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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차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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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호시노 겐 | 옮김 전경아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20년 3월 27일

ISBN: 978-89-374-9098-9

패키지: 반양장 · 46판 128x188mm · 252쪽

가격: 14,000원

분야 외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음악가, 배우, 라디오 DJ, 작가……
예술과 예능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엔터테이너
호시노 겐의 무한 매력이 가득 담긴 최신 에세이!

★★★아마존 JAPAN, 기노쿠니야 등 일본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1위 석권★★★
★★★북로그 대상 논픽션 부문 수상, 누계 판매 30만 부 돌파!★★★
★★★일본 서점 MD 일제히 추천, 2017년 가장 사랑받은 에세이!★★★


목차

생명의 차창에서
다마가와 선셋
분노
전파와 크리스마스
친구
작곡하는 나날
일기일회
사람
SUN
어느 날
문장
HOTEL
ROOM
부도칸과 아저씨
낯가림
YELLOW DANCER
‘축하합니다’
데라사카 나오키
시바견
메탈 기어의 밤
YELLOW VOYAGE
고사킨과 심야 라디오
호소노 하루오미
어느 날 밤의 작곡
오이즈미 요
게임에서
사랑
‘아라가키 유이’라는 사람
새벽녘
혼자가 아니라는 것
맺음말


편집자 리뷰

힘겹고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마주한 사람들,
일상의 풍경, 기적 같은 하루하루
호시노 겐의 유머와 인생철학이 오롯이 묻어나는 진솔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

음악가, 영화배우, 탤런트, 예능인, 라디오 DJ 그리고 문필가 등 오늘날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예인이자 남성 솔로 가수로서는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호시노 겐의 최신 에세이 『생명의 차창에서』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오랜 인디 활동(SAKEROCK)을 이어 오면서도 ‘잘 해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탓에 결코 마이크를 잡지 못했던 호시노 겐은, 영화감독 이누도 잇신, 음악가 호소노 하루오미 등 소중한 인연을 밑거름으로 삼아, ‘이제 곧 30대, 더는 미룰 수 없다!’라는 결의를 가슴에 품고, 마침내 ‘29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솔로 가수로 데뷔한다. 2010년 첫 번째 솔로 앨범 「바보의 노래(ばかのうた)」, 이듬해 두 번째 앨범 「에피소드(エピソード)」를 연이어 발표하고, 2013년 세 번째 앨범 「스트레인저(Stranger)」가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오리콘 차트’ 2위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다. 더불어 출중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영화계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무려 37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평생 단 한 번뿐이라는 ‘신인 배우상’을 거머쥔다.
2015년 네 번째 앨범이자 ‘지금 이곳의 음악’을 표방한 「YELLOW DANCER」를 발표하고, 곧장 차트를 석권하며 남성 솔로 가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사흘 만에 10만 장을 팔아 치운다. 그리고 같은 해 「NHK 홍백가합전」에 출장하는 영광을 누린다.(그 뒤로 2019년까지 연속 출장한다.) 그러나 호시노 겐의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6년 아라가키 유이와 공동 주연으로 나선 TV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로 급기야 텔레비전 브라운관까지 접수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 ‘쓰자키 히로마사’로 공전의 인기를 구가한 호시노 겐은, 같은 작품의 엔딩곡 「사랑(恋)」으로 30만 장의 ‘대박’ 히트까지 기록하며 바야흐로 ‘호시노 겐의 시대’를 열어젖힌다. 그 후 피지컬 판매는 물론 음원 판매까지 제패하고, 일본 가수로서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4대 돔 투어’까지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인기 가수’ 반열에 오른다.
호시노 겐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문필가’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띈다. 음악가, 영화배우, 탤런트, 예능인만으로도 이미 벅찬데, 분초 단위로 쪼개지는 하루 스케줄, 고된 24시간 중에 따로 글을 쓸 시간이 있을까? 하지만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쓰고, 칼럼을 연재하고, 책을 펴내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 개인 시간이라고는 8시간 남짓, 수면 등 꼭 필요한 계획을 제외하고 나면 겨우 한두 시간밖에 남지 않음에도 그는 글을 쓴다.(물론 게임도 즐기고 유튜브도 골똘히 시청한다.) 2012년 발병한 지주막하출혈(자칫 사망할 수도 있는 위중한 상태였다.)로 중대한 변곡점을 경험한 호시노 겐은, 이제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며, 또 앞날을 내다보며 참된 인생, 인간관계, 사랑과 우정, 자신의 일(業)과 꿈, 건강 등, 자기 생명을 이루는 소중한 모든 것들을 새삼 실감한다. 그렇게 그는 보통의 일상에 감사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더욱 사랑하고, 한결 충실하기 위해 글을 쓴다. 처음에는 아주 막연하게 ‘글을 잘 쓰고 싶다!’, ‘나를 드러내 보이고 싶다!’라는 바람뿐이었지만, 삶과 죽음의 얼굴을 마주하고 난 뒤로 호시노 겐은 “에고와 나르시시즘을 없애”고자, “깔끔한 욕조에서 몸을 씻어 내듯이 마음을 정돈”하고자, 그토록 진지하게, 귀중하고 값진 누군가(당신)에게 가닿고자 매일 밤 모니터 앞에 앉는다.
『생명의 차창에서』는 오랜 투병 생활을 이겨 내고, 생사의 기로를 뛰어넘어 다시 무대에 선 호시노 겐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심의 메아리다. 상대방의 거절과 비난이 두려워서 지레 철벽을 치고 ‘외톨이 행세’를 하던 자신, 시도해 보지도 않고 일찌감치 단념해 버렸던 꿈들, 하찮고 초라하고 궁색한 내면 모습들, 오해와 선입견으로 아깝게 놓친 기회와 인연들, 언 땅에서 힘겹게 움튼 봄날의 새싹처럼 자기에게 찾아온 경이로운 행운들, 잃고 싶지 않은 계절과 잊기 싫은 위로들, 그리고 늘 감사하는 마음까지…… 그동안 눈부신 무대 조명과 배역에 가려서 좀처럼 만나 볼 수 없었던 호시노 겐의 다정하고 따스한 민낯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열정 넘치게 콘서트홀을 장악하고, 흠뻑 취하도록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며, 능청맞게 몹쓸 드립을 날리면서도, 동갑 친구랑 말을 놓는 일에 안절부절못하고 사랑스러운 시바견을 쓰다듬으려다가 ‘아무래도 실례’라는 생각에 얼른 손을 거두는 그런 사람, 바로 호시노 겐이다. 괜한 겁에 사로잡혀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모난 생각으로 소중한 인연과 찬란한 하루하루를 외면하지 말라고, 좁은 방에 틀어박혀 숨죽여 노래를 읊조리면서 “마음이여, 전해져라!”라고 외치던 호시노 겐의 진심에 이제 우리가 다가설 차례다.

