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한 나날

김세희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19년 2월 15일 | ISBN 978-89-374-3974-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5x205 · 328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왜 끊임없이 분위기를 띄우려 하고,
다른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며 안심하는 걸까.”

 

명랑하고 간절하게, 싹싹하고 비굴하게
삶의 기쁨이자 슬픔인 인간관계와
동력이자 브레이크인 사회생활에 대하여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가만한 나날」 수록

편집자 리뷰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세희의 첫 번째 소설집 『가만한 나날』이 출간되었다. 『가만한 나날』은 연애, 취직, 결혼 등 사회초년생에게 막중한 과업이 된 사건을 통과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리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사회생활 보고서, 인간관계 관찰일지다. 수록된 8편의 소설에는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연인에서 부부로 역할이 바뀔 때의 조바심과 주저함, 설렘과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세희는 오랜 달리기에 지친 동료가 물이 필요하진 않은지 걱정하는 마라토너처럼 삶의 구간을 함께 걷고 뛴다. 우리가 관문처럼 한 시기를 통과할 때 마음속에 번지는 무늬가 혹시 눈물 자국은 아닌지 세심히 살핀다. 그 온기 어린 시선으로 짜인 소설을 읽고 우리는 곱씹게 될 것이다. 살며 수없이 겪었던 엉킨 관계들과 뒤섞인 마음에 대하여, 가만한 나날에 깃든 보편적인 슬픔에 대하여.

 

■연애 관계―언젠가 우리는 혼자가 될 거라는 예감

김세희가 그리는 연인들은 열렬하지 않다. 언젠가 열렬했던 적이 있었을 그들은 지금 복잡하고 아련한 마음으로 서로를 본다. 「그건 정말 슬픈 일일 거야」의 ‘진아’는 연하 애인 ‘연승’의 부탁으로 그가 우상처럼 여기는 선배의 집에 방문한 뒤, 연승과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흔들린다.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의 ‘나’는 애인 ‘루미’에게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를 함께 부양하자는 부탁을 할 수 없으며, 미래에는 자신도 버림받게 되리라고 예감한다. 「얕은 잠」의 ‘미려’는 연인 ‘정운’과 함께 서핑을 하다가 홀로 외딴 곳으로 떠내려가는데,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정운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가가 주목하는 삶의 한 시기는 바로 연애와 이별의 구간이다. 기나긴 연애를 끝내며 비로소 혼자는 길러진다. 우리가 언젠가 통과해야만 하는 이 구간은 필연적으로 힘들겠지만, 그때의 우리가 완전히 고독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얕은 잠」에서 수영을 하지 못하는 미려가 난생처음 서핑보드에 올라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한 것처럼, 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었지만 결국 스스로 길을 찾았던 것처럼. 연인에게 슬픔의 반을 위탁하지 않고, 절망의 원인을 찾지 않고 처음 세상을 ‘혼자’ 대면할 때의 슬픔과 기쁨. 김세희가 기억하게 해 주는 것은 그 어렵고 벅찬 성장의 순간이다.

■회사 생활―어디까지 느껴야 하는지 짐작하는 일

『가만한 나날』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관계는 ‘회사’에 있다. 회사는 거대한 조직이고 그물망이지만, 그 조직도에 이름을 넣고 그물의 마디에 서 있는 것은 사람이다. 으레 하는 말처럼 회사는 ‘놀러오는 곳이 아니니까’, ‘개인적인 감정은 필요 없으니까’라고 다짐하며 마음을 다스리지만 결국 그 공간에도 사람이 있고,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 감정이 생긴다. 작가는 인정받고 싶은 동시에 떠나고 싶은 상사에 대해, 기대고 싶은 동시에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동기에 대해 아주 가느다란 심의 연필을 쥔 것처럼 섬세하게 소묘한다.
「감정 연습」의 ‘상미’는 출판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된 ‘김태영’을 향해 자신도 모르는 지독한 악의와 미움을 느낀다. 「가만한 나날」에서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경진’은 가습기 살균제 ‘뽀송이’ 사건이 터졌을 때 자신이 거짓으로 후기를 작성한 일에 대해 상사가 사회적 책임을 느끼지 않는 것에 실망한다.「드림팀」의 ‘선화’는 엄마처럼 자신을 가르친 첫 상사 ‘은정’에게 애틋함과 지긋지긋함, 기대감과 배신감을 번갈아 느낀다. 회사라는 사슬의 작은 고리가 된 인간을 다시 인간답게 하는 것은 연필 속 흑심 같은 감정들이다. 무르고 번지더라도 쓴 자국이 남는 마음들. 우리는 그 연필 자국을 따라 지나갔거나 다가올 ‘첫’ 사회생활에 대한 각자의 채색을 하게 될 것이다.

