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미래

오늘의 민주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원제 The Future of Freedom

파리드 자카리아 | 옮김 나상원, 이규정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4년 7월 25일 | ISBN 978-89-374-2520-2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30쪽 | 가격 18,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인도 무슬림 출신의 정치학자 파리드 자카리아가 현재 세계각국에서 행해지는 정치의 한 형태인 민주주의에 대해 분석한 연구서. 이 책에서 저자는 베네수엘라와 페루, 한국, 싱가포르, 칠레 등의 신생 민주화 국가와 미국, 유럽 등이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민주주의를 분석하여 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부의 확산, 자유로운 시장 경제 수립과 법치주의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선진국의 민주주의의 실패는 여론이 점차 조직화된 로비스트들의 특수 이익에 희생되면서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엘리트들의 공적 덕성의 복원과 더욱 많은 위임통치를 행해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 민주주의 자체는 절대선(善)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기대는 민주주의를 절대선으로 보는 오류다. 민주주의가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가 되려면 법의 지배, 견제와 균형, 그리고 기본권 보호가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 이 책은 민주적 절차로 권력을 잡은 나치 정권과 페루, 가나, 베네수엘라 정권 등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 사례를 살피고 민주주의의 실패 원인을 분석한다. 반면 싱가포르, 칠레, 멕시코의 민주화 성공 비결은 자유로운 시장 경제 수립을 위한 법치주의를 먼저 확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카리아는 『자유의 미래』에서 지나친 민주화가 “자유주의”를 잠식하는 이유를 이론적이면서 경험적으로 논하여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서구 민주주의를 무조건 수입한 제3세계에 적실한 경고를 하고 있다. 역자 이규정은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확실히 오늘날 세계는 민주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특히 냉전 종식과 사회주의권 붕괴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지난한 이데올로기 투쟁에서 민주주의의 승리가 현실로 나타났다. (…) 그러나 민주주의로의 이행에 대한 무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행 이후의 현실은 그 과정의 피어린 치열함과 그에 상응하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민주주의의 실망을 논의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 자카리아의 저작은 우리나라와 같은 신생 민주화 국가의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한 “역사의 종언”이라는 테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민주주의 자체에도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원서에 “세계 각국의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한 역사의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획득한 보편성만큼이나 사색과 음미를 요하는 저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하버드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로서의 소양의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포린 어페어》와 《뉴스위크》의 언론인으로서 현실 세계에 몸담고 있는 지식인이 학문 세계에 안주하고 있는 민주화 이론가들에게 날리는 직격탄이기도 하다.\” ―<역자 후기>(307-308쪽) 미국 국방부 부장관 폴 울포위츠는 미국의 목적은 “이라크인들의 소망을 진정으로 반영하는 민주적인 나라”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카리아는 제3세계에서 단순히 민주주의 수립만으로는 진정한 자유와 부와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랍 국가에서 종교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독재 정권들은 대부분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선출된 세력들이다. 만약 “이라크 국민에 의해” 이슬람 시아파 근본주의자들 혹은 급진적인 바트당 세력이 정권을 잡는다면 이라크는 또 다른 자유 없는 세계가 될 것이고 결국 미국의 승전은 보람 없는 희생으로 귀결될 것이다. 종교와 인종 분쟁이 끊일 날이 없는 전 세계뿐만 아니라 여야 갈등이 첨예한 우리나라에서도 소수의 목소리를 배제하지 않고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찾는 데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현대적 자유는 “법 앞의 평등”을 의미한다
인간의 자유의 역사를 추적한 1장은 그 자체로 역사와 정치철학이 한데 녹아든 훌륭한 글이다. 핵심 주제는 서유럽에서 “자유가 민주주의보다 먼저 존재”했으며 “자유가 민주주의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 자유는 “일련의 권력 투쟁―교회와 국가, 영주와 군주,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기업과 국가―에서 유래했다.” 324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천도로 동쪽(비잔티움)은 국가의 통제 아래로, 서쪽(로마)은 종교의 자치권 아래 속하게 되어 정교분리가 이루어졌다. 이후 1,500년간 유럽의 역사는 교회와 국가의 투쟁의 역사였고 여기서 근대적 개념의 자유주의 전통이 자라났다. 이 자유는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자들의 개념과는 다르다. 근대의 자유란 “자의적인 권위로부터 개인의 자유freedom”(인간의 기본권)를 의미한다. 그러나 고대 아테네의 자유란 모든 시민 남성이 공동체의 통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였고 그리스 민주주의는 “공동체 권위에 대한 개인의 예속”을 의미했다. 소크라테스의 처형은 그리스가 민주적이었지만 자유주의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을 말한다. 헤로도토스가 말한 “자유로운 인민”은 “국가의 독립”(자결)을 의미하지만 로마의 자유는 모든 시민이 법 앞에 동등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리스가 철학과 문학과 예술을 주었다면, 로마는 “제한 정부”와 “법에 의한 지배”를 주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의 쇠퇴는 법의 지배만으로는 지배자의 타락을 막을 수 없으며, 따라서 국가와 독립된 사회적 힘(제도)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는데, 서유럽에서 국가 권력을 제한할 수 있는 힘이 국가와 교회의 투쟁을 통해 자라났다.

