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5월 24일 | ISBN 978-89-374-4125-7

패키지 양장 · 변형판 128x188 · 372쪽 | 가격 14,000원

분야 한국 문학

책소개

“그냥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우리 시대의 가장 예민한 감수성 ‘조남주’
거부당한 사람들의 참혹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괴로울 만큼 깨어 있어야 겨우 후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지칠 때 조남주 작가를 생각한다.
그러면 계속해 나갈 수 있다. -정세랑(소설가)

『82년생 김지영』에서 『사하맨션』으로 당당하게 옮겨 오면서, 조남주는 페미니즘이 어째서
간절한 연대의 사상인지를 입증한다. -신샛별(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미래를 바꾸게 될 한 여성 전사의 탄생에 관한 긴 쿠키영상이다.
설레지 않는가. -김현(시인)

편집자 리뷰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사회 젠더감수성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조남주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사하맨션』으로 돌아왔다. 『82년생 김지영』이 경력단절여성의 절망감을 통해 성차별의 현재와 현실을 기록했다면 『사하맨션』은 발전과 성장이 끌어안지 않는 거부당한 사람들의 절망감을 통해 소외된 삶의 현재와 미래를 상상한다.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와 그 안에 위치한 퇴락한 맨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하맨션』은 국가 시스템 밖에 놓인 난민들의 공동체를 그린다. 30년 동안 맨션을 찾은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반품’되었거나 ‘반입’조차 불가한 사람들, 거부당한 그들은 ‘사하’라고 불린다. 작가는 이들의 삶에 드리운 그늘을 섬세하게 관찰하며 시장의 논리가 공공의 영역을 장악한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언한다.

배경은 가상이지만 도시국가의 제도를 비롯해 ‘사하’라 불리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공포와 불안, 절망과 좌절의 감정은 좀처럼 낯설지 않다. 첨단의 시대가 조장하는 공동체의 붕괴와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을 그린 이 작품은 『82년생 김지영』이후 작가의 행로를 기다렸던 독자들에게 페미니즘이 어째서 간절한 연대의 사상인지를 확인시켜 줄 것이다. 소외와 배제, 고립과 단절이 삶의 기본값으로 설정되는 시대, 『사하맨션』은 우리가 조남주라는 예민한 감수성을 발견한 데 대한 자부심과 안도감 역시 안겨 줄 것이다.

■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 21세기 『레 미제라블』

『사하맨션』은 21세기의 언어로 그린 비참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소설의 주인공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 살인자가 되어 사하맨션에 찾아든 남매가 중심에 있지만 30년 동안 맨션에 세 들어 사는 인생들이 콜라주처럼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추락사를 자살로 둔갑시킨 사장을 죽인 도경과 그 누나, 남매처럼 10년 전 국경을 넘었다는 관리실 영감, 본국에서 낙태 시술을 하다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온 꽃님이 할머니,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없었던 사라, L2로 태어났지만 보육사의 꿈을 좇았던 은진…… 사하맨션 입주자들의 면면은 그들이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현실을 드러내고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가 마주한 차별과 혐오의 현상을 돌아보게 한다.”(김현 시인)

■ 신자유주의 디스토피아로 갱신되는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가 예견한 미래는 과학기술의 남용으로 인간성이 파괴되는 끔찍한 세계였다. 안정적 질서가 최고의 가치인 이 세계에서 감정은 억압되고 사랑은 금지된다. 디스토피아로서의 ‘멋진 신세계’는 『사하맨션』의 도시국가, 즉 ‘타운’의 모습으로 갱신된다. 타운은 주민권을 지닌 사람과 체류권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된다. 주민 허가제는 주민 자격을 제한하고 체류라는 형식은 합법적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기만적인 제도로 악용된다. 타운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부유하고 삶의 질이 높은 곳이라면 사하맨션은 타운이 거부하는 사람들, 타운이라는 ‘시장’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 소모품조차 되지 못한 사람들의 공동체다. “신자유주의 디스토피아의 현재와 미래, 삶의 진상(眞相)과 이상(理想)을 동시에 가리켜”(신샛별 문학평론가) 보이는 이 작품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공존시키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묻는다.