 

■추천의 말

결혼도 출산도 마다하고 이른바 ‘소확행’에 매혹돼 있는 지금-여기 청년들의 삶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는가. 그들 내면에 어지럽게 번져 있는 파문들, 그 얼룩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김세희는 이 소설집에 실린 여덟 개의 원형적 서사를 발굴해 냈다. 이 서사들은 피상적 청년 관련 담론의 사각지대를 비추면서, 그들 삶의 진상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그들 고유의 심리적‧윤리적 중핵을 가리켜 보인다. 이 소설집이 세심히 관찰하는 그들에게서 나는 나와 내 또래 친구들의 얼굴을 자주 발견했고, 그때마다 독서를 중단한 채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우리의 ‘첫’들이 어떤 특수한 사정과 맥락 안에서 체험되는지를 진지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이야기를, 나는 꽤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신샛별(문학평론가)

 

■본문에서

그리고 예린 씨는, 사무실에서 노골적으로 찬밥 취급을 받았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일을 잘 못한다고 평가되는 것, 그것도 첫 직장에서 일을 잘 못한다고 낙인찍히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 반년 사이에 그녀의 얼굴은 놀랄 만큼 달라졌다. 내성적이지만 때로 굉장히 발랄하게 웃는 해맑은 사람이었는데, 자꾸 눈치만 살폈다. 회의에서도 의견을 내지 못했다. 팀장이 진행 상황을 물어보면 당황하며 대답조차 우물쭈물했다. 그녀는 업무뿐 아니라 모든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자신감을 잃었다.
「가만한 나날」, 112쪽

보드 위에 벌떡 일어설 때의 감각을 떠올리려 애썼다. 처음에는 눈물이 고일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몰입했다. 단계별로 감각을 하나하나 되살려 냈다. 마치 보드와 한 몸이 된 것처럼 가슴과 아랫배와 허벅지를 붙이고 납작 엎드려 있을 때, 멀리서 파도가 다가올 때의 조짐과 흥분과 망설임, 난 일어날 수 없어, 이건 불가능해, 그러나 물살이 보드의 뒤쪽을 둥실 들어 올리자 눈을 질끈 감고 벌떡 일어났을 때.
(……) 그 느낌을 미려는 기억했다. 다음 순간에는 물 위를 미끄러지고 있었다. 해변에 가까워질수록 속력이 점점 느려졌다. 흔들리는 물 아래로 땅이, 물결의 흐름대로 무늬가 새겨진 부드러운 모랫바닥이 투명하게 비쳤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얕은 잠」, 221~222쪽

김태영은 똑똑했지만, 혼자 하는일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학자나 마라토너처럼. 사무실의 일상적인 잡담에 끼지 못했고, 전화 응대하는 걸 특히 어려워했다. 두 달이 넘어갈 즈음, 상미는 자신이 그를 제치고 정규직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걸 거의 확신했다. 부장으로부터 슬쩍 암시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상미는 그를 싫어하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 그렇다고 해서 상미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한 건 아니었다. 상미가 실제로 한 일은 아주 작은 것—말 한마디, 비웃듯 입을 꽉 다무는 표정 같은—이었다. 평형대에서 균형을 잃고 허우적대는 사람을 미는 손가락 하나 같은 것.
「감정 연습」, 235쪽

 

■작품 소개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 거야

‘진아’는 학부 시절 엠티에서 처음 ‘연승’을 만났다. 캠퍼스커플로 시작해 각자 취업을 한 이후까지 오랜 시간 함께였던 그들의 관계는 연승이 돌연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며 직장을 그만둔 이후 변화의 조짐을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연승은 자신의 꿈에 도움을 줄 법한 대학 선배에게 점심 초대를 받고, 진아에게 함께 가 줄 것을 부탁한다. 둘은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는 선배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현기증
‘원희’와 ‘상률’은 각각 보증금과 월세를 나누어 내며 동거 중인 연인이다. 오랜 원룸 생활 끝에 상률은 더 이상 이 생활을 견디지 못하겠다며, 이사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원희를 설득한다. 상률에게 이끌려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원희에게 커다란 불안으로 다가오는 것은 ‘신혼부부’가 될 수 없는 그들의 현실, 볼품없는 중고가전으로 채워야 하는 어두운 방, 그리고 시시각각 딸을 걱정하며 걸어오는 엄마의 전화, 아직까지 딸의 동거 사실을 모르는 엄마의 목소리다.

