뉴욕 주립대에서 명예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까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동 대학교 언어교육원장, 출판문화원장, 미국학연구소장과, 국제비교한국학회 회장, 문학과 영상학회 회장,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현대영미소설학회 회장, 문체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 객원 석학교수로 있다. 저서로 『문화로 보는 세상, 문화로 읽는 미래』, 『경계해체시대의 인문학』, 『문학의 명장면』, 『경계를 넘어서는 문학』, 『글로벌 시대의 문학』, 『뉴미디어 시대의 문학』 등이 있다. 우호인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을 수상했고 2013년 체코정부로부터 문화외교 메달을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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