■ 책 속에서

창문 안쪽으로 의식이 날아간다. 내 로봇이여, 손발이여, 부디 잘 움직여 주기를. 창문 바깥에는 멋대로 떠들고 움직이고 연기하는 내가 있다. 떠벌이는 나를 내버려 두고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신기하다. 얼마 전까지 병원 천장을 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천삼백 명의 관객 앞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있다.
인생은 여행이라던데, 정말 그런 것도 같다. 내 몸을 기관차에 비유해 보면 이 차창 밖은 의외로 재미있다. -본문에서

분노를 토해 내는 행위란 그걸 받아들이는 상대의 마음을 크게 동요시킬 만큼 부정적인 에너지로 넘쳐 난다. 하지만 가만히 담아 두기만 하면 마음이 점점 불안정해지고 몸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되도록 즐겁고 재미있게 토해 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하며 잠시 뜸을 들이거나 불합리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내가 취했던 리액션을 재연하고 거기에 걸맞은 표정을 지어서 되도록 상대가 “너무해!” 하고 즐겁게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괜한 이야기를 보탤 필요는 없다. -본문에서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늘 노래를 지었다. 가사를 쓰고 작곡을 하면서 지금 이 노래가 누군가에게 가닿기를 바랐다. 옆방에조차 들리지 않는 이 작은 노랫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듯이 어딘가로 날아가서 지금 누군가한테 전해졌겠지! 난 별 까닭도 없이 그랬으리라고 묘하게 확신했다. (……) 그 당시 ‘누군가에게 전해져라.’ 하며 마음으로 쏘아 올린 전파는 환상도, 자기도취에 빠진 망상도 아니었다.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날아올라서 여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았고 무사히 전달되었다.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 바람이 여기서 하나로 연결되었다. -본문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어떤 풍경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는가? 그 마음의 움직임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거기에서 무엇을 생각했는가?
아무리 하잘것없는 일이라도 그것을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을 때 마음속이 깨끗하게 정돈되었다. 이제 막 청소한 욕조에 들어가 말끔히 몸을 씻어 낸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졌다.
“호시노 씨는 왜 글을 씁니까?”
솔직히 ‘이처럼 기분이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설명이 길어지므로 마쓰오 씨와 미야자와 씨를 동경해서, 라고 계속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간결하면서도 자유롭게 떠들되 상대에게 진심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본문에서

