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책

토베 얀손 | 옮김 안미란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11월 1일 | ISBN 978-89-374-2956-9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80쪽 | 가격 10,800원

시리즈 쏜살문고 | 분야 쏜살문고

책소개

이 작품을 보라!
쏜살 문고로 만나는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

여성이 마주한 세상,
여성이 기록한 경험,
여성이 분투한 운명,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만나다

지난 2016년 7월 민음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쏜살 문고’의 첫 책을 펴낸 이래,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출간하며 총 50권을 돌파하였다.(「동네 서점 에디션」 및 「워터프루프북」 등 특별판 제외.) 새로운 출판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과거 ‘문고판’ 도서의 틀을 쇄신하며 작품 선정과 편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도전을 이어 온 ‘쏜살 문고’가, 2019년 마침내 ‘동서고금의 여성 문학’과 함께 다시 독자들 곁을 찾았다.
지난 삼여 년의 시간 동안 면밀히 기획해 온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은,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 그리고 작년에 펴낸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과 마찬가지로 ‘문고 속 작은 우주’를 표방하며, 하나의 독자적인 큐레이션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11월, 「여성 문학 컬렉션」 1차분으로서 세상에 내놓은 이번 여섯 권의 책을 디딤돌로 삼아, 우리 출판계가 마땅히 주목하고 기억해야 할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를 차례로 펼쳐 보이도록 하겠다.
2016년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의 첫 권으로 출간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2017년 21세기 페미니즘 문학을 선도하는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화제작 『엄마는 페미니스트』, 2018년 ‘여성적 글쓰기(écriture féminine)’의 정수를 보여 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 이르기까지, ‘쏜살 문고’ 속에서 매년 커다란 궤적을 그려 온 여성 문학이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통해 거대한 성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왜 지금 ‘여성 문학’인가?
문학은 작가 개인의 기록인 동시에, 작가의 육체와 내면을 가로지는 모든 시공간의 집적(集積)이자 독자와 역사가 선택하는 시대적 증거물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살아남은 작품에는 저마다 가치가 있고, 우리들은 그것을 ‘고전’이라 부르며 매 순간 새로이 읽고 또 기억한다.
오늘날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 ‘책’을 둘러싼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그만큼의 ‘고전’이 우리 곁에 있기 마련이고, 더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여성의 육체를 둘러싼 내밀한 경험, 여성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한 이야기들, 여성 억압의 역사 속에서 수난당해야만 했던 고통의 서사, 여성이 여성으로서 털어놓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목소리’ 등 우리 세계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하여, 매서운 분투 속에서 생존한 ‘여성 문학’을 새로이 기념하기 위하여 「여성 문학 컬렉션」을 펴내기로 하였다.
‘법이 금지한’ 임신 중절 경험을 극도로 정제된 문체로 용기 있게 서술한 아니 에르노의 『사건』을 필두로, ‘무민 시리즈’의 작가이자 북유럽 현대 문화·예술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토베 얀손의 작가적 재능과 인생을 관조하는 시선이 오롯이 녹아 있는 『여름의 책』과 『두 손 가벼운 여행』 그리고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자 현대 우리말로 쓰인 여성 문학의 결정적인 작품들, 강경애의 『소금』,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 강신재의 『해방촌 가는 길』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이후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 히구치 이치요, 캐서린 맨스필드와 거트루드 스타인 등 전 세계의 중요한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더불어 「여성 문학 컬렉션」의 표지 디자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민음사에서 눈부시게 활약해 온 최정은, 최지은, 유진아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김린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등 국내의 여성 디자이너들이 각각 표지를 맡아 주었다. 쏜살 문고 「여성 문학 컬렉션」의 첫 독자로서 하나하나의 작품들과 깊이 교감한 이들 디자이너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함께 주목해 보자.