■ 우리가 잃어버린 ‘돌봄의 공동체’

사하맨션 사람들은 밀려나고 버티는 가운데에서도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포기하기는커녕 주거, 노동, 교육, 보건, 의료 시스템을 자족적으로 해결하며 시스템 바깥에서 또 하나의 완벽한 세계를 만든다.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꿈꾸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가운데 맨션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성장하고 어른이 되며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작품 속 사하맨션은 살아가기에 가장 열악한 환경이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체온은 사하맨션에만 찾을 수 있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환대의 공동체. 타운의 유일한 통로이자 비상구. 『사하맨션』은 끝까지 함께 살겠다는 마음이 쓰게 한 “참혹한 동시에 아름다운 SF”(정세랑 작가)다.

■ 『사하맨션』 줄거리

기업이 한 도시를 인수한다. 도시는 본국으로부터 독립, 세상에서 가장 작고 이상한 ‘도시국가’로 변모한다. 밖에 있는 누구도 쉽게 들어올 수 없고 안에 있는 누구도 나가려 하지 않는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이곳을 사람들은 타운이라 부른다. 안전하고 부유하며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타운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주민권을 지닌 사람과 체류권을 지닌 사람.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타운에서 인정하는 전문 능력, 두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은 주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 미성년자는 주민의 자녀이거나 주민인 법정후견인이 보증할 경우 주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한편 주민 자격에는 못 미치지만 범죄 이력이 없고 간단한 자격 심사 및 건강 심사를 통과하면 체류권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2년 동안 타운에서 살 수 있다. 2년 동안은 걱정 없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지만 이들을 원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건설 현장, 물류창고, 청소 현장같이 힘들고 보수가 적은 일이다. 그리고 주민권은 물론 체류권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사하맨션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하’라 불린다.

본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도경과 그의 누나 진경은 숨을 곳을 찾던 중 수십 년 전에 독립했다는 남쪽 어딘가의 도시국가와 그 안에 섬처럼 고립된 사하맨션을 떠올린다. 그곳은 정말 거기 있었다. 맨션에서의 평온한 생활도 잠시, 도경과 사랑에 빠진 타운 주민 ‘수’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도경은 자취를 감춘다. 경찰은 수의 죽음이 강간, 살인에 의한 것이라 발표하고 그 범인으로 도경을 지목한다. 한편 사하맨션을 향하던 감시와 경계가 느슨해지더니 더 이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타운은 왜 사하맨션을 철거하지 않는 걸까. 맨션의 정체가 모호해질수록 맨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도 평범하지만은 않아 보이는데…….

■ 추천의 말

『사하맨션』은 참혹한 동시에 아름다운 SF다. 조남주 작가가 상상해 낸 기묘한 도시국가는 모든 것이 순식간에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설은 한국을, 혹은 기술과 윤리의 맞닿은 축이 비틀린 21세기를 닮지 않은 듯 닮았다. 공동체가 언제나 다음 단계로 순순히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걸 혹독히 배우고도, 자주 잊거나 무력하게 안주하지는 않는지 30년에 걸친 이야기로 묻는다. 괴로울 만큼 깨어 있어야 겨우 후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에 지칠 때 조남주 작가를 생각한다. 그러면 계속해 나갈 수 있다.―정세랑(소설가)

시장의 논리로 운영되는 국가에서 인간은 셋 중 하나가 된다. 핵심부품, 소모품, 폐기물. 『사하맨션』은 소모품 또는 폐기물로 전락한 절대 다수의 인간이 경험하게 될 총체적 박탈의 상황을, 주거‧노동‧교육‧보건‧의료 시스템의 바깥에서 지옥을 견디는 난민들의 공동체를 상상한다. 아니, 그들이 단지 견디고 있다고만 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차별과 배제를 재생산하는 시스템에는 단호히 맞서고, 상처 입은 방문자들에게는 절대적 환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저항과 돌봄의 공동체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신자유주의 디스토피아의 현재와 미래를, 삶의 진상(眞相)과 이상(理想)을 동시에 가리켜 보인다. 삶다운 삶이 보다 평등하게 영위되기를 원하는, ‘끝까지 같이 살겠다’는 마음이 이 소설을 쓰게 한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에서 『사하맨션』으로 당당하게 옮겨오면서, 조남주는 페미니즘이 어째서 간절한 연대의 사상인지를 입증한다.―신샛별(문학평론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계급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시녀 이야기』나 『설국 열차』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사하맨션』은 독특하게도 ‘시체가 되는 여자’와 ‘살아남은 여자’를 잇는 방식으로 지금 이곳, 우리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가 마주한 차별과 혐오의 현상을 돌아보게 한다. 미스터리한 죽음으로 시작한 소설이 장르적 쾌감 대신 서늘한 응축의 힘을 밀고나가 마침내 ‘우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선언할 때 나도 모르게 그 다음을 기다렸다. 이 소설은 미래를 바꾸게 될 한 여성 전사의 탄생에 관한 긴 쿠키영상이다. 설레지 않는가.―김현(시인)

