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히비스커스

원제 Purple Hibiscus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 옮김 황가한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6월 18일 | ISBN 978-89-374-4131-8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0x210 · 376쪽 | 가격 16,800원

책소개

영연방 작가상 수상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 수상

 

문학, 사회, 패션을 넘나드는 뜨거운 인플루언서이자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엄마는 페미니스트』로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작가가 된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야심찬 데뷔작!

편집자 리뷰

■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소설가, 아디치에의 야심찬 데뷔작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엄마는 페미니스트』로 세계에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전한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야심찬 데뷔작 『보라색 히비스커스』가 민음사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내보인다. 아디치에는 2003년 이 작품으로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이후, 2006년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2009년 『숨통』, 2013년 『아메리카나』에 이르기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격찬을 받으며 영미권 문단에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 중에 가장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독자의 마음을 휘어잡은 아디치에는, 페미니스트로서 사회적인 활약을 함께하면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담은 작품과 에세이를 선보이고 있다.

데뷔작인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정의 십 대 소녀가 가부장제에 억압당하다 서서히 정신적 독립을 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가부장제의 압력 속에 말없이 침묵해야만 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을 통해, 아주 사적인 공간인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말없는 폭력과 정신적 착취를 엿볼 수 있는 이 소설은, 무거울 거라 예상되는 주제에 비해 대중적인 플롯과 편안한 문체를 선택해 문학적인 성취와 동시에 세계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페미니스트 사회활동가로서 아디치에가 소설가를 꿈꾸고 배우다가 발표한 첫 장편소설부터 그녀만의 독특한 건강하고 주체적인 여성적 자아의 에너지가 물씬 풍긴다.

 

 

■ 억압적 가정 속 사춘기 소녀의 일상, 그리고 변화를 향한 일기장

 

고등학생인 주인공 캄빌리는 나이지리아에서 식음료 사업체를 운영하며 진보 성향의 언론사도 소유했으며 사람들에게 항상 베푸는 성품으로 지역사회뿐 아니라 종교계에서까지 널리 추앙받는 아버지를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주위 사람들은 그녀가 누리는 넉넉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캄빌리의 일상은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를 만큼 두려운 상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가난한 부모님 아래 태어나 무지막지한 고생 끝에 자수성가를 한 동시에, 가톨릭교로 귀의해 원리주의자로서 엄청난 고집을 가진 인물로, 가족 내에서 권위와 폭력을 일삼으며 가족 구성원에게 고분고분한 순종을 요구한다. 캄빌리의 어머니 역시 끊임없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심지어 아이를 유산하기도 하지만 아무에게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며, 아직 학생인 캄빌리 역시 꼼짝없이 아버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라야만 하는 처지다. 그런데 어느 날, 캄빌리의 오빠 자자가 아버지의 명령인 주일에 영성체 받기를 거부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주님의 몸을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받지 않을 순 없다. 그건 곧 죽음이야, 너도 알잖니.”

“그럼 죽을게요.” 오빠는 두려움 때문에 눈동자가 콜타르색으로 변했으면서도 이제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럼 죽겠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높은 천장에서 뭔가가 떨어졌다는 증거, 절대로 떨어지리라 생각지 않았던 뭔가가 떨어졌다는 증거를 찾듯 식당 안을 휙 둘러봤다. 그러고는 미사 경본을 집어 그것이 식당을 가로지르게끔 오빠를 향해 던졌다.(본문 16쪽)

 

캄빌리의 일상은 이 사건 이후로 뒤죽박죽되기 시작하면서, 차차 자신이 처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불합리한 명령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보복당하는 가족 내 규율들은, 그러나 아버지의 ‘사회적 이미지’ 때문에 그녀에게 심리적 갈등을 일으킨다. 아버지는 가족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와 헌신, 그리고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투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반복하던 캄빌리는 다른 도시에 사는 고모네 가족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가족보다 가난한 지역에서 물과 기름도 없이 어렵게 살지만, 자신과는 사뭇 다른 자유롭고 지적이며 자주적인 사촌들의 모습을 보고 겪으면서, 그녀는 자신 역시 엄격한 가족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기 시작하는데…….

