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모더니티

원제 Cinema & Modernity

존 오르 | 옮김 김경욱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12월 15일 | ISBN 978-89-374-2612-4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352쪽 | 가격 12,000원

분야 논픽션

책소개

이 책은 1950년 말에서 1970년 중반까지 서양 영화의 흥미로운 경향에 대해 재평가하면서, 세계대전 이후 서양 산업사회를 형성한 문화적·정치적 힘에 대한 분석과 날카로운 비평적 통찰을 결합한 영화 연구의 중요 저작이다. 존 오르는 1914년부터 1925년을 초기 하이모던으로, 1960년대와 1970년 초까지를 네오모던으로 나누고, 프랑스 누벨바그로부터 시작된 네오모던 시기 영화와 모더니티의 복잡한 관계를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이 시기 영화의 모더니티에 대한 비판적 전망에 ‘모던’과 ‘포스트모던’이라는 용어가 둘 다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멜로드라마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능가하는 움직임이 출현했지만, 여전히 에이젠슈테인, 프리츠 랑, 무르나우의 초기 모더니즘에 대한 반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비평적 자기만족에 많은 부분 도전하고 니체, 프로이트, 사르트르의 지적 유산에 기반하여 베르이만, 안토니오니, 고다르, 로메르, 벤더스 등 모던 영화의 전개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편집자 리뷰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영화학자인 존 오르John Orr의 <영화와 모더니티>가 민음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동안 전 세계의 영화 비평가들 사이에서 중요한 논객으로 활동해 왔으며, 영국 북부의 에든버러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면서 영화의 예술학적 연구와 학제적 관심을 자극시켜 왔다. 존 오르의 <영화와 모더니티>의 원작 Cinema and Modernity는 그동안 국내 영화 관계자와 영화과 학생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널리 알려졌는데, 문체가 난해하고 내용이 암시적이고 까다로워서 심도 있게 독해되지 못했었다. 이번 <영화와 모더니티> 번역 출간은 그 동안 미뤄져 왔던 영화 연구에 발전의 한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영화 연구에 있어 <영화와 모더니티>의 위상
모더니티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와 세계사적 시대 상황을 볼 때 모더니즘이란 아직도 유효한 문제틀이다. 존 오르가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이나 영국의 포스트맑시즘적 경향의 영화 이론에 모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아직도 <모더니즘>이라는 문제틀을 가지고 사고하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속성으로 달성된 모더니티라는 상황을 지니고 있을 때는 계속해서 다시 회귀되는 모더니즘에 대한 관심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모더니티를 벗어나려는 시도인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탈식민주의 담론의 유행 속에서도 모더니즘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젯거리이기도 하다.
사실 모더니티에 대한 한국 지식인들의 집착에 못지않게, 모던 영화(이른바 예술 영화)에 대한 우리나라 시네필리아(영화 애호가)들의 집착은 남다른 데가 있어왔다. 이는 어찌 보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모더니티와 모던 예술에 대한 보상적 심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한 해설, 그리고 시네필리아를 네크로필리아에까지 빗대며 이러한 경향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김소영, <시네마, 테크노 문화의 푸른 꽃>, 열화당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에서 모더니즘 영화에 대한 연구와 비평은 그 이론적 난해함으로 해서, 아직 미완이거나 부분적인 연구밖에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김소영의 같은 책 참조) 고다르, 베르이만, 안토니오니 등 모더니즘 경향의 영화 작가들에 관한 작가론 저서는 몇 있었지만 본격적인 모더니즘 관련 영화서의 출간은 <영화와 모더니티>가 최초이다.
이번 <영화와 모더니티>의 출간은 영화 예술에 있어 모더니즘 논의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나라 60-70년대 수많은 영화들 중 아직 본격적인 학문적 저널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향들(예를 들어 유현목, 김기영, 하길종, 이장호 등)에 대한 재조명의 필요성을 자극한다.
영화에서의 모더니티 문제
존 오르의 영화 연구는 작가주의적 읽기, 정치적 읽기, 혹은 문예 사조 분류에 의한 읽기 둘 다를 지양한다. 그래서 <영화와 모더니티>는 영화 연구에 <모더니티와 모더니즘 예술>라는 광범위한 문제의식을 결합시킨다.
1960-70년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잉그마르 베르이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루이스 브뉘엘, 페데리코 펠리니, 장-뤽 고다르, 베르너 헤어조그, 데이비드 린치, 테렌스 맬릭, 보브 라펠슨, 알랭 레네, 에릭 로메르, 프랑수아 트뤼포, 빔 벤더스의 영화들을 언급하면서 존 오르는 자본주의 산업 사회의 모더니티와 영화 예술의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 영화들은 현대 사회 서구 중산층의 삶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핵무기와 대량 학살의 공포에서 파생된 정신적 공황과 냉전이 가져온 이념적 억압, 그리고 진보에 대한 좌절이 20세기 중반 모더니티의 조건이었다. 이때 영화에서는 영웅적 저항이나 초월이라는 낭만이 사라진 시대에 도시에서 살아가는 단절되고 중심 없고 소외된 삶,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힘을 상실한 채 이런 삶을 견뎌야 하는 분노와 혼란이 표현되고 있다.
예술에서 모더니즘이란 1)이러한 불합리한 시대에 대한 유토피아적 비판과 저항이자, 2)타락한 시대의 재현이라는 예술의 미메시스적(리얼리즘적) 숙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1960-70년대 서구의 네오모던 영화는 이런 시대적 미학적 배경을 지니고 탄생했다. 이를 대표하는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는 미국 멜로드라마라는 오랜 진부한 관습, 그리고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이라는 새롭지만 그다지 강력하지 못한 형식 둘 다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네오모던 영화는 1910-20년대 초기 모던 영화의 표현주의적 형식과 분열적 세계관으로의 회귀라는 불길한 전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존 오르의의 특출한 인문학적이고 통합적인 연구의 방법은 니체, 프로이트, 사르트르의 개념에 기대어 영화 연구에 인문학적이고 성찰적인 글쓰기 방식을 도입한다. 이는 단순한 영화 연구에서 더 나아가 영상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현대에 시각 문화 혹은 <보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영화와 모더니티>의 미학적 분석적 범주들
존 오르는 1장과 2장에서 네오모던 영화의 시대적 배경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논의한 다음, 나머지 장들에서는 니체, 프로이트, 사르트르의 개념에 기대어 그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3장에서는 네오 모던의 주인공들이 아메리칸 드림의 파산 뒤에 등장하는 반영웅들이며, 자아가 분열된 이중성과 순수성 사이에서 애매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 논의는 6장의 <상품화된 악마들 1: 기계와 가면>으로 이어지고, 특히 잉그마르 베르이만의 1966년 영화「페르소나」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네오모던 영화는 또한 모더니티의 중심에 있는 시선의 권력을 진지하게 다룬다. 카메라 눈에서 모호성을 발견하거나, 카메라와 인간의 눈을 패러디하거나, 사진의 리얼리티와 인간의 지각 사이의 차이를 비교하는 식이다. 아울러 남성과 여성의 시선, 관음증도 탐구 대상이 된다. 시선의 권력의 끝에서 부재하는 이미지와 비현실적 대상이 작동을 개시한다. 그러한 논의가 4장과 5장의 주제이다.
7장에서는 모더니티의 중심에 있는 기계인 자동차를 쟁점으로 삼아, 네오모던 영화에서 등장하는 의미심장한 자동차들을 살펴보고, 8장에서는 모더니티를 장르로서 구현하고 있는 필름 누아르에 대한 논의를 덧붙이고 있다.
다음은 각장에 대한 간략한 요약이다. 1 <희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나는> 화해 불가능의 극작법 2 냉소적인 가운데서도 묵시록적 분위기를 채택하여 <비판적 엄숙함> 유지 3 진보적 낙관의 파산 뒤에 등장하는 반영웅들의 <분열된 인격들>을 통해 순수함과 이중성에 대해 탐구 4 모더니티에서 중심적인 것이 되어 온 <시선의 권력>을 쟁점화, 현대 사회에서 시각-매체의 위상 점검 5 부재하는 것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 그 기이한 느낌을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 6, 7 산업 사회의 상품화에 맞서는 시도들과 반대로 그에 대한 매혹이 서로 얽혀 드는 흥미로운 상황들 ― 가장masquerade으로서의 인간과 물신fetish으로서의 기계 8 네오모던 영화의 이러한 모습들은 할리우드 및 다국적 영화 산업에 흡수되고 그 잔재의 일부 전복적 형태가 필름 누아르의 기이한 열정으로 살아남음