평소 얼마나 웃으면서 생활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텔레비전을 볼 때, 누군가와 대화할 때, 택시 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할 때, 이제껏 전혀 자각하지 못했던 순간까지 “아, 지금 웃었다.” 하고 의식할 수 있었다.
주변을 봐도 인간은 정말 일상적으로 많이 웃는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인사를 할 때,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헤어질 때, 뭔가 실수를 했을 때, 좋아하는 음악을 발견했을 때, 음식이 맛있다고 느낄 때, 인간은 대체로 웃거나 미소 짓는다.
초등학생 시절, 잘 웃지 못했다. 과거 에세이에도 썼지만 단지 소리 내어 웃지 못했을 뿐, 미소와 감정까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미소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로, 소통을 하거나 자기 의사를 확인하는 데도 중요하다. 그러하니 웃지 못하는 인간이란 얼마나 고독할까, 하고 내 배역에 대해 생각했다. (……) 마음은 이런 사소한 일로 구원받는다. 종일 뚱하고 있으면 아무리 연기라 해도 마음이 지친다. 하지만 누군가가 한마디 말이라도 건네주면 독이 빠져서 평소의 호시노 겐을 유지할 수 있다. -본문에서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나갔을 때 “낯을 가립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돌연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것이 마치 병인 듯, 도저히 손쓸 방법이 없는 일처럼 말하는 스스로에게 약간 화가 났다.
그때까지 상대에게 사랑받고 싶다,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소통하기를 포기했다. 소통에 실패해 버리면 거기에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성장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걸 상대에게 “낯을 가려서…….”라고 마치 피해자인 양 말하는 것은 “나는 소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인간이니 그쪽에서 조심하쇼.”라고 대놓고 낯부끄러운 선언을 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몇 년 전부터 낯을 가린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마음의 문을 늘 활짝 열어 두려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아한다고 알리고자 했다. (……) 일부러 외톨이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원래 누구든 인간이라면 혼자이기에 우리는 더욱 손을 잡고 열렬히 소통을 해야 한다. -본문에서

나는 시바견이 너무 좋다. 아담한 체구. 커피를 뿜을 뻔했다. 아, 귀여워.
내 자리에서는 뒤통수와 등짝, 거기서 이어지는 엉덩이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이쪽으로 오면 어루만져 줘야지. 물론 일면식도 없는 상대를 무턱대고 어루만지면 그건 치한이다.
이윽고 내가 좋아하는 개는 시바견, 이라고 공언하게 되었다. 집 안 난롯가에서 유유자적 지내는 시바견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기 때문일까. 어쩌면 개집에서 멍멍 짓는 개가 아니라 실내에서 한가로이 뒹구는 시바견한테서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시바견이 주인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마침 미트소스 파스타가 도착했다. 그가 “잘됐다.”라고 말한 까닭은 시바견과 함께 먹겠다는 뜻일까? 사진 찍고 싶다.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상대를 사진으로 찍으면 그건 몰카다. -본문에서

‘힘든 시기를 버텨 낸 나를 구체적으로 상상한다.’라는 행위는 어떤 일이든 반드시 끝이 난다는 단순한 법칙을 진정으로 깨닫기 위한 준비 운동과 같다.
닥쳐오는 마감, 숙제, 갑자기 엄습해 온 질병, 재해 등 상황이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머리로는 알면서도 ‘그럼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하자!’라고 즉석에서 정신을
다잡을 수가 없다.
“잘 안 될지도 몰라.”, “실패할지도 몰라.”라고 매 순간 고민하고 긴장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는 일에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진심으로 어떤 일이 끝나고 있음을 느낀다면 반드시 끝이 오니까, 라며 순순히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집중할 수만 있다면 시간의 흐름도 빠르게 느껴진다. 너무 싫다, 라고 생각하면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지만, 오롯이 집중하면 산을 넘고 시간을 뛰어넘어 불쑥 워프를 한 듯 괴로운 시기가 서둘러 끝난다. -본문에서

