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문법

이광수, 염상섭, 이상

서영채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4년 7월 5일 | ISBN 89-374-1181-4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52x224 · 396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지사의 사랑-이광수, 장인의 사랑-염상섭, 예술가의 사랑-이상 세 거장이 펼치는 사랑의 문법에 대한 치밀한 논구. 애정 서사를 통해 그리는 한국 문학의 근대성의 정교한 도면. 이 책은 “세 개의 사랑에 대한 보고서이자, 세 작가의 문학 세계 속에 녹아 있는 근대적 양상에 대한 관찰이며, 한국 근대 문학을 추동해 온 힘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편집자 리뷰

사랑 이야기를 통해 본 한국 근대 문학 한국 문학의 근대성을 ‘애정 서사의 양상’이라는 독특한 분석틀로 규명한 연구서이다. 활발한 현장 비평가이자 근대 문학 연구자인 서영채 교수(한신대 문창과)의 두 번째 저서인 이 책은 한국 근대 문학의 세 꼭짓점을 이루는 이광수/염상섭/이상의 작품 속에 나타난 ‘사랑 이야기’를 분석하고, 그 속에서 조형되는 문학적 주체의 형성 과정을 해명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대성과 그 밑에 깔린 파토스를 이해하는 시도를 보여 준다. 세 작가의 주요 작품뿐 아니라 논설, 평론, 사설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텍스트를 꼼꼼히 추적하고, 이를 다시 프로이트, 라캉, 바타유, 기든스, 지젝에 이르는 근대성 담론에 조우시키는 저자의 미시/거시적 서술은 이 책을 정치한 근대 문학 연구서이자, 탁월한 사회 문화적 에세이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한국 근대 문학 연구의 경계 내외를 두루 만족시키는 성과로서 이 책은 “세 개의 사랑에 대한 보고서이자, 세 작가의 문학 세계 속에 녹아 있는 근대적 양상에 대한 관찰이며, 한국 근대 문학을 추동해 온 힘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사랑의 이야기와 문학적 주체라는 문제의식을 다룬 서론에서 출발하여, 이광수(1부), 염상섭(2부), 이상(3부)의 작품 세계에 대한 본론, 그리고 이를 한국 문학의 근대성의 시각에서 갈무리하는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는 네 개의 절로 이루어져, 각 작가의 작품 세계의 변모 양상을 세밀하게 따라간다. 이광수를 다룬 1부의 경우, “감정의 해방의 논리”와 “열정의 탄생”에서 출발하지만 “낭만적 사랑과 이상주의”를 거쳐 결국 “공동체적 연대로서의 사랑”에 귀착하는 궤적을 분석한다. 염상섭의 2부는 “열정을 배제한 성숙한 사랑”이 “냉소주의와 리얼리즘”을 경유하여 염상섭 특유의 “연애 서사의 문법과 사랑의 리얼리즘”을 성립하는 데 이르는 길과 그 속에서 추구했던 “사랑과 문학의 진정성”의 의미를 해석한다. 이상의 3부는 “이상 문학의 주체와 연애의 문제”에 주목하여 앞의 두 작가와 대별되는 “연애의 수사학”을 발견하고, 주체의 불투명성과 유희로서의 연애 속에 존재하는 “죽음과 반복”의 동학을 추출한다. 저자는 그것을 “매저키즘적 글쓰기와 미적 주체의 탄생”으로 명명한다. 왜 사랑 이야기인가? ‘사랑’이라는 주제는 모든 문학예술의 가장 오래된 테마이자 중심적인 제재다. 이러한 보편성 외에 저자는 특히 한 개인의 가장 내밀한 경험의 이야기란 점, 그리하여 근대성의 경험과 근대적 문학 형식이 첨예하게 노출되는 부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사랑이라는 개념은 감정적 실체이면서도 사회적 코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섹슈얼리티와 결혼의 문제와 결합되어 사회의 재생산을 위한 제도적 토대에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그 사회의 성의 규율과 감정 정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특수한 사회적 코드로서의 사랑이며, 그것이 작품 속에서 포착되고 표현되는 방식이다. 새로운 사랑의 코드가 형성되는 시대적 전환기에서 이광수, 염상섭, 이상은 각각의 방식으로 사랑을 서사화해 냈고, 그 방식은 저마다 근대소설의 한 유형을 대표하고 있다. 세 가지 사랑, 세 가지 글쓰기 이광수는 청년 계몽주의자이자 감정 해방의 주창자로 출발하여, 소설 형식을 통해 사랑과 계몽을 접합시키고자 했다. 따라서 이광수의 소설 속에서 사랑은 끝없는 이상화의 회로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따라서 이광수의 사랑은 공동체 이상의 실현 앞에 마땅히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며, 그러한 사랑의 주체는 공동체 이상의 담지자며 계몽의 주체여야 한다. 이와 반대로 염상섭은 사랑을 이상주의와 분리하여 일상적인 질서의 영역 속에서 포착해 내고자 했으며, 어떤 이념과 편향 속에서도 자유로운 관찰자의 위치를 고수하고자 했다. 염상섭의 사랑은 열정을 배제하고 외부의 이상을 거부하며 서로의 내면에 있는 진정성을 추구하는 데 놓인다. 그러한 사랑의 문학적 주체는 리얼리즘적, 장인적 주체다. 이상은 사랑을 이상이나 일상도 아닌, 유희라는 독특한 공간 속에 놓는다. 