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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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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정보

원제 William Shakespeare

테리 이글턴 | 옮김 김창호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18년 9월 14일

ISBN: 978-89-374-3896-7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5x200 · 232쪽

가격: 15,000원

분야 논픽션, 인문/역사/문화


책소개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이데올로기는
그의 글쓰기와 어떻게 충돌하는가?
정치적 읽기의 진수를 보여 주는
테리 이글턴의 독창적 비평서


목차

머리말 7

언어 『맥베스』 『리처드 2세』 『헨리 4세』 11
욕망 『한여름 밤의 꿈』 『열이틀 밤』 45
법 『베니스의 상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77
무(無) 『오셀로』 『햄릿』 『코리올라누스』 131
가치 『리어 왕』 『아테네의 타이먼』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155
자연 『뜻대로 하세요』 『겨울 이야기』 『태풍』 181

맺음말 193
옮기고 나서 207
테리 이글턴 저서 목록 219
찾아보기 223


편집자 리뷰

영국의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에서의 이데올로기 분석으로 잘 알려진 이글턴은 이 초기 대표작에서 세계 문학사에 빛나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수많은 찬사로부터 살짝 물러나, 왜 셰익스피어가 끝없이 새롭게 읽히는가를 독창적으로 분석한다. 모든 위대한 문학 작품의 경우가 그렇듯, 셰익스피어 역시 이데올로기를 가진 인간이자 글쓰기로 그것을 뛰어넘은 작가였다. 셰익스피어의 이데올로기와 글쓰기. 그 사이에 셰익스피어를 읽는 단서와 쾌감이 있다.

 

테리 이글턴이
윌리엄 셰익스피어, 또는 위대한 작가를
상대하는 방식

테리 이글턴.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그 끔찍한(dreadful) 테리 이글턴”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 거침없는 비판과 쏟아지는 유머로 무장한 비평가. 그는 데리다의 포스트모더니즘을 풍자하면서 데리다 이름으로 해체주의적 시를 지어 보내고, 자신의 새 저서가 유럽에서도 영국에서도 각자의 이유로 욕먹기를 소망하는 영문학자이다.
테리 이글턴의 1986년작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는 그가 편집을 맡았던 ‘문학 다시 읽기(Rereading Literature)’ 시리즈의 하나였다.(원제 William Shakespeare) 그 자신의 회상에 따르면 ‘도발적인 기세’에 사로잡혀 썼으며 다른 저서보다 ‘남몰래 좋아하는’ 책이다. 50종이 넘는 저술 중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문학 이론 입문』이나 최근 크게 사랑받은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과 같은 책이 영문학자 이글턴의 위상을 드러낸다면, 첫 번째 저작 『셰익스피어와 사회』(1967)에 이어 다시 셰익스피어에 매진한 이 ‘작은 책’은 거장 셰익스피어를 대하는 특유의 방식에 힘입어 이글턴의 저서 목록에서 동등한 주의를 요구한다.
세계 문학에서 불멸의 지위를 차지하는 셰익스피어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머리말에서 이글턴은 말한다. “우리는 여러 면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이 보수적인 위인과 헤어졌어도, 그를 열심히 따라가야 할 길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헤어졌으면서 따라간다는 것. 이는 제도로서의 영문학을 비판하는 한편 아일랜드의 문학 전통에 뿌리내리는 이글턴의 행보를 예견하면서, 영원한 피안으로 건너가려는 것을 붙잡아 땅 위에 서게 만드는 이데올로기 분석과 일관된다. 요컨대 진정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결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셰익스피어를 실제 문제와 맞붙인다는 것이다

이글턴은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마다 “셰익스피어가 헤겔,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데리다 등의 저작에 친숙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쓴다. 물론 셰익스피어는 가장 옛날 사람이고,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셰익스피어가 현대성을 선취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셰익스피어 연구가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이글턴은 다양한 이론을 통한 문학 읽기가 번성하는 한복판에서 셰익스피어를 현대적 측면에서 읽는 데 강조점을 둔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도 아마 대개는 다음과 같은 막연한 생각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사회의 질서와 안정에 가치를 둔다. 그리고 현대 문학 이론가들이 ‘텍스트의 생산성’으로 간주할 만한 유별난 수사법의 작품들이다. 문제는 이런 셰익스피어의 두 가지 특성이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안정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신념을 안정의 구성 요소인 바로 그 언어가 위태롭게 한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의 글쓰기 행위는 자신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일치하지 않는 인식론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셰익스피어를 대단히 난처하게 만드는 딜레마이다. 셰익스피어가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작품의 많은 부분을 바치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 본문 중에서

