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기호학

이어령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2000년 6월 20일 | ISBN 978-89-374-1142-7

패키지 양장 · 신국판 152x225mm · 512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청마 유치환 시를 통한 문학공간의 기호론적 분석완성 후 10년 만에 책으로 펴낸, 이어령 선생의 역작
 
이 책에서 보여 준 문학공간론의 기본 틀은 시만이 아니라 소설 희곡 등 모든 문학 장르와 회화 건축 그리고 무용같은 비언어적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어령

편집자 리뷰

한국의 석학 이어령 교수의 최초의 문학 이론서
이어령(현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이화여대 교수) 선생의 저서 『공간의 기호학』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저서와 평론집들을 펴낸 바 있지만, 본격 문학 이론서를 출간한 경우는 처음이다. 이 책은 <글이 완성된 지 십여 년 만에> 출간되었다. 이렇게 뒤늦게 출간된 배경에 대해 이어령 선생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혀놓았다.<첫째는 나의 게으름 때문이었고 둘째는 미흡감 때문이었다. ……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창작적인 글을 젊은 시절에, 연구논문은 말년에\’라는 내 나름대로의 기준과 기획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런 말에 뒤이어 그동안 써 두었던 학술 서적이나 비평서를 정리하여 출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두고 있다.
문학 공간의 기호론적 분석을 통한 청마 시의 본격 연구
이 책에서 저자가 연구하는 청마의 시는 총 599편으로 전 작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청마 시 연구>는 아니다. 문학 이론서라고 해야 할 정도로 수많은 이론과 개념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학 공간의 기호론적 분석>을 시도하기 때문에, 문학 이론 이외에도 기호이론, 신화 이론, 언어학 이론 등이 등장하며 이를 다시 구체적으로 청마 시에 대입하거나 반대로 청마 시에서 이 이론의 정초를 추출해 내고 있다. 한마디로 이론과 구체, 이론과 실천 비평이 같은 궤를 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에 대해 이어령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공간론과 실천 비평 사이에는 지금까지 커다란 구렁이 존재해 왔다. 가령 이봐노프와 토포로프의 \’우주수\’나 \’좌와 우\’의 연구 등은 분명 참신하고 정교한 이론들이지만 그것을 실제 문학 비평이나 다른 언어 공간에 직접 적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유리 로트만이 푸슈킨의 시를, 바르트가 라신느의 희곡을, 그리고 바흐친이 라블레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공간 기호론적으로 접근 분석한 바 있지만 체계적인 것으로 구축해 주지 못했다. ……그러한 불만 속에서 시작된 이 공간 기호론은 애초부터 이론과 실천을 함께하는 모델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론과 실천을 함께하기 때문에 이론서로 보면 <문학의 공간 기호론>이 되고, 실제 비평의 관점에서 보면 <유치환의 작품론>이 되는 것이다. 또 이어령 선생은 이 책에서 보여 준 문학 공간론의 기본 틀이 시만이 아니라 소설 희곡 등 모든 문학 장르와 회화 건축 그리고 무용 같은 비언어적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인다.
 
