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텔레비전

원제 Global Television

크리스 바커 | 옮김 하종원, 주은우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1년 9월 29일 | ISBN 978-89-374-2708-4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04쪽 | 가격 13,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한 국가 안에서 규제되고 재정을 지원받는 텔레비전과 그 범위를 넘어서 운영되는 초국적 텔레비전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인 글로벌 텔리비전을 분석한 책. 세계인이 함께 보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뉴스와 드라마의 예를 통해, 수용자의 태도, 이데올로기, 자주성의 측면에서 글로벌 텔레비전이 주는 영향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편집자 리뷰

최근 들어 부쩍 그 기세를 떨치고 있는 초국적 미디어 기업에 의한 전 세계 텔레비전 지배가 전 세계의 문화, 경제, 정치 등에 끼치는 영향과 그 현상을 분석한 책이다.
미국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테러 사건에 대한 보도 행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주요 방송사들이 하나같이 미국 CNN의 방송 장면과 보도 내용을 그대로 송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결국 전 세계가 똑같은 뉴스를 보는 셈이다. 이런 일방적이고도 일률적인 뉴스는 지난 1991년 걸프 전 때부터 표면화되었고, 앞으로는 위성 통신이나 첨단 방송 테크놀러지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 세계가 하나의 뉴스를 본다는 것은 그 뉴스를 제공하는 어느 일방의 의견이나 관점만이 전해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뉴스뿐 아니라 대중문화에 미치는 글로벌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우리나라에도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송출되는 HBO(홈 박스 오피스, Home Box Office)와 스타 TV, M-net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HBO는 타임-워너 계열이고, 스타 TV는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이다. 그 두 초국적 미디어 그룹은 영국의 칼튼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전 세계에 수많은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보 초고속도로>를 구성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크리스 바커(Chris Barker)는 글로벌 텔레비전 현상에 대한 여러 논의를 제시하고 이를 다양한 관점과 층위에서 분석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족성은 향수에 호소하는 세계주의(cosmopolitanism)의 한 요소로 매매되고, 민족주의와 근본주의는 세계주의와 공존한다. 다시 말해, 국가나 민족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역사적, 문화적인 통제와 조절을 가하는 주체로서 기능할 수 없으며, 어떤 글로벌 텔레비전을 볼 것인지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텔레비전에 대한 이해는 사회 현상을 어느 한 차원으로 환원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차원들간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다차원적이고 다중적인 접근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국경을 넘는 텔레비전의 제국
유사한 내러티브 양식이 전 세계에 걸쳐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텔레비전은 지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바커는 가장 지구적인 텔레비전 장르인 소프 오페라(soap opera)와 뉴스의 사례를 분석한다. 그 두 프로그램의 서로 대립되는 특징으로는 소프 오페라가 보다 대중적이고, 사적인 성격을 갖고 주시청자가 여성들이라면, 텔레비전 뉴스는 이데올로기적이고 공적인 성격이고 주로 남성들이 즐겨본다는 점이다. 소프 오페라의 분석에서는 전통적으로 소프 오페라의 가장 오래된, 가장 흔한 주제가 되어버린 <가족>이라는 문제를 영국와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 오페라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비교 · 분석한다. 이를테면 영국의 경우가 사실주의에 보다 비중을 두고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는 멜로드라마적인 요소가 더 많고 가족 중심적, 가부장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주류라고 일컬어지는 서구의 소프 오페라에 대항하는 대표적인 장르로 브라질의 <텔레노벨라 (telenovela)>에 대해 설명한다. 비록 미국의 자본과 광고주에 일부 의존하고 있지만, 브라질은 텔레노벨라를 통해 자국민의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데 이용했으며, 외국에 있는 스페인어 문화권을 결속시키는 데 기여했다.
소프 오페라에 비해 남성적, 공적, 이데올로기적인 텔레비전 장르인 뉴스에 대해서는 주로 걸프 전에 대한 CNN과 미국 언론의 일방적 보도 행태를 예로 들어 분석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걸프 전 당시 CNN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현지에서 생중계를 했고, 24시간 생방송 체제를 갖추었다. 독보적인 CNN의 보도는 뉴스 정보원 관리와 운영에 있어서 독점적이었고, 미군 당국에 의한 정보 관리를 그대로 반영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 바커는 자신이 분석한 글로벌 텔레비전의 대표적 장르인 소프 오페라와 뉴스가 그 수용자와 현대인의 일상생활, 가정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정체성의 문제, 그보다 넓은 범위인 민족에서는 민족적 정체성과 이데올로기에 미치는 영향을 논한다. 여기까지 저자가 펼친 모든 논의의 대부분은 미디어 제국주의와 문화 제국주의에 관한 문제들과 관련된다. 민족적 정체성마저 그에 대한 향수 어린 감성에 호소해서 상품화의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더 이상 민족 문화적 정체성을 고집하거나 강요하는 일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저자는 글로벌 텔레비전이 범지구적이고 초국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차대한 자원으로 기능하면서 궁극적으로 혼성 잡종적 정체성을 구성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바커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 번째는 <글로벌 텔레비전은 나쁜 텔레비전인가?>인데, 그에 대한 답은 유보적이다. 상업적인 글로벌 텔레비전은 나쁘고, 공영 텔레비전은 좋다는 식의 비평가들의 이분법적인 태도는 문학 작품의 텍스트 분석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텔레비전에 대한 분석에서는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텔레비전을 포함한 대중문화에 대해 폄하하던 기존의 평가들은 이제 더 이상 그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양질의 텔레비전이란?>이다. 이에 대해 바커는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답을 찾는다. 저자가 말하는 <다양성>은 재현의 다양성과 프로그램 유형의 다양성인데, 앞으로의 공론 영역은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 제국주의의 첨병 글로벌 텔레비전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글로벌 텔레비전의 발전과 그 잠재적인 문화적 충격을 다루고 있는 주요한 논쟁들과 그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서구 주도적인 문화 제국주의에 대한 논의는 기존에도 여러 분야에서 있었으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게,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흡수된 서구의 텔레비전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상대적으로 미비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바커의 정밀하고 구체적인 분석은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천착하는 모범적인 연구 사례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또 크리스 바커는 가치 평가를 유보하면서도, 사실적인 자료와 현상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이나 관심 있는 학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정보를 주는 친절함을 보인다. 『글로벌 텔레비전』의 저자 크리스 바커가 시도한 정밀한 분석이 텔레비전에 국한되어 있지만 이는 문화 제국주의에 대한 논의들과 함께 우리가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는 서구 중심의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와 함께, 그 안에 숨겨진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매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는 거시적인 안목을 제공할 것이다. 위성 통신 시설을 갖춘 일부 가정에서만 시청할 수 있었던 외국의 방송들이 이제 케이블을 통해서 어느 가정에서나 손쉽게 접근 가능해진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거대 미디어 기업과 외국 언론의 지배와 영향은 먼 나라의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그런 문제의식을 갖도록 계속 강조하고 있다. 또 앞으로 있을 미국의 보복 공격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취할 미국 언론과 전 세계 언론의 보도 양태를 해석할 수 있고, 외신 보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 언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목차