「여성 문학 컬렉션」 출간 및 예정 리스트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이미애 옮김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황가한 옮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마르그리트 뒤라스 | 윤진 옮김
사건 아니 에르노 | 윤석헌 옮김
여름의 책 토베 얀손 | 안미란 옮김
두 손 가벼운 여행 토베 얀손 | 안미란 옮김
이별의 김포공항 박완서
해방촌 가는 길 강신재
소금 강경애 | 심진경 엮고 옮김
서재에서의 시간(근간) 버지니아 울프 | 이미애 옮김
지난날의 스케치(근간) 버지니아 울프 | 이미애 옮김
물질적 삶(근간) 마르그리트 뒤라스 | 윤진 옮김
뭔가 유치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근간) 캐서린 맨스필드 | 박소현 옮김
엄마 실격(근간) 샬럿 퍼킨스 길먼 | 이은숙 옮김
제복의 소녀(근간) 크리스타 빈슬로 | 박광자 옮김
세 가지 인생(근간) 거트루드 스타인 | 이은숙 옮김

편집자 리뷰

“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이 말했다. “더욱더 많이 사랑해야지.”
할머니는 한숨을 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 소피아가 말했다. “가끔은 내가 이 고양이를 미워한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얘를 사랑할 힘이 없는데, 그래도 계속 얘 생각만 나.”
-본문에서

“『여름의 책』은 토베 얀손의 예술성을 결정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다!” -《가디언》
“『여름의 책』의 작품성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란 불가능하다. 투명한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돌연 그 깊이를 깨닫게 되듯이 책에는 마법 같은 매력이 깃들어 있다.” -앨리 스미스(소설가)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은 ‘무민’ 시리즈의 작가
토베 얀손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한 여름날의 아스라이 애틋한 기억들

50여 개국,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기록적인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무민 시리즈’의 작가이자 오래도록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무민 캐릭터’의 창조자, 핀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인 토베 얀손의 대표작 『여름의 책』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조각가 아버지와 그래픽 디자이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베 얀손은 어린 시절부터 창작에 몰두하며 잡지 삽화를 그리는 등 타고난 재능과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프랑스의 유명 학교에서 수학하며 예술가로서의 기량을 갈고닦은 토베 얀손은 장차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리를 잡으며 차츰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먹물 기계’라 불릴 만큼 격무에 시달리며 정신적 공허를 느끼던 얀손은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 마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무민’ 이야기를 하나둘 집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내 핀란드, 유럽과 전 세계로 알려지며 ‘무민 시리즈’는 이른바 대박을 거둔다. 마침내 동화에 수여되는 ‘노벨 문학상’이라 일컬어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공로를 인정받아 여러 훈장과 예술상을 거머쥔다. 토베 얀손의 창작욕은 영면에 드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졌으며, 순수 미술은 물론 무대 미술, 연극과 시, 소설 등 갖가지 예술 분야를 자유로이 넘나들었다. 특히 소설은, 토베 얀손이 ‘무민 시리즈’만큼이나 커다란 성취를 보인 영역이었다. 비록 국내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토베 얀손의 소설은 오늘날에도 세계 각지에서 널리 읽히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중 『여름의 책』은 북유럽 지역에선 가히 ‘국민 소설’이라 불릴 만큼 세대를 불문하고 애독되는 ‘소설가’ 토베 얀손의 대표작이다.
그들은 여름이면 작은 섬에 와서 산다. 소피아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가족은 이렇게 셋이다. 수풀 속에서 할머니의 틀니를 같이 찾으며 느닷없이 “할머니는 언제 죽어?”라고 당돌하게 캐묻는 아이 소피아는 눈앞의 모든 것들, 세상 전부가 궁금하고 새롭고 그저 낯설기만 하다. 생기 넘치는 왈가닥 손녀딸을 돌보는 나이 지긋한, 종종 언덕을 오르내리기가 버겁고 가끔씩 신경 안정제가 없으면 안 되는 할머니는 벌써 대자연의 걸음걸이와 보폭을 맞추고 있을 만큼 세상사가 익숙하고 느긋하기만 하다. 소피아의 여름은 늘 모험의 연속이고, 그 곁에는 항상 할머니가 있다. 기기묘묘한 나무로 가득한 숲속에서 오싹해하기도 하고, 잠시 놀러 온 친구와 아웅다웅 다투다가 홀로 토라지기도 한다. 우연히 거둔 길고양이를 보듬으면서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랑의 신비를 배우고, 작은 섬을 사들여서 대저택을 짓는 기업가 이웃에게서는 시골 바깥 세계, 어른들의 사회를 엿보기도 한다.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여름의 따스한 태양 아래 누워서 바뀌어 가는 계절과 흘러가기만 하는 세월을 관조한다. 시골길 위에 깔리는 우악스러운 아스팔트 도로를 내다보며 과거를 아쉬워하고, 모든 꿈을 잃어버린 오랜 친구로부터는 노년의 쓸쓸한 뒷모습을 들여다본다. 나무와 화초, 바다와 태풍, 괴팍한 이웃과 고물투성이 다락방…… 인생의 한편을 차지하는 기억의 구석구석에서 아스라이 애틋한 노스탤지어가 피어오른다. 『여름의 책』을 추천한 소설가 모니카 파게르홀름의 말처럼 “이 책은 어쩌면 죽음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인생의 찬란한 여름 속으로 막 달려드는 소피아와 저물어 가는 여름을 뒤로하고 저 머나먼 겨울로, 죽음으로 향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서글프도록 선명하게 교차한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보통의 성장 서사와는 다르게, 『여름의 책』은 할머니에게서 손녀에게로 지혜와 사랑이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한때 걸스카우트 지도자로 활약하며 소녀들에게 꿈과 용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던 할머니의 회상은 특히나 감동적이다. 할머니가 수많은 소녀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가르쳐 주었듯이, 이제 소피아 또한 자주적으로, 자신의 두 다리로 당당하게 여름 속으로 나아간다. 『여름의 책』은 여성 그리고 모두를 위한 아름답고 가슴 저린 ‘성장 소설’이다.