 

 

■ 나이지리아식 「스카이 캐슬」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가족과 교육의 가치를 묻는 작품

 

이 작품은 나이지리아의 상류층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라는 머나먼 대륙에 있지만 한국과 굉장히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나라이다. 과거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현재는 미국 문화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종교적으로도 토속 종교와 가톨릭교, 개신교가 뒤섞여 있다. 사회제도적으로도 역사적인 가부장적 뿌리와 현대 민주주의적 가치가 혼재되어 과거와 현재 사이, 세대간 갈등이 소설 속에서 우리 사회와 매우 비슷하게 전개된다. 아디치에가 그리는 캄빌리의 일상은 마치 소설로 보는 나이지리아식 「스카이 캐슬」을 방불케 할 정도로, 교육에 집착하는 아버지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괴로워 하는 자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자신의 성공이 당연하기 때문에 자녀가 이러한 넉넉한 투자 속에서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며, 자녀는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 자신의 주체적인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다. 그러나 다른 도시에 사는 다른 가족, 즉 고모네 가족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맛본 캄빌리가 같은 듯 다른 사촌들과의 생활을 통해 점차 주체성을 획득해 나가는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경쾌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과연 가부장적 모습 말고 새로운 가족의 모습도 가능할까? 청소년은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진정한 성인이 되는 것일까? 모두가 가지고 있던 자신만의 십 대 시절을 돌아보게 되는 이 소설은, 한국 독자에게는 아디치에 특유의, 피부로 와 닿는 솔직한 일기 같은 느낌으로 마음속 깊이 남는 소설 작품이 될 것이다.

 

 

■ 다양한 인종이 섞인 미국이라는 국가 속

제3세계 이민자 예술가 작품의 콜라보레이션

 

이 작품의 표지는 젊은 포토그래퍼 김강희와 콜라보레이션했다. 한국 출신으로 오랜 시간 미국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해 온 김강희의 작품은, 더없이 미국적인 풍경을 비현실적인 풍광으로 잡아낸 사진 작품으로 국내에 디뮤지엄 전시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비자 문제로 미국 이외의 국가로 출국이 금지된 적 있는 아시아인으로서, 그녀가 그리는 풍경은 뉴욕 밖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여행 중 만났던 이국적 풍경이 뒤섞여 전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녀의 사진 속 야자수는 플로리다 주 어딘가에 있을 듯한 동시에 나이지리아 길거리에 있을 법도 하며, 그녀가 찍은 건물은 다양한 인종의 집합체로서 미국의 전형적이지 않은 이민자 골목의 풍경을 떠올리게도 한다. 아디치에의 작품과 굉장히 닮아 있는 작가로서, 민음사는 앞으로도 아디치에의 후속작을 김강희의 사진으로 표지를 구성해 출간할 예정이다.

 

* 작가 채널 instagram: @tinycactus

 

■ 이 책을 향한 찬사

 

타인의 삶에 두말할 것 없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한편 가족에게는 희생을 요구한 아버지와의 비극적인 수수께끼를 품은, 아디치에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뉴욕 타임스》

 

이 책이 너무 좋다. 읽고 나서 바로 다시 첫 장을 읽고 싶을 정도로, 이 책을 500권 정도 사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을 정도로.— 아마존 탑 리뷰어 SassyPants

 

 

■ 본문 중에서

 

지금 내게 오빠의 반항은 이페오마 고모의 실험적인 보라색 히비스커스처럼 느껴졌다. 희귀하고 향기로우며 자유라는 함의를 품은. 쿠데타 이후에 정부 광장에서 녹색 잎을 흔들던 군중이 외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자유. 원하는 것이 될, 원하는 것을 할 자유.(27쪽)

 

“쟤를 봐.” 아버지가 말했다. “머리가 몇 개냐?”

“하나요.” 그 사실을 알기 위해 친웨를 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봤다.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파우더 콤팩트 크기의 작은 거울을 꺼냈다. “거울을 봐.”

나는 아버지를 빤히 쳐다봤다.

“거울을 보라니까.”

거울을 받아서 들여다봤다.

“네 머리가 몇 개냐, 그보?” 아버지가 처음으로 이보어를 섞어서 물었다.

“하나요.”

“저 애도 머리가 하나지 두 개가 아니잖니. 그런데 왜 쟤가 1등을 하도록 놔뒀지?”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아버지.”(63쪽)

 

봉헌 행렬을 위해 나올 때 보니 어떤 여자들은 속이 비치는 검은 베일을 머리에 쓰기만 했고 어떤 여자들은 바지를, 심지어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아버지가 봤다면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여자가 하느님의 집에서 머리카락을 보이면 안 되지. 여자가 남자 옷을 입으면 안 되지, 특히 하느님의 집에서는! 아버지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291쪽)

 

“캄빌리, 바지를 입는 게 더 편할 것 같은데.” 차를 향해 걸어갈 때 이페오마 고모가 말했다.