제1부 텔레비전의 지구적 게도들 1장 현대성과 글로벌 텔레비전 2장 글로벌 텔레비전이란 무엇인가? 제2부 프라임 타임대 지구화되다 : 프로그램과 수용자 3장 글로벌 소프 오페라와 글로벌 뉴스 4장 텔레비전과 글로벌 수용자 제3부 글로벌 텔레비전의 문화 정치학 5장 글로벌 텔레비전 문화란? 6장 문화적 정체성들과 문화 제국주의 7장 몇 가지 결론들 : 텔레비전의 정치학

작가 소개

크리스 바커

영국의 버밍엄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리즈대학에서 TV 드라마에 관한 제 문제들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영국의 험버사이드와 울버햄프턴대학을 비롯한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언어, 정체성 그리고 글로벌 미디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현재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의 울런공대학에서 미디어 및 문화연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글로벌 텔레비전』, 『텔레비전, 지구화,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 『문화 연구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하종원 옮김

서울대학교 대학원 신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선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TV를 읽자』(공저), 『호호에서 아하까지』(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만화와 커뮤니케이션』, 『텔레비전의 이해 : 제도, 텍스트, 그리고 수용자』(공역) 등이 있다.

주은우 옮김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캔자스 대학 문화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있다. 논문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와 포스트모더니즘」, 「근대적 시각과 주체」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아메리카』, 『스타-이미지와 기호』, 『뉴 웨이브』(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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