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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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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김경용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1년 9월 17일

ISBN: 978-89-374-2477-9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84쪽

가격: 13,000원

분야 한국문학 단행본


책소개

기호학으로 읽는 문화 이야기. 예술, 대중문화, 실천의 세 부문을 중심으로 정리했으며, 예술 부문에서는 소설, 시, 미술을, 대중 문화 부문에서는 텔레비전, 영화, 광고를, 실천 부문에서는 유희, 정치, 인격론을 주제로 기호학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응용되었는가를 분석하여 설명한다.


목차

제1부 예술 . 해체와 신화-밀란 쿤데라의 「에드워드와 신」에 대한 고찰 …15 . 분노의 초극을 위한 정치 시-조이 할조의 시 세계 …55 . 회화에서의 이미지와 의미-김병기 화백의 미술 세계 …104 제2부 대중 문화 . 역사의 부정성-텔레비전 연속극「모래시계」의 분석 …147 . 한의 육화. 한의 세앙스-영화「서편제」에 대한 단상 …184 . 은유 광고 풀기-ABSOLUTVODKA의 분석 …210 제3부 실천 . 유화와 의례의 통합 모형 …255 . 후기 전체주의의 조건에 대한 비판-비츨라프 하벨의「힘없는 자의 힘」을 중심으로 …301 . 전화에 대하여 …334


편집자 리뷰

기호학자 김경용 교수의 전작인『기호학이란 무엇인가』가 기호학의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개한 것이라면,『기호학의 즐거움』은 그 이론들을 바탕으로 문학과 미술, 텔레비전 연속극과 영화, 광고 등 문화 전반을 읽어 내고 있다. 딱딱하고 어렵게만 생각되는 기호학 이론을 구체적이고 익숙한 소재들을 통해 접근함으로써, 기호학이 결코 난해하고 추상적인 학문이 아니라 매우 유연하고 폭넓은 응용 범위를 가진 실천적 학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기호학의 즐거움』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예술]에서는 소설, 시, 미술을, 2부 [대중 문화]에서는 텔레비전 연속극, 영화, 광고를, 3부 [실천] 부분에서는 유희와 의례, 정치, 인격론을 주제로 다룬다.
 
우리는 기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기호학의 힘은 엄청나다. 기호학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텍스트를 분석, 음미하는 해석 방법을 준다.> 저자의 이 말은 대부분의 기호학자들도 주장하는 바이다. 기호학 이론서들은, 세계는 기호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기호들을 읽어 내는 방식에 따라 우리는 다른 세계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가? 세계는 어떤 기호들로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읽어 낼 수 있는가? 대부분의 기호학 이론서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기만 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주지 않았다. <모든 것>이 기호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겪는 <모든 것>에 대해선 침묵할 뿐이었다. 대신 그 이론서들은 소쉬르나 퍼스에서 시작되는 기호학의 위대한 계보를 외울 뿐이었다. 그 엄숙하고 빈틈없는 책들 앞에 선 우리들에게 기호학이란 그저 <기호>일 뿐이었다.그러나 기호학이 정말 우리와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면, 기호학에 관한 책이 <기호학의 역사>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기호는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모든 일상과 유리될 수 없다. 이미 『기호학이란 무엇인가』에서도 <당장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응접실 벽장에 모셔 둔 보검은 그리 귀중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저자는, 이 책 『기호학의 즐거움』을 통해 <기호학이 예술, 대중 문화, 실천에 응용된 구체적 예들>을 보여 주고자 한다.
 