목차

추천의 말
아침 수영
달빛
유령의 숲
갈갈이오리
베레니스
풀밭
베네치아 놀이
고요
고양이
동굴
지방 도로
하지 축제
텐트
이웃
가운
거대한 비닐 소시지
악당들의 배
손님
지렁이와 다른 벌레들
소피아의 폭풍
위험한 날
8월

작가 소개

토베 얀손

191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조각가 아버지와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5세 무렵부터 잡지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며, 헬싱키와 스웨덴 스톡홀름,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무민’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6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고, 1976년 핀란드 사자 훈장을 비롯하여 여러 권위 있는 예술상을 받았다. 평생의 반려자 툴리키 피에틸레와 영감을 주고받으며 아동 문학뿐 아니라 소설, 미술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2001년 고향 헬싱키에서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독자 리뷰(2)

독자 평점

4.5

북클럽회원 14명의 평가

한줄평

무민 캐릭터의 창조자로 잘 알려진, 핀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토베 얀손의 책이다. 산문집인 줄 알고 읽다가 나중에야 소설인 걸 알았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이 사실적이고 내용 또한 현실적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할머니와 손녀 소피아다. 이들은 매년 여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으로 와서 지낸다. 가족은 모두 셋. 할머니와 소피아, 그리고 소피아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이따금 집에 얼굴을 보일 뿐이라서 하루 종일 할머니와 소피아 단둘이 지낼 때가 많다.

소설의 내용은 할머니와 소피아가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두 사람은 해변에서 고기를 잡기도 하고, 헤엄을 치기도 하고, 새로 이사 온 사람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여름날을 보낸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어른인 할머니가 아이인 소피아를 일방적으로 야단치거나 윽박지르는 일은 없다. 아이답게 굴라고 다그치거나 어서 어른이 되라고 채근하는 일도 없다. 소피아는 할머니의 손녀이기 전에 소피아라는 사람이고, 할머니 또한 소피아의 할머니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구의 손녀, 누구의 딸이라는 식으로 나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나'로 보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경험을 가정에서부터 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타인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얼마나 다르고 어떻게 다를까. 소설의 내용도 놀랍지만, 이런 소설을 1972년에 발표했다는 게 훨씬 더 경이롭다.

밑줄 친 문장

더욱 더 많이 사랑해야지.
사람이 돌봐주어야 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다른 모든것 들처럼 화분도 함께 지내다 보면 책임이 된다
"사랑은 참 이상해." 소피아가 말했다. "사랑은 줄수록 돌려받지 못해."
"정말 그래." 할머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계속 사랑해야지." 소피아가 위협하듯이 말했다. "더욱더 많이 사랑해야지."
도서 제목 댓글 작성자 날짜
토베 얀손
글쓰는공대생 2021.1.2
여름의 책
김민정 202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