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불평등

원제 Information Inequality

허버트 실러 | 옮김 김동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1년 12월 3일 | ISBN 978-89-374-2709-1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274쪽 | 가격 12,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노엄 촘스키 등과 함께 미국의 가장 중요한 비주류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허버트 실러의 저작. 기존의 책들이 정보에의 접근과 수용의 문제에만 국한하여 정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데 비해, 정보의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까지 그 분석 범위를 확장시켜 비판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편집자 리뷰

정보화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적확하게 지적하는 책이다. 노엄 촘스키 등과 함께 미국의 가장 중요한 비주류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허버트 실러의 이 저작에서는, 기존의 책들이 정보에의 접근과 수용의 문제에만 국한하여 정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데 비해, 정보의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까지 그 분석 범위를 확장시켜 비판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문화 길들이기
저자에 따르면, 정보 불평등의 기원은 그 생산 과정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즉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인물들이 어떠한 관계 속에서 정보를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는 정보 불평등의 메커니즘을 읽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먼저, 언론과 출판계를 예로 정보 생산자들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 평가와 선택을 위한 여과 장치는 인간의 발달 과정 전반에 침투해 있어서, 출생과 초기 교육부터 시작해서 직장의 선발 과정으로 이어지고 개인의 직업 경력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 미국 출판사의 경우, 예전에는 대체로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명문대 출신의 인문학도들이 출판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들은 편집자로, 원고 검토자로, 출판 사업가로 활동하며, 자신들은 다른 산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극심한 상업화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 출판계를 좌우하는 것은 일군의 대기업들이다. 출판할 원고를 고르는 일은 극소수에 의해 이루어진다. 책을 출간하고 서점에 배포하고 홍보하는 데 엄청난 자원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 출판인들은 상업성 있는 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한편 이렇게 출판된 책의 서평이 《뉴욕타임스 서평(New York Times Book Review)》과 같은 중요 서평지에 실리는 것은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몇몇 유력 서평지가 출판계와 서점계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개할 책을 고르는 신문 편집자(그리고 다른 분야의 기사를 다루는 언론인들)는 어떻게 선발되는가. 예전 미국에서는 많은 언론인들이 입사 후 훈련을 받아 일선에 투입되곤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부분 유수의 언론대학원 출신이 주요 언론사에 자리를 잡는다. 물론 언론대학원의 교수진은 언론사와 계속해서 끈이 닿아 있는 전직 언론인들이다. 이러한 배경을 가진 편집자는, 출판사가 서평지에 지출하는 광고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일한 고려 사항은 아니겠지만, 어떠한 신문 편집자도 그러한 경제적 현실에 둔감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문화와 미디어 생산물들은 명시적인 감시 감독이 없이도, 또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덜 노골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걸러진 다음 대중에게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정보, 공공재인가 사유 재산인가 ― 정보 접근의 문제
공공에게 알려져야 할 정보가 제때에 알려지지 않거나, 정보에의 접근을 어렵게 하는 예는 많이 있다. 1990년대 초, 클린턴 정부는 국가 의료 보험 개혁을 실시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10년 전 정부가 보건 예산과 지출에 대한 정보 수집을 중지시켰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사회 구성원 다수의 안녕과 복지에 필수적인 보건, 의료 경제에 대한 정보의 수집과 보존에 대한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반면, 상업적 이용자나 기업이 요구하는 값비싼 정보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보 접근이 통제되어 야기된 문제에 대한 유명한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다. 거대 담배 회사가 기업 내부의 자료라며 고의적으로 흡연과 암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몇 년 동안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 세대의 건강이 정보 독점에 의해 희생당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보화의 허상
저자는 국가나 기업이 내세우는 정보화의 허상에 대하여, 미국 정부 사업단의 「국가 정보 하부 구조 : 행동 강령」(1993)의 문구를 짚어 가며 지적하고 있다.
상상해 보라. 만약 모든 학생들이 거주지, 가정 환경,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최고의 학교에서 최고의 선생님으로부터 최고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이 얼마나 극적으로 바뀔 것인지.
그럼 나머지 학교들은 어떻게 될까? 그 학교들은 문을 닫고 아이들은 하버드나 예일 대학, 부유한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야 하나? 만약 모든 관심과 초점이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몇몇 선택받은 중심지에만 모아진다면 누가 학교 체제를 필요로 하겠는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생각의 바탕에 기술이 학습 과정에서 인간적 상호 작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믿음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한 선구적인 사이버대학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피닉스 대학(Phoenix University)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이 대학에는 18000명의 학생 가운데 천명이 컴퓨터를 이용해서 학위를 받고 있다. 그 학교에는 “동아리도, 기숙사도, 축구팀도 없다… 심지어는 도서관도 없다. 다만 학교측에서 전화비를 부담하는 전화 한 대와 책상 하나가 고작이다.”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피닉스대학의 2100명의 강사들 중 정년이 보장된 교수나 전임강사는 한 명도 없다. 이들 모두는 한 강좌에 1000달러에서 1200달러를 받도록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고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는 대학강사 임금의 최저 수준에 맞먹는 것이다. 강사를 임시직으로 바꾸고 멀리 사는 학생들은 케이블 TV와 광통신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무리 교육의 진보로 떠받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모든 것들은 기껏해야 이 나라 공교육제도의 쇠퇴를 은폐하려는 또 한번의 기술적인 눈속임으로 간주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을 혜택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추잡한 사기이다.
