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

해체론 시대의 철학과 문화

김상환

출판사 민음사 | 발행일 1999년 9월 10일 | ISBN 978-89-374-2803-6

패키지 반양장 · 신국판 152x225mm · 460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이론 이성이 종교적 사유나 예술적 사유보다 위대한 역사적 진보의 견인차일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것은 플라톤주의 전통이 꿈꾸어 오던 것이고, 그 꿈은 계몽의 시대에 이르러 유감없이 실현되었다. 전근대 시대는 종교가 철학과 예술의 성격을 선험적으로 규정했던 시대, 주술적 사유가 이론적 사유의 가상적 상상력을 구속했던 시대이다. 그러나 예술도 또한 문화적 세계에 대한 패권을 다툰 적이 있었다. 과학보다 더 과학적이고, 종교보다 더 구속력 있는 종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갈구하는 것이 예술적 사유의 억제된 욕망이다. 문제는 다만 갈구했을 뿐 종교나 과학처럼 자신이 주인공인 시대를 역사적으로 맞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지나간 천년의 역사를 통해서 예술적 패러다임의 시대는 성취된 적이 없다. 다만 구상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고 나서 그 구상은 현실화될지 모른다. 오늘날 표면화되고 있는 철학사적 전환의 징후들 속에서 그러한 예술적 패러다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다. 예술적 사유 속에서 철학의 정체성이 변형되는 시대, 그 시대를 철학적 탈근대라 하자.

편집자 리뷰

현명한 관념론의 길, 예술적 사유 안에서 다시 태어나야 할 그 새로운 존재론적 여정을 준비하며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철학적 글쓰기를 지속해 온 김상환 교수가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을 출간했다. 제1부 \”현대 사상사의 회고와 전망\”, 제2부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 제3부 \”영상 시대의 존재론\”, 제4부 \”초월론의 주변\”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해체론을 서양철학사의 문맥 안에 위치시키면서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 성과와 의미를 탐색하는 작업뿐만 아니라, 해체론 이후 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이것은 그의 <현명한 관념론>이라는 말로 압축될 있는데, 이것은 그가 서양철학사에서 내재적 초월론의 역사를 주목하면서 모색한 단어이다. 예컨대 플라톤주의 전통의 존재론이 외재적 초월론이라면, 니체, 베르그송, 하이데거, 데리다, 들뢰즈 등의 존재론은 내재적 초월론이며, 이들의 사상은 서양 철학의 뿌리이자 토대인 <플라톤주의의 비판>을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다. 필자가 내재적 초월론을 옹호하면서 내세우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가능성이다. 그것은 탈근대 사상사에서 자라나는 대안적 사유, 서양 사상사를 주도해 온 플라톤주의에 대한 존재론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탈서양적 사유로서의 동양의 존재론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술적 사유의 본성과 지위에 관해 철학사적으로 철저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적 의미에서 그리고 현재적 의미에서 예술은 어떤 중요성을 가지는가. 철학이 이성적 사유의 산물이고, 이성은 여러 가지 형태로 변모해 왔다는 사실은 서양철학사 전체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사변적 이성, 수학적 이성, 도구적 이성, 선험적 이성, 의사소통적 이성 등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새로운 유형의 이성을 창출해 왔다. 그러나 해체론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다시 한 번 철학의 정체성을 확인해야 하고, 이성적 사유를 넘어서는 다른 형태의 사유를 모색해야 할 만큼 이성적 사유의 한계는 분명해졌다. 저자가 보기에 예술은 여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술적 행위만큼 그 동기를 자기 안에 가지고 있으며, 예술적 사유만큼 판단의 규칙을 스스로 창출하는 사유에서부터 가져오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예술은 외재적 사유를 비판하고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초월론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현명한 관념론은 예술과 함께 가며,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태의 밖에 입법적 장소를 설정하지 않는 이른바 내재적 초월론의 길을 예비한다. 필자가 1부와 2부 그리고 가라타니 고진론과 김우창론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비중 있게 다루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부에서 철학사를 역사, 문화적 현실 안에서 바라보면서 예술을 종교, 철학의 헤게모니 투쟁 관계 안에서 파악하는 방식이라든지, 2부에서 플라톤 시대의 <철인 왕>과 <시인 왕>의 싸움에서부터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니체, 하이데거,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사의 전개 과정을 통해 예술적 관점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보는 방식은 저자의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영상 시대, 정보화 시대가 수반하는 현실 세계의 혁명적 변화를 철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제3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입장과 그에 반발하는 보수적 입장 사이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예측할 수 없이 변모해 가는 문화적 현실 안에서 요구되는 인간상은 무엇인지 그 해답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 우리 문화적 현실에 관한 분석과 최근 인문학의 위기에 관한 글 역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가 김우창론을 써 내려가면서 평가했던 수사들, 예컨대 <인문학적 체험과 추상적 사실들의 세부안으로 밀치고 들어가는 강인한 사색의 지속성>, <폭넓은 독서와 인문적 교양에 근거한 심미적 감식력>, <이론적 확신에 바탕한 끝없는 자기 검증과 평가의 노력> 같은 표현들은 독자가 바로 저자에게 기대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다음과 같은 포부는 나아가 김우창식의 지식인상을 한 단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장애는 진보가 요구되는 곳에서 비로소 경험될 수 있다. 문화의 경계선이 확장되는 곳, 누군가 전위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지대가 낙후성이 낙후성으로서 현상하는 장소이다. 나는 언제나 한 사회에서 철학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런 장소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다. 이미 확립된 질서에 적응하고 안주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철학이 아니다. 이미 어디에선가 획득된 지혜를 소매하는 것은 철학적 독창성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철학의 유용성은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고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데 동참하는 것에 있다.”

목차

차례 책머리에
1부 현대 사상사의 회고와 전망 1장 천년 동안의 사색 2장 철학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 3장 탈근대 사조의 공과 4장 철학의 두 가지 초상
2부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 5장 철학과 시의 관계 6장 시와 현명한 관념론의 길 7장 예술 작품 속의 유령 8장 해체론 시대의 예술
3부 영상 시대의 존재론 9장 문화에 대한 단상 10장 미의 초월성과 인공미 11장 디지털 혁명은 존재론적 혁명이다 12장 영상과 더불어 철학하기
4부 초월론의 주변 13장 인문학에 대한 단상 14장 심미적 이성의 귀향 15장 해체론 이후의 선택 16장 판단의 즐거움과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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