■ 부르주아지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귀족 계급의 투쟁은 국왕에게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마그나 카르타로 구현되었고, 이러한 중세의 협상은 오늘날 “법에 의한 지배”에 기초를 놓았다. 이러한 투쟁의 역사가 “자유를 위한 문을 열어젖혔다면, 자본주의는 그 성벽을 무너뜨렸다.” 자본주의는 천년 이상 지속된 경제, 사회, 정치 양식을 파괴하고 근대 사회를 구성하는 강력한 추진력이었다. 16세기에는 “재산권은 가족에게, 주권은 군주에게 귀속된다.”는 사상이 지배하게 되었고 부르주아지는 법에 의한 지배, 자유시장, 전문 직업주의, 능력 제일주의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공고히 하는 일련의 개혁을 시작했다. 배링턴 무어는 이러한 경향을 네 마디로 표현했다. “부르주아지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자카리아는 인도, 중국, 이스라엘이 1980년대 들어 비약적으로 성장한 이유를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전환한 데서 찾는다. 지난 30년간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은 먼저 자본주의와 법에 의한 지배를 확립한 다음에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서유럽의 경로를 따랐다. 한국, 대만, 타이, 말레이시아처럼 수십 년간 군사 정권이나 독제 정권 아래 있던 나라들이 현재 민주주의 수립에 성공한 점이 정치학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반면 독립 이후 빈곤과 불안정한 상태에서 즉각 민주주의를 선포한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들은 10년 내에 모두 독재 국가가 되었다. 교육받은 중간 계급만 투표할 수 있었던 1860-1870년대 빈의 유권자들은 언론의 자유, 헌정주의, 경제적 자유주의의 수호자들이었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의 열망대로 투표권이 확대되었던 1880-1890년대 빈의 분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사해동포주의적이며 진보적이었던 도시에서 민족주의적이고 사회주의적인 편협한 도시로 바뀌었다. 결국 히틀러가 ꡔ나의 투쟁ꡕ에서 칭송했던 반유대주의자이자 기독교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카를 뤼거가 빈의 시장으로 당선되었으며, 나치당 역시 선거를 이용하여 권력을 잡았다.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에 인종주의적이며 권위주의적인 국가주의는 “민주화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민주화 때문에” 가능했다. 한편 독일은 관료주의 전통이 강한 나라다. 영국과 독일 정부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산업 혁명기에 태어나 자유 무역과 재산권의 영향을 받은 영국의 부르주아 계급은 구봉건 질서와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상업, 성공, 사회적 이동, 역동성과 같은 자신들의 고유한 이미지로 국가를 재건했다. 신흥 상업 엘리트들이 부상했으며, 영국은 (나폴레옹이 조롱하듯) “소매상인들의 국가”가 되었다. 반대로 독일의 산업화는 정부 보조, 규제와 관세 조치로 보호받으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부르주아 계급은 약하고 분열되었으며, 국가와 국가를 지배하던 봉건 엘리트에 종속되었다. 마르크스는 경멸적으로 독일의 사업가 계급을 “역사적 사명이 없는 부르주아지”라고 묘사했다.\” ―본문(67-68쪽)

