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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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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윤의섭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9년 11월 8일

ISBN: 978-89-374-0884-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4x210 · 160쪽

가격: 10,000원

시리즈: 민음의 시 264

분야 민음의 시 264, 한국 문학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일 | ISBN 978-89-374-5865-1 | 가격 7,000원


책소개

인과와 질서의 견고한 세계 너머

자꾸만 감지되는 신비의 징후


목차

감염

불미

카드

샤먼의 저녁

신비주의자

착각의 연금술

영원 다양성

당신이 잠들었을 때

청어

고비(苦悲)

스산

신비성

차이

느낌

내상

전열(戰列)

파편

모호

흐린 날에 갇혀

신비

물고기 풍경

가역성

머리카락

밀봉

모운

돌이킬 수 없는

명리

표랑

필담

성간

운주(雲住)

지경

비문증의 날

아, 눈

분(盆)

문을 열자 바람이 불어왔다

워낙

혈안

게슈탈트

옥탑방이 있었고 흐느꼈다

이례적인

사라진 편지

섬유유연제

향초

미열

행성의 새벽

기연

구름이 지나갈 때

예후

바람 속의 벚꽃

유서(柳書)

국도에 내리는 비

세계명작선집

화음(華音)

양탄자

도착 혹은 도착

극려

 

작품 해설┃조대한

아름다움의 궤도


편집자 리뷰

죽음과 고독에 대한 사유를 심미적인 언어에 담아, 간극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시편들을 선보여 온 윤의섭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이전 시집들의 시선이 사랑, 죽음, 슬픔, 고독 등 생의 본질을 향해 있었다면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에서는 현실 너머 미지의 시공간으로 시선을 던진다. 부재와 상실에 치열하게 아파하던 화자는 정체가 모호하지만 분명히 감지되는 순간과 감각들에 몰두한다. 제목의 형식처럼 이번 시집은 하나의 물음이다. 나도 모르는 새 내 몸을 적시는 비와 같은 감각들의 정체에 대해, 그 감각들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 감각 이후 이곳에서의 생에 대해.

 

■ 시간의 질서가 사라진 곳으로부터

 

그래 한때는 불길해지기로 했었어

못된 주문을 걸며 깨어나지 않기로 했었어

왜냐면 나는 한 무리의 낙엽이 몰려간 따스한 묘역에 대해 들은바가 없었기에

곱돌의 달이 그어 놓은 참문을 알아채지 못했기에

그러나 문밖의 미래는 어쩌면 불사의 사랑 같은 것이다

오히려 풍경이라는 바깥은 살아 움직였던 것이고 나 여기서

폐기되어야 하는 파본의 기록쯤이었다고

―「문을 열자 바람이 불어왔다」에서

 

윤의섭의 이전 시집이 생의 가장 근본적인 곳에 닿고자 몰두했다면 이번 시집의 화자들은 삶과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들이 가뿐한 몸짓으로 벗어난 삶은 시간의 질서 위에 놓여 있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를 낳고, 그것이 다시 미래의 일로 이어지는 인과의 연쇄. 시간의 연속성은 때로 커다란 짐과 같아서 가끔은 요행과 운을 바라게 된다. 단번에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카드와 운세로 미래를 점쳐 보는 일도 이런 바람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의 화자는 행복한 미래를 약속해 주는 예언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는 산책이라는 사소한 행위마저도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수순이었을 뿐”(「운」)임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그렇게 살다 갈” 것이라고 적힌 운세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 이렇듯 견고하게 구축된 인과의 논리에서 벗어나 있는 화자에게는 “문밖의 미래” 같은 다른 세계의 기미가 감지된다. “끝장부터 거꾸로 읽어야 하는 책”(「스산」)처럼 낯설고 새로운 시가 이로부터 시작된다.

 

■ ‘신비’를 감지하는 감각

 

이 몇 장의 그림 속에 일생의 전모가 들어 있다

그림을 고른 건 나라고 책임을 전가해도

다가오지 않은 날들의 풍경이 고대부터 그려졌다는 거

 

조금 무서워요

―「카드」에서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의 화자들에게는 오감(五感) 외에 한 가지 감각이 더 있는 듯하다. 바로 ‘신비’를 감지하는 감각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도 않으며 향기로 공기 중을 떠도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각. 시인은 언어의 그물로 신비의 기미를 포획하려는 시도를 거듭한다. 그렇게 써 낸 시로 짐작해 보는 신비의 정체는 일견 막연하면서도, 막연해서 더욱 직관적이다. 미래의 길흉을 점쳐 준다는 카드의 그림이 먼 과거로부터 전해져 온 것이라는, “조금 무서”운 느낌이나 “빗방울에 스민 구름 냄새”와 같은 감각(「감염」), “별을 바라보면 잊혀 간 노래가 들리”(「신비성」)는 것 같은 순간들이 시인이 포착해 낸 신비의 일면이다. 그러나 삶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을 때 새로운 감각을 획득했던 것처럼, 시인은 신비 역시 완전히 가닿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신비는 다가서면 달아나 버리니까 멀리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때때로 그 일면만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한 삶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신비를 감지하기. 가장 시다운 역할을 수행하는 시편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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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섭

1968년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 아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시집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 『천국의 난민』,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가 있다. 2009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중이며 아주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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