작가의 이데올로기가 작품과 배치될 수 있다는 명제의 유명한 예로 엥겔스의 발자크론이 있다. 발자크 자신은 보수주의자였는데, 그의 철저한 리얼리즘이 이념을 넘어서 프랑스 사회의 이해에 이르렀다는 것이 ‘리얼리즘의 승리’로 불린다. 지주였던 톨스토이가 러시아 농촌을 묘사한 장편 소설을 통해 ‘러시아 혁명의 거울’이 되었다는 레닌의 비평에서도 보이는 이러한 마르크스주의 문학론은 이글턴의 셰익스피어론에 와서 변주된다. 위 인용문에서 보듯 그는 셰익스피어의 ‘승리’가 아닌 ‘딜레마’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글턴은 셰익스피어에서 기의와 일치하지 않는 기표를 읽는 방법론을 ‘정치 기호학적’ 시도로 명명한다. 사회 안정에 대한 작가의 신념을 초과하는 홍수 같은 언어를 분석하는 기호학이, 텍스트와 역사를 연결하는 정치적 읽기와 결합된다. 동시대 셰익스피어 연구자들이 셰익스피어가 탄생한 배경의 역사를 파고들거나(스티브 그린블랫의 신역사주의 비평) 셰익스피어와 당대 지배 계층의 이념적 친연성을 밝힌다면(조너선 돌리모어, 앨런 신필드의 문화적 유물론) 이글턴은 텍스트의 매력을 눈앞에 둔 채 역사와 비견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시대가 신흥 부르주아가 대두하면서 귀족 계급이 퇴장하는 사회 변동기였고, 셰익스피어의 동시대인들이 화폐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았다는 역사가 지적될 때 이글턴 비평 고유의 특징이 드러난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비판은 마르크스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라고 이글턴이 한 책의 서문에 썼듯, 마르크스 자신이 이미 『아테네의 타이먼』을 비롯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는 가능성을 끌어왔다. 그리고 이글턴의 이 책은 “당시의 지배적 담론과 대결하여 모든 억압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데”(「옮기고 나서」) 비평의 목적을 두며 그 뒤를 잇는다. 이로써 이글턴의 정치적 비평은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반복해 외치는 확성기에서 물러나, 주인공 영웅들이 짊어진 무게에서 벗어나 실제 문제를 되찾게 만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맥베스가 아니라 세 마녀를,
반유대주의자들이 아니라 샤일록을 읽는다는 것
기표를 굴리는 햄릿이나
미식을 즐기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가 아니라
착취당하고 박탈된 사람들을 본다는 것

이 책의 유명한 주장은 『맥베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세 마녀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맥베스의 야망을 폭로하고, 그를 둘러싼 사회의 질서가 기만임을 보여 주는 인물이 ‘수염 난’ 여성인 마녀들이다. 맥베스가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일 뿐”이라고 예의 독백을 하도록 입김을 불어넣은 장본인이 ‘고체는 모두 녹아서 입김이 되고, 신성한 것은 모두 비속하게’ 만드는 마녀들이다. 한편 마녀들처럼 여성의 권력을 찬양하면서도 남성 중심 체제를 차지하려 애쓰는 맥베스 부인은 ‘부르주아 여성주의자’로 읽힌다. 『공산당 선언』에 역시 쓰여 있듯, 부르주아 계급은 ‘고정되고 얼어붙은 모든 관계들’을 타파하는 일을 또 다른 형태의 착취로 돌려놓기 때문이다.
아내의 부정을 편집증적으로 의심하는 오셀로는 세계에서 병적으로 의미를 읽어 내는 철학자와 겹쳐지고, 샤일록은 반유대주의자들에 둘러싸여서도 계약서의 글자가 약속하는 권리를 보장받으려 투쟁하는 인간으로 떠오른다. 두 쌍의 연인이 뒤엉키는 희극 『한여름 밤의 꿈』은 사회를 지탱하는 결혼 제도가 얼마나 허약한 토대 위에서 욕망을 봉합하고 있는지를 어이없을 정도로 보여 준다. 이처럼 이글턴은 언어, 욕망, 법, 무(無), 가치, 자연이라는 여섯 개의 주제에 상응하는 셰익스피어 주요 작품들을 거침없이 읽어 낸다. ‘브루투스, 너마저’에서 ‘스웨그(swag)’까지, 폭발하는 언어의 창조자 셰익스피어가 막상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사회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의 극악한 신비화, 이유 없는 마술적 장치, 억압적 가부장제”만이 아니라 “상업 부르주아의 임박한 승리를 알리는 바로 그 식민주의의 문맥”(192쪽)에 의존한다는 신랄한 주장은 언제나처럼 논란을 예비한다.
이글턴이 제도로서의 문학을 비판하는 학자이자 영문학의 충실한 해설자라는 사실은 모순되지 않는다. 문학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고 셰익스피어, 벤야민 등에 대한 비평서를 출간하던 초기에서 가톨릭 전통을 급진적으로 계승하면서 윤리학 연구에 매진하는 현재까지 이글턴은 일관되게 문학을 본영으로 삼는다. 이때 문학이란 무엇보다 언어로 이루어져, 언어라는 형식을 통해 감상해야 하는 예술이며 이글턴은 “분석은 즐거움의 적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리는”(『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능력을 입증해 왔다. 글 읽기, 글쓰기라는 활동이 점차 한가하고 주변적인 일로 물러나는 영상의 시대에 이글턴의 책은 텍스트로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극점을 보여 주며 미지의 영감을 선사한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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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

1943년 영국 샐퍼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문화 연구의 창시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제자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으며, 옥스퍼드대학 영문학 연구교수와 맨체스터대학 영문학 교수를 거쳐 현재 랭커스터대학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학 평론가로 ‘정치적 행위’로서의 비평과 ‘제도’로서의 영문학을 분석해 명성을 얻었다. 19세기 이후 영미 문학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에서 사회, 정치, 문화 등에 관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최근에는 아일랜드의 문화와 가톨릭 급진주의의 유산을 재평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비평과 이데올로기』, 『문학 비평: 반영 이론과 생산 이론』, 『이데올로기 개론』, 『미학 사상』, 『포스트모더니즘의 환상』, 『문학 이론 입문』, 『우리 시대의 비극론』, 『성자와 학자』, 『성스러운 테러』, 『시를 어떻게 읽을까』, 『반대자의 초상』, 『신을 옹호하다: 마르크스의 무신론 비판』, 『이론 이후』, 『민족주의, 식민주의, 문학』,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악』,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등이 있으며, 대담집으로 『비평가의 임무』가 있다.

"테리 이글턴"의 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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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옮김

1952년에 태어났다. 현재 동의대학교 인문사회대 영어학과 명예교수이다. 「한국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 연구」, 「노자와 햄릿」, 「원효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꽃과 일상생활」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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