이는 공동체의 운명을 염두에 두는 이광수나, 개인의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염상섭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켜, 철저하게 심미적인 텍스트의 완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상에게 사랑은 계속 실패하는 놀이와 같으며, 이 반복을 통해 예술이란 결국 현실에 맞서 가공의 세계를 창조하여 현실 질서를 교란할 뿐이라는 모더니즘적, 미적 주체를 출현시킨다. 이광수, 지사(志士)의 사랑-“이상주의와 사랑” 이광수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조혼 폐지를 역설한 계몽적 모랄리스트이자 감정 해방의 주창자였다. 새로운 시대에 그가 주장한 사랑은 ‘낭만적 사랑’이다. 그때까지 분리되었던 사랑과 결혼을 결합시키는 것으로서, 정신과 육체의 결합/대상 선택의 자유를 기반으로 성립되는 결혼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열정의 해방이라는 원리다. 그러나 낭만적 사랑이라는 코드에 의해 해방된 열정은 동시에 그 코드 자체를 부정하려 드는 위험한 힘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광수의 사랑 이야기의 내적 모순과 균열이 생긴다. 열정의 충동적 속성으로 인해 계몽이 지니고 있어야 할 합리성의 영역조차 넘어서 버리는 통제 불가능의 상황이 발행하는 것이다. 『무정』과 『개척자』의 여주인공들의 목숨 건 사랑은 계몽이라는 외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맹목적 사랑이라는 계몽의 타자를 배태하고 있는 셈이다. 이광수는 이러한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 철저하게 금욕적이고 탈성화된 사랑을 만들어낸다. 『재생』과 『흙』은 사랑과 애욕을 분리하고, 열정의 세계를 완전히 전도시키면서, 자신이 애초에 극복하려던 정절 이데올로기를 부활시키기는 모습을 보여 준다. 『유정』과 『애욕의 피안』에서 사랑은 더욱더 강화된 윤리적 엄숙주의로 탈바꿈하며, 열정은 공포스러운 것으로 바뀌고, 그 자리를 진리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지사적 주체가 차지한다. 『사랑』은 더 나아가 종교적 사랑에까지 다다른 정점을 보여 준다. 이광수가 보여 주는 사랑의 세계는 열정의 발견에서 열정의 배제로, 사랑의 발견에서 사랑의 금지로 요약된다. 열정의 해방에서 윤리적 엄숙주의로 이어지는 이 독특한 여정은 그가 소설가이면서 동시에 이상적 계몽주의자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주의로 포착된 근대성의 역설을 떠안으면서까지 이광수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공동체적 주체의 자리, 곧 공동체의 안위와 보존을 지고의 가치로 간주하는 지사적 주체의 자리였다. 염상섭, 장인(匠人)의 사랑-“사랑의 리얼리즘” 염상섭의 사랑 이야기는 이상과 열정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이광수의 것과 구분된다. 염상섭의 중심인물들은 모두 냉정하고 현실적이며 이지적이다. 염상섭의 인물들에게 사랑은 사회적 제도의 한 부분일 뿐이며 연애는 남녀간의 감정 정치에 불과하다. 이렇듯 냉정한 현실성의 시선 앞에 선명한 것은 진정성과 허위의 대립항이다. 『암야』의 주인공은 진정성을 향한 열망에 차 있으며, 그에게 문학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제야』의 주인공에게도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란 주관적 모랄이다. 자유연애를 극단적으로 실천했던 주인공의 고백 속에는 참회라기보다는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정절 이데올로기에 대한 항변과 함께 자기만의 진실을 내세우고 있으며, 고백할 수 없는 것을 고백함으로써 개인의 진정성에 대한 추구에 한 극점을 보여 준다. 『만세전』은 냉소주의자라는 인물형을 탄생시킨 작품이며, 진정성의 추구라는 낭만적 요소가 냉소주의로 변환하는 국면을 보여 준다. 냉소주의는 위선과 낙오의 대립항을 바탕으로 하며, 몰이상적 개인주의와 결합되어 있다. 이인화에게 사랑의 의미나 이상의 열정은 모두 자신의 현실적 생활의 평정을 방해하는 요소에 불과하며,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과 내면이다. 외부의 사건이나 이상에 흔들리지 않는 개인의 내면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만세전』은 한때 진정성의 주창자인 염상섭이 관찰자의 자리로 물러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해바라기』의 남녀 주인공들은 물론 죽음처럼 지순한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현실 조건에 체념한 성숙한 인물들이다. 이들에게 사랑은 자기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독백적인 것이 아니라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조형되는 것이며, 따라서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내적 긴장이다. 