■ 민주주의 성공 비결은 경제 성공이다
애덤 쉐보르스키의 포괄적인 연구에 의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 미만인 국가들의 정권 평균 수명은 8년이지만, 6,000달러 이상의 국가들에서 민주 정권이 붕괴될 확률은 1/500이었다. 자카리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0에서 6,000달러의 소득 수준에서 민주주의 전환을 시도하면 성공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역사적으로도 이 민주주의 전환의 성공 지대는 실증된다. 어느 한국인은 저자에게 한국의 민주주의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아니라 “도덕 의지”라며 이러한 이론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자카리아는 반체제 인사인 김대중의 민주화 운동이 1960, 1970, 1980년대에는 실패하고 1990년대에 성공한 이유를 묻는다. 무엇이 민주주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가? 실증적이고 이론적으로 훌륭한 해답은 간단히 말해서 “국가의 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 발전은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분파(사기업과 광범위한 부르주아지)들이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권력을 획득하도록 한다. 둘째, 이 분파들과의 협상에서 국가는 덜 폭압적이고 덜 변덕스러워지며, 규칙 지향적으로 사회의 요구(최소한 사회 엘리트 집단의 요구)에 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과정이 종종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자유화로 귀결되었다.\” ―본문(76쪽) 역사학자 필립 노드에 다르면 경제 성장은 교육받은 중산층의 확산을 초래하여 “다원화된 사회적 기반”, 위에서 관리하기 힘든 분화된 시민사회를 초래하여 자유에 대한 요구가 커지기 때문에 독재 정권의 경제 성장은 민주화를 낳는다.

■ 중국과 러시아, 어느 실험이 성공할까?
현재 중국의 “실험”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중국 정치는 여전히 폐쇄적이지만 경제 근대화라는 체제 갈망으로 인해 사법 개혁 등을 단행하고 있다. 이제 중국의 민주화 인사들은 반체제 운동에 중국의 법을 이용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반대로 진행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는 중국보다 자유로운 국가다. 개인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가 더 존중받고 있다. 반면 중국은 공산당이 운영하는 폐쇄된 사회지만 일부 국경을 따라 주로 경제와 사법 영역에서 꾸준히 자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경제 발전과 중산층이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관건이라면 중국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국내총생산은 1991년 이래 거의 40퍼센트 가량 하락하고 있다. 푸틴은 일상적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법을 악용하고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중국보다 민주적인 러시아에서 푸틴에 대한 여론 지지는 높다. 그러나 러시아는 역사적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핵심적인 교훈, 즉 “경제 발전”과 “효율적인 정치 제도”의 정비를 모두 간과했고 그 결과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독재가 지속될 확률이 높다. “왕권에 맞서 싸웠던 백작과 남작들은 그들 자신들도 고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왕권을 견제했다. 러시아의 문제는, 만약 푸틴이 성공한다면 어느 누구도 크렘린을 견제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 걸프 지역 국가의 민주화 실패 원인은 석유다
그런데 석유로 부유해진 나라들은 왜 민주화를 이루지 못할까? 경제 성장의 핵심은 자본가들의 성장인데 걸프 지역 국가들은 “농업에서 공업을 거처 고부가 서비스 산업으로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자본주의 경로를 따른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석유와 광물 자원을 빌딩, 은행, 대저택, 자가용과 텔레비전 등 근대적인 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이들 지역의 국민들은 여전히 낮은 교육 수준과 미숙련 노동력에 머물러 있었다. 실제로 이들 국가들에서는 지식을 수입하고, 심지어 병원, 학교와 방송국을 운영할 인력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 결과 자본가 계급이 국가로부터 독립적이기는커녕 국가에 철저히 종속되었다.” 이러한 국가들은 합리적인 정치 제도와 사법 제도의 발전을 방해한다.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정부가 경제적으로 넉넉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먼저 풍요로워져야만 비로소 정부가 세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동아시아는 지독하게 가난했다는 점에서 축복을 받은 것이다. 이 지역의 정권들은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 나라를 잘살게 하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에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 노력을 다해야 했다. 원유가 풍부한 정부 입장에서는 나라의 부를 늘리는 것이 너무나 쉬웠다. 즉 그들은 “신탁재trust-fund” 국가들인 것이다. 그들은 광물이나 원유를 수출해서 얻은 수입으로 부유해졌으며, 국부를 창출하기 위한 제도와 법의 틀을 만드는 까다로운 작업에 달려들 필요가 없었다.(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상기하자.) (…) 수월하게 벌어들이는 돈은 정부가 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을 의미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때,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책임감, 그리고 좋은 거버넌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자유”와 “대표”로 귀결된다.\” ―본문(80-82쪽) 언론 자유와 인권 존중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무라바크의 반응은 한결같다. 즉 미국의 요구를 듣는다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이집트를 장악할 것이라는 대답이다. 자카리아는 불행하게도 이 대답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아랍 사회는 젊은층의 인구가 대규모로 팽창하는 시기에 세계화를 맞았다.(아랍 세계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다.) “어떤 나라에서건 사회에 흡수되지 못한 젊은이들의 증가는 불안한 징조다.” 자카리아는 이슬람과 자유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 관계는 없다고 주장한다. 20년 전 카불은 아시아에서 여성에게 가장 자유로운 도시였고 베이루트는 “동양의 파리”였다. 문제는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확립 여부다. 오늘날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다. 민주주의 자체가 자유로운 사회의 요건은 아니다. 신탁재산 국가의 경제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카리아는 2002년 세계은행이 중앙아프리카 국가인 차드에서 실험하고 있는 새로운 국가 성장 모델을 예로 제시한다. \”세계은행은 석유를 생산하기 위해 특수법인을 설립하고 정부에 엑슨모빌이 주도하는 다국적 국제채권단과 제휴하기 위한 차관 제공을 승인했다. 차드 의회는 석유 수입금의 80퍼센트는 건강, 교육, 지방 등의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고 5퍼센트는 석유 매장 지역에, 그리고 10퍼센트는 후세대를 위해 기탁하도록 법을 통과시켜야 했다. 5퍼센트만이 정부가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으로 남았다. 세계은행은 제도가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서 모든 석유 소득을 독립관리위원회(차드의 주요 시민으로 구성)가 관리하는 국외 계좌에 예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 모델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말하기는 너무 이르지만 이것이 효과가 있다면 다른 국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헌정주의를 소생시킬 필요가 있다. 순수 민주주의를 강조한 결과는 과도기적 국가의 창조적인 제도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거의 안 된다. 몽테스키외와 매디슨 같은 18세기 대표적 사상가를 통해 이해되는 헌정주의는 권력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견제와 균형의 복잡한 체제다. 이것은 단순히 권리를 나열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구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본문(177쪽)

