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크테에서의 만남

원제 Das Treffen in Telgte

귄터 그라스 | 옮김 안삼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5년 3월 25일 | ISBN 978-89-374-6119-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276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현대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인간의 탐욕 앞에서 무너지는 허울 좋은 이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영원히 반복되는 역사,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과거▶ 생존하는 최고의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는 조국 독일의 가장 무거운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풀어 간다. 철학과 역사라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토대 위에 서 있는 전통 속에서, 그라스의 세속적이고 고약한 취미와 불경스러운 아이러니는 서민들의 거친 진실로 다가온다. 『텔크테에서의 만남』은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생사고락 속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위치에 관한 심각하고 오래된 문제들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타임》1647년, 일군의 시인들이 독일 전국 각지로부터 시골의 조그만 마을 텔크테로 몰려든다. 이때는 신, 구교 세력 간의 갈등이 전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30년전쟁(1618~1648)이 막바지를 향하던 때였다. 이 시인들의 목적은 산산조각으로 분열된 조국을 마지막 남은 수단인 ‘언어와 문학’으로 다시 한번 결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의 참상 속에서 인간의 기본 권리와 평화를 회복할 것을 주장하려 했던 시인들은 뜻하지 않은 사건에 말려들면서 자신들의 탐욕스럽고 위선적인 본성과 마주하게 된다. 작품의 화자 ‘나’는 미래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과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즉 인간의 운명은 현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긴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7세기에 실존했던 시인들인 그뤼피우스, 게르하르트, 질레지우스 등이 등장하는 1647년도의 이 모임은 귄터 그라스 자신이 회원이었던 1947년의 ’47그룹’ 모임을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라스는 실존 인물들을 자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끔찍하면서도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천재성을 보여 준다. 일견 숭고하고 고상할 것만 같은 시인들의 허상을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그라스는 ’47그룹’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들 시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편집자 리뷰

47그룹과 귄터 그라스『텔크테에서의 만남』에 등장하는 이 1647년도의 모임은 명백하게 1947년의 ‘47그룹’(작품 서두에 언급되는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은 친구’는 한스 베르너 리히터를 가리킨다.) 모임을 본딴 것이다. 47그룹이란 1947년(여기에서 이 이름이 유래됨)에 미군 측 전쟁 포로로 잡혀 있었던 독일 작가들이 무너진 독일 문학의 전통을 재확립시키기 위해 발족한 모임이다. 이들은 나치의 선전 문구 등이 독일어를 부패시켰다고 생각하여 과장과 시적 만연체를 배제한,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무미건조한 서술적 사실주의를 옹호했다. 이들은 독일로 돌아와 주간지 《루프 Der Ruf》를 창간했는데, 정치적으로 급진주의 경향을 띠고 있다 하여 미군 정부가 발행을 금지시켰다. 이 그룹의 주요 인물로는 소설가 한스 베르너 리히터와 작가 알프레트 안더슈가 있다. 이 그룹의 정치적 의도가 점차 사라짐에 따라 문학적 명성은 높아졌으며, 매년 수여하는 47그룹 상은 작가에게 커다란 문학적 명예를 안겨 주었는데, 이 상의 수상자로는 귄터 그라스와 하인리히 뵐이 있다.(이 두 사람은 모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양철북』의 초고를 발표한 것도 47그룹 모임에서였고, 그 작품으로 47그룹 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적 명성과 재정적 지원을 얻었을 뿐 아니라, 『텔크테에서의 만남』을 47그룹의 지도자였던 한스 베르너 리히터에게 바치고 있는 데서도 볼 수 있듯이, 귄터 그라스에게 47그룹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모임이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시인들을 바라보는 그라스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풍자와 비판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47그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 또한 담뿍 담겨 있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들이 비난하던 비열한 군인들과 한통속이 되어버린 시인들의 모습은 분노와 경멸감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실소와 애처로움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역사는 끝없이 되풀이된다『텔크테에서의 만남』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어제는 내일 있었던 바의 반복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최근에 일어난 이야기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300여 년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다른 이야기들도 그렇다. 독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다 이와 같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647년도의 이 모임은 1947년도 모임의 재구성이다. “어제는 내일 있었던 바의 반복”이라는 말은 이러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 사실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이 말은 그라스가 여러 작품을 통해 천착하고 있는 ‘역사는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라는 주제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라스는 굳이 1947년의, 혹은 이 작품이 발표된 1979년의 이야기를 1647년이라는 과거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1947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2년이 지난 후였고, 1979년까지도 그 여파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2차 대전으로 분단된 독일은 1990년에야 비로소 통일되었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국가의 상황은 1947년에나 1647년에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귄터 그라스를 선정하면서, ‘역사의 잊힌 면’을 밝혀내려는 비타협적인 고집과 끈기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하인리히 뵐,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와 함께 전후 독일 상황에서 도덕적 양심을 구현하려 했다. 그라스는 문학과 사회적·정치적 행동주의를 융합시켜 전쟁의 공포와 유대인 대학살을 정면으로 다루었으며,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화해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데 『넙치』, 『나의 세기』나 이 작품에서처럼 ‘편재하는 나’의 등장을 통해 영원히 반복되는 역사를 보여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 순환의 알레고리는 과거야말로 현재의 우리 모습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진정한 기준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귄터 그라스 Günter Grass 1927년 10월 16일 폴란드의 자유시 단치히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2차대전 중 히틀러 청년 운동을 겪었고, 열여섯 살에 징집당하여 참전했다가 미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이후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조각을 공부했고 1955년 서정시 경연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등단했다. 1958년 첫 소설 『양철북』 초고를 전후 청년 문학의 대표적 집단인 ‘47그룹’ 모임에서 낭독하여 그해 47그룹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로도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1년부터 사민당에 입당하여 활발한 정치 활동을 펼쳤다. 1960년대에는 『고양이와 생쥐』(1961), 『개들의 세월』(1963)을 발표함으로써 『양철북』의 뒤를 잇는 ‘단치히 3부작’을 완성하였다. 1976년 하인리히 뵐과 함께 문학잡지 《L\’76》을 창간하였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넙치』(1977), 『암쥐』(1986), 『무당개구리 울음』(1992), 『나의 세기』(1999) 등과 같은 대작을 발표하였다. 1995년에는 독일 통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품 『또 하나의 다른 주제』를 출간하여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1999년에는 『양철북』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지난 57년간 금기시되어 온 독일인의 참사를 다룬 문제작 『게걸음으로』를, 2003년에는 시화집 『라스트 댄스』를 발표하였다.옮긴이 안삼환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수와 한국 괴테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 독어독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역서로 『신변 보호』, 『도망치는 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 등이 있다.