목차

서문 차례 감사의 말 제1장 영화와 모던의 패러독스 제2장 희비극과 냉소적인 묵시록 제3장 이중성과 순수성 제4장 시선의 권력 제5장 부재하는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대상 제6장 상품화된 악마들 1 : 기계와 가면 제7장 상품화된 악마들 2 : 자동차 제8장 필름 누아르의 이상한 열정 역자 후기 참고 문헌 영화 목록 찾아보기

작가 소개

존 오르

에딘버러 대학 사회학과 교수이다. 영화학을 강의하며 에딘버러 국제 영화제의 프로그램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사회.문화 이론, 철학, 종교, 정치, 모더니티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특히 모던 컬처, 영화, 픽션과 드라마에 관련된 저서를 출판하였다.

김경욱 옮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의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화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영화의 가부장제 표상에 관한 연구」 「소설 읽기와 영화 보기의 이중 경계에 관하여」 「메트로폴리탄 SF 누아르 – 프리츠 랑, 장-뤽 고다르, 리들리 스코트’ ‘낡은 것과 새로운 것 – 에이젠슈타인에 의한 왕가위」 등이 있고 <영화로 보는 현대사회>(함께지음), <페미니즘/영화/여성>(함께옮김), <호모 Punk 이반: 레즈비언, 게이, 퀴어 영화 비평의 이해>(함께옮김) 등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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