■ 참여 민주주의의 환상과 포퓰리즘이 미국을 무너뜨리고 있다
자카리아는 미국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의지와 소수의 권리(민주주의와 자유) 사이의 균형 위에 세워진 미국 공화국이 점점 대중성과 개방성이라는 단순한 민주화 지표로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 페로는 이러한 미국 의회를 “훌륭한 사람들과 나쁜 제도”로 표현했다. 그 이유는 1960년대 이후 “민주주의의 민주화”로 정당, 입법부,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대중에 개방하였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결과는 이들 위상의 약화다. 이제 미국의 정치인들은 미국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 이유는 국민에 대한 정치 개방은 조직적인 이익집단, 로비스트와 자본에 대한 개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역자 이규정은 “국민에 의한” 정치에 천착한 나머지 “국민을 위한” 정치 원리를 저버렸다고 설명한다. 즉 제3세계가 민주주의 “실패의 위기”를 겪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성공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민주주의의 문제는 선거를 비롯한 대의제 민주주의 제도가 작동하여 선출된 관리들이 유권자들에 대한 반응성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즉 재선을 지상 과제로 삼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것이지만, 로비스트나 잘 조직된 이익집단들의 요구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결과적으로 포퓰리즘의 한계에 빠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지나친 유권자들에 대한 고려가 여론을 형성하는 엘리트들의 모습을 실종시키고 오히려 여론을 추종하는 역할로 전락시켰음을 개탄하는 것이다. (…) 미국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전통적인 귀족 계급은 존재하지 않지만 언론, 출판, 법률, 세무, 의료 부분 등의 전문직 엘리트들이 사회의 공익을 위해 광범위한 사회적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전통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경제 부분의 민주화는 곧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를 초래했고 전문직 엘리트들의 역할은 예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했다. 예를 들어 미술관과 박물관의 전시물도 상업적 고려에 의해 변화하기 시작했고 투철한 공적 덕성을 갖추고 있던 법률가, 세무사 등의 전문직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객의 요구에만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엘리트들은 토크빌이 극찬에 마지않았던 건국의 과정에서 획득한 공공선의 감시자라는 지위를 상실하고 단지 사적 이익의 추종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역자 후기>(312-313쪽) 1950년대 캘리포니아는 국민발안과 국민소환 등 직적민주주의가 가장 잘 작동되던 이상적인 주였다. 그러나 이제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캘리포니아의 현실은 “개방되고 비위계적이며 정당에 기반을 두지 않고 국민발안에 의지하는 방식이 너무나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결과”이다. 이제 워싱턴에서 로비스트는 가장 큰 성장 산업이 되었고 국민발안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는 예상치 못한 선수들(조지 소로스 등 갑부 사업가)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오늘날 참여 민주주의가 진정 국민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환상이다.