물론 염상섭에게도 자유연애는 사랑 이야기의 전제지만, 건강한 상식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그가 호의를 보내는 여자 주인공들은, 첫사랑의 실패를 극복하고 일상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염상섭이 보여 주는 사랑의 세계는 가족주의와 경제적 이해관계로 구성되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며, 두 사람 사이의 쌍방향적인 소통에서 형성되어, 대화적인 과정적인 모습을 지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진정성이며,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풍부하게 포착되는 복합적인 심리다. 이를 추적하고 관찰하는 주체는 곧 장인(匠人)적 주체다. 이상, 예술가의 사랑-“매저키즘과 연애” 이상의 사랑 이야기는 정상적인 애정이나 결혼의 양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소설에서 연애는 도박이나 게임과 같은 승부이며, 기교와 가장과 전략에 의해 구현된다. 이처럼 유희이자 지적인 트릭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연애는, 이광수와 염상섭과는 달리 태도의 진지함을 부정한다. 이상의 소설은 연극성과 인공성을 드러냄으로써 화자의 투명성과 진정성을 교란시킨다. 『종생기』는 주인공과 작중화자, 실제 작가라는 세 개의 인격으로 등장하여 중첩시킴으로써, 고백의 외양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허구임을 드러낸다. 또한 이상의 애정 서사의 전형적인 틀은 ‘속이는 여자/ 속는 남자’라는 구도로서, 사실상 연애가 아니라 연애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다. 『날개』에서처럼 소설의 화자인 남자에게 여자는 언제나 접촉 불가능한 대상이며, 애정의 대상인 여자는 남자에게 가혹한 시련만을 부과할 뿐, 언제나 결핍이자 부재로서만 존재한다. 여기서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은 충족된 욕망 자체가 지니고 있는 죽음과도 같은 성격이다. 그런 점에서 이상의 연애 서사는 죽음 앞에서 벌이는 필사적인 유희이며, 그러한 유희의 반복을 통해 죽음과도 같은 욕망의 핵심을 향해 다가간다. 결국 유희가 지니고 있는 적극성을 동원함으로써 주체에게 가해지는 고통스런 상황의 수동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글쓰기에 대한 이상의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이상에게 글쓰기는 자기 목적적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도, 글쓰기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와 소통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은폐함으로써 진정성을 교란하고, 독자와의 유대가 아니라 그로부터의 고립을 향해 가는 것이다. 철저하게 자기 목적화된 글쓰기, 글쓰기 자체를 위해 주체가 봉사자가 되어야 하는 글쓰기, 급진화된 자기 지시성으로서의 글쓰기가 그것이다. 이러한 미적 주체는, 지사적 주체와 장인적 주체에 대한 부정으로 출현한다. 고립을 실천하고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광수가 표상하는 자기 보존의 원리를 부정하고, 자기 은폐를 양식화한다는 점에서 염상섭의 진정성의 원리를 부정한다. 미적 주체는, 근대적 주체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원형으로서 예술가가 지니고 있는 무제약적인 자유에 대한 상징이며, 글쓰기 자체가 지니고 있는 육체성의 구현과 짝을 이루고 있다. 저자 소개 1961년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부터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일해 왔으며, 1996년부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1회 고석규비평문학상을 수상했고 저서로 『소설의 운명』(1995)이 있다.

목차

책 머리에
서론 이상주의, 사랑, 지사적 주체: 이광수 1. 감정의 해방의 논리에 대하여 2. 열정의 탄생 3. 낭만적 사랑과 이상주의 4. 공동체적 연대로서의 사랑
사랑의 리얼리즘과 장인적 주체: 염상섭 1. 배제되는 열정과 성숙한 사랑 2. 냉소주의와 리얼리즘 3. 연애 서사의 문법과 사랑의 리얼리즘 4. 사랑과 문학의 진정성
매저키즘과 연애, 탕아로서의 예술가: 이상 1. 이상 문학의 주체와 연애의 문제 2. 연애의 수사학 3. 이상의 문학에 등장하는 죽음과 반복 4. 매저키즘적 글쓰기와 미적 주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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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서영채

1961년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부터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일해 왔으며, 1996년부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1회 고석규비평문학상을 수상했고 저서로 『소설의 운명』(199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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