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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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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Sesame and lilies; Sur la lecture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 옮김 유정화, 이봉지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12월 21일

ISBN: 978-89-374-2949-1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13x188 · 188쪽

가격: 12,000원

시리즈: 쏜살문고

분야 쏜살문고


책소개

인생의 선후배 혹은 작가와 독자가 만나 벌이는
책을 둘러싼 즐거운 말다툼

이것이 저의 최선입니다. 이외에는 저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먹고 마시고 자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았습니다. 제 인생은 사라질 물거품 같았으나 이제는 아닙니다. 여기 제가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제게 기억될 만한 가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라고 쓰겠지요. 이런 것이 글입니다. 저자 나름의 소박한 인간적 방식으로 그의 내면에 있는 진실한 영감을 총동원해서 쓴 그의 기록이며 비문(碑文)입니다. 책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존 러스킨, 「참깨: 왕들의 보물」에서

우리에게 좋은 친구를 선택하려는 의지와 통찰력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그런 친구를 선택할 힘이 있는 사람은 얼 마나 될까요! 대다수에게 선택의 영역은 또 얼마나 좁은지요! (……) 언제라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길게 대화를 나눠 줄 사람들이 대기합니다. 최고로 엄선된 언어로 말하며 우리가 경청하면 우리에게 감사할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소박하게 장식된 협소한 대기실인 서가를 떠나지 않고 참을성 있게 머뭅니다.— 존 러스킨, 「참깨: 왕들의 보물」에서


목차

옮긴이의 말
참깨: 왕들의 보물
백합: 여왕들의 화원
독서에 관하여


편집자 리뷰

우리들이 잃어버린 “열려라, 참깨!”를 찾아서

영국 굴지의 사상가이자 사회 운동가 존 러스킨에게 ‘책’은 소중했다. 곧 사라질 형편없는 책을 논외로 하고도, 그는 좋은 책 중에서 곧 사라지는 좋은 책을 기어이 거두어 냈다. 지식을 전달하는 유익한 책, 지각 있는 친구의 말처럼 유쾌한 여행담, 재치 있는 토론, 소설 형식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아까워도 솎아 내고, 그제서야 남은 오래 두고 볼 좋은 책의 가치를 그는 역설한다. 「참깨: 왕들의 보물」은 잠재적 독자로 하여금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쳐 보기를 권한다. 목소리를 증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소리를 보존할 목적으로 쓰인 책, 작가 내면의 진실한 영감을 총동원해서 그러모은 한 사람의 비문(碑文) 같은 책이 건네는 호의와 교훈을 거절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엔 남자 주인공은 없고 주로 여자 주인공만 있다는 사실을 우선 주목해 주십시오. 전적으로 영웅적인 남성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노고를 기울여 쓴 완벽한 극에서는 영웅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 반면 변함없이 진지한 희망을 품고 목적하는 바가 흠이 없는 완벽한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극은 거의 없습니다. 코딜리아, 데즈디모나, 이저벨라, 헤르미오네, 이모젠, 캐서린 여왕, 퍼디타, 실비아, 비올라, 로절린드, 헬레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마도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인 버질리아까지 이 모든 여성들에게서는 결함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들은 인류의 가장 고결한 유형의 영웅으로 그려집니다. (……) 모든 극의 재앙은 언제나 남성의 어리석음이나 잘못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을 관찰해 봅시다. 최근에 감각에 대한 비난의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감각을 덜 느끼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느끼는 거예요. 이 사람을 저 사람보다 고상하게 만들고, 이 동물을 저 동물보다 괜찮은 동물로 만드는 차이점은 바로 어느 쪽이 더 많이 느낄 수 있느냐입니다. 우리가 해면이라면 감각을 쉽게 느끼기 어려울 겁니다. 언제라도 삽날에 몸뚱이가 두 동강 날 수 있는 지렁이라면 지나치게 감각적인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인간이기에 감각은 좋은 것입니다. ㅡ 존 러스킨, 「참깨: 왕들의 보물」에서

한편 「백합: 여왕들의 화원」에서 러스킨은 당시의 소외된 여성 교육을 독려하는데, 이때 근거로 삼는 출처 역시 책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월터 스콧의 문학을 독파하며 남자 영웅의 부재, 여자 주인공의 지혜와 미덕을 도출해 내는 데서 고전의 독서가 사회적 감각의 회복제이자 개인의 행동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오랜 가치를 입증해 준다. 독서로써 무감동을 벗어나 감정의 동요를 경험하고 공감을 회복하자는 러스킨의 고루할 정도로 순박한 제안은 가치 중립적인 텍스트의 물량에 압도당하기 바쁜 21세기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인생의 선후배 혹은 작가와 독자가 만나 벌이는
책을 둘러싼 즐거운 말다툼