목차

텔크테에서의 만남   작품해설 작가연보

작가 소개

귄터 그라스

1927년 폴란드의 자유시 단치히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2차 세계 대전 중에 열일곱의 나이로 히틀러의 나치 무장 친위대에 징집되어 복무했고, 미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농장 노동자, 석공, 재즈 음악가, 댄서 등 여러 가지 일을 전전하다가, 뒤셀도르프 국립 미술 대학과 베를린 조형 예술 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이후 글쓰기에 눈을 돌려 1954년 서정시 경연 대회에 입상하면서 등단했다. 1958년 첫 소설 『양철북』 초고를 전후 청년 문학의 대표 집단인 47그룹 모임에서 낭독해 그해 47그룹 문학상을 받았고, 이후 게오르크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1년부터는 사회민주당에 입당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60년대에 『고양이와 생쥐』(1961), 『개들의 세월』(1963)을 발표해 『양철북』의 뒤를 잇는 ‘단치히 3부작’을 완성했다. 1976년 하인리히 뵐과 함께 문학잡지 《L’76》을 창간했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넙치』(1977), 『텔크테에서의 만남』(1979), 『암쥐』(1986), 『무당개구리 울음』(1992), 『나의 세기』(1999) 등을 발표했고, 1995년에 독일 통일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품 『또 하나의 다른 주제』를 내놓았다. 1999년에 독일 소설가로는 일곱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2002년에 오십 년 넘게 금기시되었던 독일인의 참사를 다룬 『게걸음으로』를, 2003년에 시화집 『라스트 댄스』를 발표했다. 2006년 자서전 『양파 껍질을 벗기며』에서 10대 시절 나치 무장 친위대 복무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해 전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2008년에는 그 후속편으로 여겨지는 자전 소설 『암실 이야기』를 출간했다. 2015년 4월 13일 여든여덟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안삼환 옮김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본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교수와 한국괴테학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장, 한국비교문학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이다. 편저로 『괴테, 그리고 그의 영원한 여성들이 있으며 역서로 『신변 보호, 『도망치는 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토니오 크뢰거」 등이 있다.

독자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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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부들에게는 평화가 들어서고
heostein 2019.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