언어과학적 방법론을 공간 기호론으로 확충하려는 본격 시론
이어령 선생은 지금까지의 문학 연구의 방법에 있어서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었던 과제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첫째는 무한한 문학 현상들을 어떻게 유한한 방법으로 기술할 수 있느냐이며, 둘째는 그러면서도 그것이 다른 과학과 구별될 수 있는 자율성을 지닐 수 있느냐이며, 마지막으로 그런 이론들이 실제로 개개 작품들을 해석하는 데 있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실천성이다.
이어령 선생은 언어학이 유력한 방법론의 하나로 떠오른 이유를 <음소(音素)>와 같은 개념의 기술 방식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언어학의 음소론을 적용하여 문학 연구의 기술성을 갖게 되었다고 보며, 자율성은 음운론의 적용에 의해서, 실천성은 옐름스레Hjelmslev나 롤랑 바르트, 레비스트로스의 <통합과 계합의 언술의 분석>에 의해서 분명한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현대 기호론 연구의 흐름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이러한 언어과학의 문학적 적용에서 극복되어야 할 방법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자연언어의 체계를 문학의 언어체계로 직접 대응시키려 할 때 문학은 언어학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폐단이다. 둘째, 언어과학적 방법은 언어 외적 의미의 세계를 관찰하기 힘들기 때문에 언어 분석만으로는 해독할 수 없는 또다른 기호 체계(건축, 무용, 회화, 음악 등)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자연히 일차 체계의 언어(자연 언어) 개념을 문화 영역으로 확충시키는 이차 체계로서의 언어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말은 언어과학적인 방법과의 결별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언어를 모델로 하여 문화기호론으로 그 영역을 확충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문학 작품의 텍스트(우주) 분석을 통한 내재적 연구의 보기
 일반적으로 한국의 문학 비평 연구 풍토는 외재적 연구에 관한 것이 많았었고, 최근에서야 비로소 문학의 내재적 연구가 시도되어 왔다. 문학의 경우 문학의 언어나 그 담론의 내재적 평가에서 벗어나 사회학이나 정치적 담론의 한 <보기>로서 바뀌게 되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이다.
이같은 예가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에 적용될 때는 사뭇 심각하다. 가령, 비평가들은 종종 <기(旗)>의 의미를 전기적으로 풀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대에 얽힌 역사적 상징의 의미로서 파악하려고 한다. 그래서 유치환의 깃발을 전기적 장소로 환원하여 그것이 꽂혀 있던 바닷가의 장소 찾기를 시도하거나, 아니면 이념의 푯대로서의 깃발을 추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간 기호론으로 분석할 때에는 표층적인 깃발의 제재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기는 공간적 위상으로 볼 때 하늘과 땅의 중간에 위치하게 되고 상승과 하강의 두 모순 운동을 한다. 즉, 땅에 있으면서도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인터미디에이트한 영역에 존재하는 사물이다. 그러므로 청마의 시를 공간 구조로 보면 깃발은 외연적 의미를 지닌 깃발이 아니라, 박쥐일 수도 있고, 어부의 집 장대에 매달려 있는 악구 같은 것도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물이나 이미지가 하늘과 땅의 수직 구조에서 그 중간항 가운데 배치되어 있는 것이면 깃발과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청마의 시는 하늘과 땅 그리고 깃발 같은 중간항의 공간적 코드에 의해서 구축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공간적 코드는 단지 수직축뿐만 아니라 수평축으로도 펼쳐진다. 즉 <바깥-안-경계>의 삼분 구조를 말한다. 이렇게 해서 상-중-하의 수직 공간과 바깥-경계-안의 수평 공간의 입체적 구조 속에서 청마의 시적 정념들은 서로 다른 의미 단위와 이미지를 생성해 낸다.동시에 그것들은 공간의 이동과 궤적을 따라서 다이내믹한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상승과 하강, 외출과 돌아옴 같은 공간의 이동은 곧 시간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연쇄적인 서사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변증법 같은 사고의 프로세스를 보여 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이론과 실천을 동시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의 유효성을 시험하고 증명하기 위해 청마의 시를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작품 양이 다른 시인들보다 월등히 많아 그 적용 범위가 넓고, 둘째 그가 다루고 있는 시 세계가 하늘, 땅과 같은 우주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공간적인 텍스트의 모형으로서 관찰하기에 그 적합성이 매우 크다는 점, 셋째 청마의 시에는 서정시, 관념시, 사회, 정치적 시의 요소가 혼유되어 있고 심지어는 서사적인 요소까지 지닌 것이 있어 시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그 공간의 의미 작용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마에 대한 기존 연구들이 <의지의 시인>, <생명파>, <신채호적 지사>, <예언자적 지식인> 등 시인론에 가까운 평가들로 이루어진 데 반해, 시 자체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중에는 주요 심상을 통해 청마 시의 핵심을 파악하려는 연구와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적용하여 청마 시의 의미를 풀이하려는 시도, 아이러니를 청마 시의 구조를 해석하려는 형식주의적 방법 등이 있다. 그렇지만 대체로 그 범위가 부분적이며 몇몇 작품만을 다루고 있어 시인의 전모를 조망하여 총체적인 의미나 구조를 밝히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그러므로 청마 시 전체의 구조와 의미를 규명할 수 있는 문학의 내재적 연구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목차

서문[공간 체계의 기본 요소-\'조춘\'의 분석] 회화적 이미지 이론에 대한 비판 공간의 이산적 단위들 문학적 언술의 변별적 특징 
[상과 하의 대립 구조-하늘과 땅] 수직과 수평의 공간 모형  \’시일\’ 분석으로 본 청마 시의 기본 구조  병렵법과 변이태 상 / 하 분절과 그 변이태 
[매개항과 삼원 구조] 다성 기호의 시적 기능 산의 의미 작용과 상승 작용  <산>과 <나무>의 기호론적 차이
[\'기빨\'의 수직적 초월 공간] \’기빨\’의 구조적 의미  \’기\’의 변형적 텍스트 공간적 구조 전환의 원리 
[공간의 차원과 그 계층론] \’출생기\’를 통해 본 공간 차원  기호 공간 차원의 분류  신체 공간의 기호 체계-\’구름의 노래\’ 집 주거 공간의 수직 구조 – \’촉석루 소견\’ 사회. 지리적 공간의 층위 – \’부산도\’  자연. 우주론적 공간 – \’안주의 집\’ 
[수평 공간의 구조와 \'내\' 공간] 공간의 수평축과 그 분절  내 / 외 공간  비호 공간으로서의 집  꿈의 \’내\’ 공간 – \’침대\’와 눕다  감각의 \’내\’공간  기다림의 \’내\’ 공간  병의 부정 공간 
[도주의 길과 \'외\' 공간 도주 공간의 형성 과정  도주 공간의 사회적 층위\'외\' 공간으로서의 광야 광야. 사막. 바다의 동형성 \'외\' 공간으로서의 바다 섬의 고절 
[탄생 공간으로의 돌아옴 : \'귀고\'] 제비의 공간성 향수의 기호론적 구조 [경계 영역과 해체 공간] \’춘신\’에 나타난 세 개의 길역과 기차의 다의적 기호 항구와 배 우편국-편지의 경계 통로
[공간의 해체와 탈구조] 상 . 하 수직 구조의 해체-눈. 안개. 바람 내 / 외의 수평 구조의 해체  탈중심과 유동 공간 
[결론 : 총체적 공간과 텍스트 형태] 수직의 길-동질적 결합 이산적 결합. \’대공사격연습\’의 수직 전환 공간 요소의 총체적 결합  분석 결과의 유효성과 그 전망

작가 소개

이어령

1934년 충남 아산 출생. 울대학교 문리대학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수료, 문학박사. 서울신문 · 한국일보 · 경향신문 · 중앙일보 · 조선일보 논설 위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문학사상> 주간,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특히 88서울 올림픽 문화 행사를 기획 · 주재하여 국내외에서 절찬을 받았다. 저항의 문학>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아들이여 이 산하를> <떠도는 자의 우편 번호>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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