■ 대의 민주주의 회복이 관건이다
자카리아는 현대 민주주의 위기의 해결책은 정책 결정자들을 이익집단과 로비, 그리고 정치 캠페인의 강력한 압력, 즉 민주주의의 압력으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은 비선출 전문 기관에서 시행된다. 그래야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공공기관의 독립성이 책임 있는 정책의 전제가 된다는 점을 명쾌하게 보여 준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공공 기관은 연방대법원, 군, 그리고 연방준비제도로 조사되었다. “세 기관의 공통점은 대중의 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며 비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미국인들이 이러한 기관을 존경할 수 있는 것은 이 기관들이 여론에 끌려 다니지 않고 여론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국민들은 의회가 대중 영합적이며 마비 상태를 초래한다고 보고 있으며 실망스럽고 심지어 역겹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이해 관계가 더욱 첨예하기 때문에 위임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자카리아는 위임의 해결책으로 특히 사법부의 독립, 이들 기관들의 수장들은 선거 주기와 중첩되지 않는 장기간 임기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힘든 결정을 해야 한다. 대중에게 영합하려는 유혹을 견뎌 내고 장기적인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파리드 자카리아 Fareed Zakaria
자카리아(40세)는 인도 태생의 무슬림으로 예일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권위 있는 국제관계 전문지《포린 어페어》에 최연소 편집자였고, 현재 《뉴스위크》 국제판의 편집장이며, 《워싱턴 포스트》 미국판과 국제판에 사설을 쓰고 있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요커》, 《뉴 리퍼블릭》, 《슬레이트》의 칼럼니스트이며, ABC뉴스의 정치 분석가이자 ABC의 시사 프로인 “조지 스테파노풀로스와 한 주를”의 고정 토론자이다. 저서로 『부에서 권력으로: 세계에서 미국 역할의 비정상적인 기원From Wealth to Power: The Unusual Origins of America\’s World Role』과 공저 『미국과의 조우: 미국과 근대 세계의 형성The American Encounter: The United States and the Making of the Modern World』가 있다.

목차

서론: 민주주의 시대 1.인간의 자유에 대한 간략한 역사 2.뒤틀린 경로 3.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 4.이슬람적 예외 5.선한 의도와 어리석은 결과 6.권위의 죽음 결론:돌파구 저자 후기:51번째 주 옮긴이 후기: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 혹은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주

작가 소개

파리드 자카리아

인도 태생의 무슬림으로 예일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권위있는 국제관계 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최연소 편집자였고, 현재 『뉴스위크』국제판의 편집장이며, 『워싱턴 포스트』미국판과 국제판에 사설을 쓰고 있다. 『뉴욕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뉴요커』, 『뉴 리퍼블릭』, 『슬레이트』의 칼럼리스트이며, ABC 뉴스의 정치 분석가이자 ABC의 시사 프로인 <조지 스테파노풀로스와 한 주를>의 고정 토론자이다.

저서로 『부에서 권력으로 : 세계에서 미국 역할의 비정학적인 기원』과 공저 『미국과의 조우 : 미국과 근대 세계의 형성』이 있다.

나상원 옮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쳤다. 옮긴 책으로 <자유의 미래> 등이 있다.

이규정 옮김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현재 고려대학교 박사 과정에 진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자유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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