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 여가수

원제 La cantatrice chauve

외젠 이오네스코 | 옮김 오세곤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3년 3월 15일 | ISBN 89-374-6073-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4 · 200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웃음 뒤에 찾아오는 소름 돋친 일상의 발견현대 연극의 역사를 다시 쓰는 반(反)연극 삼부작「대머리 여가수」, 「수업」, 「의자」수록
‘반(反)연극’이라는 새로운 연극 사조의 시작을 알린 이오네스코의 초기 대표작.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로 연극 공연용 대본이나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과 대표단편선집 등으로 묶여 그 일부만을 극히 단편적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 『대머리 여가수』는 반연극 삼부작을 충실히 번역하여 단행본으로는 처음으로 출간된다. 이 책은 비로소 이오네스코 반연극의 온전한 면모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해 줄 것이다.

편집자 리뷰

단행본으로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반연극의 개막 삼부작
공허한 일상, 권력의 폭력, 개인의 소외를 겨누는 블랙코미디 이 책에 실린 세 작품에서 이오네스코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한 속성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일별하면 「대머리 여가수」는 소시민의 허위의식과 소통의 허구성을, 「수업」은 제도 권력의 억압적인 본질을, 「의자」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불행과 소외의 문제를 파헤친다. 「대머리 여가수」는 한 영국 가정의 하루를 보여주면서 현대인의 무의미한 일상과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품 속에서 스미스 부부는 마틴 부부를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우연히 스미스 부부의 집을 지나던 소방대장이 그들을 방문하여 대화에 끼어든다는 것이 전체 줄거리다. 눈에 띄는 사건도 갈등도 없는 가운데 스미스 부부와 마틴 부부, 소방대장의 무의미한 대사들만이 작품을 채우고 있다. 대화는 일정한 주제나 맥락 없이 동문서답하는 식으로 이어지며 완전히 엉뚱한 결론으로 끝난다. 대사(말)는 무성하지만 내용(의미)은 없는 이 한편의 소극은 온갖 기호와 의미로 가득 차 있지만 실내용은 공허하기만 한 현대 사회를 은유적으로 풍자하고 있으며 현대인이 맺고 있는 관계의 무의미함과 의사소통의 허구성을 꼬집고 있다. 「수업」은 한 교수가 개인 교습을 받기 위해 찾아온 여학생을 지도하는 중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교수는 자신의 교육 방침을 학생에게 강요한다. 학생은 그것에 맞추려고 노력하지만 교수는 점점 더 폭력적으로 학생을 몰아세우고, 자기 성에 차지 않는 학생을 결국 칼로 살해하게 된다. 학생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말살하는 교육 제도에 대한 비판은 여러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지만 「수업」은 말 그대로 선생이 학생을 죽이는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그 비판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 사회의 제도 권력이 본질적으로 억압과 폭력의 장치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의자」는 외딴 섬에서 살아가는 노부부가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손님들을 맞아 한바탕 잔치를 여는 소동을 그린다. 지나간 인생을 돌아보며 회의와 체념에 빠진 노부부는 귀부인, 기자, 대령, 심지어는 황제까지 자기를 찾아온 것에 감격스러워하고 그 방문으로 자신들의 존재가 증명된 지금, 지난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행복해 한다. 그러나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무대를 점차 채워나가는 빈 의자들과 노부부의 독백뿐이다. 노인은 수십 년 동안 간직해 온,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발표할 때가 되었다며 마지막 손님인 변사를 기다리지만, 도착한 변사는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다. 노부부는 결국 절망감에 “황제 폐하 만세!”를 외치며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살한다. 소외된 개인이 겪는 자기 존재의 상실감과 그것을 극복하려고 자기가 만들어 낸 환상에 의존하는 헛된 노력이 우스우면서도 슬픈 블랙코미디다. 조롱과 풍자로 무장한 부정의 정신, 웃음 뒤에 찾아오는 섬뜩한 발견 2차 세계대전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많은 지식인들의 눈에 비친 당대의 현실은 상식과 논리와는 거리가 먼, 광기와 허위가 지배하는 세계였다. 이러한 세계관은 실존주의라는 이름으로 체계화되어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철학과 문학, 예술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연극 분야에서는 전통적인 극예술 이론에서 나온 고전주의, 낭만주의 연극을 배격하고 현대인의 삶과 현실을 직접적으로 다루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며 내용과 형식에서 급진적인 실험이 시도되었다. 이오네스코의 반연극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직설적으로 담으면서도 그 대상을 특정한 제도나 사회 체제에서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확대해 갔다. “나에게 있어 연극은 내면세계를 무대 위에 투영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이오네스코는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비판하기보다는 그 뒤에 숨어 있는 본질적인 억압을 드러내려 했다. 논리와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과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에 맞서 이오네스코가 취한 문학적 대응의 방식은 조롱과 풍자였다. 이 책에 실린 초기 삼부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이 희극적 구성은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비현실적인 언행으로 드러난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폭소를 터뜨리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 웃음은 점차 등장인물이 처한 비정상적인 상황과 그들의 행동이 바로 관객 자신들의 처지와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바뀐다. 이때 관객의 정신적, 정서적 충격은 배가되며 작품의 메시지는 더욱 강렬해진다. “뒤에서 조종하는 실의 조작을 숨기지 말고, 오히려 잘 보이게 만들고, 일부러 드러내 보이며, 그로테스크함이나 풍자를 보다 철저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이오네스코의 희극은 비극적 상황을 조명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방식인 것이다. 부정한 시대에 맞서는 상상력, 그의 조국 루마니아에서 금지되었던 작품 「대머리 여가수」가 풍자한 무의미한 ‘말’의 범람은 대중문화가 우리의 정서를 지배하고 인터넷을 비롯한 대중 매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정치조차 이미지화하는 작금의 현실에 더욱 적실해 보이며 「수업」이 제기한 제도 권력의 미시적 억압과 폭력은 사회 곳곳에서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의자」가 통찰했던 개인의 불행과 소외의 문제는 거대한 사회 구조에서 부속으로 전락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나에게 우스운 것은 특정한 사회체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전체다.”라며 20세기라는 시대 앞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오네스코는 창작 활동 중에도 당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나 비평가와 문학의 본질과 기능을 놓고 논쟁하기를 꺼리지 않았으며 체아우셰스쿠 치하의 고국 루마니아에서는 반체제적 성향을 이유로 작품 발표가 금지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도전과 부정의 정신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져 오늘의 연극 무대에서도 생생하게 되살아나 부정한 시대에 맞서는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목차