기호학의 눈
<기호학의 엄청난 힘>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자 하는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적 텍스트를 기호학으로 읽어 낸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기호학적 이론을 치밀하게 적용하여 분석함으로써 그 메커니즘을 드러내 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모래시계]의 인기 비결은 작품성이나 배우들, 독재 정권을 비판한 과감성에만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모래시계]라는 픽션은 그것이 가리키는 실제 과거 사실의 그림자이며, 그 사이의 공백과 긴장이 시청자들이 채워 넣어야 할 <여백>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그것을 채워 가는 과정에서 픽션인 [모래시계]에 현실 이상으로 열광했다는 것이 저자의 기호학적 독해이다. 이 <비어 있는 공간을 의미로 채우려는 욕구>는 실버먼의 <부재 원리>를 응용하여 다시 ABSOLUT VODKA 광고 분석에 적용된다. 저자는 ABSOLUT VODKA 광고에 주로 사용된 은유를 통해 <비어 있는> 것이 <특권항>으로 기능하면서, 우리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아래의 그림들은 모두 광고 제작자가 ABSOLUT VODKA와 결부시키고자 하는 이미지나 느낌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림 출처 : http://www.absolutad.org)
그러나 정작 그 대상인 보드카는 보이지 않고, 부재의 표시들만 암시되어 있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비어 있는 보드카의 자리를 채우려는 욕구, 광고 제작자가 의도한 기호 해석 과정에 말려들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ABSOLUT라는 브랜드 이름 자체도 E 자가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랜드 이름의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는 순간, 기호 해석 과정은 완결되고 <절대적인 ABSOLUTE 품질의 보드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된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기호 해석 과정을 드러내어 그 이면에 숨은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기호학의 힘이다.
3부 [실천]에서는 익숙한 것들 뒤에 <숨어 있는 것>만을 찾아내는 것뿐 아니라, 세계를 보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데 기호학을 응용하고 있다. 저자는 기독교 철학자 에마뉘엘 무니에의 인격론과 심리학자 매슬로의 자아 실현 모형을 기호학을 통해 결합함으로써 이것을 보여 준다. 무니에는 인격은 외면화, 내면화, 초월화를 통해서 나아간다고 했는데, 저자는 이것을 롤랑 바르트의 신화 모형을 빌려 <외시 수준>, <함의 수준>, <신화 수준>으로 변형시킨다. 기표인 몸과 기의인 마음이 합쳐져 인격을 만들고, 다시 이 인격이라는 形(기표) 안에 가치 판단이라는 기의가 담김으로써 초월적 인간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슬로의 자아 실현 이론을 따라, 이 인격이라는 기표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그 가능성들을 찾아 실현하는 용기를 지닌 사람들만이 초월적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무니에의 인격론과 매슬로의 자아 실현 단계를 모두 기호학적 틀 안에 융합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인간 발전 이론도 기표와 기의의 변증법적 틀로 담을 수 있음을 통해 기호학의 힘을 보여 준다.
 
기호학을 응용하는 즐거움
이 책은 몇몇 이론으로 문화를 <가볍게> 읽어 내는 예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큰 장점은 깊이 있는 분석에 있다. 따라서 <기표/기의>라는 말만 남발하거나, <기의는 기표 밑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는 식의 화두만 던져 놓고 논의를 그치진 않는다. 『기호학의 즐거움』은 몇몇 기호학 이론을 피상적으로 적용해서 원하는 답을 얻어 내는 식의 가벼운 문화 분석과는 다르다. 이 책은 풍부한 문화적 소양을 갖춘 전문 기호학자가 기호학 이론을 철저하게 음미하여 적합한 소재를 독창적으로 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현학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고, 어렵지 않은 말로 독자를 기호학의 세계로 차근차근 끌어들이고 있다. 저자가 이 과정을 통해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은 기호학을 현실 세계에 응용하는 방식과 감각이다. 이것은 저자가, <이 책은 기호학을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대한 이론서가 아니라, 기호학이 예술, 대중 문화, 실천에 응용된 구체적 예들을 보여 주는 책>이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다루는 소재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다. 하나의 문화 텍스트 분석이 끝나면 그것이 일반적으로 응용 가능함을 주지시키는 것에서도 실용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고, 저자가 생각하는 <기호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기호학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배운 기호학 이론을 현실에 어떻게 응용하는지, 난립하는 기호학 담론들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 [여인 천하]와 [태조 왕건]을 보며 자신이 왜 열광하는지 궁금한 독자들, <텔레비전 사극의 역사성 시비>에 한마디 거들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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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용

뉴욕 주립대학교(버팔로)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 주립대학교(올버니)에서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를 지냈고, 1988년부터 마운트 버논 나자렌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로 있다. 미주문학 시부문 신인상을 받은 시인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Caged In Our Own Sign: A Book About Semiotics>(Ablex, 1996),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미디어 신화: 대중문화와 허위의식> 등이 있다. 현재 기호학, 커뮤니케이션 이론, 미디어 이론, 문화 이론 등을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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