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원제 BUS STOP MONOLOGUE WILD MAN

가오싱젠 | 옮김 오수경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2년 12월 16일 | ISBN 978-89-374-6071-5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4 · 244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200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의 대표적인 희곡 작품들. 동양의 전통 사상과 정서를 현대 부조리극으로 형상화.중국 정치 현실에 맞서야 했던 망명 작가의 향수와 상실의 고통이 배어 있는 수작들.

편집자 리뷰

2000년에 동양인으로서는 네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高行健]의 대표 희곡선 『버스 정류장』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가오싱젠은 정치적인 문제로 조국인 중국을 떠나 현재는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과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는 망명 작가이다. 또한 중국의 전통적인 사상에 현대적인 부조리극을 결합시킨 그의 희곡 작품은 이미 중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지의 무대에 올려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월에 그의 작품 「비상경보」(국내에서는 ‘절대신호’라는 제목으로 공연)가 연극 무대에 올려졌다. 이번에 출간된 『버스 정류장』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는 가오싱젠의 대표 희곡선이다.
중국 정치 현실에 맞서야 했던 망명 작가 가오싱젠가오싱젠은 소설가, 평론가, 화가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역시 극작가로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988에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까지, 베이징인민예술극원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소극장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희곡이 모두 이 무렵에 쓰인 작품으로 베이징인민예술극원에서 성황리에 공연되었으며, 특히 「야인」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도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다. 망명 전의 작품 경향은 서구 연극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연극 세계를 확립하고 중국적 전통을 탐색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야인」은 1985년에 처음 공연되었으나, “사회주의를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공연 금지(1986년)당했던 작품이다. 그 당시는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외치기는 했지만 문학과 예술에 대한 정치적 지배는 변함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대해 가오싱젠은 “나는 그때부터 중국의 독자와 관객을 모두 잃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의 정치적 상황 하에서 작가이자 연극인으로서 큰 좌절을 맛본 것이다. 그로부터 1988년 망명길에 오르기까지 가오싱젠은 중국 공산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문학과 예술을 탄압하는 상황에 저항하면서 중국 작가와 예술가들은 “그들의 목소리와 자유를 찾아낼”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전통을 현대 부조리극으로 형상화프랑스 망명 전, 즉 베이징인민예술극원에 소속되었을 당시에 창작했던 가오싱젠의 희곡의 의의는 주로 리얼리즘의 틀을 깨고 모더니즘을 실험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가오싱젠 자신은 현대 연극에서 등한시되었던 중국 연극 전통을 되살리고자 하는 데 큰 의미를 둔다. 개혁과 개방의 물결을 따라 중국의 연극도 서구식 현대극 일색이었지만, 가오싱젠은 정작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 문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연극계의 풍토를 개탄해 마지않았다.1984년에 양쯔 강 유역의 민간 연극을 조사하면서 고대로부터 전승되는 제의와 연희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그에게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 주었다. 현대극이 무대와 관객의 사이에 쌓아놓은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다른 매체와 차별화될 수 없으며, 연극을 대사 중심의 ‘화극(話劇)’이라는 한계에 묶어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중국 고대 연극의 전통인 표현 양식의 다양성, 즉 제의적 탈놀이, 민간의 설창, 만담과 겨루기, 인형극, 그림자 인형극, 마술과 잡기, 이 모든 것이 연극을 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의 무대를 풍성하고 자유롭게 만들었다. 연극적인 것보다 저급하다고 인식되어 온 서술 역시 결코 비연극적인 것이 아니며 음악성을 갖춘 서술은 오히려 연극보다 더욱 친근하게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통한 자유로운 시공간의 처리도 그의 작품에 잘 활용되고 있다.부록으로 실린 「현대 연극의 추구」에서, 가오싱젠은 자신이 추구하는 연극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연극은 종합적인 연기 예술로 단순히 말로만 하는 예술이 아니며, 둘째 연극의 공간이 되는 극장과 무대는 가상으로 설정했다는 상황을 인정할 때에만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연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셋째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마음대로 설정할 때 연극이 문학의 언어처럼 충분한 자유를 얻는다고 말한다. 요컨대 가오싱젠은 중국적인 연극의 전통에 서양의 방식을 도입한 실험적인 작가였다. 그런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로 브레히트를 꼽고 있다. 내 작품 「버스 정류장」과 「야인」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은 화자로서 극 한가운데에 등장해서 배우로서의 위치를 통해 현재의 극에 대해 코멘트를 들 수 있게 했다. 이는 브레히트가 사용했던 소외 효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로써 무대 위에서 특정 역을 맡고 있는 배우들은 어디까지나 배우라는 것을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나는 극예술이 자신만의 독특한 깨달음에서 생겨날 수 있다고 믿으며, 바로 이 깨달음에 근거해 나는 내 작품들을 써 나간다. 브레히트는 바로 이런 면에서도 나를 격려한 인물이다. 브레히트는 내게 극예술의 법칙을 새로이 정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첫 극작가였다. ―디 벨트(Die Welt), 2002년 10월 18일자.
가오싱젠의 대표적인 희곡 작품들―「버스 정류장」, 「독백」, 「야인」 이렇게 중국적인 전통과 사상을 실험적으로 재현하는 데 주력했던 가오싱젠의 대표적인 세 작품이 바로 「버스 정류장」, 「독백」, 「야인」이다. 「버스정류장」은 정류장 팻말 앞에서 내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부조리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보여 주는 생활 서정극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심경과 태도의 변화를 보이는 등장 인물들은 마치 거울을 보듯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세태의 문제점까지 묘사하려고 했다. 특히 이 작품은 부분적으로 일곱 개의 다성부를 활용하여 등장인물들이 동시에 이야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높고 낮은, 굵고 가는 소리가 서로 어울리고 개개인의 생각과 의미가 서로 엇갈리면서 마치 교향악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 「버스 정류장」은 사뮤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인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독백」은 추상적인 단막극이다. 배우가 혼자 읊어 대는 대사를 통해 연극의 본질과 배우의 숙명을 보여 주고, 배우라는 존재의 진실에 대한 현장감 있는 고민을 드러낸다. 이는 리얼리즘 연극을 거부하고 연극이 벌어지는 현장감과 가정성을 지향하고자 한다는 가오싱젠의 연극론에 그대로 부합되는 형식인 셈이다.「야인」은 현대 연극에서 중국 전통극의 미학을 회복하려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삼림 지구에 생태 조사를 하러 왔다가 야인 문제에 휘말려 드는 한 생태학자를 중심으로, 환경 보호, 전통 문화의 상실, 도시 문명의 잔혹성, 인간성의 추악함 등 몇 가지 주제가 복합적인 구성을 이루며 대위법적으로 전개된다. 「버스 정류장」과 마찬가지로 다성부 연극인데, 춤과 영상, 회상 장면의 중첩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어 다층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또 양쯔 강 유역의 농촌과 산골의 민속을 통해 전통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도시 문명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중국에서 초연되었을 당시에 공연 금지를 당했던 작품으로 가오싱젠에게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저항과 문학적인 고뇌를 안겨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이 책에는 가오싱젠의 연극 평론집인 『한 현대 연극의 추구[對一現代戱劇的追求]』에 실렸던 세 편의 글을 싣고 있다. 자신의 희곡선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은 가오싱젠이 함께 실어 주기를 부탁했던 글들로, 현대 중국 연극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현대 연극의 추구」, 그리고 「버스 정류장」과 「야인」 공연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담을 두 편의 글이 있다. 또 화가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화집이 발간될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가오싱젠은 자신의 수묵담채화 「피안」을 표지 그림으로 사용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흔쾌히 허락할 정도로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은이 가오싱젠[高行健]
1940년 강서성 간저우[贛州]에서 출생. 1962년 베이징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 졸업. 문화대혁명 기간에 농촌에 보내져 노동을 통한 사상 개조를 받았으며, 1979년부터 소설과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 1981년 첫 평론집 『현대소설기교초탐』 출간. 같은 해에 베이징인민예술극원 소속 극작가로 본격적인 희곡 창작 시작. 1988년 프랑스로 망명하여 파리에 정착한 후에 희곡과 소설을 창작하며,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소재로 희곡 「도망」을 발표한 후, 중국에서는 그를 반체제 인사로 규정하고 있어 모든 작품이 금서로 묶여 있다.2000년 소설 「영혼의 산」이 ‘문학적 보편성과 날카로운 통찰, 언어적 독창성’을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소설 「한 사람의 성경」과 희곡 「피안」, 「도망」, 「생사계」, 「대화와 반문」, 「야유신」, 「산해경전」, 「팔월의 눈」 등이 있고, 논문집으로는 『‘비상경보’의 예술적 추구』, 『현대 연극의 추구』, 『아무 주장도 없음』, 『또 다른 미학』, 『문학하는 이유』 등이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 중이다.
옮긴이 오수경
1979년 서울대학교 중문과 졸업. 국립 대만대학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중문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찻집』, 『개똥영감의 열반』 등이 있다.