독서는 우리 삶에 유익하다. 그러나 만일 정신의 개인적 삶에 눈을 뜨게 해 주는 대신 그 삶을 대치하려 한다면 독서는 위험해진다. 즉 진리가 성숙된 사고와 감성의 노력에 바탕해야만 실현 가능한 하나의 이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손에 이미 만들어져 책갈피 사이에 끼어 있는 하나의 완성된 물건으로 간주될 때, 그리하여 단순히 서재 선반들에 꽂힌 책들에 손을 뻗어서 펼친 다음, 몸과 마음이 쉬는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맛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될 때 독서는 위험해진다.ㅡ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에서

독서가 내게 환기한 추억 하나하나의 도정을 나와 함께 걷는 동안, 독자들은 어쩌면 구불구불한 꽃길을 걷는 사람처럼 발걸음을 늦추면서 자신들만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그들의 머릿속에 독서라 불리는 특별한 심리적 행위를 재창조함으로써 앞으로 내가 펼칠 몇몇 생각들을 보다 쉽게 따라올 수 있지 않을까?ㅡ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에서

언어도, 사는 지역도 달랐으나 러스킨의 예술론, 취향과 삶의 방식 면면까지 고무되었던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기 나라에 러스킨의 메시지를 소개할 목적으로 『참깨와 백합』을 번역한다. 그때 옮긴이로서 붙인 서문이 우리가 잘 아는 에세이 「독서에 관하여」다. 어린 시절부터 책벌레였고, 학습보다는 자유로운 독서의 취미를 일찍부터 들였던 프루스트에게 책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프루스트는 러스킨을 옮기면서 새로운 반감을 마주한다. 책은 씌인 데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읽히는 데 가치가 있으며, 정작 수용자가 얻는 책의 효용은 내용 자체가 아니라 독서를 둘러싼 개인적인 체험/경험임을 깨달은 것이다.
러스킨의 ‘씌인 책’과 프루스트의 ‘읽히는 책’ 경험이 한 권의 책에서 가능함은 물론이다. 러스킨이 되어 이 책을 쓴 절박한 동기와 선한 의지를 음미해 봄과 동시에, 프루스트가 되어 “진정 우습다고 생각되는 말에만 웃”고, 이 책이 “유명하건 상관없이 바로 제자리에 갖다 꽂”는 것도 우리에게는 자유다. 이 자유 속에서 무엇을 기억할지, 무엇을 취할지는 우리 독자의 몫일 터다.

우리는 몰리에르가 한 말 중에서 진정으로 우습다고 생각되는 말에만 웃는다. 지루한 감이 들면 그것을 감추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함께 있는 것이 정말 지겨워지면 그가 천재건 유명하건 상관없이 바로 제자리에 갖다 꽂아 버린다. 이 순수한 우정의 기조는 침묵이다. 그것은 말보다 순수하다. 말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침묵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책에는 일관성이 있다. 사실 이러한 일관성은 우리 삶에서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 삶에는 상호작용들이 있고, 또 그러한 상호작용들 때문에 우리 사고에도 여러 이질적 요소들이 끼어들기 때문이다.ㅡ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에서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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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

러스킨은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비평가, 사상가이자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예술, 문학, 건축, 사회, 교육 등 광범위한 영역에 관심을 두고, 타고난 천재성과 예리한 관찰로 각 분야에서 전문적 식견과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특히 사회 개혁자로서 선구적 역할을 했으며 예술뿐 아니라 사회와 경제 분야에 있어 도덕적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 저서로 『근대 화가론』과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가 있다. 톨스토이와 간디를 비롯한 위대한 정신들이 러스킨의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고 이를 실천했다. 존 러스킨은 진실한 도덕적 지성인의 영향력을, 독보적인 너비와 길이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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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

1871년 파리 근교 오퇴유에서 파리 의과대학 교수 아드리앵 프루스트와 부유한 유대인 증권업자의 딸 잔 베유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문 콩도르세 학교에 진학하여 공부하다가 열여덟 살이 되던 1889년 군에 지원하여 일 년간 복무한다. 제대 후 아버지의 권유로 법과대학과 정치학교에 등록하지만 학업보다는 글쓰기에 전념하여 《월간》에 브라방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기고한다. 이후 여러 문인과 교류하며 극장, 오페라 좌, 살롱 등을 드나들고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그림을 감상한다. 1909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며 오랜 칩거 생활이 시작된다. 이후 여러 출판사를 찾아다니지만 출간을 거절당하고, 결국 그라세 출판사에서 자비로 책을 낸다. 1919년 갈리마르에서 개정판을 출간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로 공쿠르 상을 수상, 1920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는다. 1922년 기관지염이 악화되어 폐렴에 걸리나 마지막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원고를 다듬다 결국 11월 18일, 쉰한 살의 나이로 사망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루스트 사후 오 년 만에 완간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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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화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한다. 옮긴 책으로는 『무기여 잘 있거라』, 『위대한 개츠비』, 『젠더란 무엇인가』(공역) 등이 있다. 주요 관심사는 현대 영미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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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지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배재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사학과 페미니즘』이, 옮긴 책으로 『수녀』, 『쿠데타와 공화정』, 『두 친구』가 있고, 『프랑스 혁명의 지적 기원』, 『육체와 예술』, 『폴 리쾨르』 등을 공동 번역하였다.

"이봉지"의 다른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