▶가만한 나날‘경진’은 졸업 후 첫 직장으로 한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 입사한다. 그곳에서 그녀가 하는 일은 ‘채털리 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홍보 요청을 받은 업체들의 상품들을 실제로 사용한 척 포스팅하는 일이다. 상상력과 디테일,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으로 동기들에 비해 단연 인정을 받던 경진에게, 쪽지 하나가 도착한다. 그는 경진이 포스팅했던 가습기 살균제 ‘뽀송이’의 피해자로 혹시 경진이, 채털리 부인이 괜찮은지 물어 온다.

▶드림팀
‘선화’는 퇴사한 첫 직장에서 만났던 첫 상사 ‘임은정’의 전화를 받고 고민 끝에 점심 약속을 잡는다. 회사원의 점심은 한 시간이고 임은정은 한 시간 이상 견디기에 힘든 인물이므로. 그는 전화 받는 법, 파일을 정리하는 법, 다른 부서와 소통하는 법 등 회사생활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가르쳐 줬고 심지어 진짜 엄마처럼 선화의 짧은 치마 길이를 걱정하고 밑반찬을 챙겨 줬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그는 선화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다.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나’와 ‘루미’는 신혼부부에게만 제공되는 저금리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먼저 한 채 동거 중이다. 나의 아버지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으로, ‘물나들이’라는 이름의 고향집에 홀로 살고 있다. 아버지에게 드릴 전기장판을 사서 루미와 함께 물나들이로 간 날, 나는 오래 생각해 오던 두려움과 맞닥뜨린다. 혹시 루미가 나와 혼인신고를 한 이유에 사랑이 없는 건 아닐까? 오직 저금리 대출 때문이 아닐까?

▶얕은 잠
오랜 연인 ‘미려’에게 ‘정운’은 분위기를 바꿔 보고 싶다며 여행을 제안한다. 막상 떠난 여행지에서 내내 투덜거리던 정운이 서핑을 제안했을 때 미려는 자신이 수영을 못 한다는 사실이 두렵지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에게 맞춰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나절을 타고도 연신 실패를 거듭한 정운은 미려에게 “원래 하루 강습 받아서는 어렵대.”라고 말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 시간 미려가 보드 위에 올라 파도를 타는 일에 성공했다는 것.

▶감정 연습
그 날은 김정일이 죽은 날이었다. 파주에서 근무하는 ‘상미’와 출판사 동료들은 자주 북한을 주제로 농담을 하곤 했다. ‘비상사태인데’, ‘전쟁 나는 거 아냐?’ 따위의 말들을 주고받을 때는 오히려 비일상이 주는 활력이 돌았다. 김일성이 죽었으나 상미가 실감하는 공포는 분단선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 온다. “군기 빠졌네.”라는 선배의 말, “육이오 전쟁 때 생각해 보세요.”라는 고령의 회사 관리인의 말, 그리고 깊은 새벽 1인 가구가 많은 빌라에서 들리는 구조 신고.

▶말과 키스
‘나’는 좋아하는 상대 H로부터 웹툰 작가 ‘고현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H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왔을 때부터 나는 H가 그를 좋아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업계 모임에서 말로만 듣던 고현진을 실제로 보게 되었을 때, 혼자서 쌓아 가던 이미지는 무너진다. 나는 현진에게 질투 아닌 이끌림을 느끼고, 그에게 ‘매력적’이라고 말하기 위해 그에게 연락한다. 그날 이후 둘은 한 달에 한 번, 낯선 장소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만남을 지속하게 되는데…….

 

목차

그건 정말로 슬픈 일일 거야 7
현기증 55
가만한 나날 95
드림팀 133
우리가 물나들이에 갔을 때 157
얕은 잠 193
감정 연습 225
말과 키스 257

작가의 말 293

작품 해설
우리의 모든 처음들_ 신샛별 297

작가 소개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9년 2월 27일 | 최종 업데이트 2019년 2월 27일

ISBN 978-89-374-3975-9 | 가격 8,400원

독자 리뷰(7)

독자 평점

4

북클럽회원 27명의 평가

한줄평

모나서 숨겨뒀던 마음들을 들켜버린 순간이 여럿있었고 반가웠다

밑줄 친 문장

그의 대외적인 모습-명랑하고 싹싹하며, 약간은 비굴한 하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ㅋㄴㅇㅊㅇㅋㄴㅇㅊㄴ
이성적으로 말해야 할 때 왜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굴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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