굳이 큰 기관이나 대도시 도서관, 박물관에 가지 않고서도 어디서나 미술, 문학, 과학 분야의 보고들을 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도대체 만약 아이들을 둘러싼 대부분의 사회적 환경이 쇼핑, 공허한 오락, 그리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선정주의와 같이 더욱 상업적으로 부추기는 활동들로만 가득 차 있다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보물들을 살펴보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줄서서 기다리지 않고서도 온라인을 통해서 개선된 미국의 의료 서비스와 기타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는 중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원격 의료를 제공하기 전에 의료 체제 자체가 현재 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보험회사, 병원, 제약회사를 비롯한 의료계의 특권 세력들―로부터 구출되어야 한다. 이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다. 기본적인 제도상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미 행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온라인 원격 의료라는 구상은 인간의 손을 통한 치료를 기술로 대체하려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주요 사회복지관청―예를 들면, 사회보장국―에 전화 연결을 하기 위해 애써 본 사람들이라면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약속이 공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여러해 동안 미국인들은 의사의 왕진(往診)이 마치 “저발전”의 증거인 양 믿게끔 만드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정보 고속도로 옹호자들에게는 원격 진료가 점점 더 그리고 거의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이미 증명된 혜택인가? 아니면 단지 사람들이 요구에 인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하지 않는 자신들의 태도에 대한 정당화인가?
자동차나 버스, 기차로 출근하지 않고도 전자 고속도로를 통해 “재택근무”를 하게 됨으로써, 유용하고 만족스러운 고용 기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어디든 원하는 곳에 거주할 수 있을 것이다.
통근 시간과 이에 소모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은 분명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는 예를 들면 대중교통이나 계획된 사업 입지 선정과 같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재택근무를 전국민의 생활 방식으로 하겠다는 발상은 사람들을 더욱 개별화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미 미국인들의 삶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일부러 더 그런 방향으로 몰고 가야 한단 말인가?
중소 제조업체들도 전자 고속도로를 통해 전 세계로부터 상세한 제품 사양이 담긴 주문서를 받을 수 있으며, 그 주문서를 가지고 기계는 바로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미 행정부가 중소기업들의 요구까지 고려하다니 친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반독점법(antitrust laws)을 적용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이 자원을 엄청난 속도로 집중시키고 있는 거대기업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숨 쉴 공간을 찾을 수 있기만 해도, 그들의 요구를 더 잘 반영하는 일일 것이다.
당신은 직접 혹은 도서관 등의 지역 기관을 통해 정부 정보를 구할 수 있으며, 전자 고속도로를 통해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받고 정부 관리와도 쉽게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가능하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바람직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다시 한번 이를 가로막고 있는 제도적 걸림돌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과연 점차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업적인 정보 기업들이 공적 기관으로서의 더 큰 역할을 떠맡으려 할 것인가? 최근 몇 해 동안의 상황은 그 반대, 즉 공적 정보 제공 기관의 희생 속에 사적인 정보 제공업체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정보의 상업화와 정보 제공자들의 사상 유례 없는 집중 현상은 현재 미국 경제를 특징짓는 지배적인 모습이다. 정부 관리와 더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원격 진료에 대해 제기했던 것과 똑같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별 정부 기관이나 기업 및 기타 단체들은 모두 전자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서류 업무가 줄고 서비스도 개선될 것이다.
“서류업무 축소”에 대한 강조는 레이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천 건의 정부 문서와 보고서를 없애는 광범위한 조치를 정당화시킨 것은 그것이 서류 작업을 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상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많은 공적 활동에 대한 공격이자, 미국인들의 생활 속에서 공공 부문을 줄이려는 당시 행정부와 후임 행정부의 의도적인 정책의 일환이었다. 아마도 이제 와서 이러한 목표를 재차 천명하는 것은 보수주의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일 것이다.
전자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제시한 약속들은 지금 우리가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수많은 광고 문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한 대로, 그러한 미래상이 과연 유토피아일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정보가 생산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그 양은 가늠하기조차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정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느니, 스스로 정보의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느니 하며 모두들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정보가 누구에 의해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되는지, 그리고 생산된 정보가 어떻게 분배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언론과 문화 산업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을 통해, 이들 <산업>이 정보를 생산하고 분배하는 양상 그리고 소비되는 과정에 대해 비판하고, 전 세계 문화 곳곳에 깊이 침투해 있는 초국적 대기업의 영향을 지적한다. 이른바 정보화 사회에서, 사유화된 학교, 도서관, 미디어 등에 의한 보이지 않는 선별 기능은 사회적 불평등과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초국적 문화 대기업의 영향권에 있는 전 세계의 인구는 기업의 세계관을 일방적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실은 정보의 독점과 왜곡, 그리고 세계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옮긴이가 밝히듯이, 오늘의 시점에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의 정치 사회적 판단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독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대단히 중요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론 문화 길들이기 팝니다! 학교, 도서관, 정보, 선거 자료 빼앗기 특수 효과 –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미디어 기술 정보 고속도로 – 최신판 막다른 골목? 전자 고속도로의 전지구화 – 통치 불가능한 세상의 창조 세계를 뒤흔든 미국 대중 문화 사회주의 \’몰락\’과 잇따른 급진화의 계기들 주(註) 옮긴이 후기