목차

1. 버스 정류장 2. 독백 3. 야인
부록 – 현대 연극의 추구 / 가오싱젠 작품 해설 – 중국 현대 실험극의 장을 연 가오싱젠 / 오수경 작가연보 옮긴이의 말

작가 소개

가오싱젠

1940년 강서성 간저우[贛州]에서 출생. 1962년 베이징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 졸업. 문화대혁명 기간에 농촌에 보내져 노동을 통한 사상 개조를 받았으며, 1979년부터 소설과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 1981년 첫 평론집 『현대소설기교초탐』 출간. 같은 해에 베이징인민예술극원 소속 극작가로 본격적인 희곡 창작 시작. 1988년 프랑스로 망명하여 파리에 정착한 후에 희곡과 소설을 창작하며,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소재로 희곡 「도망」을 발표한 후, 중국에서는 그를 반체제 인사로 규정하고 있어 모든 작품이 금서로 묶여 있다.
2000년 소설 「영혼의 산」이 ‘문학적 보편성과 날카로운 통찰, 언어적 독창성’을 인정받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소설 「한 사람의 성경」과 희곡 「피안」, 「도망」, 「생사계」, 「대화와 반문」, 「야유신」, 「산해경전」, 「팔월의 눈」 등이 있고, 논문집으로는 『‘비상경보’의 예술적 추구』, 『현대 연극의 추구』, 『아무 주장도 없음』, 『또 다른 미학』, 『문학하는 이유』 등이 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거주 중이다.

오수경 옮김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중국 희곡과 중국 연극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송원희곡고역주』, 『중국 고전극 읽기의 즐거움』(공저), 『동아시아 전통 축제의 재발견』(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백토기』, 『찻집』, 『버스 정류장』, 『피안』, 『중국 고대 극장의 역사』(공역) 등이 있으며, 『한국연극사』 등을 중국어로 옮겼다.

독자 리뷰(2)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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