“괜찮아요, 고모.” 내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왜 고모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내 치마는 전부 무릎 한참 밑에서 끝난다고, 여자가 바지를 입는 것은 죄악이라서 나는 바지가 하나도 없다고.(105쪽)

 

그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눈은 거의 슬퍼 보일 정도였다. 그가 기어 위로 몸을 기울여서 자기 볼을 내 볼에 맞댔다. 나는 우리의 입술이 만나서 그대로 있길 바랐지만 그는 얼굴을 뗐다. “너는 이제 열여섯 살이 다 됐어, 캄빌리. 게다가 아름답지. 너는 평생 네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거야.” 그가 말했다.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그는 틀렸다. 완전히 틀렸다.(331쪽)

 

몇 달 전 그는 내가 이유를 찾으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는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일, 그냥 이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필요치 않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 그는 편지에서 아버지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나 스스로는 무서워서 헤집을 수 없는 것을 그가 헤집고 있음을 알았다.(360~361쪽)

목차

신들 부수기

성지 주일 — 9

 

마음으로 이야기하기

성지 주일 전 — 29

 

신들의 파편

성지 주일 후 — 307

 

다른 침묵

현재 — 349

 

감사의 말 — 367

옮긴이의 말 — 369

작가 소개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1977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 이스턴 코네티컷 주립 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에서 각각 문예 창작과 아프리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나이지리아의 엄격한 상류 가정 출신 소녀의 정신적 독립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2003)로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나이지리아 현대사를 조명하면서 그곳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 두 번째 장편 소설 『절반의 태양』(2006)으로 오렌지 소설상(現 여성 작가 소설상)과 10년간의 오렌지 소설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최고 중의 최고 상’을 받았고 ‘천재 상’으로 불리는 맥아서 펠로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100대 도서’ 목록에 올랐다. 모든 것이 미국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며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개척해 가는 나이지리아인들의 지난한 여정을 그린 소설집 『숨통』(2009)은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목록에 올랐다. 2011년에는 《뉴요커》에서 뽑은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소설가 20인’과 하버드 대학교 래드클리프 고등 연구소 펠로로 선정되었다. 동시대 나이지리아 출신 청년들의 아메리칸드림과 그 명암을 사랑과 우정을 소재로 재치 있게 그려 낸 작품 『아메리카나』(2013)는 전미 서평가 협회상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선정 ‘올해 최고의 책’, 《더 타임스》 선정 ‘21세기 필독 소설 100권’에 뽑혔다. 이후 전 세계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을 알리는 에세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2014)와 『엄마는 페미니스트』(2017)로 일약 페미니스트 작가로 거듭났다. 존스홉킨스 대학교, 해버퍼드 대학교와 에든버러 대학교, 애머스트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8년에는 PEN 핀터 상을 수상했다. 2022년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상실에 관한 에세이 『상실에 대하여』를 발표했다.

황가한 옮김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였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엄마는 페미니스트』, 『보라색 히비스커스』, 『아메리카나』, 『숨통』, 『제로 K』,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순수한 인생』, 『울지 마, 아이야』 등이 있다.

독자 리뷰

독자 평점

4.6

북클럽회원 9명의 평가

한줄평

페미니즘 관련 도서에 관심이 생겨 읽은 책.

밑줄 친 문장

하느님이 충실한 종 욥에게, 심지어 자기 아들에게까지 한 짓을 봐. 그런데 넌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 있어? 왜 하느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아들을 죽여야만 했을까? 왜 직접 우리를 구원하지 않았을까?'
나는 슬리퍼를 벗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발바닥의 온기를 앗아갔다. 오빠한테 말하고 싶었다. 흘리지 않은 눈물 때문에 눈이 따끔거린다고, 나는 아직도 계단을 올라오는 아버지의 발소리를 찾고 있다고. 듣고 싶다고. 내 안에 고통스럽게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원래 있던 자리가 사라져 버려서 영원히 되돌려 놓을 수 없다고. p. 346
그들은 최소한의 단어만 사용하면서도 서로의 말을 이해했다. 두사람을 보면서 내가 절대 가질 수 없을 뭔가를 향한 갈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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