■ 본문에서

“밖에 있는 누구도 나가려 하지 않는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국가에서 사하맨션은 유일한 통로 혹은 비상구 같은 곳이다.”(33쪽)

“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51쪽)

“정신 놓지 마. 이대로 놓아 버리기엔,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아깝다.”(65쪽)

“여긴 그냥 거대한 기업이야. 공공이라는 이름의 회사가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뿐이지. 돈이 없는 사람들은 병원도 못 가고 애도 못 키우는데, 돈이 되는 기관들은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야.”(70쪽)

“타운 독립 초기, 새 정부에 반대하는 L2와 사하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사람들은 시위라고도 폭동이라고도 혁명이라고도 했는데 영감은 ‘나비 혁명’이라고 말했다. 왠지 영감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았지만 진경은 묻지 못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정말, 왜, 우리는 저런 짓을 못 하고 있을까.”(79쪽)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라에게 세상은 딱 그 크기, 그 만큼의 빛과 질감, 그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런데 요즘 사라에게 너머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많은 일들에 화가 나고 억울했다.”(112쪽)

“아가미가 없는데 물속에서 살 수는 없잖아. 그 물이 설사 깨끗하고 따뜻하고 안전하다고 해도 그런 거잖아. 아예 못 사는 거잖아.”(127쪽)

“계획 없이 지어진 상가 사이에는 애매한 골목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뛰어다닐 수 있지만 덩치가 큰 어른들은 지나기 어려운 길들이 낮은 담과 좁은 문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셔터 내려가는 소리와 내일을 약속하는 지친 목소리들이 들렸다. 어둡고 낮고 사람이 없는 골목.”(130쪽)

“거기 없었어. 따라가도 없었어. 그러니까 항상 진짜가 어디 있을지 생각해야 해.”(329쪽)

목차

남매
사하맨션
701호, 진경
214호, 사라
201호, 만, 30년 전
201호, 이아
714호, 수와 도경
305호, 은진, 30년 전
311호, 꽃님이 할머니, 30년 전
311호, 우미
701호, 진경
총리관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조남주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PD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2016년 장편소설 『고마네치를 위하여』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독자 리뷰(12)

독자 평점

3.9

북클럽회원 19명의 평가

한줄평

의 작가 조남주가 상상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면, 조남주의 2019년작 을 읽어보길 바란다.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도시국가 '타운'. 타운에 사는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전문 능력을 지닌 주민권자와 그에 준하는 능력을 가진 체류권자로 분류된다. 주민권자도 체류권자도 아닌 사람들은 '사하'라고 불리는 맨션에 고립되어 산다.

본국에서 살인을 저지른 도경과 그의 누나 진경은 사하맨션으로 도망친다. 평온한 생활도 잠시, 도경과 사랑에 빠진 타운 주민 '수'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도경이 범인으로 몰린다. 진경은 도경의 안부를 모른 채 하루하루를 근심과 걱정으로 보낸다. 그러면서 맨션에 사는 다른 주민들과 알고 지내게 되는데, 이들의 사연 또한 기구하다. '정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추방, 낙오, 소외된 자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세계적으로 신종 호흡기 전염병이 유행해 사상자가 속출하는 대목이다. '타액을 통해 전염된다는 추측만 있을 뿐 원인도 치료법도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 '건강한 사람들은 감염되어도 감기처럼 열흘쯤 앓다가 자연스럽게 나았지만 호흡기가 약하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쉽게 생명을 잃었다' 등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양상이 유사하다. (참고로 이 작품은 2019년 5월에 발표되었다)

작가는 단순히 호흡기 전염병의 유행을 언급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일어날 법한 일도 예상한다. 전염병 발생 이후에 태어난 아기들의 몸에 이상은 없는지, 이상이 있다면 무엇인지 당국에서 추적 조사하리라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 물론 다른 국가들에서도 충분히 진행할 법한(혹은 이미 진행하고 있을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로 인해 어떤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지도 소설에 나온다

밑줄 친 문장

사하멘션은 비참한 생의 종착지이자 그들에게 허락된 마지막 공동체이며 그들을 환대하는 유일한 세계다.
.
“우리는 누굴까. 본국 사람도 아니고 타운 사람도 아닌 우리는 누굴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뭐가 달라지지? 누가 알지? 누가, 나를, 용서해 주지?”
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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