작가 소개

허버트 실러

실러는 현대 미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비주류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미디어 비평가이자 정치경제학자이다. 1919년 뉴욕에서 보석상의 아들로 태어나,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뉴욕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디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줄곧 비판적인 미디어 학자의 길을 걸었는데, 1969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로 자리를 옮기고 명예교수로 있기까지 평생 이곳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2000년, 그는 아쉽게도 지병인 폐병으로 사망하였다.

《가디언Guardian》지는 그를 미디어 실천이나 정책에 대한 최고의 비판가라고 평한 바 있는데, <키 크고 잘 생겼으며, 날카롭고, 유머 감각이 풍부하며 대중적인 호소력을 가진 연사>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그는 초기 저작인 Mass communications and American empire에서부터 미국 미디어의 세계 지배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미디어의 지배에 정치경제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마르쿠제 등의 신좌파 사상가나 노엄 촘스키 등의 급진 자유주의 비판가들과 같은 반열에 서 있다고 하겠다.

대표적인 저작과 편저로는 Mass communications and American empire, Communication and cultural domination, National sovereignty and international communication, Information and the Crisis Economy, Culture, Inc., Living in the Number One Country 등이 있다

김동춘 옮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 저서로는『한국사회노동자연구』,『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근대의 그늘』,『전쟁과 사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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