‘계절을 느끼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분주함과 계절의 관계는 태양과 달이랑 같다. 계절은 바쁠수록 보이지 않고, 반대로 한가할수록 익숙해져서 지겹기만 하다. (……) 한가하고 돈이 없던 이십 대 초반, 마치 계절의 넋을 어깨에 늘 짊어지고 다니듯이,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흠씬 얼얼해지도록 아주 가까이서 느꼈다. 그것은 그것대로 암울한 기분이다. 그런 상태에서 겨우 빠져나온 지금,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음에도 아무리 춥든 덥든 계절을 느끼는 경우가 별로 없다.
(……) 몸에도 이상이 없고 불안한 마음도 없이 가슴의 창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계절이 지나가는, 통풍이 잘되는 기분. 쓸쓸하고 인사치레로라도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는 단지의 경치가 놀라울 정도로 근사한 풍경이 되었다. 문득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어졌다. 키스를 하거나 포옹을 하거나 살을 부비고 싶어졌다. 이럴 때 사랑이 태어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분명히 이제 다 잘될 거야.”라는 느낌을 받았다. -본문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주 밤을 새곤 했다. 부모님이 다 잠들어 고요해지면 창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느낀다.
왠지 영문을 알 수 없는 확신과 함께 나처럼 고요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어딘가에 또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 무렵 내가 자주 하던 망상은, 커다란 무대에서 노래하며 활발히 춤추는 나의 모습이었다. 그 꿈을 드러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당시의 나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상상이라 진심인지 아닌지 고민하거나 애써 지우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특별히 마음에 담아 두지도 않았다.
그러한 상상이나 예감이 맞든 틀리든 현실을 변화시키고 미래를 만드는 힘이 될 수 있다. 상상력(imagination)과 나르시시즘(narcissism)은 다르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없던 말인데, 누가 ‘눈치 없다’고 타박을 하고 ‘중2병’이라 고 무시를 해도, 그런 시시한 말에 지지 말고 자꾸만 망상을 해야 한다. 현실을 창조하는 근원은 대부분 상상력이니까. -본문에서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렇게 느낄 수 있어서 기쁘다.
십 대부터 이십 대에 걸쳐 늘 ‘외톨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슬픔에 빠져서 나를 둘러싼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지 못하고 잔뜩 꼬여 있었다. 현실을 외면하고 몹쓸 이상만을 내세우며 행복을 느끼지 못하도록 자신을 몰아붙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꾸미지 않고는 못 배겼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깎아내리고 “알고 있다고요.”라며 상처받지 않게 미리 연막을 쳤다. 한심하다. 저런 태도로 살면 실제로 그보다 행복한 인생이 없더라도 평생 행복을 느끼지 못할 텐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행복하면서도 더 갈구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다. 내 마음을 속이지 않고도 좋고 싫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싫어하는 것은 되도록 마음속에만 담아 두고 가급적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면 “그렇습니까?”라고 웃으면서 속으로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상처받는다. -본문에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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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겐

1981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다. 현재 음악가, 배우, 작가로서 활동 중이다. 정규 앨범 「YELLOW DANCER」(2015), 싱글 「사랑(恋)」(2016)이 크게 히트했으며, 2018년 다섯 번째 정규 앨범 「POP VIRUS」를 발표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NHK 홍백가합전」에 연속 출장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2013년 첫 주연 영화 「묻지 마 사랑(箱入り息子の恋)」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37회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 배우상을 비롯해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16년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 사극 「사나다마루(真田丸)」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되살아나는 변태』, 『일하는 남자』,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호시노 겐 잡담집 1』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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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아 옮김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 1, 2』, 『마흔에게』를 비롯해 고도 토키오의 『혼자서도 강한 사람』, 우야마 다쿠에이의 『혈통과 민족으로 보는 세계사』, 가바사와 시온의 『아웃풋 트레이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