1. 대머리 여가수 2. 수업 3. 의자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외젠 이오네스코

현대 부조리극의 선구자인 외젠 이오네스코는 1909년 루마니아의 슬라티나에서 태어났다. 1911년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으나 불우한 유년기를 보내며 루마니아와 프랑스를 전전했다.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건너간 후 첫 번째 희곡 「대머리 여가수」를 발표하였다. 뒤이어 「수업」과 「의자」를 내놓으면서 주목받는 극작가로 떠올랐으며 1960년 「코뿔소」의 대성공으로 현대 연극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가로 인정받았다. 1970년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1991년 전 작품 33편이 묶여 플레야드 총서로 출간되었다. 1994년 파리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왕은 죽어가다」, 「살인 놀이」등의 희곡과 장편소설 『외로운 남자』, 평론집 『노트와 반노트』등을 남겼다.

오세곤 옮김

연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장 주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연극》편집위원, 연극학과교수협의회 부회장, 연극교과개설 운영위원장, 대학로 포럼 사무총장, (주)떼아씨네 대표를 겸하고 있으며 순천향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배우의 화술』이 있고 옮긴 책으로『왕은 죽어가다』, 『우리 읍내』, 『하녀들』, 『한여름 밤의 꿈』등이 있다.

독자 리뷰(4)

독자 평점

5

북클럽회원 1명의 평가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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